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1화(31/392)
< 재건 위원회 (2) >
회의를 마치고, 나는 즉시 새크라멘토에 있는 호텔 객실로 돌아왔다.
그 후, 아론을 비롯한 아일랜드 삼 형제를 불러 모았다.
“아베 루에프, 그자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게. 내 긴히 필요하네.”
“예. 보스.”
삼인방은 내 경호를 맡기 전에, 뒷골목을 쏘다니며 남의 사생활을 캐고 다녔었다.
지난번 지아니니 신변에 관해 조사를 명령했을 때도 꽤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기에, 나는 다시 한번 그들에게 예전에 했던 일을 시킬 생각이었다.
“보스!”
“오, 이제 왔는가?”
아론과 그의 형제들이 다시 내게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였다.
조사할 시간이 아주 짧았기에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대충 쓸 만한 것은 몇 개 건질 수 있었다.
“이자의 직업이······ 변호사이자 동시에 로비스트라고?”
“예, 보스.”
어쩐지.
딱 봤을 때부터 기분이 싸하더니만.
‘이게 바로 동족 혐오인가?’
끙-
나는 침을 꿀꺽 한 번 삼키며, 아론이 건네준 자료를 다시금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론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중요 내용만 내게 요약해 보고했다.
“노동조합부터 광산 업주, 그리고 철도회사까지······ 모두 이자와 연이 닿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이자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아주 유명하답니다.”
맥스가 형의 말을 이어받으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뽀스, 꽉 막히는 일이 생기면 이자가 나타나 해결해 준다고 합니다. 덕분에 뭔 일만 생기면 다들 루에프부터 찾는다고 합니다.”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뜻이로군.
그래서 위원장 자리를 꿰찼나?
시장이나 주지사도 이 자의 눈치만 보고 있고.
“다른 정보는?”
아론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그가 직접 찍은 사진을 내게 건넸다.
“시간이 짧아서 많이 조사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아주 확실합니다. 이자, 뒤가 아주 구립니다.”
맥스가 몸을 부르르 떨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아휴······. 썩은 냄새가 사방에 진동할 정도입니다, 뽀스. 이놈, 나쁜 놈 중에서도 상당히 나쁜 놈이에요.”
로비스트란 직업은 합법과 불법 사이를 넘나드는 아주 위험한 직업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처음 일을 맡을 때는 몸을 사리게 된다.
로비스트 역시도 마찬가지.
이유는 간단한데, 정치인에게 책잡힐 일이 생기면 본업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말발이 먹히지 않고, 역으로 약점을 잡혀 협박당할 수도 있기에.
초짜 로비스트들은 최대한 자신의 움직임을 숨기며 일을 진행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본격적으로 권력 근처에 다가서면, 두 가지 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대놓고 권력을 잡으며 정치인들을 조종할 것인지.
아니면, 예전대로 몸을 최대한 숙이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것인지를.
‘루에프는 전자를 선택했군.’
그의 행보는 내 예상보다 더 과감했다.
권력의 맛을 보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신이 있어서 이리 행동하는지는 몰라도.
대놓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경찰청, 관청, 은행 등등 제 사람을 눈에 띄게 심고, 각종 이익단체에서 합법적 수수료 말고도 뒷돈을 받아 챙겼다.
‘세무조사 빔 한 번 맞으면 횡령, 탈세 등 줄줄이 얽힐 텐데······ 멍청하게 행동하는군.’
뭐, 지금은 21세기가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로비스트 업계 역시 시간이 지나며 진화해 왔다.
현대와 1900년대 지금을 비교하면, 그 세련도가 많이 차이 나긴 했다.
“일단은 아베 루에프의 뒷조사를 좀 더 해 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뒷조사는 아일랜드 삼 형제에게 맡기도록 하고.
나 역시 일을 해야 했다.
‘날 능력 없는 놈으로 낙인찍었으니 일단 이것부터 지워야겠지.’
이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단시일 내에, 압도적인 성과를 내 파디의 재선에 도움을 주면 된다.
나는 급히 최현우를 불렀다.
“여기 적혀 있는 이들 말이야. 일주일 뒤에 새크라멘토에서 보자고 하게나.”
