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0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06화(306/392)
< 파리강화회의 (3) >
“분명 우리에게 약조했었소! 협상국 진영에 합류하기만 한다면, 오스트리아가 강점하고 있는 달마티아 땅을 우리에게 준다고!”
벌떡.
한 사내가 협상장 한편에 마련된 부스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냅다 고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때는 뭐든 내어 줄 것처럼 우리를 꾀더니, 이제는 입을 싹 닦으시겠다?”
흥분한 남자의 정체는 현직 이탈리아의 총리였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오를란도였다.
그는 배신감 가득한 표정을 지어 대며 프랑스와 영국 쪽 부스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얼마나 치를 떠는지, 오를란도의 어깨가 연신 들썩댔다.
“주위에서 간악한 영국과 파렴치한 프랑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라고 수백 차례 경고하였소. 하지만 본인은 이를 묵살하고 협상국에 합류하였소.”
오를란도 총리는 로이드-조지 총리 쪽을 계속하여 째려보았다.
프랑스도 프랑스지만, 영국 쪽에 특히 크게 실망해서다.
“그런데 이게 뭐요? 겨우 코딱지만 한 땅만 먹고 떨어져라?”
그는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거 너무한 것 아니오?”
계속되는 고성에, 협상국 일원들은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앉아 있는 부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짜로.
이탈리아와 그러한 약속을 했는지.
약조까지 해 놓고.
나 몰라라 하는지, 무언의 제스처로 물었던 거다.
“밀약 내용을 이 자리에서 언급하시려면, 전문을 전체공개해야지 않겠소?”
영국과 프랑스 정상들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둘은 시선을 교환하다가 한목소리를 다시금 냈다.
“해당 약조에는 전제가 하나 있었소.”
“맞소. 빈을 함락시키고 동맹국의 한 축인 오스트리아를 무너트린다면, 해당 지역을 넘기겠다고 분명 그리 서면으로 약조하였는데 말이오.”
두 정상은
합류 전.
이탈리아 총리가 호언장담했던 것을 언급하며 계속해서 이전에 약조했던 전문을 공개했다.
“로이드-조지 총리! 이탈리아군이 지난 전쟁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아시오?”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내 전후 보고서를 한번 읽고 이 자리에서 간략하게 요약해 드리겠소.”
“······.”
이탈리아는 지난 세계대전 동안 졸전에 졸전을 거듭했다.
육군은 티롤 산악 민병대와 오스트리아군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막판에는 전선이 베네치아 인근까지 밀려서 동맹국에 도움을 청했을 정도.
해군 역시도 마찬가지다.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감을 보였는데,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였다.
“······지금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오?”
너희가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영국과 프랑스.
그런 양국을 두고 발끈하는 이탈리아.
“진정하십시오. 오를란도 총리.”
휴즈는 골이 지끈거렸다.
방금 언급한 세 나라는, 향후 미국이 제안한 국제연맹의 중요 축이다.
상임이사국 후보들끼리 서로 이권을 두고 싸우는 모습은 꽤 볼썽사나웠기에, 휴즈는 냅다 이 사이에 끼어들며 중재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 팀입니다. 오를란도 총리.”
“한 팀이라니요? 내 지금, 패전국 외무장관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지 않소? 그대라면 이런 취급을 받고도 진정할 수 있겠소?”
성질 급한 이탈리아 사람답게 오를란도 총리는 눈이 뒤집힌 채로 회의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에 다른 협상국 참석자들은 이탈리아 총리 눈치만 보며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일본 역시도 마찬가지다.
몇몇 거슬리는 조항이 있어서 항의해야 하지만, 오를란도가 발광하는 중이었기에 그들은 일단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오를란도가 그들을 대신하여 거슬리는 조항을 빼 버린다면, 힘들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기에 그리 행동한 거다.
“······.”
“······.”
침묵하는 협상국 일원들.
그리고 해 볼 테면 어디 한번 해 보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영·프 정상들.
그들의 엇갈린 반응을 관찰하던 오를란도 총리는 유일하게 중재에 나선 미국 대통령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를 한번 설득해 보려고 했다.
“우리 이탈리아는 이번 전쟁에서 많은 피를 흘렸소.”
“압니다.”
“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서였소. 여러분들을 위해서, 애꿎은 아국의 청년들이 적국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했단 말이오.”
“압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양도한다는 땅이 뭐가 어째요? 돌멩이들만 가득한 남티롤 땅과 쥐꼬리만 한 이스트리아반도 서부 연안이 전부라니?”
오를란도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달마티아’는 옛 로마 시대 속주의 지명이다.
아드리아해 인근에 걸쳐 있는 지역으로 21세기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이탈리아 총리는 과거 로마의 땅에 미련을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휴즈와 시선을 교환하며 이번 초기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외쳤다.
