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8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87화(287/392)
< 쪼개지는 아시아 (3) >
그로부터 일주일 뒤.
“이 국장, 어서 오게.”
익문사의 수장으로 활동하던 이위종이 연해주에서 복귀했다.
대외활동을 제법 많이 해서일까?
새하얬던 얼굴은 아주 건강한 구릿빛 피부로 바뀌었다.
“얼굴이 많이 탔군. 고생이 많았나 보이.”
“아닙니다.”
“이쪽, 이쪽에 앉게.”
“예. 전하.”
올해 초, 이위종은 미션을 받고 연해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활동하는 한인 세력을 하나로 결집해서, 연해국과 동해국 건국에 이바지했는데.
현직 익문사 수장답게.
대외적으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맡은 임무를 아주 충실하게 수행하고 돌아왔다.
“자네가 이리 빨리 귀국하다니······ 연해국과 동해국이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화가 되어가고 있나 보군.”
이위종은 너스레를 떨며, 연해국과 동해국의 주요 인사들을 하나씩 내게 언급했다.
“그곳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최 선생을 시작으로 이건영 회장이나 단재 동지, 더하여 박은식 협회장까지······ 상당히 많은 인물이 한인들을 바른길로 이끌고 있습니다.”
“그래?”
“예. 전하.”
나는 살짝 궁금한 표정을 지어 대며 이위종에게 물었다.
“듣자 하니 다른 괴뢰국들은 아직도 혼란하다던데 말이야. 어째서 연해국만 이리 빠르게 안정되어 가는가?”
이위종은 자신이 습득한 정보들을 내게 상세히 보고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인재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
”예. 발해국은 사람이 원체 없고 간도국은 이범윤을 중심으로 한 무장세력이 권력을 잡았습니다. 남만주국은 이시영과 홍범도, 이렇게 이 두 세력이 중심이 되어서 발전시켜 가고 있으나, 현지인들과의 갈등이 있어서 살짝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니다.”
이위종은 연해국이 왜 빠르게 안정화가 되고 있는지, 이를 나와 연관 지어서 설명했다.
“하지만 연해주, 특히나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연해국은 앞선 세 괴뢰국과 비교해 사정이 많이 낫습니다.”
“어떻게?
”본국에서 미국에 이민을 오려면, 재작년까지는 해삼위에서 잠시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건 전하께서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위종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렇지. 내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정보는 익히 숙지하고 있네. 짧으면 한 달, 길면 일 년 이상씩 대기한다며?”
지금은 잉커우에서도 배가 다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블라디보스토크는 한인들이 신대륙으로 향하는 유일한 입구였다.
‘본래라면 부산이나 원산이 그 역할을 블라디보스토크 대신 수행해야 했지.’
왜냐고?
그야 겨울철이 되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역은 얼어붙으니까.
쇄빙선이 아니고서 이 인근을 항해할 수가 없다.
겨울철에는.
‘일본이 방해만 안 했다면, 부산이나 원산이 더더욱 커졌겠지.’
하지만 일본은 한인들을 노예로 부려 먹고 싶어 했기에, 언젠가부터 미주 이민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한인들의 이민 열기가 식었느냐?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거세졌고, 블라디보스토크는 그렇게 이민을 준비하는 시작 도시로 점점 더 성장해 나갔다.
“지금은 해삼위로 이름이 바뀐 그곳에서 수천, 수만의 유민들이 임시로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죠.”
사람이 있는 곳에는 본래 돈이 모이기 마련이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든, 광산에서 광물을 캐든, 나무를 베든.
일련의 부속 활동들은 결국 내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지 않는 한 결국에는 상행위로 이어지니까.
“더욱이 연해주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특정 세력이 두각을 보일 수가 없었지요.”
이위종이 잠시 침을 한번 삼키며 나를 바라본다.
마치.
무언의 제스처로 전하께서 한번 답을 맞혀 보시겠습니까 하는 표정을 지어 대는 것 같았다.
“특정 세력이 두각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렇겠지. 나였어도 견제했을 테야. 러시아 당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테고.”
“예. 그렇습니다.”
연해주와 간도 등을 오가며 국경을 넘나들었던 이범윤.
그의 의용군은 언젠가부터 인가 활동지역을 동간도와 서간도로 고정했다.
아마도 나의 지원을 받은 이범윤의 군대가 커가는 것을 러시아 당국이 탐탁지 않았기에, 언젠가부터 러시아 땅에서 그의 군대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거다.
“특정 세력이 힘을 쓰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인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자잘한 무장독립 세력부터 외교 자주독립론자 그리고 자강 세력 등 다양한 세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유입되었겠군.”
“예.”
이위종은 빙그레 웃으며 나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섯 지역 중에 연해국이 가장 인재풀이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의한다.
