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6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69화(269/392)
< 뉴욕회담 (1) >
뉴욕의 월요일 아침 분위기는 다른 여느 날보다도 어두침침하다.
안 그래도 인공적인 빌딩들만 빽빽해서 회색 도시의 느낌이 가득한데, 주말을 그리워하는 근로자들의 짜증 난 표정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최악의 근로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니까.
“토레스!”
“예?”
“장 시작까지 얼마나 남았지?”
“5, 5분 남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어느 때보다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토요일 저녁부터 알음알음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던, 러시아의 상세 실황이 뉴욕 전역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시민들, 니콜라이 2세의 퇴진을 언급하며 주말 동안 모두가 거리에 나와.』
『사상자, 천여 명에 육박.』
『일부 전문가들, 러시아 제정 붕괴를 예측하다.』
『극렬 공산주의 세력, 임시 정부 집권 파트너로 거론.』
『러시아 내 자산들, 대다수가 동결될 듯.』
『러시아채권. 전부 휴지 조각이 되나?』
『월요일 채권시장. 대 혼동이 예상되다.』
『그 와중에 케미컬투자은행과 아메리칸 신탁, 러시아의 암울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
『양사의 고객들만이, 이런 폭풍에서 한 발자국 비켜나 있는 상황. 차후 채권시장 점유율 상승 기대.』
『두 회사의 주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얼마나 크게 오를 것인가? 심층분석 보도, 제4면에 계속.』
거래소 직원들의 책상에는 오늘 호외로 발행된 신문들이 가득했다.
모두가 채권시장의 대혼란을 예상한다.
그랬기에 거래소 직원들은 부르르 떨며 오늘 하루가 얼마나 길까 걱정을 해 댔다.
“제길. 다들 어제 상황 보고 전화 받았었지?”
“예.”
“마음 준비 단단히 해야 할 거야. 오늘 하루 동안 전화가 미친 듯이 울릴 테니까.”
채권 파트는 변동성이 심한 주식에 비해 비교적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기에.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일은 별로 없었다.
“1, 1분 남았습니다.”
“제길.”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다를 거다.
장 시작 전부터 거래소에 미친 듯이 주문 전화가 오지 않았던가?
“이제 꼽게.”
“예.
만에 하나 불거질 수도 있는 유착 의혹을 피하려고.
거래소 직원들은 현재 모두 전화기 전원선들을 모두 뽑아 버렸다.
장이 시작한 후, 상부에서 선착순으로 일 처리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예. 거래소입니다.”
“전화 받았습니다.”
“아, 러시아채권 매도 문의 때문에 전화해 주셨다고요? 전량 매도하신단 말입니까?”
예상대로.
뉴욕의 거래소 시장 전화를 오늘 하루 불이 났다.
이에, 직원들은 러시아 차르와 이 소식을 뉴욕에 널리 퍼트린 장본인을 속으로 한껏 욕하며.
제 할 일을 묵묵히 수행했다.
* * *
‘누가 내 욕을 하나?’
요즘 들어 유난히도 내 귀가 간지럽다.
나는 손가락으로 잠시 귓구멍을 파다가 이내 최현우가 건넨 통화기를 받아 챙겼다.
“아, 알드리치 의원. 나 이강일세. 오랜만이로군. 그래,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가?”
미국은 자본주의라는 주춧돌 위에 세워진 국가다.
그래서일까?
어느 나라보다 돈을 좋아한다.
청렴을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이 기초에 깔려 있지 않았다면, 진즉 황금만능주의 사상이 이 나라 전역에 퍼졌을 터.
“아아! 내게 감사인사차 전화를 했다고?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전화를 또 해 대는가? 자넨 록펠러 이사장의 사돈이 아닌가? 어찌 보면 우린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그 정도 조언쯤이야 해 줄 수 있지. 아아, 다른 동료 의원들이 꼭 한번 나를 만나고 싶다 했다고?”
지난 주말.
러시아채권의 위험성을 미 정계에 널리 경고했다.
그에 관한 피드백이 지금 내게 오고 있다.
