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6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61화(261/392)
< 플랜 B (1) >
“폐하. 힌덴부르크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부 인사들이 폐하께 알현을 요청했습니다.”
카이저가 머무르고 있는 베를린 황궁에, 세 명의 군인들이 나타났다.
동부전선에서의 맹활약으로 육군참모총장 자리를 꿰찬 파울 폰 힌덴부르크.
그를 선두로.
참모차장이자 군수총감인 에리히 루덴도르프와 대양함대 사령관이었던 휴고 폰 폴이 빌헬름의 집무실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자네는 왜?”
카이저는 반가운 표정으로 힌덴부르크를 맞이했다.
다만 휴고 폰 폴을 보자, 짜증을 한껏 부렸다.
“자네가 온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설마, 또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은 아니겠지?”
빌헬름은 이에 퉁명스러운 말투로 초장부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내 재작년부터 누차 말해 왔지만, 무제한 잠수함 작전은 안 되네.”
빌헬름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이강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칫······ 미국이 전쟁에 참여할 수도 있네. 나보다는 자네들이 군사학 쪽에 바삭하니,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네.”
카이저의 채근에, 조용히 이를 경청하고 있던 힌덴부르크가 가장 먼저 입을 뗐다.
“폐하.”
“마, 말하게.”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빌헬름은 힌덴부르크를 이리 어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지부진한 서부전선과는 다르게, 힌덴부르크가 지휘했던 동부전선은 그야말로 연전연승 중.
전쟁은 힌덴부르크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 영웅은 이 나라의 명목적 통치자인 빌헬름마저도 눈치 보게 할 정도로, 제국 안에서 그 영향력이 비대해져 가고 있었다.
“지금도 협상국들은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에서 물자들을 바다에서 수송해 자국으로 나르는 중입니다.”
“······그, 그렇지.”
“우리가 제한배급을 하며 허리를 꽉 졸라댈 때, 저들은 빵과 치즈로 배를 채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
“하루라도 빨리 이런 불상사를 막아야 합니다. 오스만이 다르다넬스 해협을 막으며 흑해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어떻게 되긴.
이로 인해 러시아의 석유 물류 체계가 박살 나지 않았던가?
바쿠 유전에서 생산된 석유들은 해운을 통해 흑해에서 지중해로.
다시 지중해에서 북해를 통해 발트해 연안 러시아 해안 도시들에 공급되는데.
오스만이 다르다넬스 해협을 꽉 막아 버리면서 이 체계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작금의 러시아가 휘청이는 것은, 그들의 행정체계가 후진적이고.
군사적으로 커다란 실수도 몇 차례 했기 때문이지만, 이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컸기에.
힌덴부르크는 이를 언급하며 해상봉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헐떡거리며, 오늘내일하는 저들의 숨통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무제한 잠수함 작전은 꼭 필요합니다.”
빌헬름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늦었지만, 결국 힌덴부르크도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섰으니까.
“하지만 이 왕자가······.”
빌헬름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힌덴부르크 오른편에 앉아 있던 루덴도르프가 카이저의 말을 끊어 버리며 이강을 비난했다.
“폐하. 이 왕자는 전쟁 상인입니다.”
“······.”
“전쟁이 길어질수록 득을 보는 자이지요.”
어찌 보면 살짝 무례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황제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니까.
하지만 카이저는 버럭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루덴도르프는 현 독일 군부의 실세 중 실세.
‘설마, 루덴도르프도.’
더욱이 지금 그가 주장하는 사실은 그 자신조차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빌헬름은 일단 침묵을 선택했다.
“그가 정녕, 우리 독일을 위해 그러한 조언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
“독일을 위했다면, 하루라도 빠르게 전쟁을 종결할 방법을 알려 줬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아국의 청년들 또한 고향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 아닙니까?”
루덴도르프는 최근 이강이 벌였던 행적에 관해 이야기했다.
슬슬.
동부전선 쪽이 정리되며, 이강은 전후 처리에 관해 독일 쪽 군부 의견을 떠보았는데.
이때 오갔던 동아시아 정세 재편 사항을 루덴도르프가 언급하며 이강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이 왕자는, 이 혼란을 서둘러 종식하는 것보단······ 그가 앞으로 쥐게 될 전리품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이강의 행동은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이강은 독일인이 아니고 한인이니까.
더욱이 독일은 이강이 세계적인 거부로 성장할 때, 아무것도 도와준 것이 없다.
이강으로서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원했던 것 보상받기 위해, 슬슬 독일 측과 협상이라는 것을 하려고 하는데.
