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1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12화(312/392)
< 두 쪽 나는 러시아 (3) >
하바롭스크로 가는 길.
열차 밖 풍경은 정말이지 단조로웠다.
이위종은 살짝 따분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창밖을 쳐다보았다.
‘끝이 없군.’
동쪽 영역은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빽빽한 침엽수림으로 가득하다.
비교적 평원지대인 서쪽 지역 또한 수풀들로 들어차 있고.
중간에 호수인 흥개호를 지나치지 않았다면, 봤던 풍경을 종일 계속하여 관찰해야 했을 거다.
‘마치, 워싱턴주 같군.’
사람 손 하나 타지 않은 곳.
하지만 자원 하나만큼은 풍부한 곳이 바로 송화강 중류 지역이겠다.
이위종은 오기 전에 조사했던 정보와 현재 감상하고 있는 풍경을 교차하며 골똘히 생각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차근차근 개발한다면, 몇십 년 후에 대한합중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
이위종은 조용히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새로이 얻게 된 북쪽 고토를 어떻게 개발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였다.
“자자, 내리자꾸나.”
“아, 예. 아버지.”
하바롭스크역에 도착하자, 아버지였던 이범진이 이위종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가 눈치 주지 않았더라면 이대로 바이칼호까지 갔을지도 모른다.
“와!”
이위종이 하바롭스크역에서 내리며 눈을 크게 떴다.
“아버지. 마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온 것 같습니다.”
이위종은 조선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러시아에서 살았다.
해삼위와 우수리는 이미 대한합중국화가 되었기에 느끼지 못했지만.
하바롭스크는 여타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유럽 색이 진했다.
그렇기에 입을 벌리며 오랜만에 옛 추억에 잠겼는데, 이범진은 그런 이위종을 보며 살짝 어이없어했다.
“지금 건물 감상이나 할 때냐?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아, 예.”
어릴 적 좋았던 기억 때문인지 이위종은 잠시 들떴다.
하지만 이위종은 다시금 현실 세계로 돌아오며 정신을 다잡고 그의 아버지와 함께 하바롭스크 시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연해 왕국, 이 임시 섭정님과 그 일행이십니까?”
파란 눈이 매력적인 한 청년이 하바롭스크 시청 건물에서 나왔다.
그는 이위종과 이범진을 포함한, 대한합중국 일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한 후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건물 안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언뜻 보아도 러시아 군부 인사들인 것 같아서, 이범진은 살짝 긴장하며 청년이 안내하는 장소로 향했다.
“오랜만입니다. 임시 섭정님.”
“오랜만입니다. 사령관님.”
옴스크에서 주로 활동하던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콜차크.
그가 직접 이범진과 그의 일행을 반겼다.
“이 임시 섭정님. 하바롭스크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관직명을 러시아식으로 불러서 살짝 이상했지만.
이범진은 연해에서 임시 수장을 맡고 있었기에, 이를 굳이 바로잡지는 않았다.
“이 의장님께서 사령관님께 전하라는 말씀이 있어서요.”
시베리아 쪽 백군은 현재 콜차크의 지휘 아래에 적군들과 싸우고 있다.
생각보다 꽤 많은 고위 장성들의 얼굴이 이곳에 보이는 것 같았기에.
이범진은 콜차크와 악수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이것을 콜차크가 알아차리고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런······ 못 보던 얼굴이 제법 늘었지요? 소개부터 해 드려야 했는데······ 이쪽은 빅토르 페필랴예프입니다. 저희 임시정부에서 살림을 맡고 있습니다.”
콜차크는 개중 고위 장성들과 임시정부 내 주요 인사들을 소개해 주며 이범진에게 다음 말을 했다.
“알렉세이 전하께서 이곳으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각지에서 활동하던 의용대 대장들이 전부 이곳으로 집결 중입니다. 더하여 임시 섭정께 몇 가지를 요청하고 싶다기에, 저들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하라 허했습니다만.”
러시아 백군은 현재 대한합중국 국군과 함께 소비에트를 대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로 우호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대한합중국 군을 못 미더워 했다.
이중에도 그러한 종자들이 더러 있는지, 몇몇은 이범진을 향해 불쾌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임시 섭정님께서 불편하시면, 사람들을 물릴 생각입니다만. 어찌할까요?”
