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8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86화(286/392)
< 쪼개지는 아시아 (2) >
여러 방면에서 축하 인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아이고. 이 왕자님.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
“언젠가는 왕위를 계승하시리라 생각했지만······ 이리 빨리 옥좌에 오르실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정말이지 대단하십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이도 더러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비율은 2할이 채 되지 않았다.
“즉위식은 언제입니까? 관련 일정이 정해지면 꼭 제게 먼저 알려 주십시오.”
요놈은 관련 정보를 선점하고 싶어 하는 자.
“이, 이 왕자님. 혹시 저도, 그 행사에 참석할 수 있습니까?”
이놈은 콩고물이 뭐 떨어지지 않나 어슬렁대던 놈이다.
사람들은 다들 각자만의 다른 이유로 내게 접근해, 아양을 열심히 떨어 댔다.
“자네, 더 할 말이라도 남았는가?”
“그게······ 약속하셨던 추가 선거 후원금은, 언제쯤 들어옵니까?”
대다수는 내 돈을 탐내는 놈들이었다.
뭐, 이해는 된다.
선거철이 한창이니까.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이어 가며 돈을 뿌려 대고 있으니까. 돈이 부족할 만하지.’
선거는 돈 먹는 하마 같은 놈.
평범한 이들도 그렇지만.
부자들 역시도 이를 쉬이 감당하기에 벅차다.
그렇기에 정치인들은 늘 정치후원금에 목말라 했다.
“아, 후원금?”
“예!”
현재 나는 미국에서 키다리 아저씨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자는, 어떻게서든 아는 척을 하며 나와 접촉하려고 용을 쓰는 것이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여기 있는 최 비서실장과 논의하게.”
“아, 예.”
좀 세련된 기성 정치인들은 사람을 보내거나 따로 빙빙 돌려 가며 내가 선거 후원금을 먼저 말하게 유도하지만.
아침에 전화했던 피터는 그렇지 못한 정치신인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직설적으로 내게 이를 물었는데, 나는 이런 초짜들에게 실무진과 상의하라는 가이드를 던져 주고 나는 JP모건 장학재단 행사에 참석했다.
“축하드립니다. 이 왕자님.”
“자넨······.”
한 남자가 다가왔다.
동양인이었다.
“대일본제국의 신임 주미대사로 임명된 고노입니다.”
이자는 아까 언급했던.
진심으로 축하하는 놈도 아니고 내 돈을 원하는 놈도 아니었다.
“고노라.”
이 시대 여느 일본인처럼.
고노는 치열이 가지런하지 못했고, 키가 난쟁이 똥자루처럼 작았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그를 내려볼 수밖에 없었는데.
고노는 살짝 자존심이 상했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 나의 반응에 신경질을 부리다가 이내 차분한 태도로 내게 악수를 청했다.
“예.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 왕자님.”
“······.”
“본토에서도 이 왕자님의 위명은 예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리 직접 뵈니 감회가 새롭군요. 아, 맞다. 곧 있으면 이름만 왕이 아닌 진짜 왕이 되시겠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나저나 이 왕자님께서는 참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별달리 반응해 주지 않았는데도, 고노는 참으로 혓바닥이 길었다.
“자네 지금 나를 칭찬할 것인가?”
“예. 고국에 계신 이왕 전하께서는 이 왕자님께 진짜로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 이 왕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쟁취하시지 않았습니까?”
일본은 아예 나를 대놓고 감시하려는 모양인지, 영어뿐만 아니라 조선어도 잘하는 외교 인사를 워싱턴에 파견한 듯했다.
일국의 대사가 저리 조선어를 잘하는 것을 보아라.
누가 보면 주미대사가 아니고 주한대사인지 알겠네.
“대단하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을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자네에게 그런 칭찬을 받고 있으니 기분이 묘해지는군.”
“뭐, 저에게도······ 더하여 우리 일본 제국에도 기쁜 일이 아닙니까?”
“기쁜 일?”
뭐지?
이 발언은?
“그게 무슨 소리지?”
“우리 일본은 이 험악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대한제국을 기꺼이 지켜 주고 있습니다.”
“······.”
“만주와 연해주에서 발기한 신생 다섯 나라는 사실상 대한제국의 번국이 아닙니까? 대한합중국의 이익은 곧 대한제국의 이익이고, 대한제국의 번영은 곧 일본의 번영이지 않습니까? 이 왕자님께서 우리 일본 제국을 위해 이리 애써 주시는데······ 저희로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현재의 일본의 외교적 스탠스가 이거라는 건가?
