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0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09화(309/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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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중심부에 자리한 합성협회 영국지부.
현재는 대한합중국 대사관으로 간판이 바뀐 이곳에, 한 사내가 찾아왔다.
“아이고, 장관님. 어서 오십시오. 어제 비서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를 급히 만나자고 하셨다면서요?”
주영대사 단재 신채호에게 급히 연락을 넣은 인물은 처칠이었다.
“무슨 일 때문입니까?”
“지난달 극동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도시에, 힐 제약의 새로운 공장이 준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소이다.”
“블라디보스토크라면······ 아아, 해삼위를 말씀하시는 것이로군요.”
“예예.”
신채호가 바뀐 도시 이름을 바로잡아주자, 처칠은 살짝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곳에서 해열제와 진통제가 대량 생산된다는 소문이 돌던데 말입니다. 전체 생산량 중 7할 이상이 수출용이라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장관님께서 이리 언급하시는 것은, 그것들을 영국에 우선 배분해 달라는 뜻이겠군요.”
“예.”
처칠은 해군장관 직에서 물러난 후, 로이드-조지의 부름을 다시 받아 현재 군수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전후 처리도 남아 있고.
아직 러시아 쪽도 정리되지 못했기에, 군수 장관직을 계속하여 수행하고 있었는데.
현재 처칠의 최우선 관심사는 다름 아닌 의약품 수급이었다.
“올 초 들어서 빌어먹을 독일 독감이 잠잠해지나 했는데······ 날이 따뜻해지면서 지난 늦가을보다도 그 기세가 더 거세지는 것 같소이다.”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독일 독감 역시도 파동을 그리며, 지난해보다도 더 많은 환자를 양성하고 있었다.
처칠은 살짝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대며 신채호를 바라보았다.
“이대로라면, 작년보다도 더 많은 사상자가 배출될지도 모릅니다.”
처칠은 관자놀이를 긁어 대며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어 댔다.
“프랑스나 다른 유럽국가들에는 좀 그렇지만, 우리부터 살아야 하지 않겠소이까?”
신채호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그렇죠. 어느 나라든 다 그리 생각할 것입니다. 자국민이 우선이니까요.”
“부디 이왕 전하께 잘 좀 말을 전해 주십시오.”
신채호는 이승만과는 다르게 영어 발음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어리바리한 동양인에게 이리 굽히는 것은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일이지만, 처칠은 자신의 알량한 자존심보다는 그의 커리어가 더 소중했다.
해군장관 때 갈리폴리 사건으로 한번 거하게 말아먹은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 군수 장관을 수행할 때는 자신의 치적을 좀 많이 쌓고 싶었다.
그래서 급히 대한합중국의 대사를 먼저 찾아가서 머리를 굽힌 거다.
현재 해열제를 대량 생산하는 곳은 필 제약사뿐이니까.
“이 자리에서 바로 확답을 드릴 수는 없겠으나······ 영국은 대한합중국과 동맹인 나라입니다. 더욱이 남만주와 한반도 북부의 안정을 위해 소규모지만, 군대까지 파견하지 않았습니까?”
다행히도 신채호는 굉장히 긍정적인 표정을 지으며 처칠의 요구에 좋게 화답했다.
“전하께서 이를 잘 알고 계십니다. 이 점을 깊이 고려하여 영국을 최우선 협력 대상국으로 여기고 계실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채호는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어 댔다.
지난달에.
김규식이 파리에서 진행한 밀린 대금 회수 건을 두고 영국 정부가 태클을 걸 줄 알았는데.
이것이 따로 언급되지 않아서다.
“따로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아! 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사께서는 따로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처칠은 경력이 꽤 긴 정치인이다.
신채호가 무언가를 끙끙 앓아 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서 그런지, 그를 쓱 보더니 무슨 할 말이 더 있냐고 물어 댔다.
“아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파리에서 김규식이 했던 일은 모르는 체하며, 신채호가 집무실 한편에 있던 문서를 꺼내 들었다.
“사실 파리에 있는 이 외무대신을 통해 이를 영국 정부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장관께서 이리 방문하셨으니 이 자리에서 이것을 건네겠습니다.”
신채호가 한 박자 숨을 고른 후에 다음 말을 처칠에게 했다.
“일본의 특사가 자국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회의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냥 돌아간다는 뜻입니까?”
“예.”
신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처칠이 고개를 갸웃했다.
“산둥반도와 남양군도 문제는 잘 해결하셨습니까?”
지난 1월.
첫 회의에서 산둥반도와 남양군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 일본과 대한합중국.
