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8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83화(283/392)
< 장례식 (2) >
나의 물음에 모건 주니어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렸다.
그 후 열 걸음 정도 떨어져 있던 그의 비서를 무언의 제스처로 호출했다.
“이게 뭔가?”
비서가 흰 봉투 하나를 내게 건넸다.
이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모건 주니어를 쳐다보았다.
“저희 아버지의 유품입니다.”
“유품?”
이에 나는 봉투 안을 조심스레 열어 보았다.
“편지로군.”
“예.”
모건 주니어는 살짝 감상에 젖은 눈빛으로 내게 건넨 편지지를 바라보며.
이 편지가 언제 작성되었는지, 이를 상세히 내게 설명했다.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 부친께서 무슨 바람이 드셨는지, 유언을 수정하셨습니다.”
“그래?”
나는 살짝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어 대며, 모건 주니어와 내 손에 있는 편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때 이 편지도 함께 작성되었다?”
“예.”
“이 편지의 수신인은······ 자네가 아니고 나고?”
“예. 그렇습니다.”
모건 주니어는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 뒤에 숨은 사연 역시 소개했다.
“부친께서는 최근 왕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셨습니다.”
“아, 기억나네.”
서부에 갔을 때.
에델과 통화했던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닷새 전에.
모건이 갑자기 나를 급히 만나고 싶어 한다고.
에델이 관련 이야기를 내게 어렴풋이 언질 줬는데.
“유감이로군. 내 휴즈의 선거 유세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자네 부친과 대화를 나눴을 텐데.”
“예. 저도 그 점이 참 아쉽더군요.”
나는 괜한 마음에, 모건 주니어가 건넨 편지를 만지작거렸다.
이후 모건 주니어에게 양해를 구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그가 건넸던 편지를 읽어 봐도 되냐고 물어본 거다.
“왕자님께서 원하신다면, 이 자리에서 읽어 보시지요.”
보통.
이런 편지를 받게 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읽지 않는다.
자칫.
실례가 될 수도 있기에.
혼자 있을 때, 이를 읽어 보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모건이 도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가 궁금하여 그의 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편지를 바로 읽고자 했다.
‘흠. 이거 모건이 쓴 글이 맞나?’
편지 내용은 별거 없었다.
앞으로는 투덕거리지 않고, 잘 지내자는 의례적인 표현들만 가득할 뿐.
다만.
모건이 쓴 글치고는 너무나도 부드러웠기에, 고개가 갸웃해졌다.
‘죽을 때가 돼서 유해졌나?’
하나하나 모든 것을 통제하던 그의 옛 모습은 사라지고, 그냥 다 늙은 할아버지만이 남은 것 같다.
필체는 확실히 모건의 필체였기에, 나는 진위까지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 읽은 모건의 마지막 편지를 재빨리 안주머니에 넣으며, 나는 모건 주니어에게 재차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리 일찍 주님 곁으로 갈 줄 알았으면 서부로 가기 전에 자네 부친을 만났을 텐데. 아! 자네 부친. 평소에 지병을 앓았었나?”
모건 주니어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기 부친의 과거 병력을 회상하며 나와의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평소, 소갈증을 살짝 앓으셨지만······ 딱히 큰 지병은 앓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래?”
“예. 다만 아버지께서는 그 사건 이후로 종종 가슴이 저리는 것을 호소하셨습니다.”
그 사건이라고 하면, 아마도 타이태닉 침몰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겠다.
처칠에게 ‘갈리폴리’가 있다면, 모건 집안은 ‘타이태닉’이 존재하니까.
절대로 꺼낼 수 없는 금기어와도 같은 존재다.
모건의 집안 앞에서 타이태닉을 언급하는 것은 한판 제대로 싸워 보겠다는 뜻과 같기에.
나는 타이태닉 사건을 굳이 언급하지 않으며, 조용히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최근에 좀 나아졌지만, 그때 앓았던 화병 때문에 아버지의 심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결국 심장질환 때문에 돌아가셨으니, 그 사건이 저희 아버지의 목숨까지 앗아 간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저런······.”
나는 살짝 분노한다는 표정을 지어 대며, 그때 모건을 비난했던 주동자들을 거론했다.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의회에서 자네 부친을 조리돌림을 했으니······ 자네 부친께서 괴로워하실 만도 하네.”
모건 주니어는 주먹을 꽉 쥐어 댔다.
