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8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84화(284/392)
< 장례식 (3) >
뉴욕의 황태자였던 J.P. 모건의 장례식이 마무리될 때쯤.
지구 반대편 중국 북경에선, 또 다른 장례식이 막 시작되려고 했다.
“아, 아버지! 어-흑.”
이번 장례식의 주인공은 한때 중원 대륙을 손아귀에 넣었던, 더불어 황제까지 참칭했던 위안스카이였다.
J.P.모건과 비슷하게 위안스카이 역시도 심장질환 때문에 유명을 달리하게 되는데.
둘 다 화병으로 사망하게 되었다는 점이 이 둘의 묘한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뭐, 굳이 다른 점을 하나 찾자면, J.P.모건은 자신의 실수 때문에 화병을 얻게 되었지만.
위안스카이는 자식놈의 욕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랄까?
“이리 돌아가시면 소자는 어떻게 합니까?”
위안스카이의 적장자였던 위안커딩은 위안스카이를 화병에 걸려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꼴사납게도 눈물, 콧물을 있는 대로 다 흘려 가며 죽은 아비의 시신 앞에서 울고불고 난리를 부렸다.
“소자, 이 험난한 세상을 어찌 혼자 헤쳐 나갑니까? 말씀 좀 해 보십시오.”
위안커딩이 저리 생쇼를 하는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래서 슬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진짜로 지금 그가 입에서 내뱉은 투정대로, 위안스카이 사후 위안커딩의 살길이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아, 아버지. 소자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눈을 좀 떠보십시오.”
군벌이 난립한 현시대 중국은 평범한 범인이었던 위안커딩이 홀로 헤쳐 나가기에 벅찬 시대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시금 황제 자리를 반납했지만, 그의 아버지 위안스카이는 한때 중화제국의 황제로서 중원 대륙을 통치했던 간웅.
사방팔방에서 그의 황제 즉위에 반대하여 군사를 일으키고 있었지만.
봉천, 직례, 하남 등 아직도 북동쪽 지역들은 위안스카이의 북양 군벌이 굳건하게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위안커딩은 적장자로 위안스카이의 다음 후계 자리를 노리고 있었기에, 아버지와 함께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고 싶었다.
그래야 다시금 그의 아버지를 황제 자리에 올리고, 그 역시도 다음 보위를 이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위안스카이가 이번에 사망함에 따라, 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위안스카이의 측근들은 아직 새파랗게 어린 위안스카이의 핏줄들보다는 저 스스로 독립하는 길을 모색할 터.
아버지의 후광이 없는 위안커딩은 그야 말로 돈 많은 망나니에 불과했다.
“아이고! 아이고! 아버지! 눈 좀 떠보십시오.”
이 시대 중원 대륙에서 돈 많은 망나니는 은행 ATM기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군벌들이 ‘어이!’ 하며 툭툭 치며, 친구비 좀 내놓으라고 하면 바로 상납해야 하는 신세가 바로 위안커딩의 가까운 미래란 말이다.
그랬기에.
위안커딩은 체면 불고하고 하염없이 울어 재꼈다.
자신이 너무나도 처량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쯧쯧.”
그때였다.
한 사내가 징징 짜고 있는 위안커딩을 향해 혀를 차며 다가갔다.
“······!”
“그러게, 형님. 욕심은 적당히 부리셨어야지요.”
위안스카이 차남.
위안커딩의 배다른 형제인 위안커원이 북경에 도착한 거다.
“네, 네놈······.”
위안커딩은 경계심을 한껏 끌어올리며, 오랜만에 보는 이복동생을 노려보았다.
이전이었으면, 동생이었던 위안커원은 제 형이 무서워서 바로 눈을 깔았을 거다.
하지만 위안커원은 더는 그의 형이 무섭지 않았다.
그의 뒤에는 조선인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위안커원은 평소 하고 싶었던, 제 형을 벌레 보듯이 업신여기는 눈빛을 하며 그를 한없이 내려 보았다.
“상주 자격도 없는 분이 이리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 생각하셔야죠. 왜 이리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십니까?”
“뭐?”
위안커딩은 억지 울음을 그쳤다.
이후 제 동생을 향해 썩은 미소를 날리며 위안커원 모계의 천한 출신을 언급했다.
“방금 네가 했던 말은 내가 아니고 네게 어울리는 말이 아니냐? 감히 반푼이 주제에 누가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느냐?”
반푼이.
혼혈.