이렇게 4개 국가에 독일의 아시아 식민지 처분권을 넘겼다.
처칠이 그 이후 상황을 묻자, 신채호는 대놓고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쉬어 댔다.
“그럴 리가요. 하나도 진전된 것이 없습니다.”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나 봅니다?”
“예. 해당 지역의 영유권 원복 문제는 어림도 없고, 미국에 자오지철도의 경영권을 넘기는 것 또한 일본이 극구 반발하고 있답니다.”
“허허. 어찌 보면 이탈리아보다도 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군요.”
“예.”
신채호는 유럽의 다른 깡패를 언급하며, 고개를 저어 댔다.
“이탈리아야 뭐 지난겨울에야 오스트리아로 진격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 뒤에 일본처럼 달마티아를 내놓으라고 생떼를 부리는 중이지만······ 일본과는 많이 상황이 다르죠.”
일본은 개전 초에 산둥반도를 점령했다.
이탈리아와는 다르게 3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 군림하며 산동 지방정부 세력을 대거 친일파로 교체했다.
관련 교통 인프라도 재정비하고 몇몇 요충지를 요새화까지 하기도 했다.
대놓고 산둥반도를 차지하겠다는 야욕을 보인 것.
“더욱이 일본은 해당국인 북경 정부와 협상까지 끝내 놓은 상황입니다.”
“그렇죠.”
21개조 요구까지 통과되어서 완벽하게 해당 지역을 장악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아직 오스트리아의 동의도 받지 못했다.
신채호는 이 두 지역을 비교하며, 일본이 이탈리아보다 더 해당 지역을 훨씬 더 깊게 장악하고 있다 평가했다.
“아시다시피 남양군도는 산동에 비하면 부스러기에 불과한 전리품입니다. 산동을 어떻게 해결하냐가 중요하죠.”
“동의합니다. 남양군도는 태평양에 있는 섬들에 불과하지만······ 산동은 일본의 중국 진출의 전략 거점이 되는 지역이니까요.”
남양군도를 차지한다고 해도,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필리핀이 떡 하니 일본 밑에 자리하고 있다.
필리핀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일본의 동남아시아 진출은 요원한 상황.
그렇기에 현재는 남양군도보다는 산둥반도가 훨씬 더 지정학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더 뛰어난 가치를 지녔다.
“그래도 어느 정도 양보는 하리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일본의 대륙진출 야욕을 장관께서 너무 과소평가하셨습니다.”
일본은 한 치도 양보하고 있지 않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일본을 향한 경계심을 한껏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테지만.
일본 정부로서도 이번에 뭔가 얻어 낸 것이 없으면 자국민들과 군부에 비판을 받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들로서도 양보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이게 뭡니까?”
처칠에게 신채호가 문서 하나를 건넸다.
흑백 사진이 함께 동봉된 서류였는데, 신채호는 안에 내용을 정독하고 있는 처칠을 바라보며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간략하게 요약했다.
“일본제국 해군의 전력 증강 현황입니다.”
“······.”
“88함대 건함 계획은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답니다.”
“제가 알기로 일본 정부의 재정 상황도 썩 좋지는 못하다 들었는데 말입니다.”
외채를 전부 다 갚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리 돈을 팡팡 쓸 정도로 체질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처칠이 이를 언급하자, 신채호가 어깨를 으쓱 올려 보였다.
“그동안 세계대전으로 이익 봤던 것들을 싹싹 끌어모아서 전함들을 건조하고 있나 봅니다.”
“흠, 그렇군요.”
처칠이 눈을 가늘게 뜨며 안에 내용을 정독했다.
왕년에 해군 장관을 역임해서 그런지, 일본의 미래 해군전력이 만만치 않게 증강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심란해지는 것으로 보였다.
“아시다시피 일본해군의 전력 증강은······.”
“같은 태평양을 맞대고 있는 미국을 제대로 자극하겠네요.”
“예.”
처칠이 신채호를 쓱 보며,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티를 팍팍 냈다.
“이왕 전하께서 이 소식을 제게만 전해 주지는 않으셨을 테니, 워싱턴도 이를 잘 알고 있겠군요.”
신채호는 말없이 웃으며, 무언의 제스처로 처칠의 추측에 동의한다는 뜻을 살짝 내비쳤다.
“가뜩이나 전후 재건 문제로 재정 상황이 좀 그러실 텐데······ 일본 놈들이 끝까지 영국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그렇지요. 아국 또한 이대로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으니까요.”
