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9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94화(294/392)
< 압도적인 물량으로 (2) >
“유럽 원정군의 대략적인 규모가 확정되었단 말인가?”
“예, 전하.”
이상설이 들었다는 풍문은 헛소문이 아니었다.
“90만에서 100만 정도가 파견될 것이라고 합니다.”
휴즈는 뉴욕의 자본가들과는 다르게 전쟁을 오래 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전쟁을 오래 수행하면 수행할수록, 국내 여론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전사자가 늘수록 반전 여론은 거세지지.’
그렇기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하고자 했다.
단기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거다.
“더 증원할 수도 있으나, 일단은 그리 책정했답니다.”
“그렇군. 하긴, 머릿수가 많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예.”
통제되지 않은 군대만큼이나 위험한 군대는 없다.
백만을 운용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건국 이래 처음일 테니.
모자라면 더 뽑는다고 생각하고 일단은 이 정도까지만 징집하나 보네.
“흠.”
보고서를 휙휙 넘기다가, 나는 잠시 중간쯤에서 멈췄다.
“힐 모터스 측에 최대 생산능력을······ 그제 저녁, 육군장관이 직접 문의했다?”
“예. 기존에 생산되고 있는 건 트럭과 더불어 이번에 개발 중인 탱크의 생산 가능량까지 전부 조사해 갔습니다.”
최대치를 뽑아서, 새로 만들 기갑부대에 즉시 배치할 생각인가 보네.
역시 천조국이다.
돈이 많으니 화끈하네.
가격 협상은 스킵하고 생산 가능량부터 조사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아서, 새로운 탱크 같은 경우는 진창에서 고전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 점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십니다. 다 참작하고 구매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역시 화끈하다.
세상에 고객들이 다들 이런 고객만 있다면, 정말이지 ‘행복사’할 것 같은데 말이다.
“아, 그리고.”
“그리고?”
“전하께서 세우신 새크라멘토 팜(Sacramento Farm)과 리 그레인 컴퍼니(Lee Grain Company) 말입니다. 그곳에도 연방정부 인사들이 접촉한 모양입니다.”
눈이 동그래졌다.
그다음.
최현우의 입에서 보고받았던 숫자 때문이다.
“백만 톤? 이번 상반기에만, 밀과 옥수수 백만 톤가량을 유럽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중부 평원에서 생산되는 식량도 모자라서, 서부까지 싹싹 긁어모으려는 모양이네.
“예. 그렇습니다.”
백만 대군이라는 숫자 때문에, 아까도 살짝 놀라긴 했지만.
이번에 확인한 수치 역시도 깜짝 놀랄 만한 양이었다.
‘스케일이 다르네.’
대한합중국 내 빈민을 지원하겠다고 쌀 1000t을 사들여서 샌프란시스코 항에 보냈는데 말이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연해주로 식량을 계속 보냈긴 했지만, 그 양을 다 합친다고 하여도 오만 톤이 채 되지 않는데 말이다.
‘이게 개인과 국가의 차이인가?’
나는 미합중국의 가공할 만한 스케일에 다시 한번 놀라며 눈을 껌뻑였다.
“여기 적혀 있는 양은 미터법으로 계산한 단위인가?”
혹시 몰라서 최현우에게 물었다.
내가 단위를 잘못 계산했나 싶어서다.
“아닙니다. 야드 파운드법으로 계산되어 있습니다.”
대한합중국에서 사용하는 표준단위는 미터법이다.
하지만 내게 보고하는 자료에는 기존 야드 파운드법 단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나를 위한, 개인용 보고 자료를 따로 만들고 있단 말인데.
가끔 이 자료가 바뀌어 오기도 하기에, 다시금 확인해 보았다.
“흠.”
하긴.
톤 단위는 미터법이나 야드 파운드법이나 비슷하긴 하지.
엄밀히 따지면 살짝 다르다곤 하나.
어찌 되었든 엄청나게 큰 양이라고 하니, 대충 이해하고 다음 장으로 넘겼다.
“이것은 뭔가?”
뒤에 첨부된 보고서를 내가 흔들자, 최현우가 살짝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살짝 낮추었다.
“해군 차관이 따로 보내온 자료입니다.”
“그래?”
“예.”
작년에 만들어진 해군법 중에 일부를 정리해서 만든 것 같다.
새로 건조할 전함과 순양전함들.
수많은 스펙 중 어느 면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가, 내부 회의를 한 자료 같았다.
‘학교 시험지로 따지면······.’
채점답안을 손에 쥔 셈.