통제되는 다양성은 국가 발전에 크게 이바지를 하니까.
“거기에 자네에게 건네준 천만 달러가 더해지니······.”
“예.”
이위종은 이 역시 빠르게 인정하며, 내게 그 결과를 설명했다.
“그 점도 한몫하긴 했습니다. 다른 곳에도 전하의 자금이 지원되었으나······ 그간 전하께서는 회계처리를 상당히 깐깐하게 요구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나는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어대며 이위종을 바라보았다.
“바꿔 말하면, 자네 돈을 보고 이쪽으로 몰려든 뜨내기들이 꽤 존재한단 말이군.”
“예.”
이위종은 다과상 위에 놓인 인절미를 하나 집으며 싱긋 웃었다.
“맛있는 음식에는 파리가 꼬이기 마련입니다.”
“······.”
“하지만 적당히 주변을 방역한다면, 용인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장이 커지기도 한답니다. 이는 전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전직 로비스트로서 방금 이위종의 대답에 격하게 동의한다.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부패를 대놓고 방조하자는 것은 아니다.
‘뭐든 적당한 게 좋지.’
이위종은 인절미를 한입 베어 먹은 후, 이를 다 삼킬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그의 입이 깔끔하게 비자, 이위종은 다시금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하나 있긴 합니다.”
“걱정?”
“예. 최근에 일본에서도 이곳을 눈독 들인다는 이야기가 익문사를 통해 포착되었습니다.”
두고 보자는 고노의 눈빛이 막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이위종을 바라보았다.
“뭐 일본은 예부터 연해주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나의 답변에.
이위종은 최근에 입수한 주요 기밀자료를 내게 넘겼다.
이후 그는 내게 주문했다.
일본을 향해 경계심을 바짝 올려야 한다고.
“내달 초, 북사할린 지역에 일본군이 파병될 거라 합니다.”
“······.”
“그 기세를 몰아서 해안가로 상륙할 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흠.”
사할린섬과 연해주 사이 바다였던 타타르 해협.
좁은 곳은 7km가 안 될 정도로 사할린섬은 연해주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다.
“내 미국을 통해, 일본에 경고해야겠구먼.”
“예.”
일본이 헛짓을 할 수 있기에, 일단은 우리의 든든한 뒷배인 미국과 영국을 믿어 볼까 한다.
아! 물론.
가만히 앉아서 손만 빨고 있겠다는 건 아니다.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고 있지.’
지금도 그래.
대한합중국에 군수품을 열심히 실어 나르고 있지 않던가?
무엇보다.
영국의 로열더치셸 주식을 조만간 인수한다.
일본의 원유 수급을 내가 통제하고 있기에, 그들 역시 쉬이 움직일 수는 없을 거다.
“아 그리고······.”
“예. 전하.”
“이주 전에 전 주한 러시아공사들을 만났다지? 아마······.”
“예.”
이위종이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내게 고했다.
* * *
“베베르 그리고 스페이에르 공사와 하바롭스크에서 접선하였습니다.”
그 늙은이들.
아직도 살아 있네.
빙의 전 이강의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살짝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다도상에 놓인 인절미를 집었다.
“뭐라던가? 예상컨대, 상당히 뿔난 표정을 자네에게 지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위종은 피식 웃으며 인정했다.
“예. 그랬습니다. 연해주 지역의 최근 행보에 대해 많이 화가 난 모양이더라고요.”
이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해주에 사는 러시아인이 몇이나 된다고. 뭐, 그리 성을 낸단 말인가?”
이 시대.
연해주에 사는 러시아인은 오천이 채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한인의 수는 무려 파악된 이들만 해도 삼십만 이상.
행정력이 아직 정상이 아니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들까지 합하면 오십만 가까이 될 수도 있겠다.
“텍사스주의 전례를 보고도 한인들을 그리 받아들인 그들의 무지를 탓해야지, 쯧쯧.”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일은 세상 어디에서나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러시아 고위층들도 이를 분명 알고 있을 터.
“맞습니다. 말이 러시아 땅이지 연해주는 우리 한인들에 의해 개발되고 발전되었습니다.”
“그래.”
이위종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아무튼, 이 지역에서 한인들과 함께 백군 활동을 기획했나 봅니다.”
“쯧쯧. 남의 손을 빌리며 제 영지를 가꿨던 것도 모자라서, 우리 한인들을 자기들 내전에 용병으로 쓰려 하다니.”
내가 재차 화를 내자, 이위종이 나를 만류했다.
“그 계획은 연해국과 동해국의 건국으로 인해 틀어지게 되었습니다. 전하.”
“그렇겠지. 이미 나라가 건국된 마당에, 한인들이 그들과 왜 협력하겠는가?”
“예. 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더군요.”
