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3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30화(330/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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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 고위 정부 요인들의 속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
그 사건은 고종이 파천에 실패한 후,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성공할 뻔했는데. 대한합중국이 내 것이 될 뻔했는데. 진정한 황제로서 내 꿈을 완성하리라 생각했는데!”
의주에서 체포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고종은 의기소침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꿈’에서 한동안 헤어 나올 수 없었으니까.
“거기, 게 있느냐?”
하지만 고종은 곧 기력을 회복했다.
이런 실패는 그의 일생에서 늘 있었던 이벤트였으니까.
중전이 죽고.
아버지가 청으로 끌려가고.
끝끝내 외교권까지 잃게 되었다지만,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
그랬기에 고종은 재빨리 평상심을 찾고 하던 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부르셨습니까? 상왕 전하.”
“따뜻한 물에 적신 손수건을 속히 이곳으로 내오거라.”
“······물수건은 왜 찾으십니까?”
고종의 곁에서 시중을 드는 이들은 전부 조선말을 할 줄 아는 일본인들이다.
어찌어찌 체포된 고종이 이 와중에 탈출을 또 감행할 수도 있기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자국민들을 고종의 최측근에 배치한 것인데.
고종은 그런 일본인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이들을 째려보았다.
“쯧쯧쯧. 멍청한 것들. 지금 짐의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느냐?”
고종은 현재 뒤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평시보다 더욱더 뻔뻔한 태도를 보이며 안하무인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어찌 된 것이 하나같이 나사가 빠져 있는지······ 나 원. 뭐 하는가? 썩 물수건을 내오지 않고!”
고종을 감시하던 일본인들은 방금의 언행을 최고위 인사에게 보고했다.
그와 함께 한양으로 향했던 통감부 경무관의 귀에까지 이 소식이 전해졌는데.
아키라는 고종의 요청을 듣고 잠시 고민하다가 이를 승인했다.
“상왕의 청을 들어주게. 상왕을 꽁꽁 숨겨서 돌아간다지만, 한양으로 가는 길에 일반 시민들과 접촉할 수도 있으니까.”
“하긴. 저 꼴을 한 상왕을 조선인들이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자칫 일이 더 커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 그러니 요청을 바로 들어주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고종은 한양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호사스러운 독방을 사용했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위장을 위해 칠했던 화장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여기 대령했나이다.”
“굼벵이처럼 굼떠서는······ 쯧쯧.”
위장 화장을 지우면서도 고종은 한동안 투덜댔다.
기분이 나빠진 탓이었다.
‘제길.’
정말 파천에 실패했다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기 때문인데.
그래서일까?
고종은 간간이 그를 감시하는 일본인 철도 경찰들에게도 비난과 조롱을 해 대며, 그들을 도발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왜? 지금 내 모습이 우스워 보이는 것이냐?”
“······.”
“말해 보아라. 방금까지 웃지 않았느냐? 네놈!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그러는 와중에도 일본인들은 고종을 꿋꿋이 대우해 줬다.
이 왕가는 식민국이긴 하지만, 일국의 왕.
반면 자신들은 신분상 평민이었으니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그를 막 대하지는 못한 거다.
“상왕이시여.”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 평민들에 한해서다.
고종의 투정은 통감부 직원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혔다.
“외신은 통감부 소속의 아키라 경무관입니다.”
고종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독방으로 들어온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를 도발했다간 한동안 고종이 원하는 것을 못 얻을 수 있기에,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던 거다.
“어제 있었던 납치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고 있사온데······ 부디 협조 부탁드립니다.”
아키라가 웃는 얼굴을 하며 고종에게 말을 걸었다.
이에.
고종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납치 사건?”
“예.”
아마도 고종의 파천 시도를 두고, 일본 측은 이리 해석하고 대외적으로 선전할 생각인가 보다.
아키라 경무관이 고종을 향해 사진 두 장을 건네며 재차 질문했다.
“이 두 사람을 잘 아십니까?”
“······.”
안다.
이 둘은 한양에서 의주역까지 동행한 최 요원과 김 요원이 아닌가?
“아신다면 최대한 관련 정보를 저희에게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고종은 두 사람을 좋게 보고 있다.
특히 최 요원에게는 호감이 많다.
개꿈으로 끝났지만 적어도 꿈속에서의 최 요원은 대한합중국에 도착한 후 이강의 세력을 축출할 때 고종을 도왔기에.
고종은 일본인들에게 이 두 사람의 정보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혹시, 이 두 사람 외에도 이 일에 관여된 인물이 또 있습니까?”
“······.”
고종은 이번 역시도 입을 꾹 다물었다.