이는 위안커원의 콤플렉스다.
하지만 지금은 이 때문에 조선인들의 힘을 빌리게 되었고, 봉천을 그의 영지로 두게 되었다.
위안커원은 더는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조선인 피가 섞였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그는 주먹에 힘을 꽉 쥐며 제 형의 비열한 놀림에 반박했다.
“그런 반푼이 동생에게 밀리는 형님은 대체 뭡니까?”
“뭐라?”
“한사코 거절했지만, 생전 아버지께서는 이 반푼이 동생을 줄곧 아버지의 다음번 후계자로 낙점하셨습니다. 이는 형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사실이다.
위안스카이는 적장자였던 위안커딩보다 서출이었던 위안커원을 더 아꼈다.
이는 위안커딩이 어릴 적에 낙마한 후, 절름발이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위안커원은 위안스카이를 외모적으로 많이 닮기도 했고, 잘생겼기도 했기에.
장애인이 되어 버린 장남보다는 차남인 위안커원을 더 사랑한 거다.
“무슨 소리. 아버지께서는 늘 나를 다음번 후계자로 낙점하셨다. 감히 네놈이 아버지의 말씀을 왜곡하려 드는 것이······.”
위안커원은 제 형의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단박에 끊어 먹으며 형의 아픈 곳을 공략했다.
“예예. 형님께서 낙마하지만 않았다면 후계자 자리를 진즉 꿰차셨겠지요. 압니다. 알아요.”
“너-어!”
위안커딩은 제 동생의 출신을 재차 비하하며 부들거렸다.
“반푼이 자식놈 주제에 장남인 나를 모욕하려 들다니? 그리고 뭐? 아버지가 나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잠시지만 한 나라의 황제를 자칭했던 자가 바로 위안스카이다.
북양 군벌의 수장이기도 했던 자.
그렇기에, 지금도 북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위안스카이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일부는 이미 도착한 상황.
위안커딩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잘못했다가는 완전히 여론까지 등지게 되어서, 남은 유산마저 못 얻을 수 있기에.
그는 오리발을 내빼며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발뺌했다.
“오히려 네놈 때문에 돌아가셨지. 아버지께서 원병을 원하셨는데도 네놈이 차일피일 미루지 않았더냐?”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이리 일찍 돌아가신 것은 전적으로 형님 때문입니다.”
“네놈, 증거는 있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펙트폭력이라는 말이 있듯.
위안커딩은 제 동생이 사실을 고하자, 잔뜩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에 위안커원도 지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꺼내시게.”
“······!”
장례식장에 신문들이 흩뿌려졌다.
지난 반년 동안.
위안커딩이 그의 아버지 위안스카이를 위해 제작했던 1인 신문이 그 모습을 드러낸 거다.
“형님은 상주 노릇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위안스카이가 목덜미를 잡고 쓰러졌던 것은 장자였던 위안커딩의 삽질 때문이다.
황제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모두가 원한다고 착각하게, 여론을 조작하였는데.
나중에 이러한 자초지종을 알게 된 위안스카이는 매일같이 폭음하며 괴성을 내질렀다.
제 아들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희대의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만을 위한, 1인 신문을 발간한 것도 모자라서······ 마지막 유언장에까지 손을 대려고 하셨다지요?”
“무, 무슨 말이냐?”
화들짝.
위안커딩이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다시금 발뺌했다.
여기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가는 진짜로 땡전 한 푼 못 받고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데려오시지요.”
위안커원이 조선어로 옆에 서 있던 김구에게 속삭였다.
그러자 김구는 뒤를 쳐다보며, 눈신호를 보냈다.
“그자를 끌고 와라.”
“예.”
김구의 명령에, 장례식장에 한 남자가 포박된 채 끌려왔다.
“화, 황태자 전하.”
“너, 너는!”
위안커딩은 놀랐는지 눈이 튀어나올 듯 동그래졌다.
“소, 송구하옵니다. 전하. 소인이 그만.”
“······.”
현장에서 검거된 범인을 가리키며 위안커원이 장례식장에 참석한 북양 군벌 인사들을 향해 말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아버지의 유언장을 바꿔치기하려고 했지 뭡니까? 다행히도 제 측근들이, 이를 사전에 알아차려서 이놈을 바로 붙잡았다 합니다.”
위안커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벌벌 떨고 있는 이복형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지만큼은 진실하게 받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네, 네놈!”
