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2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24화(324/392)
< 한겨울밤의 꿈 (2) >
일본 대표단 일행은 헐레벌떡 대회의장으로 뛰어갔다.
갑작스럽게 이강을 만나며, 대회의장 밖에서 시간을 꽤 많이 허비해서다.
“하하하, 백두산 인근에서 나는 인삼이 최고지요. 사람을 보내 이번에 생산된 6년근 홍삼을 외무장관님께 배송하라 이르겠습니다.”
“하하, 그래 주신다면야······. 나야 고맙지요.”
이강의 말대로다.
대회의장에는 이미 대한합중국 측 대표단들이 도착해 있었다.
‘제길.’
영국부터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구에서 온 각국의 대표단들은 대한합중국 대표단들과 이야기를 하며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중이었다.
이는 본 회의가 시작되기 전, 스몰토크를 하는 서양인들의 습관을 이강이 꿰고 있어서다.
이강은 자국 대표단들에 이를 당부했고, 대한합중국 측 외교관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친분을 쌓는 일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흠.”
대한합중국 외교관으로 보이는 자가 크게 한숨을 쉬며 일본 대표단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함께 이야기하고 있던 미국 쪽 대표단 외교관과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놈들이······.’
자기들끼리 작게 속삭이는 중이기에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양국의 외교관들은 연신 일본 측 대표단을 향해 불쾌한 시선을 쏘아 대고 있었다.
사이토는 물론이고 후지와라까지 이를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었기에, 그들은 주먹을 꽉 쥐며 불쾌한 표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다 큰 어른들이, 이지메나 하고 있다니!’
사이토 일행이 대회의장에 도착한 지 약 5분 정도가 지났다.
다른 대표단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었지만, 유독 일본 측 외교관들은 이들과 동떨어져 있는 상태.
아시아 국가 중 일본만 왔다면, 인종이 달라서라고 자기합리화를 할 수도 있다지만.
대회의장에는 대한합중국은 물론이고, 중국 쪽을 대표하여 북양군벌의 수뇌들 또한 참석한 상황이다.
북양군벌 측 인사들도 살짝 겉돌긴 했지만, 일본 측 대표단만큼이나 노골적으로 무리에서 배제되고 있지는 않았기에.
사이토는 돌아가는 회의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입니다. 특사님.”
그때였다.
대한합중국 측 일행 하나가 일본 대표단 일행들이 앉아 있는 곳에 나타났다.
“그대는······.”
“대한합중국의 국무장관 이승만입니다.”
대한합중국은 초기 제헌의회를 꾸릴 때, 영미법을 기초로 법을 만들었다.
제헌의회 의원 상당수가 미국에서 유학했기에, 많은 법이 미국과 유사하지만.
정부 형태만큼은 미국이 아닌 영국을 참조했는데, 이는 공화국인 미국과는 달리 영국은 대한합중국과 비슷한 입헌 군주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 형태를 꾸릴 때 미국 쪽 영향이 덜 받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승만을 보아라.
그가 처음 제헌의회 내각에 입성했을 때만 해도 이승만은 외무부 장관으로 불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국무부 장관으로 칭해진다.
대한합중국은 기본적으로 연합왕국이기에, 각 왕국 간의 갈등 역시 중재해야 하는데.
이에 부서 업무가 확장되며, 호칭 또한 외무부 장관에서 국무부 장관으로 변경된 것이다.
“지난번에 파리에서도 한번 보았었는데 말입니다.”
이승만의 아는 척에, 사이토는 얼굴을 찡그렸다.
왜냐고?
그야, 파리강화회의에서 그의 심기를 아주 박박 긁었던 놈이 바로 이승만이었으니까.
‘재수 없는 새끼.’
회의 도중 깐족깐족 말을 끊는 것은 기본.
종종 그의 속을 뒤집는 팩트 폭행을 아주 대놓고 서슴없이 하는 이가 바로 이승만이다.
다른 외교관들에게는 굽신대면서 일본 측 대표단들만 보면 금수같이 물어뜯는 자가 바로 이승만이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은 아직 회의가 시작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승만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사이토에 사근사근 대화를 청하는 중이었다.
“그래. 또 보게 되었군.”
“아, 사이토 특사님.”
이승만은 이강과 마찬가지로 사이토를 ‘총독’이라고 칭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강처럼 이름만 툭 하고 말할 수도 없어서, 이승만은 사이토를 ‘특사’라 불렀다.
‘누가 대한합중국 정부 요인이 아니랄까 봐, 말하는 꼬락서니 좀 보소.’
사이토는 불쾌했다.
이강도 그렇지만, 이 새파랗게 어린놈 또한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느낌이었으니까.