웃긴 포지션을 잡았네.
아주.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정보조사를 하다가 만 것 같으이. 자네가 처음 이곳에 부임했다니 내 한 수 알려 주도록 하지.”
당황해하는 고노를 향해 내가 신생국들의 짧은 연혁을 거론했다.
“남만주국, 간도국, 발해국, 연해국, 동해국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한 가지를 선언했네. 그들은 각자의 주권을 행사하기보단 대한합중국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로 다짐했지.”
“······.”
“대한합중국은 대한제국의 일개 번국이 아니네. 오히려 대등한 입장이지.”
고노가 인상을 팍 쓰며 불쾌한 표정을 지어 댔다.
“그렇습니까?”
“그래.”
“왕자님 개인의 사견입니까? 아니면 대한합중국 임시 수장으로서의 공식 의견이십니까?”
임시라는 말이 매우 거슬렸지만, 발끈할 이유가 없다.
여기 JP모건 장학재단 행사에는 내 아군들이 수십이나 된다.
막 부임한 대사 나부랭이가 나와 대등하게 싸울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내 사견이자 대한합중국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네.”
“그렇습니까?”
“그래. 더불어 자네에게 한마디 더 하지. 같은 민족이자 이웃 국가로서, 나는 내 모국이었던 대한제국이 안쓰럽네.”
“안쓰럽다고요?”
“그래. 듣자 하니 일본 제국은 대한제국의 외교권만 쏙 빼앗아 갈 뿐, 그들의 권리를 뭉개고 있더군.”
“글쎄요. 적어도 제가 아는 선에서는 그런 적이 없는데요?”
“그래? 확신할 수 있나?”
“예.”
“그렇다면 십 년 전, 멕시코에서 일어났던 이민 사기 사건은 뭔가?”
“······.”
“사기꾼들이 한인 교민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고 있을 때,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위임받았던 일본 정부는 뭘 하고 있었냐는 말이네.”
고노가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주둥아리만 산 고노 역시도 할 말이 전혀 없기에, 묵비권을 행사한 거다.
“외교권을 빼앗아 갔을 때, 뭐라고 하며 빼앗았지? 험악한 국제정세 속에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대리 수행하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고노는 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살짝 이슈를 빗겨 나가는 질문을 내게 해댔다.
“대한합중국이 대한제국 영토에도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이 왕자님.”
“뭐, 우리에게 편입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수락할 용의도 있다네. 같은 민족으로서 말이지.”
“······.”
요즘에 국제사회에서 많이 사용되는 민족자결권을 주야장천 주장하자, 고노는 불쾌한지 한참 몸을 부르르 떨다가 나를 노려보았다.
“왕자님의 주장은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일본 정부 역시도 다음 대응 방안을 모색해 봐야겠군요.”
“그러도록 하게. 일본이 어찌 나오나 나 또한 궁금하군.”
고노는 자리를 떠나려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춘 후 나를 바라보았다.
“아······. 이 왕자님.”
“듣고 있네.”
“방금 하신 말······ 이 왕자님의 부왕이신 이왕 전하께 그대로 전달해도 되옵니까?”
뭐야.
잠깐 겨우 생각해 낸 것이 겨우 그거야?
“그러도록 하게나.”
“······.”
“부황이나 형님께서도 생판 남에게 외교권을 맡기는 것보다는 같은 민족에게 외교권을 양도하시는 것을 선호할 것일세. 아, 물론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서 말이지.”
지금 일본이 취하고 있는 상황은 불법임을 내가 다시 한번 강조하자, 고노 대사는 매우 불쾌한 듯 씩씩대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저자는 뭔데 대낮부터 눈을 흘기고 다닌답니까?”
“오, 제임스 대사.”
“축하드립니다. 이 왕자님.”
영국의 대사인 제임스가 나를 한적한 곳으로 안내하며 작게 속삭였다.
“이 왕자님, 듣는 귀도 많은데 우리 저쪽에 가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 * *
“대사관을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에 개설할 예정이다······.”
전황이 썩 좋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굼뜨기로 소문이 난 영국의 외무부도 이번만큼은 세렝게티 초원을 달리는 치타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그보다 왜 그리 놀라십니까? 이 왕자님.”
제임스가 밝게 웃으며 자신들의 빠른 움직임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어필했다.
