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6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66화(266/392)
< 혼혈 왕자와 마적 두목 (2) >
봉천의 중심가에 자리한 유흥 술집.
“크- 이놈의 술은 언제 먹어도 맛있단 말이야.”
“그래요? 한잔해요.”
“어휴, 우리 달링. 이리 와 봐.”
“달링?”
“그 코 큰 양놈들이, 우리 애기같이 이쁘장한 여인들에게 그리 말하더라고.”
“어머, 그래요?”
여느 술집과 다르지 않게 왁자지껄 시끄럽다.
“자자, 모두 주목!”
그런 술집에 한 인물이 큰소리를 치며 일행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내 오늘 그대들에게, 한 가지 중대한 정보 하나를 고지하려고 하네.”
“뭡니까!”
“결전의 날이 정해졌다네.”
“······.”
“······.”
목소리의 주인공은 장쭤샹.
27사단의 사령관이었던 장쭤린의 오른팔 되는 인물이다.
“우리는 이 주 뒤, 반군 토벌을 위해 강남으로 출진하게 될 것일세!”
조용하다.
싸늘하다.
이는 여기 모인 상당수가 남쪽으로 파병 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애송이들은 전장에서 죽을까 봐 벌써 뒤꽁무니를 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
“······.”
장쭤샹이 도발하자, 취기가 살짝 오른 장교들 일부가 야유하며 그런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우! 우!”
“어느 누가 그런 거짓을 퍼트린답니까?”
“맞습니다. 소문이 사실이더라도 우리 부대 말고 다른 부대겠지요.”
“그렇겠지.”
장쭤샹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교들의 호응에 답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일부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내, 그자들에게 한 가지를 알려 주고 싶네.”
“뭡니까?”
“우리 27사단은 중화제국 내에서 최강의 군대일세! 전장에서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는, 연전연승의 무패 부대란 말이네.”
마적단 출신으로.
약하디약한 민간인들만 털어먹었기에, 27사단은 연전연승할 수밖에 없었다.
정규군이 된 이후에는.
다른 도적들과 다르게 서구식 신식 무기를 무장하여 적들을 물리쳤는데.
이 사실을 쏙 빼먹으며 장쭤샹이 자신의 부대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동안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겁날 것이 하나도 없는데······ 겁쟁이들은 뭐가 그리 겁이 많은지. 아니 그렇습니까? 장 대형?”
장쭤샹은 제일 중앙에서 자신을 향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장쭤린을 바라보며 그에게 다가갔다.
“장 대형. 여기 모여 있는 이들을 위해, 한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마적단 시절부터, 호탕한 성격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자랑했던 장쭤린.
그래서일까?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중이었다.
“흠흠. 그래. 내가 한마디 해 볼까?”
“예.”
장쭤린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다들, 불안한가?”
“······.”
“······.”
“봉천 땅을 떠나 머나먼 강남으로 가게 돼서, 불안하냐고 묻고 있지 않은가?”
장쭤린은 자신의 성공 근간이 되었던, 27사단 장교들을 한데 모아 두고 그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사실 쪼끔 불안합니다.”
“아니, 왜 우리가 우리 땅을 떠나서 강남에서 활보하고 있는 반군 놈들을 때려잡아야 한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그 지역 일은 그 지역을 이끄는 신사들과 관군들이 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평소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술이 좀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그래. 그대들의 불만은 진즉 알고 있었네.”
“······.”
“······.”
“하지만 황상께서 자네들의 손이 꼭 필요하다고 누차 말씀하시고 계시다네.”
장쭤린은 북경에 있는 위안스카이를 가리키며 이 모든 것은 위안스카이의 명령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뭐 불충스럽지만······ 황상이 정 미덥지 못하다면, 나를 봐서라도 이번 파병만큼은 날 따라오게. 그간 나와 동고동락하며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함께 쭉 지켜보지 않았는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있던가?”
“아, 아닙니다!”
방금 크게 소리를 외친, 병사를 향해 다가가며 장쭤린이 오른손으로 젊은 장교의 어깨를 톡톡 쳤다.
“내 장담하지. 다치는 이 하나 없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야!”
“지, 진짜요?”
“그래! 나 장쭤린일세! 무패의 사나이!”
장쭤린이 호탕하게 자신을 자랑하며 일행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그러니, 다시 말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들 나만 믿고 내 곁에 남아 주게. 우리 이번에도 한 탕 해 보자는 말일세!”
“와!”
장쭤린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장쭤샹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크게 외쳤다.
“우리를 이곳까지 이끌어 주신, 장 대인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다들 장쭤린을 바라보며 열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의 이름을 환호했다.
“장 대인을 위하여!”
“위하여!”
* * *
장쭤린은 한 명, 한 명.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셔 댔다.
