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9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99화(299/392)
< 엔드 게임 (1) >
프랑스 동북부 해안에 있는 칼레를 기점으로, 스페인 독감은 유럽인들을 하나둘씩 감염시켜 나갔다.
콜록콜록-
콜록콜록-
시간이 조금 흘러 10월이 다 되었을 때, 이 역병은 서부전선은 물론이고 동유럽까지 퍼지게 되었는데.
이는 21세기 코로나 확산 속도보다도 더 빠른 속도였다.
“콜록콜록, 콜록콜록. 읔, 숨이 안 쉬어져.”
교통수단이 현대보다도 덜 발달하였는데도 왜 이리된 것일까?
정답은 하나다.
전염성이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
“콜록콜록, 콜록콜록. 분대장님.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손이, 손이 안 쥐어집니다.”
그래서일까?
스페인 독감은 손을 틈도 없이 파리부터 모스크바까지, 전 유럽 시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갔다.
가뜩이나 영양 상태도 안 좋은데.
병까지 걸리게 되니.
평소 참호 속에서 잔병을 치렀던 많은 병사가 세상을 떠나기 시작했다.
싸울 병사들이 없어지는 상황.
당연하게도 파리 인근까지 밀리던 전선은 빠르게 움직임이 멈추었다.
“염병할 이놈의 기침은 언제쯤 그치려나.”
다행히도 이제 막 도착한 미군과 대한합중국 원정군은 이러한 대참사에서 예외였다.
식량은 물론이고 의약품까지.
보급을 넉넉하게 받고 있으니까.
더욱이 위생에 신경을 쓰라는 특별 지시가 상부에서 올라왔기에, 대한합중국 병사들은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며.
자기 전에는 손까지 꼬박꼬박 씻고 있었다.
“이곳에 오는 게 실수였나?”
박용만은 지난해 훈춘 회의를 끝으로 자신의 진로를 다시금 재정립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 이승만이나 안창호와는 다르게, 군 쪽으로 튼 것인데.
이는 향후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내정 분야는 영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초대 샌프란시스코 비행학교 교장 경력을 이강에게 어필하였고.
끝끝내 유럽 원정군 장교로서 한 자리를 쟁취해 냈다.
현재는 유럽의 역병이 시작된 프랑스 칼레 인근에서 대한합중국의 비행여단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는 지금 살짝 후회 중이다.
군 생활이 생각보다 고달팠기 때문이다.
“박 사령관님. 안에 계십니까?”
박용만의 막사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용만의 부관이었던 이상엽.
그가 조심스레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박용만과 시선을 교환한 거다.
“이 대위. 무슨 일인가?”
“파리에 머무시고 계셨던 김 특별위원님 말입니다. 막 부대에 도착하셨는데 말입니다.”
“오! 우사(김규식)가?”
김규식은 안창호, 이승만과 함께 미국에서 박용만과 함께 지냈던 동지였다.
다른 이들은 다들 훈춘 회의에 참석하느라 특별 위원직을 죄다 반납하였지만, 그는 계속하여 파리 위원직을 수행하였고.
지금은 파리주재 대한 합중국 대사관에서 초대 대사를 역임하는 중이었다.
기쁜 마음에 그의 호를 대놓고 언급하며 미소를 짓다가, 자신 앞에 있는 부관이 신경 쓰였는지 다시금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헛기침을 해 댔다.
“흠흠, 이곳으로 들라 하게.”
“예.”
계속하여 교류했지만, 두 사람은 근래 통 만나지 못했다.
잘못하고 한쪽을 초대했다가 요새 유행하고 있는 병이라도 상대에게 옮긴다면?
그야말로 낭패.
그렇기에 최대한 조심한 것인데.
이번에 둘 다 독감에 걸리게 된 후 이를 훌훌 털어 내었기에, 오랜만에 다시금 재회하게 되었다.
“아이고, 김 특별위원.”
“우성(박용만 호).”
박용만과 김규식.
둘은 서로의 손을 덥석 잡으며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그래. 몸은 좀 어떤가?”
“뭐, 그냥 그러네.”
“아직도 아픈가?”
“다른 곳은 모르겠고, 가슴 쪽이 종종 따끔해서 말이야.”
일부 독한 병은 후유증을 남긴다.
김규식 또한 이러한 후유증을 앓고 있기에, 연신 쓰라린 제 가슴을 만져댔다.
“하하.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지, 계집애처럼 뒤끝을 보이는가?”
“또 또, 그놈의 입.”
