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6화(26/392)
< 잿더미 위에 핀 새싹 >
대지진이 샌프란시스코를 할퀴고 간 지도 어언 나흘이 지났다.
“전하, 분부하신 대로 전하 소유의 부동산 상황 정보를 추려 보았습니다.”
불씨가 거의 다 잡혔기에, 나는 빠르게 내 재산의 피해 현황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시내에 있는 건물 상당수가 완전히 전소되었군.”
여기서 말한 상당수란 뜻은 9할 이상을 뜻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웬만한 건물은 전부 다 화재로 타 버렸는데, 내 건물이라고 무사하겠는가?
“그나저나 부두 쪽 창고들은 생각보다 제법 멀쩡한 모양일세.”
살짝 실망스럽다.
이놈들까지 전부 타야 보험금을 더더욱 많이 수령할 텐데.
하지만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며 내색하지 않았다.
모두가 대지진 후 일어난 화재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 건물 하나가 불타지 않았다고 안타깝다 발언하면, 나중에 예상치 못한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최현우가 입을 열었다.
“바닷바람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바닷바람?”
“예. 습도가 높으면 화재가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하긴.
그렇긴 하겠네.
“더욱이 건물주들이 헐레벌떡 부두로 달려와 자신들의 창고를 지켰다고 합니다. 바닷물로 화재를 진압하면서 말입니다.”
화재보험을 든 이들은 걱정 없이 잤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는 노심초사하며 필사적으로 화재 진압에 나섰겠지.
자칫 제 건물에 불똥이 튀었다간, 평생 일군 자신의 재산이 잿더미가 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요 세 군데는 멀쩡하다는 말이군. 아, 그렇다면······ 창고 안에 보관 중인 물건을 좀 확인해 보게.”
활활 불타야 이득이지만, 난 상심하지 않았다.
이미 받을 보험금도 상당했으며, 그 안에 보관된 물품들 또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에 목면과 목재가 보관되어 있다 했는가?”
“예. 그렇습니다.”
“이것들을 시에 기부하게나. 언론들을 불러 모아 이를 발표하고.”
“전부 말입니까?”
“그래.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해 임시로 거주할 천막을 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게. 시에도 그리 통보하고.”
괜히 비싸게 팔았다간 그동안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번 목표 중 하나는 한인들, 그리고 나의 이미지 개선이니.
주의해야 했다.
‘돈은 충분히 벌 만큼 벌었어.’
이번이 아니더라도.
내년에 이어질 대공황으로도 한탕 더 당길 수 있기에, 나는 창고에 보관 중인 물품을 시 재건에 아낌없이 기부할 생각이었다.
“보스.”
“그래. 자네는 무슨 소식을 들고 왔는가?”
아론이 내게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편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지아니니 은행장이 보스께 한 가지를 요청했습니다.”
“뭔가?”
“부둣가에 자리한 창고 중 하나를 대여해 달라고 합니다.”
“창고를?”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아론이 건네준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곳에서 임시로 은행 영업을 하겠다? 허······.”
나는 눈을 찌푸리며 아론에게 물었다.
“기존 BOI(뱅크 오브 이탈리아) 건물은 어찌 되었는데 창고를 빌려달라는 소리를 하는가? 지진이 발생하고 두 번째 날까지는 분명 멀쩡하지 않았는가?”
“그게······ 사흘째 되던 날, 약탈자들이 뱅크 오브 이탈리아 건물을 습격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화염이 치솟았는데······.”
하긴.
작긴 작아도 은행인데.
멀쩡할 리가 있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최현우를 불렀다.
“창고 중 목 좋은 곳을 하나 골라, 그 안을 비우게. 그리고 그 건물을 지아니니에게 대여해 주게나. 아! 아론 자네는 이를 지아니니에게 어딘지 전달해 주고.”
“예. 그리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지시받은 즉시 집무실을 빠져나가려 했고.
나는 재빨리 아론을 붙잡았다.
“아······ 지아니니에게는 모레쯤 내가 한번 들르겠다고 하게. 그자를 만나 볼 생각이네.”
BOI는 대지진 이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나는 지아니니가 어떤 방식으로 서민들에게 대출을 시행하는지 알고 싶었다.