다소 무례할 수도 있지만, 이범진은 작금의 상황이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대한합중국 정부 관료이자 그와 형제지간이었던 제헌의회 이범윤 의장에게 한 가지를 부탁받았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이대로 두십시오. 저 또한 여기 계신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말입니다. 딱 맞은 것 같습니다.”
콜차크의 주변 소개가 끝나고, 이범진 역시 그의 아들을 이들에게 소개해야 했으나.
무슨 연유인지 이범진은 이위종의 정체를 숨기며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아, 이곳에 온 용건을 말하기 전에······ 여기 계신 귀빈분들의 말씀부터 먼저 경청하고 싶습니다만?”
일부지만, 제법 되는 수의 장성들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대한합중국 일원을 반겼다.
누가 봐도 불만이 있겠다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라 이범진이 먼저 포문을 열었는데.
“이 임시 섭정님.”
“예.”
“군수품 보급이 너무 더딥니다.”
“맞소이다. 임시정부와 영국 측에서 대금을 지급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이범진의 예상대로 불만이 쏟아졌다.
“납품 기일을 준수하려고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주로 군수품 보급에 관한 불만이었다.
“아, 그건······.”
이범진은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들 앞에 서며 물품 지연 이유를 밝혔다.
“몇 가지 이슈 때문입니다.”
“몇 가지 이슈요?”
“예. 최근 들어 물자를 약탈하는 마적들이 증가했습니다. 특히나 열차를 타깃으로 삼아서 그 안에 든 물품을 노략질하는 경우가 증가했습니다. 이에 임시방편으로 아국의 상인들은 수운을 통해 물건을 실어 나르는 방법으로 운송 방법을 변경했으나, 그 바람에 납품 일정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소비에트의 동진을 막아야 하기에 백군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지만, 대한합중국 일부 고관들은 이를 망설이고 있다.
“북만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적들을 소탕하지 않는 이상은······ 앞으로도 계속 군수품 보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이유는 방금 이범진이 말한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존재했다.
일부 러시아 장성들이 연해주를 아직도 러시아의 땅이라고 생각하니까.
저들에게 무기를 건넸다가 소비에트와 화친한 후, 총부리를 대한합중국에 돌린다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백군이 일본과 손을 잡고 대한합중국과 대적한다면?
꽤 머리 아픈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군대까지 파병하며 적군의 동진을 함께 막곤 있지만, 적극적으로 군수품 지원을 하지 못한 거다.
서로 간에 확신이 아직 없으니까.
“외부 요인은 외부 요인이고, 약조는 약조가 아닙니까?”
“맞소이다. 납품 기일을 준수할 수 없다면, 대금을 할인해서라도 성의 표시를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범진의 변명에 일부 러시아 장성들이 큰소리를 내며 항의했다.
도와주는 것도 감사해야 할 판이지만, 일부는 몰상식한 행동을 해 댔는데.
이는 이 시대에 만연한 인종차별 사상 때문이다.
이미 몰락해 버려서 아무르강 인근까지 쫓겨났지만, 아직도 자신들은 대 러시아 제국의 귀족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이 자리에 상당수 존재하니까.
“제가 알기로 지연 원인은 러시아 측에서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뭐요?”
“마적들 대다수가 옛 청인들이라지만······ 최근 들어 일부 러시아 측 군부 인사들이 시베리아 철도를 오가는 열차들을 고의로 약탈한다는 풍문이 도니 이런 말을 제가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에 이위종이 나섰다.
그간은 조용히 입을 다물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주시하고 있었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다.
“당신 누구야?”
“그러게, 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무슨 자격으로 이 엄숙한 회의장에서 입을 놀리는 것이지?”
발끈하는 러시아 백군 군부 장성들.
이위종은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번에 특사로 오게 된 이위종이라고 합니다. 의왕 전하와 알렉세이 황태자께서 저를 이 자리에 참석하라 명하셨습니다.”
이위종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황태자 전하의 친서 또한, 가지고 왔는데······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 * *
“전하의 친서를······ 그대가 가지고 왔단 말이오?”
“예.”
말투가 묘하게 공손하다.
그야 이위종이 자신을 황태자의 대리인이라 자처했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러시아 장성들은 모두 차르와 그의 가족들을 지지하는 강성 복벽론자들.
그들 앞에 떡하니 로마노프 왕가의 대리인을 자처하니, 입을 쉬이 놀리지 못하는 거다.
“황태자 전하께서는 현재 대부이신 의왕 전하의 도움을 받고 계십니다. 의왕 전하께서 알렉세이 전하의 법적 보호자로서 여러 조언을 해 주고 계시지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알렉세이가 현재 뉴욕에 있는 것은 모두 이강 때문이니까.