“대통령께서는 이게 공정한 배분이라고 생각하시오?”
“기본적으로 동맹국들의 영토 배분은 두 개의 기조를 원칙을 기반으로 행해진다 들었소.”
휴즈는 차분한 목소리로 원리원칙을 거론했다.
이에 오를란도가 버럭 화를 냈다.
“민족자결주의인가 뭔가 하는 X 같은 원칙을 이 자리에서 거들먹거리려는 것이오?”
“그렇소. 모든 시민은 자신의 운명을 자신 스스로 결정해야 하오.”
휴즈는 무표정한 표정을 유지했으나,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목소리로 다음을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말을 사용하고 같은 피부색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끼리 뭉쳐야 하오. 그래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달마티아 영역을 합스부르크 왕가 밑에 계속 두려는 것이오?”
“그렇소.”
“저기, 신대륙에 평생을 거주하셔서 이 지역 지리와 문화를 잘 모르나 본데, 합스부르크 왕가는 게르만인이외다.”
오를란도가 콧방귀를 끼며 휴즈를 쏘아보았다.
“반면, 달마티아에 거주하는 이들은 다르오. 아드리아 해안가에 거주하는 이들은 주로 크로아티아인이나 슬로베니아인이고, 안쪽에는 보스니아인이나 세르비아인이 살고 있소.”
“압니다. 그래서······ 국민투표를 붙이려는 것이 아닙니까?”
휴즈는 윌슨과는 달랐다.
윌슨은 신실한 청교도다.
가톨릭 전제군주였던 합스부르크 왕가를 썩 내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황제의 폐위를 협상 초부터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합스부르크 왕가에 남을지, 이탈리아에 합류할지 아니면 세르비아 쪽에 붙을지, 아니면 독립할지 말입니다.”
하지만 휴즈는 달랐다.
그 역시도 청교도지만 가톨릭 교도에게 너그러웠고.
무엇보다 그는 우드로 윌슨보다도 훨씬 더 시장에 친화된 시장주의자다.
그 말은 즉.
빨갱이에 ‘빨’자만 꺼내면, 경기를 일으킨다는 말.
그래서일까?
휴즈는 오스트리아 제국을 존속시켜서 혹시 모르는 소비에트의 서진을 막고자 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이번 전쟁의 원흉이외다.”
“그렇지요.”
“그런데도 작금의 말은 전범들을 살려 두자는 말인데, 다시금 그들이 살아나면 어쩌려고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이는 것이오?”
총리가 휴즈의 제안에 반박하며 영·프 정상을 바라보았다.
‘제길.’
미국의 제안에 영국은 호의적이었다.
소비에트의 등장으로 러시아 제국의 황실도 무너지고 이번 전쟁으로 동맹국 측 네 왕실이 무너지게 생겼다.
그런데 미국이 비교적 약한 오스트리아만큼은 왕실을 존치하자고 제안했다.
영국으로서는 자꾸 왕정을 폐지하다 보면, 자신의 국민 또한 여타 다른 유럽의 나라들처럼 왕정 폐지를 외칠 수 있기에.
합스부르크 왕가만큼은 존치하고 싶었다.
‘프랑스도 미국과 같은 생각인가?’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오십 년 전 전쟁으로 은원이 쌓인 것은 오직 독일뿐.
독일만 갈기갈기 찢어 놓을 수 있다면, 오스트리아 정도는 봐줄 수 있다.
애초에 본래 역사에서도 합스부르크 왕가와 프랑스 사이는 그리 나쁜 편도 아니었기에.
프랑스 역시도 휴즈의 제안에 호의적이었는데.
이에 오스트리아 땅을 탐내던 이탈리아만 X 됐다.
“그보다 더한 자들이 동쪽에서 꿈틀대고 있으니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대로 합스부르크 왕가를 해체한다고 가정하면······ 러시아의 서진은 누가 막습니까?”
결정적으로
휴즈가 다시 한번 소비에트를 언급했다.
작금의 강화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미국 같은 강대국들도 다수 참석했지만.
발칸의 소국들도 다수가 참석했다.
더하여 일부 브레스트-리토프스크 협상으로 독립한 폴란드나 우크라이나 특사들도 옵서버 형식으로 참여 중이다.
독립 분대 형식으로 독일군을 괴롭혔다는 공을 높이 사서 끼워 준 것인데.
이들에게 있어서 소비에트의 발흥은 화산 폭발 같은 대재앙과도 같은 자연재해와 준하는 상황이기에.
다들 휴즈의 경고에 귀를 기울였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전쟁의 책임을 확실하게 질 것입니다. 제국 소유의 서갈리치아, 동갈리치아 트란실바니아와 보이보디아, 그리고 보스니아가 각각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세르비아에 양도될 테니까요. 아! 이탈리아에도 트렌티노와 트리에스테 지역을 떼 주게 생겼으니 기존보다 그 강역이 1/2로 확 줄어들겠군요.”
