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1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10화(310/392)
< 두 쪽 나는 러시아 (1) >
나는 케미컬투자은행의 은행장인 조지프 케네디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뉴욕의 어느 장소로 이동 중이다.
“내리십시오. 전하.”
차에서 내리자마자 케네디는 두 걸음 앞서 걸으며 나를 흘깃흘깃 바라보았다.
“이왕 전하. 저쪽입니다. 저기, 동쪽으로 한번 바라봐주십시오.”
저 멀리.
우뚝 솟은 거대한 건물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새 건물과 케네디를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뗐다.
“이곳이, 우리의 새 사옥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케미컬은행의 사세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하여 3배로 커졌는데, 이 때문에 본사 사옥까지 옮겨야 했다.
지금 입주한 건물이 사람으로 꽉꽉 찼기 때문이다.
‘크, 높네.’
케네디는 케미컬투자은행의 은행장답게 이를 주관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도착하자, 페인트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아직도 진한 페인트 냄새가 나는 새 건물에 당도하자, 나는 살짝 표정을 찡그렸는데.
조지프 케네디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는 미소 지으며,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올해 완공된 새 빌딩으로 빌딩명은 리 빌딩이라고 지었습니다.”
“리 빌딩이라······.”
대충 느낌이 온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돈을 들여서 빌딩을 세웠기에, 내 성을 빌딩 앞에 붙인 모양이네.
“울워스 빌딩보다도 더 커 보이는군.”
새 사옥은 기존 사옥보다 네 배는 더 커 보였다.
더하여 뉴욕에서 가장 큰 빌딩인 울워스 빌딩보다도 더 커 보였는데.
조지프 케네디는 한껏 어깨를 으쓱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맞습니다. 현 기준으로 리 빌딩은 뉴욕에서, 아니지······ 전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빌딩입니다.”
브로드웨이에 있던 울워스 빌딩은 고딕형식의 55층 빌딩이다.
리 빌딩은 ‘63층’으로 이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조금 무리한 것 같은데.’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존재한다.
최신공법을 통해 건물을 올리면, 건설비가 많이 소모되는데.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휘청거린다.
내가 이를 살짝 걱정하자, 케네디가 자신의 가슴을 팡팡 쳐 댔다.
“세계대전이라는 이벤트 때문에, 케미컬투자은행이 뉴욕에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주식 쪽은 몰라도 채권 쪽에서 케미컬투자은행은 JP모건이나 내셔널시티와 함께 빅3로 불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한때 잘나갈 때는 월간 기준으로 채권 1위도 찍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해외 채권 붐이 조금 가라앉아서 다시금 2위와 3위를 오가곤 있지만.
거품이 꺼져도 세계대전이 터지기 전.
그러니까 5년 전과 비교하면 꽤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서, 나는 기분 좋은 표정을 유지하며 케미컬투자은행이 세계적 투자은행이 된 것을 축하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하지만 예정보다도 더 높게 건물을 올렸단 말인가?”
“예. 게다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인력들이 한곳에 모이게 만들 수도 있기에,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마십시오.”
이미 돈을 썼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나는 좋게 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새 사옥에 입주도 하겠다, 제2의 기업사가 시작되는 셈이니 부디 최선을 다해 주게.”
“예.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조지프 케네디에게 문서 하나를 슬그머니 넘겼다.
이에 케네디가 눈알을 굴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건 무엇입니까?”
“파리강화회의의 결과네.”
씩-
케네디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최종본입니까?”
“그렇다네. 한번 읽어 보겠는가?”
“예.”
케네디는 빠르게 내가 건넨 문서를 속독했다.
그는 마지막 장을 넘긴 후 다시 나와 시선을 교환했다.
“결국에는 이리 마무리되는군요.”
“그렇네.”
케네디가 살짝 우려 섞인 표정을 지어 댔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마무리된 협상이 끝까지 이행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전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 막대한 배상금을 독일이 감당할 수 있으리라 여기십니까?”
나는 뜨거운 콧김을 콧구멍에서 살짝 뿜어 대며 팔짱을 끼어 댔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그렇지요?”
케네디는 재차 아쉬운 표정을 지어 대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댔다.
