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0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03화(303/392)
< 파트 2 (3) >
1914년 8월부터 약 3년간 이어져 온 세계대전은, 독일군의 항복으로 완전히 종결되었다.
“어머니!”
“마, 마크? 마크니?”
“예.”
“아이고, 내 새끼. 드디어 돌아왔구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간 참호 안에서 자신의 발이 썩어 가는 것도 몰랐던 유럽의 청년들.
이번 겨울을 기점으로 모두 그리웠던 그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붓하게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거다.
“흑흑.”
“울지 마오. 진과 제이슨 모두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
“우리에겐 그나마 잭슨이 있지 않소?”
“그래도요.”
“윌슨네를 생각해 보오. 듣자 하니 전장으로 떠났던 삼 형제 모두가 죽었다 하지 않소?”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당수 청년은 그들의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협상국 측, 650만.
동맹국 측, 450만.
통합 1,100만 명이나 되는 청년들이 꽃다운 나이에 전장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거다.
『12월 현재 전황, 사망자 수 284명, 부상자 수 501명.』
원 역사대로 흘러갔으면 그저 남의 이야기라고 흘려들을 수 있겠다.
제2차 세계대전과 다르게 제1차 세계대전에서 한인들의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하지만 대한합중국이 건국하고.
유럽으로 대규모 군대가 파병하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쟁은 끝났지만, 사상자가 계속하여 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총탄에 직접적으로 사망한 이들은 오십여 명이 채 안 된다.
대한합중국 병사들은 프랑스군이나 영국군 병사들과는 다르게 최전방에 많이 배치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번 초가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독일 독감 때문에 파병된 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최대한 조심하고 예방한다고 노력했으나.
유럽에 상륙한 스페인 독감은 미국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이 더 높았고.
계속하여 변이를 일으키는 바람에 한 번 걸렸던 병사들이 재차 병을 앓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보다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고, 예상보다 더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고(故) 이정복 병장의 부모님께.』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더하여 그들을 이 지옥 같은 전장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서.
나는 이들의 죽음에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랬기에 나는 ‘누구’처럼 이를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책임지려고 했다.
“전하. 시간이 많이 흘렀사옵니다······ 내일 아침에 마저 작성하시지요.”
나는 사망한 병사들의 전사자 사망통지서를 직접 작성하고 있었다.
사망한 284명의 장병.
그들의 사망통지서와 유족들을 향한 사과문을 하나하나 일일이 쓰고 있었던 거다.
“벌써 새벽 2시인가?”
“예.”
독일 독감의 기세가 한풀 꺾여서 요새는 사망자의 수가 좀처럼 늘어나고 있지 않으나······.
전사자의 수가 차곡차곡 증가함에 따라 심적인 부담감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이에.
요즘에는 사망통지서를 작성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늘도.
이리 새벽을 훌쩍 넘길 때까지 완성하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흠. 알겠네. 아, 침실로 향하기 전에······ 내가 지시해 두었던 사항은 잘 논의되고 있다던가?”
달랑 편지 하나의 사과로 끝내진 않을 생각이다.
사망한 유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안을 제시하고 싶다.
“예. 워싱턴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연해주나 훈춘 인근에 이번 전사자들을 기리는 호국원을 조만간 연방정부 차원에서 개설한다고 합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호국 선열들을 기리고, 이를 존중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21세기 미국처럼.
“그래. 그리하도록 하게.”
“예.”
왜냐고?
그야 돈은 남아도니까.
연방정부가 공식적으로 세워지고, 관련 업무가 그쪽으로 모두 이관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예산이 모자란다면 대한합중국 보훈처를 왕실 직속으로 배정하면 되니까.
내가 직접 예산을 계속하여 지원할 생각이기에, 가진 돈이 다 떨어지지 않은 한은 금전적인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말.
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보상금과 다르게 전사자들이나 유족들을 대우하는 문화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질 않는다.
‘건국 초반부터 이 틀을 다잡아 놔야 해. 그래야, 혹시 모르는 반발 또한 덜 하지 않겠나?’
21세기.