“화, 황태자께서 전하라는 친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하지만 아직 소수는 의심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들은 이위종이 진짜 알렉세이의 친서를 가지고 왔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여기 있습니다.”
“오오!”
이위종은 품 안에서 친서를 꺼내 들며 이를 콜차크 사령관에게 넘겼다.
콜차크는 친서 바깥에 찍혀 있는 인장의 존재를 주변인들과 공유하며 이위종의 특사 지위를 확인시켜줬다.
“사령관님.”
“말씀하십시오. 이 특사.”
“보는 눈이 많습니다. 자칫 적에게 안에 내용이 유출될 수도 있으니 안에 있는 내용은 사람을 물린 후 확인해주십시오.”
이위종의 경고에 러시아 장성들이 화를 냈다.
“우, 우리를 의심하는 것입니까?”
“의심이라뇨. 저는 단지 만약의 상황을 경고한 것일 뿐입니다.”
이에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콜차크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물러가 보십시오.”
“사령관님!”
“내, 같은 말을 반복해야겠소?”
“······.”
“······.”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콜차크가 강한 모습을 보이자, 다들 꼬랑지를 숙이고 밖으로 물러갔다.
“죄송합니다. 황태자 전하를 대신하여 오신 귀빈이신데······ 본의 아니게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이위종과 이범진.
그리고 콜차크만이 방안에 남자, 사령관은 고개를 숙이며 이위종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아, 속히 안에 적힌 친서 내용을 확인해 보십시오.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아, 예.”
콜차크가 빠르게 알렉세이의 친서를 속독했다.
“흠······ 황태자께서 이곳의 사정을 꿰뚫고 계시는군요.”
그럼.
익문사에서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이강에게 넘겼다.
이강은 이를 또 한차례 가공하여 알렉세이에게 건넸고.
“황태자께서는 한 가지를 사령관님께 주문하셨습니다.”
“······.”
“민심이 천심이다.”
“······!”
현재 백군은 주변 시민들을 약탈하며 모자란 물품을 보급 중이다.
이는 아주 당연하게도 해당 지역의 민심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
단발적으로 싸우려면 이리 행동해도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해가 되는 짓.
이강은 알렉세이에게 이를 경고했고, 알렉세이는 이를 수용했다.
화가 난 시민이 무기를 들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알렉세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직접 경험했다.
이에 콜차크에 황태자로서 주문했다.
더는 시민들을 약탈하지 말라고.
“그렇죠. 황제 폐하께서 저런 수모를 당하고 계신 것은 빨갱이들의 선동 때문이기도 하나······ 전쟁과 가뭄 때문에 황가가 신뢰를 잃어서였죠.”
하지만 군수품이 부족하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백군은 또다시 주민들을 약탈해야 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열흘 후, 백악관이 동부 임시정부만을 공인할 것입니다.”
“······!”
“더하여, 분산하여 지원하던 군수 물자 또한 동부를 위주로 배급하기 시작할 것이니······.”
현재 백군의 가장 큰 손은 미국과 영국이다.
그중 미국이 콜차크를 공식적으로 후원할 것이라는 정보를 그에게 슬쩍 흘리며 콜차크를 안심시켰다.
“모자란 물자를 채운다는 명분으로 주변을 약탈하는 행위는 하루속히 멈춰야 할 것입니다.”
“······.”
“그렇지 않는다면 아국은 미국과 봉천 군벌, 이 두 세력과 연계하여 마적들을 소탕할 것입니다. 그게 러시아와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우리 군은 이들을 엄벌할 것이니, 사령관께서 먼저 주의를 좀 시켜 주십시오.”
콜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위종을 바라보았다.
“알겠소이다. 내 신신당부하며, 이를 어길 시 반역에 준하는 처벌로 그들을 응징하겠습니다.”
“더하여······.”
이위종이 몇 가지 서류를 더 내왔다.
미국에서 떠나기 전.
이강에게 받았던 서류다.
“몇 가지 조약에서 서명하셔야 할 것입니다. 첫 번째는 국경 조약이고······.”
“두 번째는 양국의 군사 동맹 및 불가침 조약이군요.”
“예.”
이위종은 방긋 웃으며 마지막 서류를 콜차크에 넘겼다.
“마지막은······.”
< 두 쪽 나는 러시아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