“여기 있는 자들 전부 말입니까?”
“그래.”
“예. 분부대로 이자들에게 연락을 넣겠습니다.”
* * *
특별위원회 재건 부위원장으로 선발된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캘리포니아 내에서 영업 중인 모든 보험사 관계자들을 불러모은 일이었다.
지역에서 작게 보험사를 하는 이들은 전부 사장들이 나왔다.
다른 주에 본점을 두거나 외국계 회사인 경우엔 지점장이나 미국 본사의 높으신 분들이 참석했고.
‘완장의 힘이군.’
나는 왕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건 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이기도 하다.
나에게 밉보였다가는 재건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에, 모두 순순히 내 요청에 응했다.
‘다 아는 얼굴들이군.’
보험사에서 온 이들의 면면을 천천히 살폈다.
삼 분의 일 가까이는 보험 청구를 하며 한 번씩 대화를 나눈 사이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이번에 재건 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강이라 합니다.”
공식적인 회의였기에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저도, 이리 또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이 왕자님, 무슨 일로 저희를 한자리에 부르신 것입니까?”
보험사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오늘 회의의 목적을 물었다.
나는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이재민들이 현재 주에서 나오는 배급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한 명 한 명 시선을 교환하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파디 주지사는 그런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합니다. 부위원장인 내 생각도 그렇지요. 이를 위해,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겨지는데 말입니다. 제2의 삶을 시작하려면 자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본론을 꺼냈다.
“다음 주부터 은행들이 하나둘씩 영업을 시작한다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여기 계신 보험사 관계자분들도 이재민들을 위해 힘을 좀 보태 줬으면 합니다.”
회의 시작 전, 대충 눈치챘을 거다.
내 직위가 바로 재건 부위원장이니까.
하지만 막상 내 입에서 직접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 보험사 대표들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을 재차 설득했다.
“다른 것은 안 바라고, 이재민들에게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했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
“최대한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습니다. 재건 위원이자 부위원장으로서 이리 간절히 부탁합니다. 내 이를 위해, 그대들을 도울 방안이 있다면 뭐든 돕겠습니다.”
“······.”
“······.”
조용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보험사 특성상 보험료는 꼬박꼬박 받아도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은 최대한 미루고자 하기 때문이다.
“흠흠······.”
보험사 관계자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쏠린다.
나는 아니었다.
지금 그들과 나는 반대되는 선상에 서 있는 상황이니까.
‘윌리엄 헌트.’
그들은 그들의 대표 격이라 볼 수 있는 윌리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사, 로이드사의 대표였다.
“윌리엄 대표. 그대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나 역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알기에, 윌리엄을 가리키며 그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저, 그리고 우리 회사의 의견을 물으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들이 다들 기대에 가득한 눈빛으로 윌리엄을 바라본다.
최대한 보험금 지급을 늦췄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한 것 같다.
“저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각 보험사 대표들의 기대와 달리. 윌리엄의 입에서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왕자님의 제안대로 우리 로이드사는 지진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전면 지급하겠습니다. 최대한 이재민들의 편의를 봐 드릴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합니다.”
* * *
회의가 있기 10시간 전.
로이드 오브 런던 사의 대표 윌리엄에게 따로 연락을 취했다.
다른 자잘한 보험사를 만나기 전에 그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어 협조를 구하고자 함이었다.
‘왔군.’
약속된 장소에 로이드 보험사의 대표가 나타났다.
아직 대화도 나누지 않은 상태지만, 대충 느낌이 온다.
딱 봐도 영국 귀족 같았으니까.
‘일반인이었다면 저놈을 상대하기 까다로웠을 거다.’
예나 지금이라 그렇지만, 저런 부류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대단히 자랑스러워한다.
이런 이들은 대개, 자신보다 낮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겐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왕자지.’
피부색을 떠나, 이 시대의 왕족은 그 신분 하나만으로도 상상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더욱이 윌리엄은 영국 귀족.
그가 나를 무시하는 것은 자신의 속한 신분제를 무시하는 처사다.
그렇기에 귀족 신분을 계속해서 어필하려면, 그는 분명 나 역시 대우해 줄 거다.
‘요리를 시작해 볼까?’
