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8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82화(282/392)
< 장례식 (1) >
야심한 시각.
“레닌, 그놈이 기어코 일을 냈단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현직 총리였던 로이드 조지.
외무장관인 아서 밸푸어.
마지막으로 현 상황을 보고하는 맨스필드 스미스-커밍 비밀정보국 국장.
이렇게 셋이 다우닝가에 한데 모여, 향후 국제 정세에 관해 한참 논의를 하고 있었다.
“겨울 궁전에서 임시정부 수반을 내쫓고, 수도 페트로그라드를 볼셰비키 세력이 완전히 장악했답니다.”
“끙.”
“어, 어떻게?”
밸푸어는 고개를 돌려서 총리를 바라보았다.
불같은 밸푸어와 다르게 총리는 상당히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볼셰비키 측 병력은 머릿수만 많지, 임시정부 측 병력과 비교해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런 총리를 바라보며 밸푸어는 답을 요구하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총리는 가타부타 무언가를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잠시 눈을 감으며 차분히 무언가를 복기하는 것 같았다.
“스미스 커밍 국장. 한 달 전 회의에서는 분명 그리 보고하지 않았습니까? 내 말이 틀립니까?”
총리에게 무언가 답을 요구하던 밸푸어는 바로 타켓을 바꾸었다.
그는 스미스 커밍 국장을 쏘아붙이며 과거에 제출했던 보고서 내용을 일일이 거론했다.
“맞습니다. 적어도 한 달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이에 MI6.
비밀정보국의 국장이었던 스미스 커밍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올렸던 보고서 내용이 밸푸어의 주장과 같다고 동의했다.
“참 속 편하게도 딱딱 대답하십니다. 한 달 전에는 그리 보고하더니, 지금의 바뀐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밸푸어는 정치인 출신답게 이 자리에서도 누가 더 잘못했는지, 정치질하며 잘잘못을 가리는 중이었다.
이번 책임은 자신의 외무부 책임이 아닌, 비밀정보국의 무능 탓이라고 강조하기 위해 밸푸어는 계속하여 스미스 커밍을 쏘아붙였다.
‘저 새끼.’
국장은 이러한 비열한 행동에 신물을 느끼며, 일단 보고부터 끝내고 저놈을 어떻게든 족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밸푸어 외무장관.”
“어떻게요? 설명해보세요. 나 말고 총리께 말입니다.”
스미스 커밍은 고개를 돌려서 총리를 바라보았다.
총리는 이에 눈을 뜨고 스미스 커밍과 시선을 교환했다.
“총리 각하.”
“듣고 있습니다. 국장.”
스미스 커밍이 차분하게 근래에 있었던 한 사건을 언급했다.
“차르의 가족이······ 이주 전에 예카테리나 궁전에서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그 행동에, 수도 페트로그라드 시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합니다.”
밸푸어가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차르의 망명 시도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그 무슨······.”
하지만 총리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하긴, 레닌 그놈이······ 다른 건 몰라도 선동 하나만큼은 죽여주게 잘한다 들었습니다만.”
“······.”
“제 말이 틀립니까? 밸푸어 외무장관.”
밸푸어는 곧바로 안색을 바꾸며 로이드 조지 총리를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레닌 그놈. 무능하긴 해도 사람을 현혹하는 재주를 지녔다 들었습니다.”
“상세 보고를 안 들어도 그의 행동이 제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레닌은 니키를 프랑스의 루이 16세에 빗대며, 나라를 팔아먹고 외국으로 도망치려는 암군으로 묘사했을 것입니다.”
밸푸어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총리의 말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그래서······ 선동당한 시민들이 볼셰비키 측에 대거 붙어서, 결국에는 수도까지 내주게 되었다는 말입니까?”
“예. 본디 혁명이란 타이밍과 기세가 중요합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국장.”
“예. 맞습니다.”
밸푸어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스미스 커밍 국장에게 물었다.
“국장은 그럼, 나머지 절반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명분이라 생각합니다.”
“끙.”
스미스 커밍이 정답을 맞히자, 밸푸어는 주먹을 꽉 쥐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댔다.
이에 스미스 커밍은 속으로 얕게 미소를 지으며 총리를 바라보았다.
“레닌은 지금, 이 모든 것을 다 갖췄습니다.”
“그 덕분에 별 노력 들이지 않고 수도 페트로그라드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이로군요.”
