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0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05화(305/392)
< 파리강화회의 (2) >
제법 흥미로운 조항이라······.
아, 그래.
이것들이 적혀 있네!
『승전국들의 지속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국제연맹’이라는 국제기구를 내년 초에 창설한다.』
국제연맹은 UN이라고 불리는 국제연합의 전신이다.
예나 지금이나 별 비중이 없어 보이지만.
단체 성명을 내고 불량 국가를 비토할 수 있는, 몇 없는 국제단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에 세워질 국제연맹은 21세기 국제연합보다도 더 힘이 없는 단체기에, 이것 하나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상임이사국 후보국에······.’
앞에는 무시하자.
이다음이 중요하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딱 네 나라만 올라와 있네.’
예전 같았으면 ‘일본’도 포함되었겠지만, 협상국 핵심들에 단단히 찍힌 모양인지, 이번 안에는 초안부터 아예 빠져 있었다.
『협상국에 속한 국가들은 국제사회에 일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국가이다. 따라서 그들은 국제연맹에 가입할 자격이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자격 또한 충분하다.』
고개를 내려서 계속하여 세부 내용을 확인했다.
핵심은 그다음이니까.
‘협상국에 속한 국가들은 국제사회에 일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국가이다. 이게 핵심이지.’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 당했을 때, 무슨 명분으로 일본이 고종을 겁박했는가?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외교권을 대신 행사하겠다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대한합중국은 협상국 진영에 합류함으로써 이를 공식적으로 증명했다.’
그다음도 흥미롭다.
『모든 민족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가입국 간의 분쟁이 발생할 시, 의장국이나 상임이사 회원이 이를 중재할 수 있다.』
민족 자결권 또한 떡 하니 쓰여 있어서, 대한제국의 독립에 한층 더 힘을 실어 준다.
더욱이 가입국 간 분쟁 시, 회원국들이 이를 중재할 수 있다는 조항 또한 적어 두어, 구속력은 없지만 압박은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세계대전 중 일본이 불법으로 체결한 21개 조 요구는 불승인한다. 남양군도와 산둥반도는······ 해당국인 베이징 정부, 인접국인 대한합중국, 미합중국과의 상의를 통해 배분한다.』
더욱이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옛 독일의 아시아 식민지들.
그곳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인정치 않는다는 의사 또한 적혀져 있어서, 내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파리강화회의로 대한제국이 당장 독립하지는 않겠으나······.’
애초에 파리 강화회의는 패전국인 동맹국들의 옛 식민지와 영토를 승전국들이 나눈 후, 가져가는 협상이다.
대한제국의 독립 문제가 나올 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밑밥은 이렇게 깔 수 있지.’
내게 중요한 것은 그다음.
워싱턴 군축회의 때, 대한제국을 어떻게 독립시키고.
나아가 일본에 강점당한 삼남을 어떻게 해방시키냐겠지.
나는 이를 상기하며, 계속해서 내 손에 들고 있는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기쁘군.’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다.
나는 무표정한 표정을 계속 유지하며, 내가 빠트린 것이 있나 천천히 위에부터 다시금 정독해 나갔다.
“어떠십니까?”
“자네 말대로 재미난 조항이 몇 개 보이는군.”
“이를 추리는 과정에서 저희 가문이 힘을 좀 썼습니다.”
“힘을 좀 쓰다니?”
“일본이 그간 해 왔던 얌체 짓을, 두 나라의 수뇌부들에게 다시금 일깨워 줬단 말입니다.”
“그래?”
나는 한쪽 눈썹을 살짝 꿈틀대며, 월터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리 행동한 것인가?”
“예?”
“내게 이 정보를 건네 준 것은 호의라고 볼 수 있으나, 두 나라의 수뇌부들에 해당 조항을 채택하도록 힘을 쓴 것은······.”
화해 선물치곤 너무 과해서 말이다.
나는 살짝 의심이 가득한 눈빛을 월터에게 쏘아 대며 다음 말을 이어 갔다.