소수 민족이 독립하고자 한다면, 독립도 가능하다.
죽은 프란츠 대공이 생각했던 오스트리아 합중국 형식으로 나라가 재편될 수도 있지만.
소수 민족이 연달아 이탈한다면, 원 역사대로 오스트리아 민족만 달랑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으······.”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론이 흘러가지 않자, 더는 참을 수가 없는지 비서들에게 눈신호를 보내며 자리를 떠날 준비를 해 댔다.
“나는 이에 반대하오. 이 협정을 승인하는 일은 없을 테니, 다들 그리 아시오.”
이탈리아 대표단이 벌떡 일어났다.
이에 영국의 총리였던 로이드-조지가 싸늘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렇게 달마티아를 원한다면······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달마티아를 두고 한 판 싸우셔야 할 것입니다.”
“······.”
“지난 전쟁에서는 우리와 함께했지만, 이번에는 단독 전쟁을 수행하겠군요.”
“쳇.”
오를란도가 눈을 흘기며 자리를 떠났다.
이에 회의장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다시금 회의를 재개할까요? 각국의 제안을 한데 모아 둔 것이기에 양이 좀 많습니다.”
* * *
프랑스의 총리였던 조르주 클레망소가 주의를 환기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힘썼다.
“오늘은 앞장에 이를 간략히 요약해 둔 요약본만 읽어 보시고, 나머지 본문은 돌아가셔서 확인해 주십시오.”
회의에 참석한 김규식과 이승만이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작게 조선어로 속삭이며 첫 회의 소감을 간략하게 교환했다.
“우남. 생각보다 미국, 영국, 프랑스가 이탈리아에 강하게 나가는구려.”
이승만은 살짝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김규식을 바라보았다.
“이거, 어쩌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소이다.”
“어째서요?”
“같은 백인 국가인 이탈리아에도 저리 모질게 나오는데······.”
이승만이 일본 대표가 앉아 있는 왼편을 힐끗 쳐다보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아시아국가인 일본에는 어찌 나오겠습니까?”
강화회의가 다가 아니다.
이강의 말로는 이후에 군축 협상이 추가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했다.
‘그때가 대한제국의 독립 건이 나올 때랬나?’
한 마디로 지금은 애피타이저라는 말.
그런데도 미국과 영국이 이리 강하게 대응한다는 말은.
차후에는 더더욱 강경할 것이라는 뜻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 동맹이었다는 사실을 옅어지고, 미래의 경쟁자라는 포지션만 부각될 테니까.
“아, 혹시 추가 질문이 있습니까?”
프랑스 총리의 마지막 진행 발언.
그때였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한 나라의 외교관이 손을 번쩍 들었다.
* * *
“세계대전 중 우리 일본군이 장악한 독일령 남양군도와 산둥반도의 처분을 두고 몇 가지 질문이 있소이다.”
일본 대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재차 요약본을 읽기 시작했다.
“해당국인 베이징 정부, 인접국인 대한합중국, 미합중국과의 상의를 통해 관련 이권을 배분한다고 적혀 있는데 말입니다.”
“예예. 듣고 있습니다. 계속 말씀하시지요.”
휴즈가 손깍지를 껴 대며 일본 대표를 쳐다보았다.
이에 사이토 마코토가 살짝 언성을 높이며 되물었다.
“이 땅들은 우리가 점령한 땅인데, 어째서 다른 타 국가 이를 논의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아까 휴즈 대통령께서 한번 설명하셨는데, 제가 다시금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번 강화회의를 관통하는 기조는······ 민족자결주의와 기여도입니다.”
그때였다.
이승만이 깐죽거리는 표정과 함께, 아까 휴즈가 언급했던 분배안의 핵심을 되짚었다.
“산둥반도는 중화의 땅이고, 이번 전쟁에서 일본은 크게 이바지한 바가 없기에······ 아국과 베이징 정부, 그리고 미합중국이 언급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이토 마코토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정상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는데.
대한합중국의 새파란 외교관이 대신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총리께서는, 나아가 아국의 덴노께서는 이번 협상안을 절대로 승인하지 않을 것이외다.”
“예예. 그러시겠지요.”
이승만의 빈정거림에 사이토 마코토 또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먼저 나간 이탈리아 총리와 무슨 말을 맞추려는 모양인지, 제법 빠른 걸음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듯했다.
‘겁만 많은 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면 진즉에 이탈리아가 나갈 때 나서야지.
회의 끝에 저런 행동을 왜 보인단 말인가?
이승만은 김규식과 시선을 한번 교환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는 끝났지만, 그들의 로비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 파리강화회의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