“예. 하지만 그 이후는 꽤 험난한 길이 그의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지요?”
“임시정부 주요 요인들이 가만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스미스 커밍은 지방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임시정부 지지자들을 거론하며 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들이 표시된 지도를 총리에게 건넸다.
“향후 러시아는 내전에 돌입하게 될 것입니다. 둘로 쪼개져서 말이죠.”
“볼셰비키 세력과 임시정부 측은 양립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는 말입니까?”
“예. 어느 한 세력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지루하고 긴 내전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겠죠.”
스미스 커밍은 미리 준비해둔 러시아 지도 중 국경 인근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 주둔 중인 병력의 수를 일일이 거론하며, 이들이 어디로 합류하는지가 적백내전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했다.
“두 세력은 최대한 많이 기존 러시아군 병력을 흡수하려 들 것입니다.”
“그 말은······.”
그동안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로이드 조지는 얼굴을 와락 구겼다.
국장의 다음 이야기가 그의 머릿속에 대충 그려졌기 때문이다.
“레닌은 단독 강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뭐, 뭣이! 단독 강화요?”
그동안 소외당하고 있던 밸푸어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화를 냈다.
이에 스미스 커밍 국장은 당연한 수순인데 왜 그리 놀라냐는 태도를 보였다.
“레닌은 우리가 주는 불이익까지 감수하면서 이를 밀어붙일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 무서운 예측을 하는 것이지요?”
“전쟁을 조기에 끝내는 것이 병력도 확보하고, 민심도 제 편으로 끌어들이며, 명분까지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이니까요.”
“······.”
“······.”
“안 할 이유가 없죠. 아니 그렇습니까?”
총리는 잠시 머리를 싸매며 러시아의 단독 강화가 다른 전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해보았다.
“그리된다는 것은······.”
“예. 서부전선과 남부 전선에 독일군의 군대가 추가될 것입니다.”
스미스 커밍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한 지역을 가리켰다.
동맹국.
그리고 영국이 속한 협상국.
이 두 세력에 모두 포함되지 않은, 회색으로 칠해진 영역이었다.
“더불어 그간 중립을 유지하던 발칸 소국들에도 겁박할 것입니다.”
“동맹국 편에 합류하라고 말입니까?”
“예. 만약 저희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발칸의 모든 나라가 동맹국의 편으로 합류할지도 모릅니다.”
그때였다.
또다시 밸푸어가 둘 사이에 껴들었다.
“불가리아는 몰라도 루마니아는 절대 동맹국 측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압니다. 외무장관.”
총리는 밸푸어가 왜 그리 버럭 고성을 내질렀는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는 유전이 있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루마니아 유전은 바쿠 유전과 더불어 유럽 최대의 유전이다.
만약.
독일군이 루마니아를 점령하기라도 한다면, 원주인인 이강의 눈치 없이도 이를 쭉쭉 뽑아 쓸 수 있게 된다.
“다행히도 하늘이 우리를 아직 완전히 버리지는 않으셨습니다. 이 왕자가 우리 편에 합류하지 않았습니까?”
총리는 밸푸어에게 미소 지으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를 타일렀다.
“루마니아 유전이 독일군에 떨어지지 않게끔, 이 왕자는 후속 조치를 연구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머무는 그자가 어떻게 후속 조치를 생각한단 말입니까? 더욱이 그자가 가용할 수 있는 병력 중 상당수는 현재 멕시코 내전에 죄다 투입되지 않았습니까?”
로이드 조지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로이드 조지는 비릿한 표정을 지어 댔다.
“독일군에게서 이를 지키기는 힘들 것입니다. 다만······.”
“다만?”
“놈들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파괴할 수는 있지요.”
로이드 조지는 오랜만에 광기에 가득 찬 표정을 주변 인물들에게 보였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리면 그만입니다.”
“······.”
“······.”
“다만, 그에 관한 대가는 충분히 치러야 하겠지요. 이 왕자는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니까요.”
밸푸어가 급히 총리의 주장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이 왕자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정부에도 보상해야 할 것입니다.”
“뭐, 루마니아 정부에는······ 오스트리아가 점유하고 있는 루마니아 민족의 영토를 죄다 내주겠다고 제안하면 되지 않습니까?”
총리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오스트리아의 동부 지역 땅을 가리켰다.