김규식이 살짝 눈을 흘기며 박용만에게 반걸음 떨어졌다.
“군대 물 좀 먹더니, 그새 허세가 많이 늘었나 보이. 안 하던 센 척도 이젠 내 앞에서 부리는 것을 보면 말이야.”
박용만은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김규식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막사 한편에 자리한 소파로 그를 안내했다.
“진짜로 다 나았나 보군. 이리 까칠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
김규식은 자리에 앉은 후, 박용만의 부관이 가져다준 국화차를 한 모금 홀짝였다.
날이 슬슬 선선해지고 있었기에, 차가운 차보다는 따뜻한 차를 주문했는데.
“흠.”
국화 향이 제대로 우러나왔는지, 그의 코끝을 제법 많이 간지럽혔다.
“그나저나 자네는 좀 어떤가? 지난주까지 독일 독감을 앓았다는 것치고는 제법 멀쩡해 보이는데 말이야.”
나라들마다 이번에 유행하는 독감을 다르게 칭한다.
프랑스와 영국은 ‘독일 독감’이라 부르며, 이탈리아는 지금 한창 싸우고 있는 ‘오스트리아’ 국명을 독감 앞에 두었다.
반대로 독일은 ‘칼레 독감’이라고 언론에서 연신 보도 중이며, 오스트리아 역시 ‘베네치아 독감’이라고 언급하곤 했다.
오스만과 러시아 역시 서로서로 타국의 명칭을 독감 앞에 붙이며, 지긋지긋한 유행병을 서로 상대 탓으로 돌렸다.
흡사 신대륙에서 발원한 매독이 구대륙으로 번졌을 때와도 같은 상황이다.
이때도 각국의 시민들은 서로서로 싫어하는 나라를 병명 앞에 부치며 매독 증상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기겁하며 해당국의 이웃들을 힐난했다.
수백 년 전 일이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다시금 전 세계에 일어난 것인데.
대한합중국 국적이었던 김규식과 박용만으로서는 상대편에 있는 독일이 개중에는 가장 미웠기에, 현재 영국과 프랑스인처럼 독일 독감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나야 원체 튼튼해서 끄떡없다네. 다만······.”
“다만?”
“내 밑에 있는 이들이 문제지.”
“밑에 있는 이들이 왜?”
박용만은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어 대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벌써 일곱이나 유명을 달리했네.”
“이, 일곱이나?”
박용만이 맡고 있었던 제1 비행여단은 제2 비행여단과 다르게 전투 부대가 아니었다.
협상국의 조종사들을 훈련하기 위해 파병된 부대인데.
이곳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말에 김규식은 제법 많이 놀란 표정을 지어 댔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 비행여단은 최전선에서 제법 떨어져 있다던데?”
“자네도 알다시피 이곳에 주둔 중인 이들도 전쟁을 수행하러 온 이들이네. 칼레 인근에 주둔 중인 저격여단 병사들만큼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죽음의 위험 속에서 복무하고 있다네.”
박용만은 어느 부대에 배치되었든, 이곳에 복무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먼저 언급하며.
병사들의 사망 원인을 자세히 풀어 설명했다.
“돌림병도 문제지만, 훈련 중에 실수가 생기면 끝이라서. 더욱이 최근에는 잦은 훈련으로 다들 체력이 바닥난 모양일세.”
“저런.”
훈련 중에 발생했던 일을 박용만이 거론하며, 그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후- 내 무리하지 말라고 그리 일렀는데도, 다들 병까지 숨기고 협상국 병사들에게 비행 훈련을 가르치고 있나 보이.”
“······.”
“미련한 것들······ 쉬엄쉬엄 일하지. 나 참.”
김규식은 살짝 풀이 죽은 박용만을 위로하며, 지금 제1 비행여단이 협상국 일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조종술에 관해 물었다.
“우성, 그런데 말이야. 지금 그들이 전해 주고 있는 급강하 비행 훈련. 기존 조종술과는 다른가?”
박용만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비행 모형을 냅다 집고는 그 원리에 관해 짧게 서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김규식을 향해 이 조종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신형 폭격기인 위도우 메이커를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급강하 조종술이 필수네. 참호에 몸을 숨기고 있는 적들을 정밀타격하기 위해서는 꼭 이를 배워야 하네.”
“그, 그래?”
“그럼. 더불어 대공포를 피하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익혀야 하네. 하지만 협상국 조종사 중 태반이 아직도 이를 익히지 못했네. 덕분에 신형 폭격기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낭비되고 있지.”