‘내가 은행 운영을 할 것은 아니지만······.’
궁금하다.
그의 파격적인 성장 비법이.
‘물론 따라 하지는 못하지만, 때론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그저 미래 정보만 알고 있는 전직 로비스트일 뿐이니까.
지아니니는 원 역사에서 존경받는 월가 위인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를 통해 나 자신을 성장하고자 했다.
* * *
“어휴······ 생지옥이 따로 없군.”
샌프란시스코는 대지진 후 사흘 동안 불탔다.
그 때문인지, 지나가는 곳곳마다 새카맣게 타 버린 저택과 창고들로 즐비했다.
‘신기하게도 저 건물만 안 탔단 말이지.’
시꺼먼 잿더미들 사이에 비교적 멀쩡한 창고 하나가 덜렁 있었다.
바로 내가 사들인 건물 중 하나였다.
‘화마의 흔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니군.’
옆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인지, 살짝 그을린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일단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건물이 거의 없기에, 나는 이 건물을 지아니니에게 빌려줬다.
‘여기군.’
『뱅크 오브 이탈리아. 임시로 부두에서 운영. 주 7일 상시 열려 있습니다』
창고 외부에 현수막이 아주 크게 달려 있었다.
이것마저 보이지 않았다면, 누가 이곳을 은행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자자······ 줄을 서시오. 새치기하면 예외 없이 대출을 거부할 것이니, 허튼짓하지 말고 기다리시오. 아, 거기. 곧 번호표를 나눠 줄 것이오. 야! 씨팔. 싸우지 말라니까!”
창고 안에서, 지아니니는 임시로 탁자를 펼치고 자신의 직원들과 함께 대출 상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멀찌감치 서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대출을 진행하는지 지켜보았다.
“프랑코 씨.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오! 파블로. 자네였군.”
“오래간만입니다. 올 초에 겨우 대출을 완납하셨는데 이렇게 또 뵙게 되네요.”
“그러게. 내 이곳에 또 올 줄은 몰랐네.”
“여기 오신 건 그동안 운영하셨던 과일가게 때문이죠?”
“그럼, 이번 화재로 홀라당 다 타 버렸으니까.”
“다시 영업할 생각이십니까?”
“평생 과일만 팔아 왔는데, 내가 그 일 말고 다른 일을 어떻게 하겠나.”
“일단 삼백 달러만 대출해 드리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오백 달러만 빌려주게. 삼백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
“저희도 그러고 싶은데······ 알다시피 대출받으려는 분이 많아서 안 돼요. 삼백 달러. 금리는 저번과 똑같이. 어떻습니까?”
“끙······ 알겠네.”
“이자 밀리면 안 됩니다. 아 그리고, 안나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정말 간단했다.
그렇게 서명을 쓱쓱 하고 뱅크 오브 이탈리아의 은행원들은 삼백 달러나 되는 금액을 노인에게 건넸다.
‘씨발, 이거 뭐야?’
나는 지아니니처럼 입이 걸지 않다.
하지만 욕이 나온다.
이를 지켜보고 있자니, 무언가 머리가 띵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 왜 지아니니를 두고 호구라 칭했는지 알겠네.’
언뜻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대출해 주는 것으로 보였다.
현대처럼 신용점수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자산을 담보로 잡으며 대출을 실행하는 것도 아니니까.
진짜로 미래 사업 소득 하나만을 담보로 신용 대출을 하는 셈이었기에, 진짜로 외부인이 보고 있으면 굉장히 무모한 일을 벌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생각이 사라지는 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니, 왜 난 안 된다는 거요? 씨벌, 사람 차별하나!”
하지만 지아니니와 그의 부하들은 그들 나름대로 원리원칙을 가지고 대출을 실행하고 있었다.
“자네 지난번에 빌린 돈으로 도박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 많은 돈을 추가로 빌리겠다고?”
“아······ 손 털었다니까요.”
“개뿔, 남자가 한 번 시작하면 못 끊는 게 있어. 도박이랑 술, 그리고 여자가 대표적이지. 너는 그중 세 가지를 다하잖아.”
