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1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18화(318/392)
< 트리거 (1) >
“어서 오게.”
러시아 임시정부 수장을 만나기 위해 하바롭스크까지 떠났던 이위종이 돌아왔다.
“안 단장, 김 부단장. 자네들도 왔구먼. 그래, 다들 이쪽에 앉게나.”
도중에 대한합중국을 들러서 익문사 중간 수장들과도 식사를 나누었다던데.
그때 안중근과 김구 또한 만나나 보다.
이리 함께 들른 것을 보면, 백프로 그랬겠지.
“제국 익문사를 합중국 정보국으로 바꾸는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제국 익문사를 합중국 정보국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단다.
앞으로 석 달 정도 뒤면 끝난다는데.
그때쯤 되면 이위종의 호칭 또한 국장으로 변경되겠네.
나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빠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구먼.”
보고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다만.
좋게 이야기를 이어 가던 이위종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 가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린다.
“전하.”
“듣고 있네.”
“긴히 전하께 보고할 만한 일이 생겼나이다.”
표정도 표정이고.
이리 셋이 내게로 온 상황에서, 보고할 일이라면······.
무언가, 진짜로 큰일이 생겼다는 것인데.
“상황께서······ 대한합중국으로 파천하길 원하신다고?”
“예.”
역시나.
나의 예상은 떡 하니 들어맞았다.
제길.
이번만큼은 빗나가길 바랐는데 말이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상황께서는 지난날 한양 정부가 법령을 반포했을 때, 이를 강력하게 찬성하신 분일세.”
잠시.
지난날의 기억을 회상하며, 나는 해당 법령의 내용을 이들에게 풀어 설명했다.
“국경을 폐쇄하고, 대한제국 신민과 대한합중국 국민의 교류를 앞장서서 차단하는 법이었네. 상황께서 이를 적극적으로 통과시키지 않았던가?”
뭐, 고종이 아니랄까 봐.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장을 180도 뒤집긴 했지.
독일 독감으로 사망한 고종의 애첩, 특별 상궁 김 씨인가 뭔가 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잘못을 전가했었지, 아마?
“······.”
“······.”
아차차-
격하게 말하다 보니, 내가 너무 신경질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
저 봐라.
내 앞에 있는 세 인물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을.
“흠흠. 그대들을 끌어들이려는 일본의 계략은 아니겠지?”
나는 재빠르게 본심을 숨기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익문사 요원들을 걱정하는 척했다.
이위종이 아무리 나의 최측근이고, 안중근과 김구 또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독립유공자들이지만.
이들은 내 피붙이가 아닌 남.
그 때문에 본능적으로 본심을 숨기려 한 것이다.
이미 티는 다 냈지만.
“그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래?”
“예. 그렇나이다.”
이들은 내 생각을 읽지는 못했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읽지 못한 척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덤덤한 표정으로 하던 말을 이어 나갔다.
“전하의 유학 동기인 하 여사께서 직접 잉커우까지 방문하여 보고한 사항이니까요.”
이위종이 고개를 돌려서 안중근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이 맞지 않냐는 무언의 제스처였는데, 안중근은 이를 빠르게 인식해서 그런지 이위종의 말을 빠르게 이었다.
“상황 폐하께서 최근에 제법 많이 불안하신 모양입니다. 일본제국 승냥이들이 폐하의 안위를 지속해서 노린다 생각하여, 이를 요청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썩 내키지 않는 나의 감정을 다시금 이들에게 노출한 것인데,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내 본심을 감추려고 해도 당황스럽고 곤욕스러운 것은 사실이니까.
“······.”
“······.”
세 사람 역시 입을 굳게 닫았다.
그들은 지난 십 년간 정보조직을 이끌었던 조직의 고위 간부들.
눈치 없이.
‘전하. 폐하께서 대한합중국에 오시고 싶으시다는데, 마음에 안 드십니까?’
라고 대놓고 묻었다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입을 꾹 다물기만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후- 파천을 원하신다니······ 상황 폐하의 뜻대로 해 드려야겠지.”