“저였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텐데······ 본디 외교에서는 감성보다 이성을 더 중시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는 턱을 살짝 들며 계속 이야기를 해 보라는 표정을 지어 댔다.
이에 케네디가 계속하여 자신의 주장을 이어 갔다.
“물론 분노한 자국의 시민들에게 어필해야 하니, 이런 무리수를 두었겠지만······ 제 예상에는 독일이 분명 중간에 협상을 깰 것입니다.”
그렇지.
앞으로 삼십 년 동안, 연방 정부 예산을 배상금을 갚는 데 쓴다고 생각해 봐라.
나 같아도 한두 번 상환하다가 배를 째라고 드러누울 거다.
“아깝습니다. 정말이지 아쉬운 협상인 듯합니다.”
정치는 기업인들의 숫자놀이처럼 딱딱 떨어지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협상안이 최종안이 된 것인데, 케네디는 계속하여 이를 아쉬워하다가 이내 본업으로 돌아왔다.
“이왕 전하.”
“말하게.”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열강들 말고, 다른 유럽의 채권들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해 볼까 합니다만.”
전후 재건을 위해 추가 채권을 발행할 것이 분명한데.
유럽 소국들의 그러한 채권들을 케네디가 팔고 싶나 보다.
“전하께서는 어느 나라가 유망하다고 보십니까?”
케네디가 제법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 대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조금 고민하는 척하다가 답을 내놓았다.
“동유럽 쪽에서는 발트 3국과 폴란드가, 남유럽 쪽에서는 루마니아와 그리스가 좋겠군.”
케네디가 세계 전도를 쓱 보더니 내게 되물었다.
“우크라이나는 별로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어째서죠?”
“그야, 소비에트의 제1 타깃이 될 것이니까. 더욱이 다수의 우크라이나인은 폴란드인들과는 다르게 러시아인들을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네.”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우며 맞서 싸워도 시원찮은 판에, 다수의 국민이 저리 생각하고 있으면 어찌 되겠나?
결국에는 소비에트에 잡아먹힐 것이다.
당연하게도 빨갱이들은 자본가들의 돈을 날름 먹튀 할 것이 분명하기에.
우크라이나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다.
‘농업이 발달한 곳이기에, 농노들이 많은 것도 불안 요소고.’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땅을!’이라는 구호로 소비에트 수뇌부들은 러시아는 물론이고 주변의 타국까지 선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농노는 이 구호에 ‘혹’할 것이 분명해 보였기.
이 또한 부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겠네.
“더욱이 소비에트로서도 우크라이나 땅은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일세.”
“하긴, 동유럽의 주요 곡창지대이니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케네디는 계속하여 다른 유럽의 소국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루마니아는 폭파된 원유시추 시설을 재건한다는 이유로 채권을 대거 발행할 것입니다.”
“약속한 대로 영국이 일정 수익을 보장할 테니, 이 채권에는 꼭 입찰하도록 하게.”
“예. 아, 그리스 쪽은 살짝 위험해 보이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전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리스의 미래를 예상했다.
“지금 그리스는 비잔틴 제국의 옛 영토를 전부 되찾겠다고 눈을 부리나케 켜고 있네.”
“그렇지요. 오스만과의 단독 전쟁까지 불사할 정도라 들었습니다.”
케네디가 살짝 걱정하는 표정을 지어 대며 내게 물었다.
“저들이 과연 차후에 벌어진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기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네.”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그 이유를 이어 말했다.
“그리스에서 빼먹을 것이 제법 많이 존재하니까.”
“아아, 하긴 그리스 쪽은 조선업과 해운업 쪽이 강하긴 하죠. 국채를 전부 못 갚을 것 같으면 정부 소유의 국영회사 지분을 달라고 요구하면 되겠네요.”
“그래.”
그리스의 이 두 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향후.
대한합중국이 주력으로 삼아야 할 분야기도 하였기에, 언젠가는 이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리스가 오스만에게 처절하게 패배할 때.
곧 다가올 미래가 가장 좋을 것 같았다.
“투자를 빌미로, 이를 쏙쏙 빼먹을 수만 있다면야······ 본전은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만.”
“알겠습니다.”