나는 천천히, 더불어 예의를 갖추며 악수를 청했다.
“어서 오십시오. 윌리엄 경.”
“소문의 이 왕자님을 이리 만나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나야말로 영광이지요. 윌리엄 경. 이쪽에 앉으십시오.”
나 역시 영국의 귀족들이 쓰는 포쉬(Posh) 억양을 강하게 구사하며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자, 윌리엄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 왕자님. 미국으로 오시기 전에 영국에서 유학하셨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조선에 있을 때 영국인 개인 교사에게 영어를 좀 배웠습니다.”
“아하, 그래서 아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시는군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첫인사부터 그의 프라이드가 가득 느껴진다.
미국식 영어는 완벽한 영어가 아니라고, 은연중에 이를 비꼬고 있지 않은가?
“왕자님께서 미국에 계신다고 들어서 미국식 영어를 쓰실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자고로 왕족으로 태어났다면 품위를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내 영국식 영어를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좀 했습니다.”
“하하하. 역시, 고결한 피를 타고나신 분답습니다. 암요,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배워야지요.”
윌리엄이 쓱 나를 한번 보더니, 축하의 말을 건넸다.
“아, 이번에 재건 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셨다지요?”
“그렇습니다.”
“여기 정착하신 지 고작 일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역시 대단하십니다.”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간다.
하지만 본론을 꺼내기에 앞서 반드시 주고받아야 했다.
그래야 이자의 성향이 어떤지, 더불어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 절 부르신 것은 부탁하실 것이 있어 보이는데······.”
영양가 없는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지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윌리엄이 살짝 따분한지, 그가 먼저 오늘 만난 연유를 내게 물었다.
“혹, 개인적인 일로 저를 보자 하신 겁니까? 아니면, 공적인 일로 부르신 겁니까?”
“둘 다 해당하지만, 일단은 공적인 부탁부터 내 먼저 말해 보겠습니다.”
본론을 꺼내자, 윌리엄의 표정이 점점 굳어 간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언가를 계속 계산해 가며 경청했다.
“이재민들에게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라······. 이를 내일 회의 때 제안하신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윌리엄이 잠시 침묵한다.
1분 정도 지났을까?
그가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혹시 왕자님. 현재 로이드사의 상황을 잘 아십니까?”
“보험 청구가 한꺼번에 몰려 로이드사는 큰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번에 대지진으로 인한 손해가 막대합니다.”
현대도 현대지만, 로이드는 지금도 거대했다.
그 덩치만큼이나 이번 지진으로 인한 손해 역시 컸는데, 고객들에게 줘야 할 배상액이 무려 5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윌리엄 대표가 밝혔다.
‘미쳤네.’
1900년대와 2000년대의 물가가 단순히 20배 정도 차이 난다고 어림잡아 계산하면, 현대로서도 10억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약 1조 원 치가 한 방에 날아간 셈인데, 이는 로이드 보험사의 40년 치 사업 이익에 해당했다.
예상보다 큰 금액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라자, 윌리엄이 살짝 표정을 풀었다.
“우리 로이드 사는 원보험사이기도 하지만, 재보험사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다른 보험사보다 더더욱 손해를 보고 있지요.”
원보험사는 우리가 흔히 아는 보험사를 뜻한다.
고객과 계약을 한 후 보험료를 받고, 나중에 보험금을 주는 회사.
이 과정에서 오늘과 같은 대지진이 생겨나기에, 원 보험사는 이 위험을 줄이고자 머리를 쓴다.
자신들의 보험을 주식처럼 쪼개어 다른 회사에 또다시 파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를 인수한 회사가 바로 로이드 같은 재보험사 회사들이다.
현대 대한민국에서는 코리안리가 이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 회사가 왕자님 말씀대로 모든 이재민에게 보험금을 청구한다고 칩시다. 그리된다면 우리 회사에는 무슨 이익이 돌아옵니까?”
윌리엄이 잠시 한숨을 쉬다가 내게 물었다.
자신이 그리 행동했을 때, 자신과 로이드사에 무슨 이득이 있냐 반문한 것이다.
그때였다.
드르륵-
“여진이군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대지진만큼은 아니지만 약한 지진이 새크라멘토에 강림했다.