“듣고 있네. 말하게.”
그렇다고 성을 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이리 많이 모인 외교무대에서 난동을 부렸다가는 자칫 회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그렇기에 사이토는 인내심을 한껏 끌어올리며 이승만을 쳐다보았다.
“이번에도 일본 측 대표단의 수장으로 이곳에 들른 것입니까?”
“그렇다네. 자네도 이번에 그쪽······ 대표로 참여한 것인가?”
대한합중국이라는 호칭을 사이토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총독이라 불러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반격이었는데, 이승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아닙니다. 이번에는 대한합중국 대표단 정사가 아닌 부사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승만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두 명의 대한합중국 정부 요인이 서 있었다.
“저자는!”
사이토 옆에 서 있던 후지와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승만의 시선이 닿는 곳을 향해 삿대질했다.
“누구인데 호들갑인가?”
사이토가 일본어를 사용하며 후지와라에게 묻자, 후지와라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사이토의 물음에 답했다.
“범죄자들입니다.”
“범죄자?”
“예. 그렇습니다. 그것도 잡범이 아닌 중범죄를 지은 대역죄인들입니다.”
일전에 한 번 만났던 인물들이었기에 후지와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사이토의 물음에 답했다.
“총독 각하. 십여 년 전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국평화회의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사이토가 고개를 끄덕이며 후지와라의 설명에 호응하자, 후지와라가 빠른 속도로 저기 반대편에 서 있는 두 사람을 설명했다.
“그때, 밖에 있는 이 왕자와 함께 세 명의 조선인이 헤이그로 향했습니다.”
사이토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때를 회상했다.
만국평화회의에 이강이 참석하여 일본 본토가 한번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그때부터 이강의 이름이 일본 전역에 널리 알려졌기에, 사이토 역시 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사이토는 영국 대표단들과 이야기를 하는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세모 모양으로 뜨며 후지와라에게 물었다.
“저 둘이······.”
“예. 그렇습니다.”
후지와라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사이토에 고했다.
“필시 저기 서 있는 둘 모두가······ 헤이그 회의에 참석했던 범죄자들일 것입니다.”
일본은 이준, 이위종, 이상설의 신병을 확보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들에게 사형선고를 때렸다.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형벌을 내린 것.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볼 수도 없는 행위였지만, 유사 민주주의 국가였던 일본이었기에 가능한 일.
“이 왕자가 아주 우리를 농락하는군.”
사이토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이에 이승만은 히죽대기 시작했다.
일본어는 모르지만, 대충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선 자기들끼리 이상설과 이준을 주제로 토의하고 있다 느껴서였다.
“저기 계신 분은 이상설 부사로 현재 대한합중국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계십니다. 바로 오른편에 계신 분이 이번에 우리 측 대표이신 이준 정사님이십니다. 현재는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계시죠.”
제헌의회에서 영국과 미국을 많이 참고했다지만,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복사해 온 것은 아니다.
대한합중국의 상황을 잘 반영하는, 대한합중국만의 부서 또한 설치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통일부였다.
일본에 빼앗긴 외교권과 삼남 지방 영유권을 되찾기 위해, 제헌의회에서 특별히 이를 설치한 것인데.
국무부와 법무부를 제치고 ‘통일부 장관’이 대표로 왔다는 것은 이만큼 이번 회의에서 대한합중국이 무엇을 최우선으로 하는지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자자, 모두 앉아 주십시오. 회의를 슬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최국인 미국 측 외교관의 개회 선언으로 워싱턴 군축회의가 막 시작되려고 한다.
일본 측 인사들과 대한합중국 대표단은 다들 눈을 힐긋거리며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총과 칼만 안 들었지, 소리 없는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된 거다.
* * *
‘제기랄.’
사이토의 미간에 주름 하나가 더 생겨났다.
‘아주 작정하고 우리를 물어뜯는군.’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서였다.
다들 합심이라도 한 것인지, 일본을 계속하여 물어뜯고 있었는데.
그간 호의적이라고 생각했던, 일본의 동맹 영국마저도 이들을 몰아붙이고 있어서 사이토는 굉장히 난감했다.
‘요동 반도를 반환했을 때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군.’
사이토는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다가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다.
정신을 팔고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해군 전력 강화는 태평양은 물론이고, 전 세계 안보를 뒤흔드는 행위입니다.”
“맞소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각국의 신규 전함 건함을 제한하려고 하는데, 나눠 드린 관련 보고서를 한번 검토해 주십시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외교관들의 예측은 정확했다.
미국은 일본의 해군 전력을 자국의 1/2로 제한하고자 했다.