“이 바닥에서 몇 년 구르면서 몇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네. 이유 없는 악의는 있을 수 있지만, 이유 없는 호의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
“······.”
“자넨, 내게 상의도 없이 나를 위해 일을 해 줬네. 이는 분명, 숨은 저의가 있으리라 생각하네만.”
월터가 두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후, 그는 살짝 내려온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살짝 한숨까지 쉬어 댔다.
“그냥 넘어가시리라 생각했는데······ 하긴, 부친과 지난 은원 때문에 이왕 전하와 저 사이에는 아직 신뢰 관계가 형성되진 않았죠. 의심하실 만도 하십니다.”
월터는 오른손으로 제 수염을 쓰다듬다가 내게 고했다.
“여기서 거짓을 고한다면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니······ 감추는 것 하나 없이, 솔직하게 이왕 전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주게.”
“대한제국이 독립하게 된다면······ 전하께서는 모국으로 돌아가실 것입니다.”
월터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눈을 반짝였다.
“만약, 돌아가시지 않는다고 해도······ 온 신경이 한반도와 만주 쪽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어째서지?”
그는 그 미래가 뻔히 보인다는 표정을 하며.
집무실에 걸려 있는, 아직은 1차 세계대전 전에 세계 전도를 바라보며 한반도를 가리켰다.
“그야, 낙후된 모국을 그대로 두시지는 않을 테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는 월터만이 아니고 다른 이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근미래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시아에 눈을 돌린 사이에······ 자네 가문이 다시금 미국에 진출하려고?”
“예.”
월터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예상이 정확하다고 긍정의 표현을 했다.
“앞으로 대세는 미국이니까요.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유럽과 비교해 앞으로 두 배 이상은 더 월등하게 오를 것입니다. 더하여······.”
나는 급히 월터의 말을 끊었다.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진출하려는 것은 아닐 텐데.”
“······.”
“자네의 큰 그림에는 미국이 필요하지 않던가?”
월터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큰 그림이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자네, 예전부터 팔레스타인 지방에 관심이 많았지 않았던가? 돌아가신 부친께서, 돈도 안 되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말라고 누누이 경고했지만······ 그간 몇몇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예전에 꿈꿨던 미래를 계속하여 그려 나가고 있다던데.”
경고할 때 잠깐 알았다고 했을 뿐.
시간이 남으면, 시오니즘을 맹신하는 다른 유대인 패거리들과 모여 수상한 작당을 하지 않았던가?
‘이를 제어하던 제 아비도, 유명을 달리했겠다······ 더는 월터를 막을 놈이 없다는 말이지.’
나는 내 말이 맞지 않냐는 표정을 한껏 지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왜? 내 말이 틀리던가?”
“역시······ 이왕 전하의 정보력은 대단하시군요.”
나는 코웃음을 치며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정보력은 무슨······.”
“······.”
“자네가 그리 흘리고 다니는데, 어찌 이를 모른단 말인가?”
월터가 시오니즘을 맹신하는 이들과 자주 어울린다는 것은 런던에서 정보로 밥 벌어먹는 이라면 다 아는 사실.
대영제국 관리들은 월터가 워낙 거물이기도 하고.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큰 그림이 아직은 실현될 가능성이 0에 가깝기에, 그저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휘리릭 그냥 넘어갔을 터.
하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기에, 한번 집어 준 거다.
“자네가 밀고 있는 계획은 대영제국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계획이네. 식민지들의 연쇄 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특히나 팔레스타인 지역은 수에즈와 꽤 가까운 거리에 있다네.”
“······.”
월터가 침묵한다.
진짜로 그의 계획이 실현되면, 연쇄적으로 대영제국의 식민지들이 독립을 꾀할 수도 있기에.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미국이 필요한 것이겠지. 앞으로 두 배 아니지, 그 이상 강해질 테니까.”
나는 비릿한 표정을 지어 대며 미국을 가리켰다.
“영국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은 미국뿐이네. 그러니 다시금 미국에 진출하려는 것이 아닌가?”
나는 팔짱을 끼며 월터에게 심문하듯 물었다.