“어차피 우리가 관리할 수도 없는 땅입니다.”
“그, 그렇죠.”
“이 왕자에게만 제대로 된 보상을 해 주면 될 것입니다.”
로이드 조지 총리는 한참 이강을 떠올리며 무엇을 대가로 줄지 생각했다.
“흠. 이 문제는 답을 찾기가 어렵군요. 당장 급한 건 아니니 일단 나중에 생각합시다. 아! 맞다. 일본의 군대 파병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었습니까?”
밸푸어가 급히 총리의 물음에 답했다.
“파병하겠다곤 답이 왔는데 문제는,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은 아직 저희에게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후, 개새끼들.”
총리의 입에서 비속어가 나왔다.
교양을 강조하기에, 로이드 조지는 웬만하면 비속어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정말이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솟았기에, 오랜만에 시원하게 욕을 내뱉은 거다.
“정말이지······ 답이 없는 이들 같습니다.”
“맞습니다. 아주 얍삽하게 제 이익만을 챙기는 것이, 우리 대영제국을 능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동의합니다. 언젠가 한번 크게 본때를 보여 줘야 할 것입니다. 아! 비밀정보국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또한 총리 각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피식-
로이드 조지 총리는 만족스럽다는 듯, 두 인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밸푸어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알겠습니다. 아! 스미스 커밍 국장은 잠시 남아 나와 이야기를 나눕시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요. 밸푸어 외무장관께서는 이만 가 보세요.”
“아, 네.”
밸푸어는 눈알을 뱅글뱅글 굴리며 다우닝가를 나왔다.
그가 공격했던 스미스 커밍 국장이 총리와의 독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상상하며.
총리의 집무실을 빠져나온 것이었다.
* * *
“이 왕자님. 오랜만입니다.”
건국 준비 문제다, 해외 파병 문제다.
고민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인 이때.
나는 지금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 왕자님······.”
영국의 대사인 제임스가 자꾸 말을 건다.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바로 뒤편에 있으면서, 왜 자꾸 대화를 시도하는지 영 모르겠다.
“장례예식 중이네.”
“······.”
“부디 정숙하게나.”
“예.”
교회 연단에서.
이번 장례식의 상주인 모건 주니어가 연설하고 있다.
“······돌아가신 제 아버지께서는 월가의, 더 나아가 미국 경제의 구원자셨습니다. 모두가 미국 경제의 파멸을 걱정할 때, 오직 아버지께서만이 뉴욕의 은행가들을 한 곳에 불러 모은 후 위기를 다 같이 해결하자고 제안하셨지요.”
그 자리에 분명 나도 있었는데.
같은 장면을 두고.
모건 주니어는 뭔가 굉장히 주관적으로 그때를 회상하는 듯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모건의 장례식에 참석한 모양입니다.”
옆에서 나와 함께 예배를 보고 있었던, 에델의 오빠 록펠러 2세가 내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모건 가는 완전히 부활했군요.”
타이태닉 이후에 모건은 몰락했지만, 모건 주니어가 탁월한 수완을 보여 재기에 성공했다.
원 역사와는 다르게.
미국에서 파는 영국 전쟁채권을 영원히 독점할 수는 없었지만.
지난 1년간 빨대를 콕 꽂아서 꿀을 열심히 빨아댔고.
이후에도 영국 국채의 절반 이상을 그의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기에.
모건 가문은 다시 한번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황태자 자리는 바로 찾지는 못했지만, 변경 백이나 공작자리 정도는 다시금 작위를 회복한 셈이었는데.
그 때문에 그에게 사업 자금을 빌리거나 정치 자금을 받으려고 미국의 최상류층들이 대거 이 자리에 참석했다.
‘더불어 기자들도 한가득 잔뜩 몰려와 밖에서 진을 치고 있지.’
에델의 친오빠는 내게 한 가지를 경고했다.
“조심하십시오. 대통령님께서도 지난주에 피격을 당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그 자리에 나도 있었는데 말이다.
“사흘 전에도, 뉴욕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벌어지긴 했지.”
“들었습니다. 뉴욕의 자본가들을 상대로 아나키스트들이 소란을 피운 것이 아닙니까?”
빨갱이들도 그렇고, 무정부주의자들도 그렇고.
요즘 들어 아주 극성을 부린다.