해군 차관인 짐 헤이머가 내가 이런 귀한 정보를 준 이유는 그가 나의 파벌이기 때문이다.
휴즈의 2기 집권 임기가 올 3월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는 이번 연도에 나의 입김으로 해군 차관 자리에 올랐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종의 보은 행위라고 보면 된다.
‘정치 자금 뿌린 것이 이제야 돌아오는 느낌이군.’
미국의 재벌들이 왜 그렇게 정치후원금을 이리저리 뿌리고 다니나, 21세기에는 고개를 갸웃하고 다녔는데 말이다.
내가 핵심 인물이 되고 나니 알겠네.
이건······.
농사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뜻.
‘때론 실패하기도 하지만.’
풍년이 오면 해당 농장에서 큰 이익을 얻듯, 사람 농사 역시 비슷했다.
휴즈도 그렇고.
이번에 취임한 해군 차관 역시 그랬다.
‘이번도 중요하지만.’
다음도 중요하다.
대한합중국의 독립이 아직 완벽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니.
나는 이 점을 다시금 회상하며 주먹을 꽉 쥐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 * *
1907년.
뉴욕에 금융위기가 강림했을 때, 미국의 최대 재벌이었던 JP모건은 자신의 서재로 뉴욕의 자본가들을 죄다 불러 모았다.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를 빠르게 타파하기 위해서다.
“자, 모두 참석하였으니, 슬슬 회의를 시작해 볼까요?”
그리고 거진 10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장소에서 미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업가들이 또다시 모였다.
그때를 기점으로 생겨난 사교 모임.
일명 7인회라고 불리는 회의가 JP모건 사후 이후, 처음으로 개회된 거다.
“아! 회의 시작에 앞서서 한 가지를 먼저 공지하고자 합니다.”
회의의 진행자는 이전의 관례대로, 모건 가의 가주가 맡았다.
대를 이어 모건 가의 주인이 된 모건 주니어가 발언권을 쥐고,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번 회의는 여태까지 열렸던 회의와는 조금 다릅니다.”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돌려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모건 주니어가 무슨 뜻으로 회의 초반에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됐다.
“회의 주제야 늘 달라지지만, 그동안 참석했던 구성원들은 항상 같았는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회의와 비교해 대표 발언자들의 평균 연령이 확 줄어든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
“다들 장례식에 참석하셨던 분들이니, 저희 부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모건 주니어가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부친을 회상하다가 이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속한 곳을 바라본 것이었다.
“지난 1월, 영국에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네이던 로스차일드 남작이 소천했다.
물론 그의 조카이자 양자였던 월터가 이전부터 그의 대리인으로 회의에 참석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일원이 되었기에, 이에 대한 소개 역시 이루어졌다.
“새롭게 로스차일드 가문의 가주가 된 남작이십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짝짝짝-
새로운 로스차일드 남작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일동이 손뼉을 쳤다.
“제2대 로스차일드 남작이 된 월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법 오만했던 전대 가주와는 다르게 월터는 겸손을 아는 남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대 가주가 남작 위를 처음 받았을 땐, 로스차일드 가문이 전 세계 부의 대다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미국이 성장하며, 그곳에서 주로 활동하던 모건과 록펠러 가문이 로스차일드 가문과 비견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난 스탠다드 오일의 강제 분할 과정에서, 로스차일드 영국 가문은 크나큰 손해를 겪게 되었다.
공매도로 ‘억’ 소리 나는 금액이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갔으니까.
그랬기에 로스차일드 가문의 미국 영향력은 최근 들어 심하게 축소되었다.
이런 배경은 살짝 신중했던 월터의 성격과 시너지를 내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제임스 힐 주니어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철도재벌 출신으로 7인회 출신 중 한 명이었던 제임스 힐.
그 또한 지난해 사망했다.
작년과 올해는 이상하게도 많은 자본가가 픽픽 쓰러지는 해였다.
구성원 7명 중 3명이 싹 갈린 상황.
록펠러 역시 은퇴했기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위원들은 이전부터 교류하고 지내 왔던 이들이었기에, 생각보다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흠흠.”
새 맴버의 공식 소개 때문에 손뼉을 열심히 쳐 댔는데 말이다.
우리는 다들 손뼉 치는 것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본래는 전원 참석해야지 회의가 시작하는데, 오늘은 7인회 구성원 중 한 명이 불참한 상황에서 회의가 개회되었기 때문이다.
“다들 참석하였는데, 와버그 은행장은 어디 갔습니까?”
제임스 힐 주니어가 자신의 옆에 있는 공석이 신경에 거슬리는지, 힐끗힐끗 쳐다보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이에 회의를 주최했던 모건 주니어가 손깍지를 끼며 답했다.
