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9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98화(298/392)
< 미군보다 더 무서운 적 (4) >
이른 아침부터 집안이 소란스럽다.
거실 한편에 설치되어 있던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울려 댔기 때문이다.
“최 비서실장.”
나는 살짝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아래층으로 급히 내려갔다.
며칠 동안.
간절하게 기다리던 상대가 있어서였다.
“워싱턴에서 온 전화인가? 그게 아니라면, 너무 오랫동안 통화하지는 말게.”
“······.”
전화를 받는 최현우 곁으로 다가가서도 계속해서 눈치를 주었다.
시계까지 가리키며 재차 길게 통화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이에 최현우는 수화기 마이크 쪽 구멍을 꾹 막은 후에 내게 작게 고했다.
“······전하, 해당 전화는 백악관에서 걸려 온 전화입니다.”
“백악관?”
“예.”
나는 급히 품 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휴즈의 안위부터 묻기 위해서다.
-현재, 휴즈의 상태가 어떤지 그것부터 알아내게.
최현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린 후, 전화 통화를 다시금 재개했다.
한참 수화기를 들고 있던 최현우는 다시금 마이크 쪽 구멍을 꾹 막은 후에, 지금까지 통화했던 내용을 내게 간략하게 요약했다.
“다행히도 하늘이 도왔는지, 위기는 넘겼다고 합니다.”
“오오, 그래?”
“예. 이제는 대화가 가능한 정도까지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다 합니다.”
“통화도 할 수 있다던가?”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최현우가 막고 있던 스피커 쪽 구멍을 다시금 연 후에 백악관 비서실과 대화를 재개했다.
“전하. 연결되었습니다.”
“그래. 이리 주게.”
휴즈 쪽도 나와 통화를 하고 싶었는지 바로 연결이 된다.
나는 한껏 밝은 표정을 지어 대며 전화기를 넘겨 받았다.
“대통령님. 이강입니다.”
『쿨럭쿨럭- 휴즈입니다.』
다행이다.
휴즈가 살아 있다.
그동안 들이부었던 온갖 노력과 엄청난 시간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는지 알았는데 말이다.
“아이고. 목소리가 많이 쉬셨군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쿨럭쿨럭- 괜찮습니다.』
그동안 많이 고생한 모양인지, 휴즈는 평소와는 다르게 목소리에 힘이 많이 없어 보였다.
“진짜로 괜찮으십니까?”
『예. 그제만 해도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라서,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는데 말입니다. 이젠 진짜로 많이 몸이 좋아졌습니다.』
미열이 살짝 있긴 했지만.
37도까지 체열이 내려갔다고 한다.
다행이다.
이번 독감은 여러 증상 중 고열이 가장 위험하다.
이것이 잡혔다면 위기는 반쯤 넘겼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증상을 나 또한 일주일 전에 앓았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한고비를 넘긴 휴즈에게 위로를 해댔다.
“그렇습니까? 다행이로군요.”
『후- 뭔 놈의 독감이 이리도 독한지······ 잘못했으면 하나님과 독대를 할 뻔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말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고된 일이다.
막중한 업무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자리.
더욱이 암살 위험도 늘 도사린다.
그래서일까?
19세기까지만 해도 대통령 자리에 있다가 서거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휴즈 역시도 그리될 뻔했다며 연신 신의 이름을 언급했다.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한 거다.
“다른 가족분들은 괜찮으십니까?”
『예예. 다행히도 제 부인과 자식놈들은 생생합니다. 다만······.』
“다만?”
『파디 부통령은 아직도 고열을 앓고 있습니다. 의사의 보고로는 많이 위험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런······.”
지난 나흘 동안 휴즈의 안위를 걱정하며, 워싱턴이 어떻게 돌아가나 이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정보요원들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많은 양의 정보를 취합할 수는 없었지만.
맨 처음으로 나와 인연을 맺었던 전직 캘리포니아 주지사 파디의 건강이 별로라는 사실은 알아냈는데 말이다.
‘생각보다 더 안 좋나 보네.’
하딩, 후버와 함께
차기 대선 후보로 생각하고 있던 이가 바로 파디였는데 말이다.
‘훌훌 털고 쾌차했으면 좋겠다.’