일단은 나와 가까운 인물들이 내게 전화를 하고 있다.
“그래. 알겠네. 내 조만간 워싱턴으로 내려가도록 하겠네. 나중에 또 전화할 테니 그때 또 통화하세나.”
전화를 끊고 나는 얼얼해진 목을 잡으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당분간은 아픈 척을 좀 해야겠네.”
“······.”
“오늘만 몇 통째인가?”
예상은 했지만, 반응이 너무나도 폭발적이다.
일단.
중요 인물 위주로 만남을 잡은 다음, 이 열기가 조금 사그라들 때까지 외부 활동을 좀 사려야겠다.
“전하.”
“무슨 일인가?”
“이범진 특별위원이 막 귀국을 했사옵니다.”
이위종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범진은 합성협회 상트페테르부르크 특별위원으로 임명된 인사였다.
“바로 만나 보시겠습니까?”
“그래.”
유일하게 현지에서 근무했던 기존 인력이었다.
이번 사건 설명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뉴욕에 방문한 것 같은데.
다행히도.
독일 놈들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는 희생당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독일 놈들은 아직도 일을 안 저질렀네.’
이번 역사에서는 미국인만 골라내는 투시 능력자라도 뽑았나?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가 반가운 인물을 맞이했다.
“어서 오게나.”
“전하.”
“그래. 이 위험한 시국에, 뉴욕으로 오는 결정을 다 하다니. 고생이 많았네.”
“아닙니다.”
이범진은 이위종의 아버지다.
연해주와 간도에서 독립군 사령관으로 활약 중인 이범윤과 형제지간이고.
그래서일까?
그의 얼굴을 처음 보는데도 굉장히 익숙했다.
앞서 만났던 두 사람의 얼굴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멘셰비키 세력의 거두인 니콜라이 치헤이제가 의장으로, 레닌이 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단 말이지?”
“예.”
러시아에 머무를 때, 특별위원 자격으로 입수했던 정보들을 이범진이 내게 상세히 풀어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정보를 열심히 경청했다.
“새 내각의 임시위원회 구성인원은 총 열다섯 명입니다.”
이 중 열 명이 멘셰비키.
나머지 다섯이 볼셰비키라고 한다.
원 역사보다도 레닌이 더 빠르게 러시아로 돌아갔으니.
볼셰비키의 몫이 더 많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했는데.
예상대로네.
“벌써 새 정부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고?”
“예.”
나는 러시아에서 막 돌아온, 이범진의 보고를 들으며.
임시 정부 수반과 볼셰비키 세력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그 이유를 설명받았다.
“현 임시 정부 수반은 독일과 계속하여 전쟁을 수행하길 원한다?”
“예. 반면 레닌은 즉각적인 강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단독으로 강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지?”
“예.”
협상국 대열에서 이탈하는 행위는 차후, 엄청난 외교적 후폭풍을 가져다줄 테다.
그렇기에 임시 정부 수반은 이를 반대한 거다.
‘레닌은 그럴 수밖에 없지.’
카이저에게 했던 밀약 때문은 아닐 터.
이미 독일에서 풀려난 순간.
그리고 지원금을 받은 순간.
그 약속을 지켜야 할 의무는 없어졌으니까.
‘세상은 개새끼들이 가득하지 않은가?’
주변에만 보아도 그래.
도와준 호의를 싹 입 닦고, 모른 척하는 이들이 널리지 않았던가?
레닌도 충분히 그리 행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카이저와의 약속을 지킬 거다.’
민심이 천심이니까.
현재 러시아 국민 대다수는 러시아의 위신이니 슬라브 민족의 자부심이 하는 구호 따위에 신경 쓰고 있지 않다.
물론 먹고살 만한 귀족들은 아직도 국가의 체면을 위해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 서민은 오직 빵과 고기.
이 두 가지만을 원했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종전이 필수적이다.’
레닌은 아주 교활하게도 러시아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비록.
유럽 쪽 자국 영토를 반 토막 낸다고 쳐도, 볼셰비키 세력 집권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그는 꿋꿋이 임시 정부 내에서 단독 강화를 주장하며 독자적인 자신의 입지를 키워 나가는 중이었다.