이후 최측근들과 함께 술집 깊숙이에 자리 잡은 비밀의 방으로 향한 후.
그들과 또 한바탕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버지.”
한창 취기가 오르는 차.
그런 그에게 맏아들이었던 장쉐량이 다가왔다.
“위안 가의 저택에 잠입했던 홍차이가 방금 이곳으로 막 복귀했습니다.”
장쉐량이 장쭤린만 들리게, 아주 작게 속삭이자.
장쭤린은 함께 옆에서 술을 따라 주던 여종업원들을 바라보며 잠깐 나가 있으라고 명령했다.
“이쪽에 오게.”
“예.”
방 안에 믿을 만한 이들만 남게 되자, 장쉐량은 한 사내를 그 안으로 들였다.
생긴 것이 굉장히 비루하고 얄팍하게 생긴, 쥐상의 사내였다.
“그래. 그동안 얼굴만 반질반질한 망나니 밑에서 일했다고?”
“예.”
홍차이는, 조금 과하게 장쭤린에게 굽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은 좀 어떤가? 내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낫던가?”
“모, 몸이야 편하다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죠.”
홍차이는 위안커원을 지칭하며 그를 열심히 깎아내렸다.
“아시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고고한 척하지만······ 뒤로는 호박씨를 까는 것을요.”
위안커원은 장쭤린의 정적이다.
그런 자를 지금 홍차이가 아주 신랄하게 비판하는 중이다.
장쭤린의 얼굴은 자연스럽게 밝아졌다.
“신해혁명을 지지하고 공화정을 수호하자고 말하며, 더 나아가 제 아비의 황제 등극을 누구보다 만류했지만······ 결국에는 그 역시도 황자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반푼이지만, 핏줄을 활용하여 여기 동북 3성을 자신의 번국인 것처럼 다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바람 앞의 등불. 제 아비처럼 현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매일같이 술판이나 벌이며 여자나 끼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장쭤린을 속이기 위한, 김구와 위안커원의 계략이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었던 홍차이는 계속해서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며.
위안커원이 얼마나 방탕하게 지내고 있는가를 설명했다.
“쯧쯧. 한심하군.”
이런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다.
홍차이 말고도 위안커원 곁에 심어 둔 첩자들이 계속하여 같은 이야기를 장쭤린에게 고변하고 있었으니까.
‘완전히 맛이 가 버린 것일까?’
장쭤린은 위안커원이 공화제를 옹호하다가, 제 아비에게 실망해.
흥청망청 돈을 쓰는 망나니로 흑화되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이런 부류가 생각 외로 많았기에, 그는 의심 없이 이를 믿었다.
“아! 그, 곱게 자란 망나니 도련님 주변에는······ 아직도 조선인들이 얼쩡거리던가?”
“예.”
위안커원이 망나니가 된 것은 좋다.
하지만 걸리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위안커원 주변에 남아 있는 조력자들이다.
“천박한 피는 못 속이지요. 그 망나니 역시도 따지고 보면 반은 빵즈인, 혼혈아지 않습니까?”
“그렇지.”
“같은 피라서 끌리나 봅니다. 다만, 최근의 행보에 살짝 실망하여 그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듯했습니다.”
일부는 아예 위안커원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인물을 찾고 있다는 말도 있다 한다.
이에 장쭤린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위안커원을 욕했다.
“멍청한 놈. 제 놈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도 모르고. 조선인들과도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하하.”
조선인 이야기가 나오자 방 안에 있는 장교들이 입을 꾹 다문다.
한때는 무시했던, 가난한 그들이 만주에서도 활약한다는 게 못마땅해서였다.
“아니, 왜 그런 표정을 짓는가? 자네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던가?”
“······.”
“위안 황자가 핏줄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나? 그리 생각한다면, 아직 많이 배워야 할 것일세.”
위안커원이 이리 승승장구할 수 있는 건 이강 때문이리라.
적어도 장쭤린은 그리 생각했다.
“작금의 더러운 현실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깨우치게나. 그래야 자네들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네.”
장쭤린은 고개를 돌려서, 제 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준비는 착착 잘 진행되어 가고 있느냐?”
“예. 아버지.”
장쭤린에게는 근심이 하나 있다.
간도와 연해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하던 조선군이 위안커원을 도울까 살짝 불안해했던 거다.
장쉐량은 이것이 기우에 불과하다며, 그 이유를 말했다.
“지난번 방화사건 때문인지, 상당수의 조선군대가 잉커우(영구) 항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그래?”
“예. 조선인 밀집 지역에, 여기저기 방화가 일어나서······ 잉커우에 머물고 있던 조선인들이 자못 많이 사망했습니다.”
“오호.”