파디는 후버,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함께 친한파 미국 정치인 중 하나였다.
그가 사망한다면 크나큰 원군을 잃는 셈이었기에,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파디를 응원했다.
“큰 병을 앓고 나니,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더군요.”
“무슨 뜻입니까?”
휴즈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시간은 짧고, 해야 할 일은 많다는 것? 이를 다시금 깨우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아아······.”
“그간, 남의 눈치를 보느라 공약했던 일을 계속하여 미뤄 두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더는 미루면 안 될 듯합니다.”
휴즈는 여당 내에서도 소수의 파벌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임 시어도어의 눈치를 보느라 제 일을 제대로 못 했었는데 말이다.
‘임기 초에, 휴즈가 이러한 대통령 승계 순위를 확실하게 법률화하고 싶어 했는데.’
현 승계 방식은 1886년도에 입법된 대통령 승계법을 기초로 한다.
대통령이 서거하면, 관례대로 부통령이 이를 이어받았는데.
문제는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가 동시에 사망하게 된다면, 그다음 후계순위가 굉장히 모호해진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다시금 이 문제가 불거졌나 보군.’
법조인답게.
해당 법령을 정비하려다가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멈추게 되었는데.
다시금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니, 초반 자신의 공약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 같다.
나는 휴즈의 초심 찾기를 지지해 주며 그에게 계속하여 우군이 되어 주겠다고 그를 위로했다.
“아, 서부의 시민들도 이번 독감으로 고생하고 있다지요?”
“예. 많은 이들이 이번 독감으로 고생을 하고 있답니다. 동부는 좀 어떻습니까?”
“동부 또한 서부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노약자들이 이번에 많이 사망하였습니다.”
휴즈는 한숨을 푹 쉬고는 다음 말을 내뱉었다.
“보고 받은 바로 북동부 쪽 일부 해안 도시들은 태반 이상이 이번 독감 때문에 난리라고 하더라고요.”
“저런······.”
“이 때문에 유럽 원정군의 파병 일자도 살짝 미뤄지게 생겼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에는 나쁜 소식이겠지만, 본래 정치인은 자국의 이익을 최대로 추구해야 한다.
돌림병이 미국 전역을 휘젓고 있다.
이런 안 좋은 시기에, 대책 없이 유럽으로 미국의 청년들을 파병했다가 타지에서 개죽음당해 봐라.
누가 책임지겠나?
당연하게도 비난의 화살은 휴즈에게로 돌아갈 거다.
그렇기에 휴즈는 파병 일자를 살짝 늦추려고 했다.
“그렇겠죠. 시민들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신병 훈련소가 가장 많은 타격을 입었으니까요.”
나는 휴즈와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주장에 동의했다.
“예예. 그렇습니다. 아아, 이왕이시여. 제가 오늘 전화한 이유는 한 가지를 내 오랜 벗에게 부탁드리기 위함입니다.”
“부탁이라면? 정확히 무엇을 부탁하시고자 합니까?”
휴즈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제약회사 몇 곳을 언급했다.
“창고에 해열제를 가득 쌓아 두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말입니다.”
“진통제긴 하지만 해열도 되니, 뭐 해열제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유럽으로 보낼 군수품 중 하나로 이것들을 잔뜩 보관하고 있긴 합니다.”
스페인 독감을 대비하여 지난해부터 의약품들을 쟁여 놓았다.
전쟁은 막을 순 없지만.
돌림병으로 희생되는 이들을 구할 수는 있기에, 미리미리 해당 치료제들을 대량 생산하여 보관했던 거다.
“보고 받기로, 이번 유행성 감기의 주요 증상으로 고열이 언급되더라고요.”
“예.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미국 국민을 위해 이를 빠르게 국내에 풀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역시나.
정치인답게 자국부터 챙긴다.
‘미국보다는 유럽이 더 위험할 텐데.’
미국은 지난 2년 동안 전쟁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축복받은 대지와 기후 덕분에 식량은 늘 풍족했는데 그 때문에 거지도 굶고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럽은 달랐다.
특히나 동맹국 진영은 영국의 해상봉쇄 때문에 독일 국민은 순무로 하루를 나고 있다 한다.