위안커딩은 마지막 발악을 할 생각인지, 장례식장에 참석한 인사 중 가장 서열이 높은 뤼위안훙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호소했다.
“저 반푼이가 아버지의 본거지인 봉천을 날름 가져간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버지의 마지막 유산까지 노리고 있소이다. 부총통, 부디 도와주십시오.”
“하, 형님······.”
위안커원은 제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살짝 짜증이 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적당히 좀 하십시오. 봉천은 이 동생의 손으로 직접 쟁취한 봉토입니다. 거머리처럼 아버지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빌붙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제 실력으로 이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말입니다.”
위안커원은 그래도 한 가지는 제 형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우리 둘이 떠들다 보면 한세월이 흐르겠으니 형님 말대로 여기 있는 이들에게 한번 물어봅시다. 형님 말을 더 믿는지, 아니면 제 말을 더 신뢰하는지를요. 그래,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 부총통님. 지금 제가, 제 측근들과 짜고 작당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형님께서 또 한 번 하시려는 불효를 막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작금의 중원 시류는 하나다.
힘이 있는 놈이 곧 정의.
뤼위안훙은 그의 바지 끄덩이를 붙잡고 늘어져 있는 위안커딩을 외면하며, 위안커원을 향해 미소 지었다.
“위안 공자. 아무래도 공자의 형님께선 충격을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부, 부총통!”
위안커딩의 가녀린 외침을 외면한 채, 뤼위안훙은 하던 말을 계속하여 이어 갔다.
“편히 쉴 수 있도록, 사람을 부르는 것이 어떻습니까?”
뤼위안훙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북양 군벌의 실세였던 돤치루이와 펑궈징에게 동의를 구한 거다.
“부총통의 의견에 동의하외다.”
“본인 또한 같은 의견이외다. 많이 아픈 듯하니, 치료가 시급해 보입니다. 상주 자리는 아무래도 둘째 공자께서 하시는 것이 옳은 듯싶소이다.”
세 사람의 동의에.
“뭐 하느냐?”
위안커원이 칼을 빼 들었다.
“형님께서 피곤하시단다. 잠시 편한 곳으로 모시도록 하여라.”
“놔라 놔! 나는 황제 폐하의 유일한 적자이다! 저, 더러운 반푼이와는 다르게······ 순수한 적통 후계자란 말이다. 놔! 놓으란 말이다. 읍- 읍- 읍-”
질질 끌려 나가는 위안커딩.
그런 이복형을 보며 위안커원이 씁쓸한 표정을 한껏 지어 댔다.
“위안 공자. 저 머저리 놈 때문에 마음고생 좀 많이 하셨겠소이다.”
“아닙니다. 부총통. 아니지. 곧 있으면 대총통 자리에 오르시겠군요. 미리 축하 인사부터 드려야겠군요.”
위안커원은 베이징에 도착하기에 앞서서, 뤼위안훙에게 자신은 장성 이남 땅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저.
그의 아버지의 유산만을 상속받길 원한다며, 이들에게 거래를 제안한 것인데.
이 덕분에 북양 군벌의 실세였던 돤치루이와 펑궈징은 위안커원을 향한 경계심을 누그리고 장례 기간만큼은 그를 돕기로 합의했다.
“대총통. 저는 약속했듯, 장례식만 빠르게 마무리하고 봉천으로 다시금 돌아갈 것입니다.”
“예.”
“아, 이야기할 것이 있으면 여기 있는 내 측근들에게 말씀하십시오. 큼직한 주제가 아니면 본인은 장례 마무리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위안커원의 옆에는 김구가 딱하니 달라붙어 있었다.
지난 봉천에서 장쭤린의 반란을 막아낸 이후로는 찰싹 같이 위안커원의 수족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괴뢰국 건국에 위안커원의 도움이 상당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뤼위안훙은 김구를 중심으로 한 조선인 무리가 썩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었지만, 김구가 이강의 사람이란 것은 눈치채고 있었기에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
차후 북양 군벌 또한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텐데.
그때 그 역시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이강이 미국에서 주요 군수공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받아먹을 콩고물이 없을까 했던 것.
“여기 연락처입니다.”
“예. 장례가 끝날 동안 자주 뵙겠군요.”
이로써 괴뢰국 건국의 마지막 걸림돌이 되었던 북양 군벌의 반대 역시도 대충 무마되는 분위기다.
김구는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후, 바로 우체국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입수했던 정보를 미국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 장례식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