이번 세계대전으로 살짝 삐끗하긴 했으나, 영국은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 2위, 3위의 해군전력을 보유한 국가들보다도 더 강한 해군전력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는데.
미국과 일본이 이리 해군전력을 강화하게 되면 그들로서도 부담이다.
그들이 강해진 만큼 영국 해군 또한 강해져야 하므로, 군비를 영국 역시 더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자료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 * *
“MI6의 예상대로 일본은 아국의 결정에 반기를 들 생각인가 봅니다.”
영국도 따로 첩보부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대전 시기에는 동맹국 측에 많은 수의 요원을 파견했지만.
지금 그들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대상은 두 국가다.
일본과 소비에트.
이 둘에 전 정보력을 쏟아 붓고 있었는데.
로이드 조지가 이를 거론하며 한숨을 쉬었다.
“왕년에는 동맹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을 놓고 한바탕 싸우는 처지가 되었군요.”
“맞습니다. 외교에서는 본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으니까요.”
처칠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총리를 설득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이리 군비를 증강하면, 아국의 재정이 파탄 날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아직 러시아 문제도, 아일랜드 문제도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아나톨리아 반도의 상황도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오스만 역시도 동맹국의 일원으로서 파리에 외교관을 보냈다.
소비에트의 유럽 진출을 막기 위해, 오스트리아는 관대하게 처분할 생각이지만.
오스만은 다르다.
아주 조각조각 내어 영국과 프랑스, 거기에 불만을 보이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오스만의 옛 영토를 양도할 생각인데.
최종안이 통과될 시, 오스만이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문제다.
“휴즈의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입니다.”
맨스필드 국장이 팔짱을 끼며, 지난해에 다녀왔던 미국의 워싱턴을 거론했다.
이에 로이드 조지 총리가 되물었다.
“파리강화회의 이후에, 미국과 일본 그리고 아국이 한자리에 모여서 따로 군축회의를 열자고 했던 제안 말입니까?”
“예. 미국 측도 경쟁적으로 오르고 있는 국방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군축안을 지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총리가 팔짱을 끼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그 자리는 사실상 일본을 압박하는 자리입니다.”
영일동맹을 청산하게 만들고.
일본의 해군전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 두는 것이 본 목적일 터.
“맞습니다. 그 자리에서 미국은 대한제국의 외교권 회수 문제를 거론할 것입니다.”
“외교권 회수 문제요?”
“예.”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본의 성장 억제다.
태평양을 두고 경쟁을 펼치려고 하는 일본의 원동력을 한껏 꺾어 보려고 하는 것이 그들의 제1차 목표이지 않겠는가?
“일본에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아서······ 대한합중국에 준다라.”
이번 강화회의에서 미국과 대한합중국이 민족자결권을 그리도 외친 이유 또한 이를 거론하기 위한 큰 그림일 터.
“이 움직임 때문에 자칫, 우리들의 식민지 또한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일본이 계속하여 나댈 것입니다.”
“그렇겠죠.”
참전의 대가로 영국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본에서 빼앗아서 대한합중국에 건넬 생각이었다.
물론 약속은 약속일 뿐.
원조 혐성국답게 이를 진짜로 시행할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최근 일본의 움직임을 보니 그리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한 번쯤은 확 혼을 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긴······ 그치들을 한번 꺾어 줄 필요가 있겠지요. 북중국 전역이 전부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요.”
처칠은 고개를 끄덕이며 총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예. 이리 가만히 두면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남중국 또한 욕심을 부릴 것입니다.”
로이드 조지 총리는 스미스 커밍 국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군축 회담은 언제쯤 열릴 것으로 예상합니까?”
“정확한 시일은 러시아 쪽 문제가 해결될 때쯤 행해지지 않겠습니까? 아, 물론 1920년 이전에는 열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긴, 미국의 행정부가 바뀌기 전에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죠.”
다음 선거를 치를 때, 이를 기반으로 홍보하기도 좋고.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을 맨스필드 국장에게 던졌다.
“아! 러시아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백군이 힘을 내고 있으나······ 레닌 녀석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래요?”
“예. 조금씩 적군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답니다.”
총리는 잠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처칠을 바라보았다.
“그 카드를 사용할 때가 되었나 봅니다.”
“알렉세이 황태자를 움직이자는 말입니까?”
“예.”
“그랬다가 레닌이 니콜라이를 확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그럼 더 좋죠.”
총리가 씩 웃으며 국장과 군수 장관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된다면, 백군이 알렉세이를 중심으로 더 뭉치지 않겠습니까?”
< 위시 리스트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