사이토는 8할을 주장하며, 이에 맞서고 있었다.
“아아, 해군 전력 군축과 더불어 한 가지를 일본 측에 문의하고 싶습니다.”
“뭡니까?”
“지난번 강화회의 때 할양받은 산동과 남양군도 말입니다.”
“······.”
“이전에 이야기하기론 관련 당사국인 우리 미국과 더불어 대한합중국, 북양 정부와 함께 이를 논의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힐긋.
사이토는 대한합중국 측 대표단을 노려보았다.
지금 발언 기회를 얻은 이들은 미국 대표단이지만,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시누가 더 밉다고.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비시시 썩은 미소를 보이는 대한합중국 대표단들이 더 미웠기 때문이다.
“강화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아무런 제안이 없던데, 이와 관련해 무슨 하실 말이라도 있습니까?”
발언 기회를 얻은 사이토.
그는 일본 측 자료를 오른손에 집어 들며 반박했다.
“아국은 이미 여러 차례 관련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산동과 남양군도는 우리 일본이 자체적으로 점령한 영토로 적법한 절차를 걸쳐 아국의 영토로 편입한 곳입니다.”
“······.”
“물론 미국과 이 왕자의 사병들이 지난 전쟁에서 활약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은 자오지철도의 절반 되는 주식 지분을 이들과 공유함으로써 이번 전쟁의 성과를 관련 당사자들과 공유하려 합니다만.”
뭐래?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도 않는 제안이다.
미국 측 대표단은 물론이고, 영국 측 외교관들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댔다.
기본적으로 자오지철도를 일본이 소유하고 있다면, 북중국 쪽을 일본이 언제고 쳐들어가도 이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인 없는 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본과 북양 정부를 뺀 모두의 생각이다.
그렇기에 이번 회의에 참석한 대표단들은 일본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팍팍 티를 내기 시작했다.
“아, 혹시 발언하시겠습니까?”
이준이 손을 올리며 말을 시작했다.
“지난 파리강화회의 때부터 이야기해 왔지만, 일본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대한제국의 권익을 지켜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제국과 같은 민족인 우리 대한합중국이 파리강화회의에서 체결된 민족자결주의를 원칙으로 이를 대신하려고 하는데······ 일본 정부는 무대응으로 대응하고 있더군요.”
사이토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이 왕자의 사병 집단은, 십여 년 전부터 이를 거론하더군요. 우리 일본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위임했는데 말입니다.”
사이토는 다른 예를 들며 이준에게 질문했다.
“그대들은 전대 왕의 퇴위를 부정하던데······ 제 말이 맞소이까?”
“그렇소이다. 적법한 절차를 통하지 않고 무력으로 겁박하여 해낸 일이 아닙니까? 더욱이 일본 정부는 삼남 또한 강제적으로 병합을 했습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야마토 지역이 언급되자, 사이토는 빠르게 이준의 말을 끊었다.
“아무튼 그대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 대한제국의 실 통치권자는 이형이겠군요. 아닙니까?”
고종의 본명이 언급되자, 이준을 비롯한 이상설, 이승만은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표정을 구겼다.
“원칙적으론 그렇지요.”
“흠. 내가 알기로 상왕으로 물러난 이형은 우리 일본 제국이 계속하여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위임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헛소리!”
사이토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상철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헛소리는 무슨······.”
“특사는, 그 말을 책임질 수 있소?”
이승만이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사이토를 힐난하자, 사이토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대한합중국 대표단을 도발했다.
“책임이라······.”
사이토는 뒷말을 끌며 고개를 돌렸다.
회의장에 모인 각국의 대표단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거짓을 말하지 않고 싶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또한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형의 첫째 아들은 종종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우리 일본 제국의 통치에 아쉬운 점을 표현하지만, 그의 아비는 이와 관련하여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대들이 겁박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겁박이라니!”
사이토는 절대로 그런 일은 행해지지 않았다고 호언장담하며 회의장에 모인 외교관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일본은 상왕인 이형에 단 한 번도 겁박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신사적으로 대하며 이왕가에 거액을 지원하고 있지요.”
사이토는 팔짱을 끼며 콧방귀를 껴 댔다.
“그러니, 다들 저들의 선동에 귀 기울이지 말고. 군축 관련 이야기나 마저 합시다. 우리가 이곳까지 모인 이유가 뭡니까? 군축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까?”
시간이 흐르고 회의가 휴정되었다.
이준은 사이토 곁을 지나가며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후회할 거요. 오늘 했던 말.”
“후회는 무슨······.”
사이토는 콧방귀를 끼며 대한합중국 대표단을 노려보았다.
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향했다.
푹-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 한겨울밤의 꿈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