잠시 우리 둘은 놀라서 탁자 아래 숨었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 이놈의 지진.”
“큰 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늘 일어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요.”
나는 윌리엄을 바라보며 방금 그가 물었던 질문에 답을 했다.
“아! 방금, 로이드사에는 무슨 이익이 있냐 물었습니까?”
“예.”
나는 밝게 웃으며 윌리엄의 물음에 답했다.
“미국, 그리고 세계 시장을 가질 수 있게 되겠지요.”
“우리 로이드사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화재보험에 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방금 여진만 해도 그렇다.
제발 화재보험 좀 들으라고 하늘에서 지시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던가?
동부는 몰라도 서부 사람들은 이번에 대지진을 겪으며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렇기에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신규 보험을 들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그뿐입니까? 막 태동한 자동차보험은 물론이고, 건강보험에 관해서도 다들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이드사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더 나아가 이번에 한해서만 약관과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어찌 되긴.
로이드사는 고객의 신뢰라는 무형의 재산을 얻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큰 손해를 보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이득이지.’
더욱이 로이드는 충분히 지금의 손해를 감당할 체력이 된다.
“로이드가 보험금을 지급하면 다른 회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체력이 약한 상당수 보험사는 분명 파산하게 될 것입니다.”
경쟁사 제거만큼 좋은 마케팅 전략이 어디 있을까?
“더불어 로이드와 재보험을 계약하지 않았던 회사는 시장에서 전부 사라지겠지요. 살아남은 다른 회사들은 이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로이드사와 재보험 계약을 맺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이거, 그야말로 로이드가 미국에서 월등한 위치를 점유할 기회가 아닙니까?”
나는 빠르게 뒷말을 붙였다.
“물론 다른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중구난방으로 어질러져 있는 약관들을 하나로 모아 표준 약관을 설정해야겠지요. 이번 보험금을 고객에게 주기 위해 쌓아 두었던 자산도 좀 당겨써야겠고. 모자란다면······ 여태껏 쌓은 신용이 있으니, 쉽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 안 되면 전환사채라도 발행해야지요.”
전환사채는 굉장히 특이한 채권이다.
만기가 다가올 때쯤에 채권자가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계약했을 때 걸어두었던 돈을 수령할지, 아니면 주식으로 받아 갈지를.
“제 주장이 틀렸습니까? 윌리엄 대표?”
로이드사의 윌리엄은 제법 놀랐다는 표정으로 나를 지켜봤다.
그러곤 내게 물었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란 뜻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수령할 보험금으로 로이드사에서 앞으로 발행할 전환사채를 구매할 예정이다.
앞으로 반년간, 로이드사의 신규 보험 계약 건수가 말도 안 되게 증가할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주가란 현재의 안 좋은 상황이 아닌 미래의 가치를 증명하는 종이 쪼가리기에, 충분히 로이드사에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허허······ 그렇군요.”
“회의 때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대한 로이드사에 편의를 봐주도록 하겠습니다. 주지사님께서 새로 법령을 따로 만드실 수도 있으니, 그때 로이드사가 원하는 법률을 하나 끼워 넣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윌리엄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못 이기는 척 수락했다.
나는 그런 윌리엄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이놈, 원래부터 보험금을 지급할 생각이었군.’
내 제안대로 행동하면, 단기간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단 오 분 만에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엉큼한 놈 같으니······ 이래서 영국 놈들은 쉬이 믿을 수가 없다니까.’
뭐,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할 때가 있지.
더군다나 윌리엄의 결정은 내게도 이득이 되지 않은가?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윌리엄과 악수했다.
“아······ 그리고.”
“또 부탁하실 것이 있습니까?”
있지.
나와 우리 교민들.
그리고 아론을 통해 나에게 부탁한 소수인종들의 보험금 지급을 살짝 찔러넣을 생각이니까.
남들보다 더 빠르게 이를 수령한다면 분명 이득이 되지 않겠는가?
“이 정도야······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윌리엄과 악수하였다.
영국의 고위층과 또 하나의 연을 쌓았다는 점에서, 이번 대화는 제법 내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회의 때가 기대되는군.’
다른 보험사 임원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머릿속에 그려졌다.
< 재건 위원회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