나는 머리에 물음표를 가득 띄워 놓고 이위종을 바라보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예. 전하의 저택에 알렉세이 황태자가 기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얼굴을 활짝 피며 이것을 황태자에게 전해 달라 부탁했습니다.”
아······.
맞다.
알렉세이가 내 손에 있지.
나는 이위종이 건넨, 서신 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를 냉큼 건네받았다.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서신을 바로 뜯지 않자, 이위종이 자못 궁금한 표정을 지어 댔다.
“전하께서는 알렉세이 황태자의 대리인이십니다. 황태자가 직접 전하께 말하지 않았습니까? 전하를 자신의 대부라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겠다고요.”
그렇다.
이위종의 말대로다.
하지만 나는 그런데도 서신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것은 알렉세이와 함께 다음에 읽어 보도록 하겠네.”
“······!”
대리인 자격을 얻긴 했지만······.
알렉세이와의 만난 지 겨우 한 달째다.
아직 유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할 생각이었다.
“알렉세이 황태자와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봉인을 뜯지 않으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역시 전하십니다.”
이위종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가는 길에 알렉세이 황태자에게 들려서, 이곳에 언제 방문할지 그 의사 또한 물어보겠습니다.”
“그래 주면 내 고맙게 생각하겠네.”
* * *
“알렉세이.”
“예. 대부님.”
매주 정기적으로 보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알렉세이가 어색했다.
하지만 이를 굳이 티 내지 않고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람 좋은 척을 다 하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하바롭스크에 머무는 러시아 귀족들이 그대에게 이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였소.”
나는 이위종에게 받았던 서신을 알렉세이에게 건넸다.
“아직 봉인씰은 뜯지 않았소. 내 아무리 그대의 대리인이라고 하지만, 사적인 편지까지 대신하여 확인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오.”
무언의 제스처를 보냈다.
이 자리에서 읽으라고.
이에 알렉세이가 봉인씰을 뜯고 서신을 읽기 시작했다.
“사적인 편지가 아닙니다. 대부님.”
“······.”
그렇다.
백군 중 일부는 알렉세이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려고 했다.
“대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경향은 짙어질 터.
로마노프 황가의 적통 후계자만큼 매력적인 통치 명분은 없으니까.
“그들의 제안은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생각하오.”
“그렇습니까?”
나는 바로 한 가지를 지적했다.
“하지만 황태자는 이제 겨우 13살이오. 성년이 될 때까지, 앞으로 삼 년간은 이곳에 머물렀으면 좋겠소.”
“······.”
이에 알렉세이가 살짝 실망하는 표정을 지어 댔다.
“알렉세이, 그대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저들에게는 꽤 희망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소. 그대가 생존해 있다는 소식만 듣고도 이리 반응하는 것을 보오.”
“······.”
알렉세이가 꿍한 표정을 지어대자 나는 치트키를 썼다.
“더불어 이곳에 있는 것이 그대의 아버지 구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오.”
“······!”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구심점이 될 수 있지만, 현장에 있는 것보다는 못 하니까. 그대가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면, 저놈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대의 아비를 하바롭스크로 모셔 오려고 하지 않겠소?”
성공할 확률은 극히 드물지만, 알렉세이는 아직 희망을 놓고 있지 않다.
나는 그것을 언급하며 그가 아직 미국에 머물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드, 듣고 보니 대부님의 말씀이 옳은 듯싶습니다. 대부님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나는 안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던 다른 서신도 하나 알렉세이에게 건넸다.
“대부님. 이건 뭡니까?”
“그대 누님들의 배필감들을 적어 둔 것이오. 유럽의 왕족들부터 영국, 미국의 주요 자본가들의 목록이오.”
“······.”
“슬슬 적령기가 차고 있으니 그대의 누님들도 혼인해야 하지 않겠소?”
살짝 당황해하는 알렉세이를 보며, 나는 이 결정이 모두 알렉세이의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대의 누님들은 현재 결혼적령기지. 시기를 놓치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르오.”
“그, 그렇습니까?”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금 알렉세이에게 충고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내 한가지 조언하자면, 사람은 만나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랑 취향이 비슷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으니까.”
시간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목록에 적혀 있는 사람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누려면 지금부터 사람들과 만나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누, 누님들과 상의하고 다시금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하시오. 웬만하면 빨리 답변해 주고.”
“예.”
진짜로 알렉세이의 네 누나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에델이 공주들을 너무 경계하고 있기에, 얼른 그녀들을 시집보내고 싶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은근히 눈치를 주며, 집안 분위기를 가끔 얼어붙게 만드니까.’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말이다.
두 번 살고 있지만, 여자들은 가끔 이해가 안 된다.
이럴 때만큼은.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대부님.”
< 쪼개지는 아시아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