하란사나 옹주를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가 알고 있는 정보를 이리 쉬이 꺼낸다면, 향후 일본과의 협상에서 자신의 발언권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기에.
이번에도 역시 본능적으로 말을 아낀 거다.
“후-”
아키라 경무관은 고종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가 들고 있던 또 하나의 사진을 고종에게 건넸다.
“안타깝게도 전하의 고명딸이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강제로 탑승한 후, 고종은 무언가를 의주에 두고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찜찜하지만 기억이 안 나는 무언가.
출국심사 때 철도경찰의 몸수색 도중 바닥에 내팽개쳐져 머리를 다쳐서 그런지 몰라도, 이를 끝내 기억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아아.
그 찜찜했던 무언가가, 드디어 기억난다!
“옹주, 그래. 옹주는 어디에 있느냐?”
고종이 옹주를 급히 찾자, 아키라 경무관은 속으로 방긋 웃으며 어떻게 하면 고종의 입을 열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는 최대한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종에게 옹주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남은 잔당들에 의해 대한합중국으로 납치되셨다고 합니다.”
“뭐라? 옹주는 국경을 건너는 데 성공했단 말이냐?”
“예.”
“제길. 육시랄. 옹주 말고 짐이 나중에 출국 심사를 해야 했는데······ 그랬다면 짐이 지금쯤 대한합중국에 도착했을 텐데······ 짐의 모든 운을 고년이 가로채 갔구나!”
고종은 방방 뛰기 시작했다.
보통의 아버지라면 딸이라도 무사히 국경을 건넜다는 데 다행이라 할 수도 있지만.
고종은 달랐다.
“으으······ 으으······.”
더욱이 옹주의 국혼은 고종이 보험으로 쟁여 놓았던 카드이기도 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의 협상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카드 한 장을 놓친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래서, 고종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전하. 혹시 옹주의 납치를 주도한 범인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키라는 이때다 싶어서 고종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고종은 아키라의 바람과는 다르게,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스러워했다.
“내, 머리가 아프도다.”
“전하. 말씀해 주십시오.”
“잠시 평양에서 쉬며 휴식을 취하고 싶다.”
“전하!”
“부디 다음 역에서 쉬었으면 한다.”
고종이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했다.
출국 심사 때.
꽁꽁 언 의주 땅에 부딪혔던 부위를 감싸며 아파했는데.
이를 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못 본 척한 것인지, 아키라 경무관은 고종의 요청은 바로 기각했다.
“송구하옵니다. 안타깝게도 전하의 청은 들어드릴 수가 없나이다.”
“뭐라? 내 머리가 두 쪽이 날 듯이 아프다니까! 이 열차에서 내려서 쉬고 싶단 말이다.”
통감부는 아키라가 의주로 향하기 전에,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최대한 빨리.
고종을 한양으로 압송하라고 강조한 거다.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일본인답게, 아키라는 통감부의 명령을 신의 명령처럼 여기고 절대적으로 지키려 노력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렇게는 못 합니다. 송구하옵니다.”
고종은 악에 받친 표정을 지으며 아키라를 노려봤다.
이후 그를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네놈. 네놈이 뭐라고 지금 짐을 무시하는 것이냐! 한낱 경무관인 주제에 황제인 짐을 업신여기다니!”
쾅-
아키라가 독방 문을 닫았다.
쾅쾅쾅-
이내 고종이 VIP 문을 두들겼지만,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후- 상왕을 잘 감시하도록 하게.”
“예.”
쾅쾅쾅-
아키라가 떠났지만, 고종은 계속해서 문을 두들겼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
“지, 짐은 대한제국의 황제이자 대한합중국의 연합 군주이노라.”
“······.”
“네 이놈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렵지도 않으냐?”
쾅쾅쾅-
쾅쾅쾅-
한동안 조용했다가 시끄럽기를 반복.
고종은 한양으로 떠나는 직통 열차에서 계속해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아프단 말이다!”
“······.”
“이놈들. 잠시 평양에서 짐을 쉬게 해다오!”
“······.”
“개성에서, 개성에서 잠시 바깥바람을 쐬고 싶도다.”
“······.”
쾅쾅쾅-
쾅쾅쾅-
“또 시작이네.”
고종이 있는 독방을 지키던 철도 경찰들.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포기를 모르는 고종을 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종이 한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자신의 특실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 * *
“······.”
제3대 조선 통감 직을 수행하고 있던 마사다케.
현재 그는 덕수궁에 입궁한 후, 짜증 나는 표정을 있는 대로 지어 대며 부하들을 쥐 잡듯이 잡고 있었다.
“상왕이······ 어찌하여 저리된 것이지?”