대출을 거절당한 남성이 벌떡 일어나며 은행원을 노려보았다.
“퉤! 더러운 이탈리아 놈들. 느그 교황 똥구멍이나 열심히 혀로 핥아 대라.”
와······ 욕하는 거 보소.
이에 뱅크 오브 이탈리아 은행원들이 전부 벌떡 일어났다.
“뭐? 이 애미애비 없는 놈을 봤나? 너 죽고 싶어?”
한바탕 난투극이 펼쳐지려 했다.
아 진짜.
이러면, 마피아 소굴 같잖아.
“경비원. 저자를 끌어내게.”
다행히도 지아니니가 씩씩거리며 소란 피운 자를 끌어냈다.
그 후 다시금 고객들에게 대출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와, 이거······ 소름 돋네.’
뱅크 오브 이탈리아 직원들은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신상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제인의 셋째 딸은 언제 결혼할지.
알폰소는 지난번 당한 부상에서 얼마나 회복했는지.
아담이라 불릴 아이는 언제 태어날지.
그들의 사생활을 꿰고 있었던 거다.
‘지역사회에 완전히 녹아드는 것이 이들의 성공 비법이구나.’
다른 의미로 진짜 닭살 돋는다.
이런 방식으로 대출하는 것은 정말 뱅크 오브 이탈리아 직원이 아니고는 실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가 이걸 따라 하겠어.’
지난 1년 동안 이 은행이 이리 크는데도, 옆에 있는 일반 은행들은 서민들에게 담보 없이 신용 대출을 하는 것을 주저했다.
돈 많은 이들의 재산이나 담보를 잡으며 대출해 온 기존 은행들 입장에서 지아니니의 영업 방식은 완전히 돌아 버린 짓 같을 테니까.
“헉! 이 왕자님.”
그때, 나를 발견한 지아니니가 벌떡 일어나선 내게로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왕자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보스가 움직이니 그 밑에 있는 부하들도 똑같이 행동한다.
일동이 기립하며 나를 반기자, 나는 흡사 마피아 두목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자······ 다들 일하게. 한창 바쁠 텐데 말이야.”
나는 지아니니와 함께 창고 건물을 나오며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자네 이야기는 들었네. 안타깝게 되었군.”
지아니니가 씩씩대며 약탈자들을 저주했다.
“완전 개새끼들 아닙니까? 금고가 텅 비었다고 멀쩡한 은행 건물을 불사르다니······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입니다. 내 이놈들을 그냥······.”
덕분에, 지아니니는 또 내게 신세를 지게 되었다.
오히려 내게 더 좋은 일이다.
그가 내게 의지할수록 나와의 관계는 더욱더 돈독해질 테니까.
“그래도 왕자님 때문에 제가 이렇게 발 쭉 뻗고 잘 수 있습니다.”
지아니니는 이를 재차 감사해하며 나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왕자님의 권유를 무시했다면······.”
아! 맞다.
지아니니에게도 화재보험 가입을 권유했지.
대지진 전, 나는 보험회사에서 날 보험 홍보대사로 착각할 정도로 화재보험을 권유하고 다녔다.
이는 내가 보험을 많이 들어 놨기 때문이다.
대지진 후 누구도 나를 의심하지 않게 하려고 알리바이를 미리미리 만들어 둔 것.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겸양을 떨었다.
“무슨 소리. 결국 보험을 든 건 자네였네. 내 권유를 귓등으로 흘린 자도 많았어.”
나는 손가락을 하나 편 후, 그 예를 들었다.
“골드킹이라 불리는 잭만 해도 그래. 그자,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아주 극심하지 않은가?”
골드킹 잭 마일로는 나에게 지아니니를 소개해 준 자다.
당연하게도 지아니니 역시 잭을 잘 알고 있었다.
“내 잭에게도 여러 차례 보험을 들라 권했네. 하지만 잭, 그자는 결국 내 말을 듣지 않았지.”
“하긴, 잭이 요즘 주변에 돈을 빌리러 다닌다던데······ 그 때문이군요.”
잭 마일로의 금광은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에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와 가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 지진은 대지진이었다.
이는 캘리포니아 전역이 크게 뒤흔들렸다는 말.