독일 군부는 배은망덕하게도 그동안 이강이 도와준 것들은 깡그리 잊어버린 채, 이강이 양쪽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상기했다.
루덴도르프가 슬쩍 곁눈질하며 폴 사령관에게 눈신호를 보냈다.
이에 휴고 폰 폴 대양함대 사령관이 가지고 온 리포트 하나를 카이저에게 건네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폐하.”
“이건 뭔가.”
“미국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서 조사한 보고서입니다. 미국 현지의 여론 동향을 정리한 자료이옵니다.”
카이저는 폴 사령관이 건네준 자료를 읽으며 안에 있던 내용을 찬찬히 정독했다.
“미국인의 8할 이상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전장 참전에 반대하고 있답니다.”
“······.”
“과반도 아니고 무려 8할 이상이 반전주의자라는 뜻입니다.”
폴 사령관이 건넨 보고서는 심각한 오류가 하나 존재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현재의 여론 동향이고, 자국의 시민들이 희생당했을 때를 고려하지 못한 여론조사다.
하지만 권력자들이 늘 그렇듯, 그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했다.
이러한 오류가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폴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그가 줄곧 주장해 왔던 이야기를 했다.
“혹여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서 자국민이 희생당한다고 해도, 작전을 바로 중단하고 미국에 사과한다면 될 것입니다.”
루덴도르프가 재차 빌헬름을 압박했다.
“폐하의 우려가 무엇인지는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으십니다.”
“내가 말인가?”
“예. 예전부터 말씀드렸지만······ 무제한 잠수함 공격 작전은 말만 무제한이지, 실상은 그렇지 않은 작전입니다.”
중립국 상선들은 최대한 배제한 채, 협상국 상선들만 집중적으로 타격하여 영국의 숨통을 옥죌 생각이라고 폴이 지난해에도 했던 말을 이번에는 루덴도르프가 앵무새처럼 조잘댄다.
“그러니, 한시라도 빠르게 허락해 주십시오.”
“맞습니다. 그간 우리 독일해군은 물 밖에서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홀로 전장을 겉돌았습니다.”
폴은 카이저에게 재차 애원했다.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흠.”
벌써 몇 번째일까?
빌헬름은 지긋지긋했다.
이 논쟁이.
“자, 자신 있는가?”
“그럼요.”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했다.
더욱이 폴 말고도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까지 이 정책에 찬성하자.
카이저는 살짝 제풀에 지친 표정을 하며 해당 작전을 수락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적들의 숨통을 반드시 옥죄어 놓겠습니다.”
“알겠네.”
세 군부 인사들이 속으로 쾌재를 불러 댔다.
빌헬름은 그런 그들을 답답하게 바라보며 한 인물을 호출했다.
“이 특별위원을 부르게.”
작전을 허락하긴 했으나, 빌헬름은 대서양 너머에 있는 이강에게 이 사실을 제일 먼저 알리고자 했다.
그래야.
그의 강한 반발을 조금이라도 누그러트릴 수 있을 테니까.
이강의 호의가 계속되기만을 소망하며, 빌헬름이 이상설을 베를린 황궁으로 초대했다.
* * *
처음에 최현우가 보고할 때는, 세계 여성의 날보다도 더 빠르게 러시아가 먼저 몰락한 줄 알았다.
『독일 군부 측, 1월 중순부터 무제한 잠수함 작전 시행 예고.』
『해당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농후. 이에 관한 대응 요구 필.』
하지만 간과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겨난 것을 깨닫자, ‘터질 것이 터졌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왕자님.”
“예. 말씀하십시오.”
“부끄럽지만, 이 왕자님께 한 가지를 고백하고 싶습니다.”
독일에 파견 간 이상설.
그가 보낸 전보를 전해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기억은 지난날 휴즈와의 대화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그리 진지한 표정을 지으시는 것입니까?”
그때 휴즈는 들고 있던 술을 단번에 비우고 내게 선언했었다.
“······본인은 유약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보다 유약한 대통령이라니요? 도대체 누가 각하께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씨불인답니까?”
“판초 비야 놈 때문에, 아국의 시민들이 피해를 보았을 때······ 제가 잠시 망설이지 않았습니까? 이를 두고 일부가 저를 그리 비난한다고 합니다.”
“허허.”
“흘려 들어야 하지만, 그 이야기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더라고요. 요새는 가끔 꿈에도 나옵니다.”
그때 이미 술을 진탕 마신 상황이었지만.
휴즈는 다시금 제 잔에 술을 가득 따르며 내게 한 가지 속 안에 두었던 이야기를 언급했다.
“그렇기에 저는, 더는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는 이라면?”