재미교포 2세로 살아가며, 이점만큼은 내 부모님의 고국이었던 대한민국 또한 비슷해졌으면 했다.
그랬기에
나는 초장에 이를 먼저 실현하고자 했다.
* * *
“전하.”
워싱턴으로 떠났던 이승만이 돌아왔다.
나는 눈 내리는 뉴욕 별채에서 그에게 따뜻한 커피를 권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우남. 아니지. 이제는 이 외무대신이라고 불러야겠군.”
제헌의회의 임시내각 소속이긴 하지만, 이제는 엄연한 정부 관료.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이승만을 대우하며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축하하네. 그나저나 자네는 아직도 미국에 머무르고 있군.”
강화회의는 유럽에서 개최된다.
전쟁이 일어난 곳은 여기 미국이 속한 신대륙이 아닌, 구대륙이니까.
“왜 아직도 뉴욕에 있는 것인가? 유럽에서 곧 강화회의가 열릴 텐데 말이야.”
그렇기에 이승만에게 물었다.
계속하여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는 그의 속내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워싱턴의 의중을 좀 더 살피기 위함입니다.”
“워싱턴이라면······ 백악관?”
“예.”
이승만이 눈을 가늘게 뜨며, 현재 돌아가는 국제 정세를 언급했다.
“프랑스도, 영국도, 심지어 이탈리아도 모두 협상국의 일원입니다. 전쟁 중에는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 나갔으나······ 언제까지 그 방향이 같겠습니까?”
“그래서? 그대 생각에는, 아국과 끝까지 궤를 함께할 나라는 오직 미국뿐이다?”
“예.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는 것이지?”
“협상국 일원 모두는 다들 소련과 일본을 경계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요.”
이승만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자국의 내부 사정 때문일 수도 있겠고, 지정학적인 요인 탓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우리 대한합중국과 같은 방향을 보는 나라는 오직 미합중국입니다.”
정확하네.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유럽과 미국의 목표는 같았다.
하지만 세계대전이 끝나고, 공통의 적이었던 독일이 몰락하며, 이들의 관계가 조금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소련의 확장을 다들 경계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유럽 쪽으로 소비에트가 확장하는 것을 극히 경계한다.
반면 미국은 다르다.
적군이 태평양을 건너 미 서해안으로 진출할 수도 있기에.
어떻게든 적군 세력의 동진을 막아서, 혹시나 모르는 전선이 두 군데로 늘어나는 것을 사전에 막고자 했다.
“그래서 미국에 좀 더 머물며, 그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단 말인가?”
“예. 그렇나이다.”
이승만은 손가락 하나를 더 펴며 자신이 왜 미국에 아직 머무르는지, 추가 이유 또한 설명했다.
“더욱이 아직 강화회의 장소 또한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옵니다. 주요 협상국들의 개최지 후보지들이 다 다르지 않습니까?”
강화회의 개최지는 별거 아닌 듯 보이나, 이를 어디에서 하냐에 따라서 묘하게 달라진다.
‘아무래도 개최국 쪽에 힘이 더 실리기 마련이니까.’
그래서일까?
그동안 한편이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묘하게 개최지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프랑스는 파리에, 영국은 벨기에 브뤼셀을 밀고 있었던 거다.
“안 그래도 휴즈가 이 문제 때문에 내게 전화를 했었네만.”
이승만은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휴즈 대통령도, 그 문제로 상당히 골이 아픈가 봅니다.”
“그렇겠지. 어느 국가에 힘을 실어 주냐에 따라서 향후 협상 내용 또한 달라질 테니까.”
이승만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희미하게 떨며 내 집무실 한편에 걸려 있는 세계 전도를 바라보았다.
“전하시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나라면 강화회의 협상 장소는······.”
잠시 한번 뜸을 들이다가 내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파리로 할 것일세.”
“어째서 파리로 회의 장소를 잡으신 것입니까?”
“아무래도 의미 있는 장소니까?”
동맹군의 총공세 속에서도 이를 지켜 내기도 했고.
‘더욱이 파리는 이전에 독일이 프랑스와 전쟁에서 승리한 후, 대관식까지 치렀던 곳이지.’
