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2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20화(320/392)
< 파천 (1) >
이회영은 현재 나 다음으로 부유한 한인이다.
경주나 순천, 평양에서 온 거부들도 더러 있지만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그 가세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니까.
더욱이 내 도움 덕분에 이씨 형제들은 미 상류사회까지도 진입했다.
가지고 온 재산으로 방산 산업에 진출까지 하여 하루가 다르게 사세를 키우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전하. 한·미 미래 경제 포럼에서 체결된 투자 계약 목록입니다.”
한 나라의 국왕이 되었기에, 내가 직접 이런 민간 행사를 주관할 수가 없다.
이에 나는 이회영에게 이번 포럼 진행을 맡겼는데, 유능한 이회영답게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런 결과물까지 착착 공유해 준다.
“모두 MOU로 체결되었군.”
“예.”
이회영이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대며 머리를 긁적였다.
“양해각서이기에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의 투자자들이 대한합중국의 어디에 관심을 보이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나이다. 전하께 이것을 바치고자, 손수 정리하여 가지고 왔사옵니다.”
뭐 첫술에 배부르겠는가?
더군다나 이런 국빈 방문에서 체결되는 계약은 본래 대부분이 MOU 형태다.
다만 투자 주최가 나와 친한 모건, 록펠러 그밖에 뉴욕의 여러 저명인사이었기에.
더욱이 미국이 현재 초호황기를 구사하고 있기에.
상당량의 양해각서가 실제 투자까지 이어질 것이다.
나는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회영을 안심시켰다.
이후.
보고서를 쭉 훑어보며 그 안에 뭐가 적혀 있는지 확인했다.
“흠, 압록강 인근 남만주와 블라디보스토크 쪽에 투자자들이 몰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동해 쪽에 관심을 보이는군.”
나는 잠시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다가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하긴, 현 대한합중국은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개도국이니까. 당장 눈에 보이는 투자 거리는 산림 벌채, 어업 그리고 광업 분야 정도긴 해.”
아무리 나와 친분이 있는 사이라곤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더욱이 포럼에 참석했던 이들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뉴욕의 스크루지들.
아주 당연하게도, 돈이 될 것만 같은 산업에만 관심을 보였다.
“자네, 자못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로구먼.”
나는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회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가?”
이회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내 물음에 답변했다.
“무분별한 산림 벌목은 후에 거대한 재앙을 가져다주옵니다. 당장은 이득 볼지도 모르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산림을 보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멀리 갈 것도 없이, 삼남 지방이 딱 그렇지 않던가?
“동의하네. 무분별한 벌채는 대재앙을 안겨다 주지. 나무들이 하는 일 없이 산에 듬성듬성 있어 보이지만, 이리 봬도 뿌리에 수분을 한가득 끌어안고 있다네. 이 덕분에 산림들이 가뭄과 홍수를 예방한다고 하더군.”
“예. 이번 여름에도 민둥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서 삼남과 기호 지방 시민들이 여름철에 많이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 소식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현대 대한민국은 치수 사업이 잘되어 있어서 태풍이나 장마가 와도 괜찮지만.
작금의 한반도는 달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회영의 보고에 동의했다.
“본인 또한 그 점을 숙고하고 있다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무분별하게 산림 벌목을 허가하지는 않을 테니까.
“흠. 일단 동해 쪽에는 아국의 회사들에만 소규모로 벌목 허가권을 내주었으면 하는군.”
“관련 내용을 임시의회 의장에게 제안해보겠습니다.”
이회영이 수첩을 꺼내 들며, 추가로 질문을 해 댔다.
“외국 자본가들의 요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옵니까?”
대한합중국의 지도를 꺼내 들었다.
이후 북쪽, 내륙에 있는 한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발해 중심부에 있는 삼강 평원 지대에, 벌채권을 허가해 줬으면 하네.”
전에도 한 번 언급했던 곳이다.
이회영 또한 여러 차례 방문해 본 적이 있던 장소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듣는 척을 했다.
“삼강 평원에 대한 개간을, 생각 중이시로군요.”
“그렇다네. 이 땅 아래에는 흑토가 가득 존재하니까. 비료 없이도 씨만 뿌렸다가 하면 곡식이 주렁주렁 영근다는 곳이 바로 이곳이지 않던가?”
현대 중국의 최대 곡창 지대 중 하나가 바로 삼강 평원이 아니던가?
1918년.
현재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산림이 그저 우거진 곳이다.
마치 그 옛날 코끼리와 표범이 뛰놀던, 중원의 강남처럼 말이다.