“대한합중국과 영국은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나라입니다. 게다가 무려 군사동맹을 체결한 국가이지요. 대사관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나는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어 대며, 화제를 살짝 돌렸다.
“아, 요즘 루마니아 대사 자주 만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쪽에 자리한 유전 때문이겠지?”
“······예.”
제임스가 내 말을 빠르게 인정했다.
관련 이야기를 이전에 한 번 나눈 적이 있었기에, 외국인이지만 기밀 사항을 내게 바로 토로한 거다.
“소문에 레닌인가 뭔가 하는 빨갱이가 독일 군부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 그 이야긴 나 또한 들었네.”
제임스는 내 표정을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었다.
마치.
관련 정보를 툭 던지며 이를 교차 검증하는 형사 같았다.
“이르면 올해 안에 단독강화협정이 체결될 수도 있다는 말이 런던에서 돌고 있습니다. 단독강화 협정이 체결되면, 독일은 동부전선에 주둔하는 군대 절반을 발칸 쪽으로 돌릴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야기 또한 들었네.”
고개를 끄덕이며 제임스의 주장에 동의했다.
다만 디테일이 조금 아쉬워서 내가 한 가지를 바로잡아 줬다.
대한합중국 건국을 기념해서 무료로 말이다.
“하지만 일부 정보가 좀 부정확하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는 소문이 최근에 베를린에서 돌고 있다던데?”
“······!”
제임스는 정말로 몰랐는지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대한합중국은 이제 막 건국하지 않았는가?”
“예. 그렇죠.”
“그런데 건국되자마자 영국과 군사동맹을 체결했네. 그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
“······아!”
제임스는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왕자님께서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겠다고, 독일 군부 측이 그리 여기겠군요.”
“그래. 소칼은 기본적으로 미국 회사지만, 내 소유이기도 하니까.”
제임스는 그의 수첩에 무언가를 적으며 수첩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본국에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아, 한 가지 말도 더 전해주게나. 독일 측도 자네들을 속이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을 것이라고.”
“아, 예. 그자들도 슬슬 정보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을 테니까요.”
지난 전쟁 속에.
수많은 간첩이 사살되거나 체포되었다.
영국도 독일의 프락치들을 대거 솎아 냈듯, 독일 역시도 영국의 끄나풀들을 열심히 걸러 대고 있을 터.
“독일의 루마니아 침공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이뤄질 거야. 사실 독일은 자네 정부와는 다르게 루마니아에 뭔갈 해 줄 것이 없으니까.”
무료 조언은 여기까지.
나는 제임스를 바라보며 팔짱을 껴 댔다.
“아, 그보다······ 독일이 루마니아를 침공하게 되면 말이야. 독일군이 유전 시설을 장악하기 전에 이를 파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예예.”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적 손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그 금액이 상당한데 말이야.”
이주 전에 제임스를 통해 다우닝가에 이를 슬그머니 한번 떠봤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대충 윤곽이 나올 만도 한데 말이다.
“채권과 주식으로 이를 계상할까 합니다.”
“채권과 주식?”
채권은 전쟁 국채일 테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주식은 어떤 종목이지?
“왕자님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로열더치셸이라고 유럽의 주요 석유 회사 중 하나입니다.”
“아! 알고 있네. 사실 내가 그곳의 5대 주주 중 하나라네.”
“저희 영국 정부 역시도 그쪽 주식을 좀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로열더치셸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회사니까.
“그중 일부를 내게 보상 형식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나쁘지는 않은 제안이군.”
유상증자 때 한번 참여하여 로열더치셸 전체주식의 10% 정도를 확보했다.
이번에 영국 정부에 나머지 주식을 양도받는다면 최대 주주는 몰라도 2대 주주 자리는 꿰찰 수 있을 거다.
‘일본의 원유 수입 길을 완전히 틀어막는 거지.’
일본은 해외에서 100% 석유를 수입한다.
미국에서 80%, 동남아에서 20% 정도.
향후 일본경제의 숨통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기에, 나는 굉장히 흡족한 표정을 지어 댔다.
“마음에 드네. 보상가액을 너무 후려치지만 않는다면, 바로 수용해 주도록 하지.”
나는 친근한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제임스와 어깨동무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한합중국과 영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것만 같군.”
“그, 그렇죠.”
이에 제임스는 어색한 표정을 지어 댔다.
한 나라의 왕이 될 자가 방금 자신과 어깨동무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대며 눈알을 팽글팽글 굴려 댔다.
< 쪼개지는 아시아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