속 안 깊숙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그러트리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거절했다가는 유교 사회에 최악의 죄 중 하나인 불효를 저지를 수도 있기에, 일단은 고종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형님과 내 동생은 각각 한양과 일본에 남아 있고, 상황께서만 대한합중국으로 넘어오시겠다는 것인가?”
“예. 그렇나이다.”
하긴.
하나도 힘든데.
둘을 어찌 한 번에 데려온단 말인가?
‘둘 중 하나가 온다면, 형님이 더 낫긴 한데.’
파천 과정에서 내 여동생은 데리고 올 수 있다고 안중근이 고했다.
순종이나 영왕을 북으로 데리고 오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나, 반대로 옹주를 감시하는 인력은 생각 외로 적기 때문이다.
“알겠네. 그리하게.”
나는 이 계획의 큰 틀을 승인한 후, 내 수염을 다듬으며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향후······ 내 일정 역시, 그에 맞도록 다시금 수정해야겠군.”
본래 계획대로라면 나의 귀국은 대공황 이후다.
외교권은 쉬이 돌려받을 수 있겠다만, 일본에 넘어간 삼남은 쉽사리 되찾기가 어려울 터.
아국의 영토를 다 돌려받을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며, 미국에서 궁둥이 좀 붙이고 있다가.
대공황으로 경제가 박살 날 때쯤 못 이기는 척 귀국하여, 이것을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고종이 형님 없이 이렇게 단독으로 대한합중국에 합류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귀국을 서두를 생각이십니까?”
본토로 돌아가는 시기를 두고, 이위종과 함께 이를 논의한 적이 있다.
이에 이위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었다.
나는 못마땅한 표정을 한껏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지. 혹시 모르는 상황 폐하의 돌발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오직 나뿐이니까.”
고종이 대한합중국으로 넘어가, 새로이 제헌 된 헌법 조문 중 입헌군주제 조항에 훼방 놓는다고 생각해 봐라.
한동안.
대한합중국은 내분에 휩쓸릴지도 모른다.
‘제길.’
상황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의미가 있는 인물이다.
안티 또한 많지만, 대한제국의 적통 통수권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더욱이 그는 내 생부다.
그와 자칫 대놓고 대립하기라도 하면, 유교권 국가인 대한합중국에서 나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도 있기에 굉장히 껄끄러운 존재.
그렇기에 원계획을 뒤집어서라도 그를 제어해야 하나 싶다.
“아직 워싱턴 회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는 이곳에 머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상황 폐하를 혼자 두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으니 여러 방안을 생각해 두어야 할 것일세.”
그 양반.
제 권력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작자니까.
‘후-’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내가 본국으로 귀국한다면, 그를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까.
‘뒷방에 처박아 놓아서라도, 이상한 짓을 못 하게 만들 테다.’
“······.”
“······.”
어색한 침묵이 방안 가득히 퍼져 나갔다.
이를 깬 것은 그동안 조용히 입만 다물고 있었던 김구였다.
“상황 폐하의 파천 계획은 저희가 알아서 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라?
잘 진행하겠다는데, 눈빛이 너무나도 매섭다.
마치.
안중근과 함께 처음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을 때 보였던 눈빛 같다.
“알겠네. 이만 물러들 가게.”
일단은 이들을 물릴 생각이다.
다른 계획을 꾸미기엔 너무나도 급작스럽고, 보는 눈도 많으니까.
정말로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 믿을 만한 부하 한 명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지.
“내 임시 의장을 만나기 전에, 잠시 눈을 좀 붙여야겠네. 상황 폐하의 파천 문제 때문에, 머리가 너무나도 복잡해져 밥 짓는 솥처럼 뜨끈뜨끈해진 것 같군.”
끝까지 심기가 불편하다는 티를 팍팍 내며 나는 세 인물을 물렸다.
* * *
9월 초.
이범윤이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전하.”
“어서 오게. 이 의장.”
나는 친히 서부까지 이동하여 이범윤은 맞이했다.
현재 대한합중국의 최고위 관료이기에, 그만큼 대우를 해 준 거다.
“전하, 소신의 직책은 임시 의장이옵니다.”