“만약 미국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세계 대전에 휩쓸리게 된다면,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는 뜻입니다.”
“예? 혹시 대선 전에 어느 한쪽에 손을 들어주시며 참전하실 생각은 아니시지요?”
“에이, 그건 아니지요.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 제가 무슨 이유로 불구덩이에 뛰어들겠습니까?”
“그렇습니까?”
“예, 하지만······.”
“하지만?”
“만일 아국의 시민이 불의의 공격으로 사망한다면 가만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협상국이든, 동맹국이든.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보복하겠습니다.”
“······.”
그때 나는 잠깐 침묵했다.
미국인을 다치게 만들 진영은 협상국보단 동맹국일 가능성이 컸으니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나를 향해 휴즈는 내게 이리 속삭였다.
“개인적인 바람이겠지만, 그때도 이 왕자님께서 제 곁에 남아 주셨으면 합니다.”
“······.”
“이 왕자님께서는 저의 가장 큰 후원자가 아니십니까? 언제까지나 제 편에 서 주십시오. 그리해 주신다면······ 저 또한 최대한 왕자님 편에 서 있겠습니다.”
* * *
아아.
머리가 복잡하다.
지근지근 아프고.
‘무제한 작전이 곧 시작된다.’
하지만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기에.
일단은 이를 뒤로하며 머리를 잠시 식히고 싶었다.
본디 위기가 닥치면 회피하는 것이 가장 정서상으로 안정되니까.
‘그러면 안 돼. 지금은 일분일초가 아까울 때다. 빠르게 그에 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펜을 들었다.
그리고 이 몸에 빙의한 후, 적어 두었던 수첩을 꺼내 도움이 될 사항이 뭐가 있나 확인했다.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일단 생각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독일에 힘을 실어서 빠르게 동맹국이 승리하게끔 유도하는 것.
대선까지는 앞으로 9개월 남았으니까.
미국이 개입하기 전에 후루룩 짭짭!
전광석화의 속도로 끝내 버리면, 어찌어찌 독일이 속한 동맹군 측이 이기지 않을까?
‘가능성이 없진 않아······.’
동맹국이 이기려면, 9개월 안에 러시아가 꼬꾸라지고 프랑스 파리가 함락되어야 한다.
여기서 영국은 제외.
죽었다고 해도 독일이 바다 건너서 브리튼 본섬에 상륙하지는 못할 테니.
‘최선은 독일이 영국과 따로 강화조약을 맺는 것이지.’
협상국이 그리 패배한다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프랑스 식민지를 전리품 삼아서 알아서 나눌 것이다.
이에.
전 세계 패권은 미국과 일본, 독일과 영국에, 소련이나 러시아가 대치하는.
다자구도로 흘러갈 것이다.
‘그 가운데······ 미국이 일본을 경계하며 한반도를 뱉어 내게 하는 것이 내 시나리오였다.’
협상국이 패배한다면, 일본 역시도 승전국도 아닌 패자가 되니까.
먹었던 것을 뱉어 낼 확률이 훨씬 더 높으리라고 보았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기존 동맹인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과도 사이가 나빠지기니까.
그나마 현실성 있는 계획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미국과 영국의 협조가 필요했다.
독일이 세계 대전에서 이겼다고 해도, 아시아에 영향력을 투사할 만큼은 거대하게 성장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 시행되고.
미국인들이 그들의 공격에 사망한 상황에서.
‘대놓고’ 독일을 밀어줬다가는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 역시도 아니꼬워 할 거다.
적어도 휴즈가 집권하는 상황이라면 그렇겠지.
‘빌어먹을 융커 새끼들.’
잘 나가다가 이놈들 때문에 다 엎어지게 생겼네.
아아!
머리가 아파진다.
다른 쪽 선택지에 적혀 있는 사항들을 확인했다.
‘기존의 역사대로······.’
협상국에 힘을 실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독립을 꿈꿔야 하나?
정말로 그 방법뿐이냐!
쓰읍.
‘이 세상이 빛과 어둠만으로 나누어지지 않듯이, 세 번째 방안도 있긴 한데······.’
협상국을 돕되,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대한제국을 독립하는 계획 또한 있긴 했다.
다만, 제1 안보다도 확률상 낮아서.
어마어마하게 낮아서.
그간 선택지로 생각하지도 않던 방안이라 저 구석에 던져두긴 했는데.
‘혹시나 해서 플랜 B를 만들긴 했는데 말이다.’
아아.
이것까지 고려해야 할 때라니!
머리가 아프다.
세 가지 방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나는 밤새 이를 검토했다.
< 플랜 B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