“와병 중이라 오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나 봅니다.”
아프다는 말은 거짓이다.
어제도 폴 와버그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여기 모인 이들이 전부 지켜보았으니까.
“아, 회의가 끝날 때쯤 와버그 은행장에 거취에 관한 논의를 좀 하고자 하는데, 다들 어떠십니까?”
“······.”
“······.”
폴 와버그가 이번 회의에 빠진 것은 그가 동맹국 측과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7인회는 협상국 쪽에 줄을 대기로 결정을 내린 상황.
오늘도 이에 관한 이야기를 주야장천 해야 하는데, 폴 와버그는 오스트리아 로스차일드 가문의 대리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해가 상충한다.
7인회 구성원들은 와버그에게 줄을 갈아타라고 제안했으나 와버그 측이 이를 거절했다.
그랬기에 임시로 이번 회의에 와버그를 뺐고, 그 이후의 행보에 관해 토론하고자 했다.
“반대 의견은 따로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럼 시간이 없으니 속히 회의를 개회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원이 세계대전 참전 안건을 내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고 합니다.”
주요 정보가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파병 사령관은 퍼싱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하더군요.”
“레너드 우드가 아니고요?”
“그자는 휴즈와 한때 대통령 자리를 놓고 싸우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휴즈가 유력 휴보는 아니었지만, 경선 과정에서 서로 토론하며 몇 번 얼굴을 붉힌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서로 앙금이 아직 남아 있을 텐데, 그자가 어찌 유럽 파병의 총사령관이 된단 말입니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다.
이미 내가 다 아는 이야기들뿐.
“징병과 신병 훈련이 마무리되는 대로 병사들을 서부 전선 쪽으로 합류시킨다고 합니다.”
“대략 이번 여름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병사들을 상륙시킬 것 같다더군요.”
“아, 네덜란드가 협상국 진영에 합류한다면 그쪽으로도 미군 병사들이 상륙할 수 있겠는데 말입니다.”
살짝 따분하여,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이 왕자님.”
“말하게. 듣고 있네.”
모건 주니어가 내게 물었다.
“네덜란드 왕가 측의 입장은 아직 그대로입니까?”
“그렇네. 안타깝게도 끝까지 중립을 지킨다고 하더군.”
미국이 먼로주의를 고수했듯.
네덜란드 역시도 중립주의를 전통적 외교관으로 삼았다.
사람도 그렇지만, 한 국가의 국가관은 보통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군요.”
“뭐 그래도 군수품은 협상국 쪽에만 납품하겠다고 하니, 동맹국 측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질 것이네.”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독일은 디폴트가 코앞입니다.”
“국채가 곧 휴지 조각이 될 텐데. 미치지 않은 이상 어느 장사꾼이 독일 놈들에게 물건을 팔겠습니까?”
네덜란드 왕실의 뜻이 그렇다는데, 왜 나를 보고 다들 목소리를 높일까?
괜히 불똥을 맞는 것 같아서, 이들이 관심을 보일 주제 하나를 던져 주었다.
“휴즈가 미 해군 전력을 대폭 끌어올릴 생각이라더군. 전함을 최소 10척, 순양전함 역시 최소 5척 이상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하네.”
“······!”
“······!”
잠시 침묵이 흐른 후.
7인회 구성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충 해군 쪽 전력 증강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숫자가 거론된 적은 처음인데 말입니다.”
“맞습니다. 철강과 조선업은 그야말로 대호황이겠네요.”
“모건 대표. 축하드립니다. US 스틸이 다시금 날개를 달고 저 높은 곳까지 훨훨 날아오르겠군요.”
다들 이미 철강 쪽과 조선업 쪽에 대거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서로서로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 모건 주니어가 내게 물었다.
“이 왕자님께서도 철강회사와 조선 회사를 소유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주 작은 회사를 하나 가지고 있긴 하네. US 스틸이나 베들레헴 철강에 비하면 코딱지만 한 규모일세.”
나는 해군 차관에게서 전달받은 자료를 이들에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번 해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전쟁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더군.”
“이번 해를 넘기지 않는다······.”
“우리들의 좋은 날도 올해까지라는 뜻이로군요.”
“글쎄. 전쟁이 뭐 이거 하나뿐이겠는가?”
맴버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일은 모르는 법.
계획대로 전쟁이 빠르게 안 끝날 수도 있고.
이후에도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다들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이번 일로 돈 좀 한껏 당기자는 표정을 지어 댔다.
나는 회의에 참석한 새로운 이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 압도적인 물량으로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