“내 알기로, 대영제국은 그대의 모국이기도 한 것으로 아는데······.”
왜 해가 되려는 짓을 하는 거지?
이 말은 삼키며 조용히 월터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영국은, 제 모국이지요.”
월터가 침을 한번 삼킨 후, 내 물음에 대답했다.
“하지만 가끔은 진짜 제 모국이 맞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
월터는 유대인이니까.
이제는 무너져 버린 러시아제국이 유대인을 어떻게 버렸는지 가까이에서 똑똑하게 지켜보았기에.
월터는 불안할 거다.
지금은 괜찮다지만, 영국 역시도 유대인들을 언제 어떻게 손절할지 모르니까.
‘전쟁이 한창 불리할 때, 영국 내에서도 유대인들을 힐난하며 그들을 전쟁 상인들이라고 비난하는 시위가 일어났지.’
그게 월터의 불안감을 증폭시켰을 거고.
최근에 내가 만주에서 대한합중국을 세운 것을 보며 희망을 보았을 거다.
“그래서 보험 하나를 더 들 셈인가? 언제든 자네를 기꺼이 반겨 줄, 또 하나의 모국을 여기 팔레스타인에 세우겠다는 뜻이냔 말일세.”
나라 없는 민족만큼이나 서러운 민족은 없다.
21세기.
쿠르드족만 해도 그렇다.
세 나라에 자신들의 영토가 분할 점령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강요받았는가?
“이 어려운 정치 지형 속에서도······. 왕자님, 아니지 이왕 전하께서는 성공하셨습니다.”
당황했는지, 입에 많이 익은 왕자님이라는 단어를 월터가 꺼냈다.
살짝 무례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월터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기에, 굳이 지적하지는 않고 그가 계속하여 이야기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저희 역시 시간과 돈을 들여 노력한다면야······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하게 말해 줘서 고맙네.”
대충은 내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서 다 토설한 것이겠지만.
“최선을 다하게. 그럼 언젠가는 그대의 꿈 또한 이루어지겠지.”
나의 격려에 월터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날이 오게 된다면, 도와주실 것입니까?”
“조건만 맞는다면.”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이 바닥이 원래 다 그렇지 않던가? 덧없는 약속보다야, 이 편이 자네에게 더 믿음을 주리라 생각하네만.”
* * *
1918년 1월 31일.
프랑스 파리 인근 외무부 관저.
“······.”
“······.”
“······.”
“······.”
패전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오스만제국, 불가리아.
네 나라의 외교관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을 지어 대며, 약속된 시간보다도 빠르게 협상 장소에 나타났다.
그들은 차후에 벌어질 협상을 전적으로 위임한다는 백지 수표를 다시금 제출하고 돌아가야 했는데.
상당히 가혹한 결과가 뒤따르리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터덜터덜-
다들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제 숙소로 자리를 이동했다.
“아, 또 만나는군요.”
하지만 협상국 일원들은 다들 여유가 있는지, 발걸음을 천천히 내디디며 협상 장소에 모습을 보였다.
일부는 진즉에 안면을 튼 타국 외교관이랑 말을 섞기까지 했다.
“총리 각하.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이 특별위원. 아니지, 이제는 이 외무대신이라 불러야겠군요.”
이승만은 외무대신에 오르기 전, 런던에서 합성협회 특별위원을 지냈었다.
그 인연을 바탕으로 영국 쪽 인사들과 이미 안면을 튼 상태였는데.
그는 악수한 후, 자신의 자리가 배정된 의자 쪽으로 몸을 옮겼다.
“자자, 다들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흠흠. 이따가 따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예.”
일단 회의 개회는 선언해야 했기에, 주최국이었던 프랑스의 총리 조르주 클레망소가 회의 개최를 선언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이후, 각국이 생각하는 협상안 초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아니! 이게 말이 되는 협상안이오?”
“이, 이야기가 다르지 않소?”
3년간의 전쟁하는 동안 한목소리를 내었던 협상국들 사이에서 분열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파리강화회의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