“제헌의회와 발해 지방정부 또한 이곳을 개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나이다. 부족한 예산을 쥐어짜며, 훈춘-가목사 철도 노선을 부설하려고 움직이고 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 아닙니까?”
“그래.”
삼강 평원은 외지다.
일단은 철도를 깔아야 사람들이 들어올 터.
나는 비릿한 표정을 지어 대며, 지도에 표시된 삼강 평원 지형을 손으로 콕콕 쳐 댔다.
“서양인들의 손을 좀 빌려서 이곳을 좀 개간한다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새 농업 용지를 개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뭐, 엄밀히 따진다면.
이곳을 전부 농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까지 투입하며 심혈을 기울여야 하나.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깔짝깔짝 개발해 보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산림이 우거진 곳과 수풀만이 존재하는 곳은, 개발 난이도 면에서 차이가 크게 나니까.”
이회영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대며 내 주장에 동의했다.
“동해주에 산림 벌목 양해각서를 체결한 투자자들에게 관련 제안서를 전달해 보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
돌아가려는 이회영을 잠시 붙잡았다.
아직 할 말이 더 남아서다.
“아! 그리고.”
“예. 말씀하십시오.”
“가목사(자무쓰) 인근이나 납확덕가(나홋카) 근처에 제지 공장들도 설립하는 제안도 해 보게나.”
이건.
대공황이 터진 후, 대한합중국으로 돌아갈 때 써먹을 카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고종 때문에 좀 더 빨리 귀국할지도 모르는 상황.
이에, 쥐고 있던 카드를 모조리 꺼내 볼 생각이다.
어떻게든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니까.
“자재들을 그냥 수출하기보단 가공하여 완성품을 다른 곳에 파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네. 그래야 이득도 보고, 국내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겠는가?”
이회영은 지도상에서 두 군데를 가리키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다른 투자 건 또한 언급했다.
“납확덕가(나훗카)나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 근처에 정유·화학 단지를 세우시려는 이유 또한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입니까?”
“그렇다네.”
미 서부에서 수입한 원유를 이곳에서 정제할 생각이다.
‘남는 것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팔면 되니까.’
내 집무실에는 지도들 말고 동그랗게 된 지구본 또한 존재했다.
나는 책상 한편에 있는 줄자를 꺼내어서 지구본에 이를 대며 미 서부와 대한합중국을 직선으로 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기 대한합중국까지, 최단 거리로 이동하게 되면······ 납확덕가(나훗카)나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가 가장 먼저 닿게 되네.”
더욱이 사할린 인근에는 석유와 함께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되어 있다.
앞으로 이를 채취할 수 있게 된다면, 근처에서 이를 가공하는 것이 저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회수한 상태라면, 좀 더 좋은 후보지에 이를 유치할 텐데 말입니다.”
“그렇지. 경흥이나 청진, 원산 같이 부동항이었더라면 경쟁력을 조금 더 확보했을 것이네.”
뭐, 어쩌겠나.
일단 현재는 일본에 품 안에 한반도 북쪽 땅이 안겨져 있는데.
‘곧 내게로 돌아올 것이지만.’
그렇기에 이번에 투자를 유치할 화학단지들은 소규모로 건설할 예정이었다.
공장을 운영하며, 관련 기술력을 확보해 놓은 후.
추가로 공장을 확장할 때는 다른 곳에 산업단지를 조성해도 될 테니까.
똑똑-
그때였다.
밖에 있던 최현우가 급히 내 집무실로 들어왔다.
“전하.”
“무슨 일인가?”
“오늘은 이쯤에서 이 대표를 돌려보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째서지?”
“내일이······ 결혼식이지 않습니까?”
“벌써 그렇게 되었던가?”
“예. 그렇나이다.”
고개를 돌려 집무실 벽면 한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11월 중순.
니키 부부가 죽은 이후, 약 두 달 정도 시간이 흘렀다.
날이 좀 쌀쌀해질 때 올가의 결혼식이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벌써 그때가 당도하다니.
“우당 미안하게 되었네.”
“아닙니다. 소신 또한 막 가 보려고 했나이다.”
나는 급히 이회영에게 양해를 구한 후,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훗날을 기약했다.
이후 빠르게 침실로 향했다.
* * *
“오늘은 웬일로, 되게 일찍 침실로 오셨네요.”
다섯 남매를 재우느라 피곤한지.
아니면, 볼록 튀어나온 배 때문에 힘든지.
에델은 살짝 졸린 표정을 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올가의 결혼식이 내일이지 않소?”
O.T.M.A.A 형제자매의 대부로서, 니키의 빈자리를 채워 주고 있었다.