프랑스로서는 강화회의를 반드시 이곳에서 치르고 싶어 할 거다.
과거의 굴욕을 회상하며, 어떻게든 독일을 조각조각 찢어 놓으려고 하겠지.
“이번 전쟁에서 프랑스가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네. 패전국은 독일이지만, 사실 협상국 병사들은 독일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하고 그대로 전쟁이 끝나지 않았던가?”
독일 국민도.
프랑스 국민도.
모두 이 때문에 화가 나 있다.
‘프랑스 국민은 다 이겨 가는 상황에서 독일이 빠르게 항복했다는 것에 분노했지.’
이제 드디어 베를린을 불태우며 ‘드디어 복수 좀 하겠구나’ 하는 상황에서 급히 항복한 상황이다.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반대도 마찬가지.
우린 한 번도 진 적이 없는데, 막대한 배상금을 내야 하게 생겼으니.
히틀러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탄생한 것이겠지.
그러한 독일 국민의 감정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 바로 그 미대생 놈이다.
“하지만 파리로 결정된다면, 영국이 가만있겠습니까?”
나는 팔짱을 껴대며 이승만을 바라보았다.
“영국은 생각보다 쉽게 달랠 수 있을 것이네. 당근 하나면 족하네.”
“어떤 당근으로 말입니까?”
“저기, 소비에트가 아직 버젓이 살아 있지 않던가?”
나는 동유럽 쪽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세계대전은 끝났다지만······ 아직 유럽에서 전쟁이 완전히 끝이 난 것은 아닐세. 협상국 전원이 영국과 함께 러시아 흑백, 아니지 적백 내전에 개입할 것을 약조한다면야······ 어느 정도 영국의 화를 누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만.”
소비에트는 공산주의 국가다.
계급을 철저하게 부정한다는 말.
왕정 사회였던 영국과는 상극과도 같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독일과의 전쟁이 끝났으니, 슬슬 소비에트가 고까워질 거다.’
기존 정치체계를 고수하고 싶은 영국의 지도층들로서는 적군 무리가 어쩌면 독일 놈들보다도 더 보기 싫을 거다.
‘더욱이, 그놈들 때문에 러시아가 독일과 단독 강화를 맺게 되었으니······.’
한번 혼쭐을 내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전쟁에서의 승리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 거품 같은 지지율이 훅 꺼져 버리기 전에, 협상국의 지도층들은 기세를 몰아서 적군을 완전히 소탕하고 싶을 거다.
그랬기에.
나는 그들의 숨은 욕망을 자극해 보기로 생각했다.
‘어차피 미국 또한 소비에트에 극렬히 경계 중이니까. 그들 역시도 백군 지원에 반대하지는 않을 거다.’
내가 살짝 조언하자, 이승만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역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방도가 있었군요.”
“자네 역시도 그리 생각했으면서······ 새삼스럽게 처음 듣는 것처럼 행동하는군.”
이승만이 머리를 긁적였다.
의도된 표정을 하며 살짝 어리숙한 행동을 내게 보였는데.
이는 내 앞에서 이런 행동함으로써 나의 경계심을 한층 내리려는 그의 계산된 행동인 것 같았다.
“아무튼, 강화협상 전초전은 그쯤에서 끝내면 될 것이네. 본 협상에서는 더욱더 치열하게 밥그릇 싸움을 해 댈 테니까, 괜히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었다가 봉변이나 당하지 말게나.”
“예.”
“이번 강화회의에서 우리의 협상 목표는 크게 둘일세. 그것만 생각하게.”
곧 있으면 싹 바뀔 세계전도.
이번 강화협상으로 국경이 상당히 많이 변할 세계 전도를 이승만이 다시 한번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하나는 민족자결주의를 최대한 강조하는 것이겠군요.”
“그래.”
“나머지 하나는······.”
“새로운 잠재 적을 그들에게 인식시키는 거지. 단독으로 강화를 한 소비에트 진영, 나아가 전쟁에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본 놈들의 이중적 행동을 협상국 회의에서 부각해야 하네. 그래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일세.”
< 파트 2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