삶이 팍팍해지게 말이다.
“끝났군. 얼른 저쪽으로 가세나.”
장례가 끝나고 상주와 대화할 시간이다.
늦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화를 위해서 길게 줄을 서야 한다.
나는 재빠르게 모건 주니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상 깊은 연설이었네.”
웅장했던 장례식 절차가 마무리된 후, 나는 드디어 모건 주니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에게 살짝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를 더 건넸다.
* * *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아주 흡족해하실 것일세.”
“감사합니다. 이 왕자님.”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너무 많아서, 속 깊은 곳에 있는 비밀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의례적인 유감 표시만 할 수 있는 자리.
독대를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쉬움이 아주 진하게 남는다.
“과연 흡족해하실까요?”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다는 것은 대화 도중 누군가가 끼어들 수도 있다는 말로도 바꾸어 해석할 수도 있다.
역시나.
조용히 한마디만 나누고 가려는데 누군가가 우리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생전에 모건 대표님께서는 이 왕자님을 경계해야 한다고 시간 날 때마다 말씀하셨습니다. 모건 대표가 이리 화기애애하게 이 왕자님과 대화를 나누면 돌아가신 아버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다?”
재수 없게 생긴 면상.
쥐상 같기도 하고, 스크루지가 연상되는 얼굴이기도 했다.
“자네는 누구인가?”
“누구긴요. 에디슨입니다. GE의 대표이지요.”
“에디슨?”
아.
이놈이 에디슨이구나.
디젤 그리고 라이트형제와 손을 잡은 후에 몇 번 이놈에게 특허 소송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드디어 만나네.
‘발명왕 에디슨.’
굉장히 유명한 위인이지만, 나는 빙의 후 이놈과 일절 연락을 나누지 않았다.
인성이 개차반인 것으로 아주 유명했기에, 같이 동업할 수 없겠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이 새끼.’
감히 내가 모건 주니어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말을 잘라먹어.
싸가지가 아주 바가지네.
“제 명함입니다.”
에디슨은 제 이름을 아주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내게 명함을 건넸다.
생각해 보니, 이자와는 악연이 있다.
디젤 그리고 라이트형제의 특허를 이놈이 베낀 후 먼저 미국 특허청에 등록하여 문제가 생기지 않았던가?
“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그래서일까?
마음속 깊은 곳이 꿈틀거렸다.
“예? 그게 무슨······.”
“아아, 자네가 전구를 발명한 그자로구먼. 미안하네. 내 웬만하면 재계 사람들 이름은 다 외우고 다니는데 말이야.”
병 주고 약 주고.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그와의 오래된 인연을 내가 거론했다.
“우리 경복궁에도 20년 전 전등을 설치했다지? 아아, 미안하네. 내, 오늘을 기점으로 자네 이름을 단단히 외우겠네. GE의 요한슨······.”
“에디슨입니다. 유 왕자님.”
“유가 아니고 이.”
모건 주니어 앞에서 묘하게 신경전을 펼치자, 주변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
“······.”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에디슨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꼬랑지를 먼저 내린 거다.
“모건 주니어 대표.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예. 조만간 만나서 지난날 함께 했던 사업에 관해 이야기 좀 나눕시다.”
“예.”
“이 왕자님.”
“듣고 있네.”
“혹시 잠깐 저와 함께 걸으실 수 있으십니까?”
* * *
모건은 빠르게 주변을 물린 후, 나를 데리고 교회 밖으로 향했다.
교회 뒷마당은 경호원들이 통제하고 있어서,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여전하시군요. 은혜는 은혜로, 무례는 무례로 갚으시다니.”
“왜?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시비는 에디슨 그놈이 먼저 걸었네.”
나는 팔짱을 끼며 모건 주니어에게 충고했다.
“자네 또한 모욕당한 셈이기도 하네. 제가 뭔데 감히 상주 앞에서 고인이 된 모건 대표의 생각을 추론한단 말인가?”
“······.”
“가장 먼저 연락도 뚝 끊은 주제에 말이야.”
모건 주니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죠. 저 또한 사실 에디슨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네의 표정에서 느꼈으니까.”
모건 주니어는 한 대 탁 하고 머리를 맞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에 그에게 되물었다.
“그래. 나와 따로 이야기하자는 이유가 뭔가? 자네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자못 궁금하군.”
< 장례식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