“혹시 이것들을 내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모든 병의 메커니즘은 같다.
몸이 약하면 결국 바이러스에게 지게 되는 것이 이 세계 순리.
‘청년들이 스페인 독감에 많이 희생되었던 것은 영양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이야.’
더러운 참호전 환경과 막장으로 치달은 두 진영의 보급 때문에.
양쪽 군인들이 이 병에 많이 희생되지 않았던가?
“······.”
“······.”
그래서일까?
휴즈의 물음에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내 입에서 나올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잠시 이로 인한 나비효과 때문에 고민한 거다.
“물론입니다. 수출하려던 물량 전체를 미국 곳곳에 풀도록 하겠습니다.”
거절할 수 없었다.
미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예. 투약 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를 면책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 정도야, 보장해 드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더불어?”
“기존 대한합중국 쪽으로 수출하려던 물량은 따로 터치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로 퍼진다.
대한제국과 대한합중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말.
“아······ 그 점 또한 보장하겠습니다.”
다행히도 휴즈는 이를 약조해 주었다.
나 역시도 한 나라의 정치인이 되었기에, 이 점만큼은 양보하지 못했는데.
이를 알아준 거다.
* * *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9월이 되었다.
“돌격! 돌격하라!”
독일군은 지난여름 동안 있는 전력, 없는 전략을 짜내어 총공세를 펼쳤다.
미국의 본대가 도착하기 전에, 이번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다.
“사령관님.”
“그래.”
“멕시코에서 온 서신입니다.”
“미국이 다시금 파병 일자를 늦췄다고?”
“예. 그렇다고 합니다.”
8월로 예정되어 있던 미국 본대의 원정군 유럽 파병은 8월에서 9월로, 다시금 10월이나 11월로 미루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원정군이 유럽에 하나도 안 온 것은 아니다.
6월부터 찔끔찔끔.
선발대를 보내면서 서부전선에서 프랑스-영국군과 합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상륙 작전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걸리나 봅니다.”
많은 유럽인은 미국을 아직도 영국의 옛 식민지.
그러니까 이류 국가로 보았다.
미국인들도 아직은 자신들을 그리 생각하고 있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인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루덴도르프는 살짝 어수선하고 아마추어 같은 미군의 상륙 작전에 코웃음 쳤다.
“해를 넘길지도 모르겠군.”
“예. 대규모 부대 운영은 그쪽도 처음일 테니까요.”
루덴도르프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마지막 남은 희망을 불씨를 지폈다.
“잘하면, 그들이 오기 전에 파리를 함락시킬 수 있겠어.”
1917년부터 시작된 총공세는 독일군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
철조망이 사방에 깔려 있고, 지뢰들이 곳곳에 매설된 참호전에서는 공격 측이 수비 측보다 더 큰 손실을 본다.
하지만 그런데도 독일군은 총공세를 이어 갔다.
그 결과.
프랑스의 수도, 파리까지 독일군은 단 5km도 남기지 않은 상황이다.
진짜로 전투 한 번만 잘 치러 내어서 승리를 거둔다면, 파리 입성의 꿈이 실현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게.”
“예.”
쿨럭쿨럭-
루덴도르프에게 보고하던 한스 대령이 입을 막고 기침을 해 댔다.
이에 루덴도르프는 살짝 짜증 나는 표정을 지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네. 그만 돌아가네.”
이놈이나 저놈이나.
약해 빠졌다.
파리 함락이 코앞인데 감기나 걸리고.
다음날.
루덴도르프는 자신의 숙소를 빠져나와서 지휘부로 향했다.
쿨럭쿨럭-
쿨럭쿨럭-
그런데 어째 기침을 해 대는 지휘관들의 숫자가 더 늘어난 것 같다.
눈에 띄게 많아졌기에, 루덴도르프는 지금 다들 꾀병을 부리고 있나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수하들을 노려보았다.
“자네. 평소 몸 관리를 어떻게 했는가?”
“죄, 죄송합니다. 쿨럭쿨럭.”
그렇게 독일군에게.
조금씩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물론.
협상국 진지에도 해당 역병은 조금씩 퍼져 나가고 있었다.
바이러스는 피아를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미군보다 더 무서운 적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