‘어째······.’
이번 역사는 소련의 탄생이 이전보다도 더 빠르게 이어질 것만 같다.
‘니키는 살 수 있으려나.’
니콜라이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그리 길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아직 마지막 기회가 있어 보인다.
‘볼셰비키 세력이 정권을 완전히 잡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아직 감금당하고는 있지는 않나 보군.’
이범진의 보고에 의하면, 니키는 현재 영국에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 한다.
영국의 왕실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왕실만 그렇고.
영국 정부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양.
‘이를 내가 조언해 줘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던 찰나.
“전하.”
“응? 무슨 일인가?”
우리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곳에 최현우가 들어왔다.
그는 손에 가득한 쪽지 중 하나를 내게 건네며 내 반응을 살폈다.
“무슨 일인가?”
“영국 대사가 또 연락을 취해 왔습니다.”
다른 이는 몰라도.
영국 대사가 전화하면 내게 즉각 즉각 보고하라고 일러두었다.
그 때문인지 최현우는 제임스가 전화할 때마다 날 찾으며 어찌해야 할지 이를 물어 댔다.
“내일 저녁, 이곳으로 들르고 싶다고······ 거의 애원을 해 대는데. 어찌할까요, 전하?”
쓱-
이범진과 한번 시선을 교환한 후, 나는 최현우에게 제임스와의 만남을 추진하라 일렀다.
“알겠다고 하게나. 아! 근데 내일 선약이 있지 않던가?”
“예.”
나는 무언가를 잠시 계산하다가 최현우에게 조건을 붙여 줬다.
“선약 때문에 약속 시각에 늦을 수도 있을 텐데, 이점을 양해한다면 내일로 정하게. 그게 힘들면 다른 날 약속을 잡자고 제안하고.”
“예.”
최현우가 막 내 집무실을 나갔다.
방안에는 다시금 이범진과 나, 둘 뿐이다.
“그래.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나는 잠시 아까의 기억을 회상하다가 니키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범진에게 몇 가지 명령을 하며, 나는 러시아에 있을 니콜라이에게 이범진이 무엇을 조언해야 할지 이를 알려 줬다.
* * *
허리춤에 차고 있던 회중시계를 꺼내 들었다.
‘7시라.’
전날에.
제임스 영국 대사가 5시쯤 우리 집에 온다고 했으니, 2시간 정도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미안한데, 오늘 대화는 이쯤에서 끝마치도록 하세나.”
때가 되었다.
이 이상, 제임스를 기다리게 하면 화가 잔뜩 나 있을 테니.
“앗! 죄송합니다. 제가 왕자님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군요.”
선약 상대였던.
슈페리어, 뉴욕시 시의회 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제임스 대사와 좋은 이야기 나누십시오.”
“그래.”
내 집무실에서 슈페리어 뉴욕시 의장이 나갔다.
1분 여 정도 지났을 때.
제임스 영국 대사가 살짝 급박한 표정으로 내 사무실에 발을 들였다.
“많이 기다렸는가?”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임스 대사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은 후, 옆자리에 이를 두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선약이 있으신데도 꾸역꾸역 왕자님을 만나겠다고 제가 오늘 찾아왔습니다.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제임스 영국 대사를 기다리게 했던 것은 다 의도한 일이었다.
이는 협상을 앞에 두고, 상대방보다도 우위를 차지할 때나 쓸 수 있는 기교였다.
‘20세기 초, 대영제국 대사를 상대로 감히 쓸 생각조차 못 하는 전략이지.’
상황이 정말이지 특수하니까.
여러 조건이 내게 전부 웃어 주고 있었기에.
이런 전략을 과감하게 실행한 거다.
“앞전 약속을 빨리 끝내고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방금 나갔던 그치가 나 계속 붙잡아서, 시간이 지체되었네.”
바로 본론을 꺼낼 수도 있으나.
나는 립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기다리느라 지치고, 화가 난 상대가 협상 과정에서 내 말을 나쁘게 곡해할 수도 있기에.