김규식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나 참, 그렇다고 훈련을 무작정 미룰 수도 없고.”
“그러게······.”
둘은 답이 없다는 표정을 살짝 지어 댔다.
“······.”
“······.”
한참을 침묵하다가 김규식이 먼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런 헌신 덕분에 협상국 내에서 우리 군의 위상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파병 초반만 해도 그래. 다들 마늘 냄새나는 원숭이들이라고 우리를 비하하며, 매일같이 우리를 조롱했네.”
“그렇지. 동물원에 갇힌 유인원 취급을 했었지.”
이강이야 왕족이기에 인종차별을 덜 당했다지만.
이곳에 파병된 이들은 완전한 동양인이다.
20세기.
유럽은 인종차별이 만연하였기에, 자신들을 도와주러 온 고마운 은인들에게도 은연중에 인종차별을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네.”
“동의하네. 적어도 우리 실력을 눈으로 직접 본 자들이라면, 우리를 이전처럼 함부로 대하지는 않지.”
“그래.”
하지만 서로서로 목숨을 구해 주고.
피 튀기는 전장 속에서 전우애를 쌓으며 분위기가 서서히 반전되고 있다.
이는 농땡이를 까는 일본군과는 다르게, 대한합중국이 1차 세계대전에서 헌신적으로 협상국 편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모두가 자네의 분투 덕분이네.”
“무슨 소리.”
박용만은 막사 밖을 가리키며 다른 이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여기에서 복무하고 있는 이들 덕분일세.”
김규식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박용만의 말에 한 가지를 덧붙였다.
“그렇지. 더불어 전사한 이들 덕분이기도 하지.”
“그래.”
박용만은 살짝 묵념하며, 죽은 부하들을 다시금 추모했다.
이후에 그는 이곳에 복무하고 있는 다른 협상국 병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살짝 몸을 떨었다.
“그나저나 협상국 병사들도 대단한 것 같네.”
“그치들은 왜?”
“그러게. 겨우 반년 밖에 있지 않았지만, 나는 벌써 고향이 생각나는데. 저놈들은 꿋꿋이 복무하고 있더라고.”
“하긴. 격하게 동의하네. 나야 파리에서 안락하게 지내고 있다지만, 저들은 이 지옥 속에서 삼 년이나 버티지 않았던가?”
박용만은 화가 난 표정을 지어 대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였다면 죽창을 들고 일어났을 것인데 말이야.”
김규식은 의료 막사에서 치료받던 영국인 병사 한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댔다.
“으아, 전쟁이 하루빨리 끝났으면 좋겠군.”
“그래. 동의하네.”
박용만이 팔짱을 끼며 코에서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서 다들 제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군. 지금 전장에 있는 이들. 다들 죽지 못해서 저곳에 얽매여 있지 않던가?”
“그래그래. 다 못난 위정자들 때문일세. 전쟁을 게임으로 한낱 병정놀이로 착각한 놈들 때문에, 이리 많은 수의 청년이 희생된 것이겠지.”
박용만은 격하게 동의했는지 주먹을 꽉 쥐며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도했다.
“아, 이번에 미국에서 탱크라는 기물이 온다고 하더군.”
“전에도 게임체인저네, 뭐네 하며 고철 덩어리들을 들여오지 않았었나?”
김규식의 부정적인 반응에 박용만이 손사래를 쳤다.
“이번에는 다른 모양이네.”
“······.”
“연구원들이 작정하고 신제품을 만든 것 같더라고.”
“그래?”
“그럼. 전하께도 이를 보고했다고 하니, 한번 믿어 보세나. 미군이 이를 대량 구매하여 차후에도 운용한다고 하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일세.”
“오오!”
좋은 소식이라.
김규식과 박용만은 기도하며 이번에 들여오는 게임체인저가 전장에서 활약하기만을 기대했다.
그래야만 한시라도 빠르게 전쟁이 끝나기 때문이다.
* * *
“전하.”
전보가 왔다.
서부전선 상황을 주로 보고하던 익문사 서유럽팀이 보낸 것 같다.
“동맹국 쪽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단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11월.
예정대로 미군이 유럽에 상륙했다.
생생한 그들이 전장에 투입되니, 전세가 확확 변한다.
더욱이 한층 더 개선된 탱크들이 철조망이 쳐져 있는 참호를 뚫으니.
오스만, 오스트리아군은 물론이고.
파리 코앞까지 다가왔던 독일군들도 슬슬 후퇴하기 시작했다.
‘약한 고리부터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하는군.’
< 엔드 게임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