마사다케 통감은 의주부터 한양 복귀까지 고종과 함께했던 아키라 경무관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의원이 말하기를······.”
“말하기를?”
“······.”
목이 메었는지, 아키라는 차마 다음 말을 내뱉지 못했다.
“답답한지고. 마사카!”
“예. 통감 각하.”
이에 마사다케 통감이 다른 직원을 불러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물었다.
“자네가 설명해 보게. 이 일이 어찌 된 것인지.”
“그게······.”
다른 부하 놈도 우물쭈물하자, 마사다케 통감은 그를 노려보며 한 사람을 찾았다.
“됐네. 그보다 상왕을 진료한 의원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게.”
의자이자 고종의 감시자 역할을 했던 서양인 의원이 나타나자.
마사다케 통감은 그에게로 화살을 돌리며 고종이 왜 저리 의식도 없이 누워 있는지, 그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어째서 저리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지?”
“······.”
“내 상왕을 잘 돌보라고 명령했는데······ 저리 산 송장이 될 때까지 뭘 한 것인가!”
“통감 각하. 본인은 상왕의 건강 상태를 누구보다 잘 챙겼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 계신 경무관님에게 누누이 경고했지만······ 보고할 때마다 이를 뭉개 버려서 손을 쓸 틈이 없었습니다.”
마사다케가 급히 아키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 아키라 경무관이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항변했다.
“억울합니다. 통감 각하. 각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간 상왕이 어떠한 횡포를 부리며 태업을 일삼았는지를 말입니다.”
마사다케 통감이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꾀병이라 생각했단 말인가?”
“예.”
쫙-
마사다케 통감이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풀 스윙으로 아키라의 볼때기를 쳤다.
이에 아키라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능한 놈.”
“······.”
“꾀병을 부릴 때는 다 들어줘 놓고서, 정작 치료가 필요한 시기에는 상왕을 방치하다니!”
사실 마사다케였어도, 고종의 호소를 꾀병으로 보았을 거다.
이는 과거에 보였던 업보 때문이다.
고종은 만국평화회의에서 이강이 활약할 때, 대한제국이 다시금 독립할 줄 알고 으스댔고.
아주 강경하고 무서운 데라우치 통감이 제2대 조선 통감이 될 때까지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였다.
데라우치의 기에 눌려서 한동안 잠잠해졌지만, 그때의 행동을 통감부 직원 모두가 기억하기에.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여기던 차였다.
“요시다로.”
“예. 각하!”
“이제부터 자네가 아키라를 대신하게 될 것일세.”
이에 아키라 경무관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마사다케 통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각하!”
“뭐 하나! 이자를 끌어내게.”
“예.”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필 워싱턴에서 중대한 회의가 열리는 순간에,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다니!
마사다케 통감은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통감! 통감!”
“왜? 또?”
“상왕이, 상왕이······.”
마사다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덕수궁 함녕전으로 향했다.
고종의 병환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그곳에는 최소의 인원만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소수의 궁인이 나라 잃은 표정을 지으며 흐느적거렸다.
“아이고, 폐하.”
“폐하.”
곡소리가 난다.
지금은 작지만······ 공식적으로 고종의 죽음이 대한제국에 알려진다면, 전국으로 번져서 세상이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으로 비화하리라.
“닥치지 못할까, 이놈들!”
마사다케 통감은 괜스레 궁인들에게 화를 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누가 죽기라도 했단 말이냐!”
“통감 각하!”
이에 새롭게 경무관이 된 요시다로가 마사다케 통감 곁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상왕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
“각하께서 우리 군을 전부 푼다고 하여도, 죽은 상왕을 저승에서 붙잡아 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
북으로 도망치는 고종을 의주에서 잡긴 했지만.
북망산으로까지 도망치는 고종을 끌고 올 수는 없었다.
마사다케 통감 또한 이를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분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도······ 시간은 끌어야 하지 않겠는가?”
“시간이요?”
“그래. 대책을······ 대책을 세워야지.”
똥은 이미 싼 상태다.
이를 어떻게 몰래 치울지, 그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질 않지만.
본토에 있는 의원들이나 내각 인사들 혹은 총리라면 묘안을 제시할 수도 있기에.
마사다케 통감은 일단 고종의 죽음을 감추기로 마음먹었다.
“본국에서 해결책을 제시해 줄 때까지는 일단 상왕의 죽음을 숨겨야 할 것이야.”
“······.”
“내 말. 알아들었는가?”
“예.”
통감부 직원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마사다케 통감의 명을 받들었다.
“뭐 하는가? 움직이게.”
일단 그들은 궁궐에서 일하는 궁인들의 입부터 단속하기로 했다.
밖으로 새어 나갔다간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까.
< 승천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