그때의 안 좋았던 기억이 막 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때는 온 세상이 아버지와 저를 힐난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렇지.
암암.
나 또한 뒤에서 살짝 부추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굳이 그 사실을 모건 주니어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몰라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모건 주니어와 나 사이는 꽤 좋은 사이니까.
“······유감이네. 자네 아버지와 나는 최근 들어 치고받았지만 이것은 우리 둘이 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네. 라이벌이자 같은 업계의 동료로서, 선의의 경쟁을 한 것이네.”
모건 주니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주장에 동의했다.
모건 주니어는 다시금 그때를 회상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압니다. 그때 이 왕자님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요. 이 왕자님께서도 의회에서 빨갱이로 몰려서 한바탕 곤욕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제게 사람을 보내어 줄곧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맞다.
나 역시 모건과 싸잡혀 언론에 몽둥이질 당하던 시대였다.
물론.
나의 몇몇 발언이 뉴욕 자본가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론을 듣기도 했지만, 그때는 월가의 자본가들이 거의 악마로 묘사되었던 시대이기도 했기에.
내 몸 하나 간수 하기도 힘든 시기였다.
“정작 진성 공산당원들은 떡 하니 밖에서 사람들을 선동하며 선량한 이들을 암살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콕스인지 꾹스인지.
지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녀석이 그때 내가 공산주의자라고 억지를 쓰며 한참 몰아붙이긴 했었지.
생각해 보니 화가 난다.
진성 빨갱이들은 떡 하니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살짝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푸념했다.
“뭐, 민주당 딕시들의 유색 인종 사랑은 예부터 유명했으니까. 나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며 비난하는 것은 약과지. 나 원, 그때만 기억하면 아주 소름이 끼치는군.”
나는 한숨을 한번 내뱉은 후, 모건의 마지막 편지가 보관된 안주머니를 툭툭 쳤다.
“그나저나 자네 부친의 마지막 유품을 받게 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군. 내 가슴 한편에 자네 부친에 대한 미안함이 한가득 있었는데 말이야.”
나는 재빨리 모건 주니어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잘 부탁하네. 모건 대표. 자네 부친도 나와 자네, 우리 둘이 좋은 사이로 남길 바라시니······ 앞으로는 더욱더 친하게 지내세나.”
편지의 내용을 언급하며 활짝 웃자, 모건 주니어 역시 오른손을 쭉 뻗으며 나의 요청을 받아들었다.
“저 또한 잘 부탁드립니다. 이 왕자님. 현재 뉴욕에서 제일 잘나가는 은행을 꼽으라면 내셔널시티와 함께 케미컬투자은행이 거론되지 않습니까? 저희 JP모건을 제치고 말입니다.”
나는 이에 너스레를 떨며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소리인가······ 아직 멀었지. 그나저나 자네 조심하게. 요즘 공산주의자들도 그렇고, 무정부주의자들이 뉴욕의 자본가들을 사냥하고 다닌다는 말이 있네.”
“아, 그 소식 저 또한 들었습니다. 이에 워싱턴에서 특별팀을 구성해서 그들을 체포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동안 뜨뜻미지근했던 연방수사국 설치 문제도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고 한다.
내부가 소란스러워지고.
더하여 반체제인사들의 활동이 격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나라가 어찌 돌아가려는지. 더불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려는지 걱정되는군.”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모건 주니어는 안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낸 후, 불을 붙였다.
그 후 내게도 권했는데.
나는 담배를 웬만하면 안 펴서 이를 손사래 치며 거절했다.
“슬슬 들어가도록 하지. 상주로서 자리를 오래 비워서야 쓰겠나?”
“예. 그럼 돌아갈까요?”
손에 든 담배가 다 탄 것을 확인하자, 나는 모건에게 다시금 교회 안으로 돌아가자고 권했다.
이에.
모건은 옷매무새를 한번 정리한 후, 나와 함께 건물 안으로 향했다.
* * *
『주니어.』
『예. 아버지.』
장례가 끝난 후, 모건 주니어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괘, 괜찮으십니까?』
『나는 그른 것 같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주님 곁으로 갈 때가 된 것 같아.』
일주일 전만 해도.
그의 자랑이자 멘토였던 JP모건은 살아 있었다.
저기.
흔들의자에서 그의 아버지와 대화하던 것이, 조금 전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들아.』
『예.』
『죽을 때가 되니 옛 과거의 일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 같다.』
모건도 인간이다.