오늘 회담이 늦어진 것을 다른 사람 책임으로 떠넘긴 거다.
“의장 마누라가 최근에 주식을 좀 투자했나 보이. 그게 큰 손실로 이어져서 내게 하소연하더군.”
나는 제임스 대사에게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뉴욕주 의회 의장의 뒷말을 이어 갔다.
“그런 이야기는 대충 들어주다가 돌려보내기 마련인데, 하필이면 의장 마누라가 투자했다던 주식이 내가 만주에 세웠던 만철 주식이더라고.”
“아······.”
예전에 뉴욕에서 새로이 신설될 만철 투자 설명회를 했던 것을 거론하며 내가 혀를 찼다.
“오 년도 더 지난 일이라, 모른 척할 수도 있었으나, 내 도의상 어쩔 수가 없어서 조용히 그자의 푸념을 들어주었네. 그 여편네도 참······ 그때 샀으면 부자가 되었을 것을. 하필이면 지난해 말에 사서 본인도 괴롭히고, 제 남편도 괴롭히고, 나도 괴롭게 만드는지 나 원.”
뉴욕에 상장한 만철 주식은 최근 크게 하락 중이다.
이는 전부 나 때문이다.
뉴욕 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익명으로 팔고 있으니까.
모두 주식값이 내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주식을 쏟아 내며, 한편으로는 위안스카이가 내 소유의 만철을 일본에 홀라당 줘 버릴 수 있다고 소문내고 있지.’
왜 이런 행동을 하냐고?
그야,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함이지.
일본이 북중국과 만주를 꿀꺽 삼킬 수도 있다는 것을, 피부로 와닿게 해야지 뭔가 후속 조치를 마련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동안 차명으로 사 두었던, 만철 주식 일부를 시장에 마구잡이로 풀어 대고 있는 거다.
다른 주식들은 전쟁특수로 오를 때, 이놈은 바닥으로 꼬라박게 해서 기존 주주들 화딱지 좀 나게 하려고.
의장도.
제임스도.
이를 모른다.
그저 일본 때문에 만철 주식이 내려서 이 사단이 일어났구나, 생각만 할 뿐.
‘한결 풀렸군.’
변명을 늘어놓으며, 제임스의 표정을 조심스레 살폈다.
초반보다는 표정이 조금 좋아 보인다.
계속하여, 남 탓을 하며 오늘의 만남이 늦은 것은 의도된 일이 아니라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생겨난 해프닝이라고 공을 들여 설명했기 때문이리라.
“아! 이거 또 내가, 내 말만 해 댔군.”
마음에도 없는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이 정도에서 그만할 생각이다.
과한 것은 때론 모자란 것보다도 못하니까.
나는 제법 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임스를 향해 물었다.
“그래. 자네는 오늘 무슨 일로 날 이리 찾아온 건가? 듣자 하니 저번 주말부터 날 애타게 찾았다 하던데.”
내 물음에.
제임스는 잠시 침을 한번 꼴깍 삼키며 한 템포 답변 시간을 쉬어 갔다.
“이 왕자님.”
“듣고 있네.”
제임스가 살짝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휴즈에게만 살짝 거론했던 과거의 한 이야기를 내게 거론했다.
“이 왕자님께서 이 왕자님만의 나라를 세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접했습니다.”
역시.
남에게 뱉은 말은, 절대로 비밀이 될 수 없다.
‘정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입수하네.’
휴즈가 내가 거론한 괴뢰국 이야기를 최측근에게 상의한 모양이다.
입에서 입으로.
이 계획이 전달되면서, 결국에는 제임스 대사의 귀까지 들어간 모양.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군.”
기다, 아니다.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
계속 이야기해 보라는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자, 제임스 대사는 먹잇감을 포착한 하이에나처럼 내게서 자신의 시선을 고정하며 다음 말을 뱉어 댔다.
“저희 영국이 왕자님의 계획을 지원하고 싶은데······ 관심이 좀 있으십니까?”
< 뉴욕회담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