민주적인 선거로 당선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이번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서려는 것일까?
이범윤은 자신의 직위가 임시라는 것을 강조해 댔다.
“그래. 이 임시 의장.”
나는 이범윤을 쓱 바라보며 물었다.
“미국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겠군.”
“예. 그렇나이다.”
십 년 전.
이범윤은 간도에 있는 의용군의 운용 자금을 요청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했다.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내가 물었다.
“그래. 다시 방문하니 어떤가? 뭐, 달라진 것이라도 있는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범윤은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두리번거리며 소회를 밝혔다.
“십 년 동안 우리 대한합중국도 성장하였지만, 미국 역시도 가만히는 있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범윤의 소감에 동의했다.
“자네의 말대로라네. 미국은 전 세계 부를 끌어모으고 있다네.”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과장된 표정을 지어 댔다.
“여기 서부만 해도 그런데, 미국의 핵심지라고 말할 수 있는 미 동부에 도착하면 더 깜짝 놀라겠군.”
내 예상대로.
이범윤은 중간 기착지인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한합중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고층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건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물이······ 참으로 높습니다. 거리에 마차와 자동차 또한 엄청나게 많이 다니는군요.”
나는 이범윤을 쓱 바라보며 물었다.
“부러운가?”
“예. 부럽습니다. 저들이 이토록 발전할 동안, 우린 뭘 했던가요? 참으로 억울합니다. 분명, 과거에는 우리가 더 빼어났을 텐데 말입니다.”
간도 의용군의 지휘관답게.
이범윤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풍채가 제법 좋았다.
그는 주먹에 힘을 꽉 주며 살짝 분하다는 것을 무언의 행동으로도 보여 주었다.
“다들, 이 임시 의장과 같은 생각인가?”
“예.”
“그렇사옵니다.”
이 자리에는 이범윤만 온 것이 아니다.
제헌의회 내각 일원 중 절반이 방미행 열차에 올랐는데.
이 중에는 미국에 처음 오는 이들도 다수 존재했다.
나는 공식적으로 서양 문물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이들에게 선언했다.
“그 마음······ 잊지 말고 대한합중국으로 가져가게. 그저 분하기만 하다면, 남을 질투하는 것이지만······.”
나는 임시 내각의 일원들과 일일이 시선을 교환하며 내 말에 힘을 실었다.
“이를 통해 무언가를 깨닫고, 우리 대한합중국을 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방미를 통해 귀한 한 가지를 아주 싼 값에 얻어 가는 셈이니까.”
힐 모터스의 방위연구소를 들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미 중부 여행도 끝났다.
나는 이들을 데리고 다시금 동부로 향했다.
“아직 나흘이나 더 기차를 타야 한다네. 미국은 러시아나 중원대륙같이 땅이 어마어마하게 큰 대국이니까. 아! 다들 기대하게나. 동부의 도시들은 이곳보다도 더 크니까.”
* * *
뉴욕에 도착했다.
한미 경제 포럼을 열고 내각의 일원들을 소개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한합중국은 일본이나 북양 정부와 달리, 외국인에 대한 자본 규제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대한합중국에 투자하시어······.”
이범윤과 함께 온 이상설이 이범윤의 대리 발표자가 되어 대한합중국에 대한 투자를 호소했다.
나는 그 자리에 투자자로 참석하여, 함께 온 미국 금융인들과 다과를 나누었다.
‘외국인 투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어차피 대공황 때 버티지 못하고 본국으로 귀환할 자들이다.
절반 이상 손절한 채로 돌아갈 것이 뻔한 상황.
한 명이라도 더 투자해야 내가 더더욱 이득을 볼 것이기에.
나는 임시 내각에 규제를 최대한 세우지 말라고 권했고, 이들은 내 권유를 받아들인 후 이를 뉴욕에 홍보하고 있었다.
“전하.”
그때였다.
투자설명회가 한참 진행 중인데, 최현우가 급히 내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그게······.”
최현우는 말끝을 잠시 흐리다가 이내, 니키 부부의 소식을 내게 전했다.
“러시아의 차르가, 어젯밤에 적군들의 손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 트리거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