그는 죽기 직전의 자신의 삶을 후회했다.
『아, 난 왜 그랬을까? 왜 모든 것은 내 손안에만 쥐고 있으려고 했을까. 후회만 되는구나.』
『아, 아버지!』
『주니어, 네가 이리 똑똑한데. 왜 이 못난 아비는 하나뿐인 아들조차 믿지 못했을까, 이것이 제일 후회된다.』
JP모건은 죽을 날이 되어서야, 그의 아들을 인정했다.
『주니어!』
『예. 아버지.』
『너는 나를 뛰어넘는 금융가가 될 것이다.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네 기량을 펼치며 살아라.』
더불어 JP모건은 한 인물을 언급하기도 했다.
바로 이강이었다.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이강이라는 자를 조심해야 한다.』
『······.』
『안다. 네가 이 왕자와 친하다는 것. 그리고 계속 나 몰래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도.』
『······!』
『하지만 이 말은 꼭 해 주고 싶구나. 그의 성장세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이 아비의 영원한 맞수였던 록펠러의 젊었던 시절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JP모건은 모건 주니어의 손을 꼭 잡고 당부했다.
『이 아비는 머저리같이 그와 맞설 생각만 해 댔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적당히 맞장구쳐 주다가 제 고국으로 떠나려고 할 때, 그를 지원해 주는 편이 훨씬 더 나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
맞서 싸우기보단.
JP모건은 이를 언급하며, 자신이 생각이 바뀌었다고 그의 아들에게 밝혔다.
“아버지.”
“오, 헨리.”
한참.
제 아비의 마지막을 추억하고 있던 찰라.
그의 막내아들이 모건 주니어 앞에 나타났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많이 힘드시죠?”
“오, 헨리.”
영원히 아기로만 남을 줄 알았는데.
막내 녀석도 제법 큰 모양인지, 제 아비를 위로한다.
“이리 오렴. 이 아비를 위로해 주는 거냐?”
“예.”
열다섯 살이 된 헨리는 제법 많이 자랐는지 모건 주니어와 눈높이가 비슷비슷해졌다.
이제는 어엿한 한 사내의 모습을 하는 막내아들을 바라보며 모건 주니어가 헨리에게 물었다.
“아! 저번에 말했던 것. 장례식장에 왔던 조문객들은 잘 지켜보라고 했던, 이 아비의 충고는 잘 이행했냐?”
모건 주니어의 물음에 헨리가 울상을 지어 댔다.
“우리를 위로하러 왔다던데······ 하는 말은 죄다 정치나 사업 이야기밖에 안 하더라고요.”
“그래. 그렇단다.”
모건 주니어는 헨리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시선을 교환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가식과 진실,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해야 한단다.”
“힘들 때 외면할지, 아니면 나를 진정 도와줄지······ 구분하기 위해서죠?”
“그래.”
타이태닉 사건이 터졌을 때.
모건 주니어 역시 엄청나게 비난을 받았다.
창녀들과 파티를 하다가 늦잠을 자서 타이태닉 승선을 그만 놓치게 되었는데.
이 사건이 언론에 회자하며 조롱을 있는 대로 다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 옆에 있어 준 이는 바로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이강뿐이었다.
에델이 나쁜 물이 든다며, 눈치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모건 주니어와 교류를 했던 것인데.
그의 가문이 영국 전쟁채권 판매로 회생하기 전에, 오직 유일하게 이강만이 모건 주니어에게 손을 내밀었기에.
모건 주니어는 이를 거론하며 진실한 친우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그 중요성을 설파했다.
『너는 줄곧 헨리를 이 왕자의 딸과 결혼시키고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말이 맞느냐?』
『예.』
『그래. 그것도 네 뜻대로 하여라. 너는 나보다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니, 네 생각이 다 맞겠지.』
모건 주니어는 그의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회상하며.
그의 막내아들에게 물었다.
“아, 이번에 장례식에 참석한 이 왕자의 꼬맹이 아가씨들은 어떠냐? 한번 만나 봤느냐?”
모건 주니어의 물음에 헨리는 살짝 흥미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완전, 어리던데요.”
“에이. 십 년만 있어 봐라. 미국,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을 여인들이 되어 있을 거란다.”
“치······.”
헨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아버지가 왜 자꾸 자신과 이 왕자의 딸을 엮으려는지를 몰랐다.
그의 눈에는 아주아주 조그마한 꼬맹이였기 때문이다.
< 장례식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