동양에서 열리는 결혼식처럼 혼주 자리가 그리 상징적이진 않으나, 서양의 결혼식 또한 보통은 부모가 참석해 예비 신랑·신부의 행복을 기원한다.
이에, 나는 이번 결혼식에도 참가해 그들을 축복할 생각이었다.
마지막까지 대부 역할을 제대로 해 줄 생각이었으니까.
“아······ 그랬죠?”
아직도 경계하는 것일까?
에델은 살짝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대며 잠을 잘 준비를 해 댔다.
“몸은 좀 괜찮소?”
에델이 피식 웃더니 내게 답했다.
“버틸 만해요. 이전보다는 배가 이리 홀쭉하니까요.”
쓱-
에델의 배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이전 두 차례 임신 때보다는 배가 별로 나와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 임신 때는 세쌍둥이를, 두 번째 임신 때는 쌍둥이를 임신했으니까.’
지금이 정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소?”
“버틸 만하다는 것이지 괜찮지는 않아요.”
에델은 자신의 배를 만지며, 살짝 심통한 표정을 지어 댔다.
이후 그녀는 임신의 고단함을 내게 토로했다.
“입덧은 이제 그쳤지만,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퉁퉁 붓고 있답니다. 더욱이 이제 제 나이가 서른하고도 여섯이에요.”
에델의 나이를 듣게 되니, 그녀가 왜 이리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것 같다.
현대와는 달리 이 시대 서른여섯에 애를 가진다는 것은 좀 많이 늦은 임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벌써 그리되었소?”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세쌍둥이들을 임신했을 때보다도 몸이 더 무거운 것 같아요.”
하긴, 그땐 이십 대 후반이고.
지금은 삼십 대 중후반이니.
체감상 느껴지는 것이 다르겠지.
삼십 대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내 몸이 사십 대 들어서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했지 않던가?
임신을 두 번이나 한 에델의 몸은 오죽하겠어?
“저런······.”
울상을 짓자, 에델이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답니다.”
“그, 그렇소?”
“예.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우리 아이를 가지는 일은.”
에델은 내 손을 잡으며 피식 웃었다.
“후회하진 않아요.”
“고맙소.”
“말로만?”
에델이 내게 종아리를 내밀었다.
“고마우면 종아리 좀 주물러 봐요.”
평소에는 안 해 주지만, 임신했기 때문에 특별히 그녀의 부은 다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이에 에델은 밝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결혼 참 잘한 것 같아요. 이리 남편이 종아리도 주물러 주고.”
화기애애하게 웃던 에델.
하지만 웃음을 멈추며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댔다.
“하지만 미국을 떠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죠? 아내로서의 생활은 진즉 시작했지만, 왕비로서의 생활은 그때부터 시작이니까요.”
고종의 파천 요청 때문에.
최근 귀국 준비를 급히 서두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에델 또한 불안한가 보다.
앞으로 십 년 이상은 더 미국에서 생활할 것이라고 예상하다가 생전 처음 방문하는 타국에 영영 살아야 하니까.
“그대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오.”
“······.”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에델에게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최선을 다하여 커버해 주겠소. 그러니 그대는 내 옆에만 있어 주기만 하면 되오.”
* * *
올가의 결혼식은 성공리에 끝났다.
이후.
O.T.M.A.A. 형제·자매들은 아무르 임시정부의 사령부가 있는 하바롭스크 인근.
대한합중국의 우수리로 향했다.
적군이 불을 동그랗게 켜고 발작할 만한 결정.
하지만 니키의 자식들은 단합이라도 했는지, 다른 이들이 유럽에서 결혼하기 전까지 그곳에 알렉세이와 함께 머문다고 했다.
“부디 몸조심하도록 해라.”
“예. 대부님.”
어린 알렉세이가 걱정되지만.
그의 누나들이 함께한다면 당분간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
고종의 파천 때문에 나 또한 곧 대한합중국으로 귀국할 수 있기에.
알렉세이와 조만간 만날 수도 있다.
대한합중국의 임시 황궁을 해삼위와 훈춘, 단둥.
세 곳 중 하나에 지을 예정인데.
훈춘이나 블라디보스토크에 자리하게 된다면 알렉세이가 사는 우수리와는 지근거리기 때문이다.
“이 국장.”
“예. 전하.”
지난 석 달여 동안 본국에 돌아갔던 이위종이 돌아왔다.
나는 그와 시선을 교환하며 한 가지를 물었다.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말이야.”
“예.”
“파천 계획은 어찌 되어 가고 있는가?”
< 파천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