볼일을 다 보았는지, 케네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새롭게 팔아야 할 채권이 많아서, 지금부터 서둘러 준비한다고 해도 늦겠네요.”
“그래. 먼저 일어나게나.”
조지프 케네디가 물러나고.
나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저 멀리 보이는 센트럴파크 인근 풍경을 감상했다.
6월 말이 되었기에, 센트럴파크는 푸른 나뭇잎들로 가득했다.
“전하.”
그때였다.
최현우가 케미컬은행 회장 집무실에 발을 들였다.
“무슨 일인가?”
“알렉세이 황태자가 급히 전하께 알현을 요청하였나이다. 아마도 그제의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
그제.
알렉세이의 집에 한 남자가 방문했다.
알렉세이 집에서 일하던 고용인에 따르면.
숨기려고는 했지만 낯선 방문객에게서 영국 포쉬 억양을 들었다고 한다.
‘영국 놈들이······ 알렉세이에게 접근했다.’
아주 매몰차게 망명을 거절할 때는 언제고.
슬금슬금 바퀴벌레처럼 접근하여 어린 황태자를 살살 유혹하는군.
‘영국놈들은 하여튼······.’
나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최현우를 슬쩍 바라보며 다음 말을 당부했다.
“황태자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게. 내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
* * *
“대부님.”
“알렉세이.”
오늘 알렉세이가 무슨 이유로 나를 만나자고 한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척하며 알렉세이를 한번 떠보았다.
“그래.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한 것이냐? 혹여, 네 누나의 결혼 때문이냐?”
“아닙니다.”
“그럼?”
알렉세이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내게 말했다.
“백군과 적군의 내전이 점점 과열되고 있다 들었습니다. 초반에는 백군 측이 어느 정도 반격도 하였다고 하나, 현재는 조금씩 밀리고 있답니다.”
알렉세이는 살짝 긴장했는지 침까지 한번 꿀꺽 삼켜 가며 다음 말을 이어 갔다.
“제가 태평양을 건너서 시베리아 쪽으로 향한다면, 분전하고 있는 백군의 사기가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나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알렉세이의 눈빛으로 보니, 내 앞에 있는 소년의 마음이 이미 결정한 듯싶어서다.
“네가 성년이 되기까지는 아직 1년 하고도 한 달이 더 남았다.”
“······.”
“그때까지 이곳에 머물렀으면 한다.”
“······.”
알렉세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게 답했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늦습니다.”
“······.”
“내전이 끝나고 적군이 러시아 전역을 장악하게 된다면······ 저희 부모님도 무사치는 못할 것입니다.”
나는 눈을 한번 감았다가 뜨며 알렉세이를 바라보았다.
“전쟁은 애들 놀이가 아니다.”
“압니다.”
“많은 이들이 죽고 또 다치는 곳이다. 알렉세이, 너는 무엇보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몸이 성치 않다.”
알렉세이의 혈우병을 내가 간접적으로 언급하자, 황태자는 주먹을 꽉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을 매일 같이 들었습니다.”
“······.”
“어떤 이들은 제가 열 살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저는 아직 살아남았습니다.”
알렉세이가 눈을 부릅뜨며 목소리를 높여갔다.
“최전선에서 군을 지휘하는 것도 아니고, 후방에서 저들을 격려할 뿐입니다. 너무 위험하지는 않을 테니,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 말을 내뱉었다.
“정녕 미국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냐?”
“예.”
“네 생각에는 작금의 행동이 네 아비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아버지가 거론되자 알렉세이가 잠시 주춤한다.
이에 나는 다시 한번 주먹에 힘을 꽉 주며 알렉세이에게 경고했다.
“너의 결정이 네 아비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
“······.”
내 경고에 동의하는지 알렉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며 몇 가지 조선 속담을 배웠습니다. 예부터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한다던데 말입니다.”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다.
말린다고 해도 내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에는 나 모르게 집에서 나와 동시베리아로 떠날 수도 있다.
“그래. 원한다면 그리하거라.”
“저, 정말이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충고를 알렉세이에게 했다.
“하지만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은 네가 져야 할 거다.”
“예.”
알렉세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대며 최현우를 찾았다.
“이위종을 호출하게. 내 급히 전할 말이 있네.”
< 두 쪽 나는 러시아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