광산이라는 게 본래 붕괴 위험이 늘 도사린다.
노천광산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몇백m나 되는 지하를 뚫고 금맥을 찾으니까.
현대에도 위험한데 지금은 어떻겠는가?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지진이 들이닥쳤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새벽에 일어나서 사람은 많이 안 죽었지만······.’
사업장이 무너져 내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큰돈이 필요할 텐데, 보험을 들지 않았으니 생돈이 깨질 테지.
‘조만간 날 찾아오겠군.’
왜냐고?
운산금광 지분의 10%를 사들인다고, 신탁회사를 공동으로 출연했으니까.
골드킹 전 재산에 비하면 적은 돈이지만, 그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광산을 복구한다고 현금이 말랐을 거다.
다른 자산 중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신탁기금뿐이었기에, 그는 반드시 날 찾아올 것이다.
나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지아니니가 조심스럽게 한 가지를 물었다.
“혹, 이리되실 줄 아셨습니까?”
의심할 만하다.
내가 들어 놓은 보험 계약은 엄청나게 많으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자네 눈에는 내가 샤먼으로 보이냐?”
“그, 그건 아니지요.”
“그럼, 알면서 왜 물어보는가?”
“혹시나 했죠. 동양에서는, 제가 모르는 다른 게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놈의 오리엔탈리즘.
동양권 하면 뭔가 신비한 게 있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사람이 사는 세계다.
뭐, 다른 게 있다고. 쯧쯧.
“아무튼 아쉽습니다.”
“뭐가 또?”
“그때 우선주 계약도 그렇고. 보험도 그렇고······ 왕자님 말씀만 들었으면 자다가도 술 한 병이 더 생기는 거였을 텐데······.”
지아니니가 혀를 날름거리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날 완전히 신뢰하는 모습이다.
“그나저나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지아니니가 웃음기를 거두며 내게 물었다.
나는 이에 답했다.
“좋을 수가 없지.”
그렇게 말한 후, 꽤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제 내 제2의 고향이네. 이 도시가 전소되지 않았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얼마나 많은 이가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는가?”
지아니니도 샌프란시스코 출신이었기에 내 말을 백번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형님.”
지아니니 패거리의 이인자라고 할 수 있는 파블로가 접근했다.
“무슨 일인가?”
“큰일이 났습니다.”
“왜?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지 않았나?”
“그게······ 이대로 가다간 가용할 자산이 고갈될 것 같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현재, 여러 은행 가운데 문을 연 곳은 이곳뿐이다.
다들 금고문이 잠겨 반강제로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억지로 열려고 하면 금고 안과 밖의 기압 차 때문에 안에 있는 물건이 크게 상할 수가 있기에, 적어도 석 달은 쉬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돈줄이 마른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어디로 향할까?
어디긴, 바로 이곳이지.
“자자. 주목하십시오.”
지아니니는 재빨리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탁자에 올라간 후 두 손을 모아 입으로 가져갔다.
더 먼 곳까지 자신의 말이 들리도록 행동한 거다.
“죄송하게 되었지만, 오늘 대출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된 현금이 모두 고갈되었다고 고객들에게 알리자, 시민들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난 상담도 하지 않았는데.”
“무려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모두 침착하십시오. 내일 또 자금을 마련해 이 자리에 임시 점포를 열겠습니다.”
지아니니가 성난 고객들을 타일렀지만, 별로 효과가 없어 보였다.
그때였다.
이상하게 내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아니니 옆에 우뚝 선 채로 입을 열었다.
“나는 대한제국에서 온 왕자 이강입니다. 현재는 여기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며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지요. 내, 그대들에게 할말이 있소이다.”
나의 말에 대중들이 나를 두고 손가락질하며 주목했다.
“이강이라고?”
“그 소살리토의 영웅?”
“그자가 왜?”
“몰랐어? 그 동양에서 온 왕자, 여기 주주 중 하나잖아.”
“아, 진짜?”
지아니니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고객들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 조용!”
지아니니의 외침에 대중들이 조용해졌다.
이에, 나는 다시금 입을 열기 시작했다.
< 잿더미 위에 핀 새싹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