“지금도 병사들을 계속해서 잉커우로 증편하고 있는데 아마도 자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더하여 진상 조사 인력까지 파견했다고 하니, 한동안은 그곳에 머무를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한인들이 주요 이용하는 배편의 중간 기착지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잉커우로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한족만 거주하던 요동에도 한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장쉐량은 이를 거론하며 씩 웃었다.
“다행이구나.”
장쭤린은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아들을 칭찬했다.
“앞으로 일주일간은, 고위 장교는 물론이고 병사들 역시 금주해야 할 것이네. 훈련과 강남 출진 준비 명령을 핑계로 아랫것들을 단단히 단속하게.”
“예.”
거사 날이 임박했다.
일본군을 상대로 일 대 백으로 싸우며, 그들을 국경선 100km까지 물러나게 했던 독립군 출신 조선 군사들 또한 봉천에서 많이 빠진 상태.
하늘마저도 장쭤린을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는 살짝 마음이 놓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근심거리 하나를 물었다.
“일본은? 그쪽에서는 어찌 반응하던가?”
“대형께서 동북 3성의 새 주인이 된다면, 차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래? 조선놈들과의 차후 협상에서 수가 틀린다면, 그들을 이용할 수도 있겠군.”
장쭤린은 마적단 출신답게 비열하며 동시에 치밀했다.
그는 외부에서 개입될 변수 또한 나름대로 계산하며 그 나름대로 대비책을 준비했다.
“어째, 오늘따라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군. 자네는 내 계획이 별로라 생각하나?”
장쭤린과 의형제 사이였던 장쭤샹을 바라보며 장쭤린이 그의 어깨를 툭툭 쳐 댔다.
“위안스카이 그놈, 반년도 채 안 되어서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될 것이야. 자금성 후원 한편에서 기거하는 푸이처럼 말이지.”
“······.”
“그런 놈을 위해, 내 소중한 새끼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지. 자네도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
“형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는데,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그래.”
장쭤린은 씩 웃으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종업원들을 안으로 들라고 명했다.
“자자, 즐길 수 있을 때 진탕 즐기자고!”
“예. 형님.”
마적단 출신답게.
장쭤린은 놀 땐 아주 질펀하게 노는 경향이 있다.
그는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 여섯을 죄다 자빠지게 한 이후에나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의 부하들도다.
그들 역시 오늘만 사는 것처럼 한껏 이를 즐긴 후 봉천 유흥가를 떠났다.
“······.”
아직은 어려서 주방에서만 보조했던, 어린 소녀가 이를 지켜본 후 어디론가로 천천히 이동했다.
* * *
“대형.”
2월 말,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여기서 더 미루면.
자칫 위안스카이에게 항명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에.
장쭤린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는 말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물정 모르는 위안스카이는 이제 안녕이다.
“그럼 이동하도록 하지.”
장쭤린은 자신의 부하들을 의미 없는 의미 없이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가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힘.
그러니까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의 도움이 절실했기에.
장쭤린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이번 거사를, 꼭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착했습니다.”
27사단은 봉천 인근에 주둔 중이다.
일부 병력을 빼내어, 차량에 탑승시킨 후.
장쭤린은 위안커원이 기거하고 있다는 자택으로 향했다.
“공격하게.”
“예.”
이후, 그곳을 이중으로 에워싸고.
자택 문을 부쉈다.
“크, 큰일 났습니다. 장 대형.”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그의 의형제 중 하나였던 장쭤샹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장쭤린에게 돌아왔다.
“무슨 일이기에 그리 호들갑을 떠는 게야? 설마, 진입 과정에서 위안커원이 죽기라도 한 게야?”
“그게 아니고. 화, 황자. 위안 황자가 안 보입니다!”
“······!”
중국은 계속하여 근대화되고 있지만, 정치 체계만큼은 아직도 봉건사회의 성격이 강했다.
우두머리 하나만 잡으면 끝나는 세상.
그렇기에.
이번 쿠데타에서 장쭤린의 최우선 목표는 위안커원과 돤즈구이 같은, 위안스카이가 봉천에 심어둔 중앙 관료 출신들을 사로잡은 후 빠르게 만주에서 몰아내는 것이었다.
“자, 자택에 있는 비, 비밀 통로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만.”
“빌어먹을!”
그리만 되면.
만철 기존 노선을 운영하든 일본을 구슬리든.
아니면.
새로이 표준궤로 영업하고 있는 구미 열강과 조선인들과 손을 잡든.
아니면 둘 다 잘 구슬려서 그가 봉천의 새 주인인 것을 인식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초장부터 일이 어그러졌다.
“당장 주변을 수색하게. 그놈을 놓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네.”
장쭤린은 급박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리며, 위안커원의 행방부터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기만 했다.
< 혼혈 왕자와 마적 두목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