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3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32화(33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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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익문사 요원들.
합중국 정보국 직원들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젠 일반인이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서도 활동한다.
여론 동향 관찰이나 정보 수집 같은 간단한 업무부터.
해외 동향 파악, 주요 인물의 동선 추적, 첩자나 반민족 행위자 암살 같은 까다로운 일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의 정체를 들키면 안 되기에, 그들은 자신이 정보국 직원이라는 것을 티 하나 내지 않는다.
그랬기에, 일반인들이 정보국 요원의 실체를 아는 건 힘들었다.
“김 서방, 자네 그 이야기 들었는가?”
평양 시내에서 어물전 장사를 하는 박두식 또한 정보국 요원 중 하나로, 현재는 김 서방으로 불리고 있다.
그의 본업무는 하나.
정보국 요원들이 가장 많이 투입된 ‘여론 선동’이다.
“무슨 이야기?”
“글쎄. 중앙시장에서 장사하는 여미 아비, 자네도 알지?”
“알지!”
“지난주에 중원에서 들어오는 물품을 떼려고 의주에 갔다는데 말이야. 그곳에서 상황 폐하를 뵈었다고 하더구먼.”
최근 그에게 지령 하나가 떨어졌다.
한양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종의 현 상황을 평양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라는 것이었다.
“상황 폐하를? 여미 아범이?”
“그래.”
점심시간.
인근에서 일하는 친한 상인들끼리 모여 반주도 한잔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시간에.
박두식은 최근에 입수한 고종에 관한 이야기를 대차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이 머물고 있던 식당이 한순간에 시끄러워졌다.
“에이. 무슨 헛소리를 그리 정성스럽게 해? 상황 폐하께서는 현재 한양에 계시는데?”
“그러게. 상황께선 한양에 계시는데 어찌 의주에서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무엇보다 일본이 가만히 두었겠는가?”
“맞아, 맞아. 덕수궁을 벗어나려고만 하면 기를 쓰고 상황의 앞길을 막을 것들이 그 일본 놈들인데. 어찌 여기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방문하셨단 말인가?”
모든 시선이 박두식에게로 쏠렸다.
이에 박두식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듣기로, 이십여 년 전에 일어났던 한 사건이 고대로 최근에 다시 벌어졌다더라고. 거 있잖은가? 돌아가신 중전께서도 변복하고 남쪽으로 대피하셨던 일.”
임오군란 때의 안 좋은 기억들을 강제로 떠올리게 되자.
몇몇 상인들이 온갖 인상은 다 써 가며 박두식을 노려보았다.
“그놈의 민가 년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게.”
“그러게, 퉤- 그 계집 이야기만 하면 온종일 손님이 끊기더라고.”
“맞아. 자네, 다시는 내 앞에서 민가 년 이야기는 꺼내지 말게나.”
박두식은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며 하던 이야기를 이어 갔다.
“아무튼······ 상황께서는 여인네처럼 화장을 하고 의주로 파천을 떠나셨다는 이야기가 있다네.”
“이를 여미 아비가 봐 부렸고?”
“그래. 상황께서 압록강을 건너기 전에 일본 놈들에 의해 붙잡혔다고 하더라고. 그 찰나의 순간을 여미 아비가 본 것이고.”
“허허.”
“그 이야기가 진짜인가?”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박두식을 쳐다보았지만, 평소 박두식은 한양이나 의주 혹은 미국 소식을 다른 이보다도 빠르게 평양 상인들에게 알려 온 정보통이었다.
그랬기에 다들 긴가민가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박두식은 이들에게 의심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 과정에서 좀 과격한 싸움이 있었나 보네.”
“싸움?”
“생각해 보게나. 철교만 건너면 의왕께서 세우신 합중국일세. 자유의 땅을 눈앞에 두고 붙잡혔는데, 한 성깔 하는 상황께서 가만히 한양으로 끌려가셨겠는가?”
고종의 성격이 개차반인 것은 평양 사람 모두가 아는 일이다.
그랬기에 일부는 동의한다는 듯 고래를 끄덕였다.
“철도 경찰들이 복날 개 잡듯이 상황을 몽둥이 찜질했다는 소문이 있네.”
“저런······.”
아직도 고종이 왕이라 생각하는 아주 극소수의 지지자가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워했다.
“응? 내가 들었던 이야기와는 다른데.”
그때였다.
막 가게 문을 열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평양에서 비단을 팔던 유승범으로, 그 역시도 평양에서 소문난 정보통 중 하나였다.
“유서방도 상황 폐하의 의주행 소식에 대해 아는가?”
“그럼. 옹주마마와 함께 합중국으로 파천을 가셨다가 실패했다고 하더군.”
“그래?”
“그렇다니까. 상황을······ 호위하는 유모로 알고, 일본 놈들이 그만 상황을 덮쳐 사달이 났다던데.”
고종이 여장을 했다는 소식이 평양에 퍼졌다.
“그, 그게 말이 돼요? 왜놈들이 상황을 덮치다니.”
“아니야. 그럴 수도 있네. 왜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암. 죽은 민가 년도 그 끝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한때 돌지 않았던가? 왜놈들은 치마만 입었다 하면 눈이 돌아간다는 소문이 있네.”
“그래도······.”
별안간 이야기가 와전된다.
고종의 청년막 이야기가 오가다가 이내 그의 현 병환으로 주제가 옮겨 갔다.
“그래서 상황께서 시름시름 앓아누웠다는 이야기가 있다네. 들리는 풍문에는······ 상황께서 함녕전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는 것 또한 그 일의 후유증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
간만에 재미난 이야기가 오가서 그럴까?
사람들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식당에서 나가지 않고, 관련 소식을 공유했다.
“형님. 형님. 크, 큰일이 났다 하오.”
그때였다.
입이 아주 가벼운 아랫마을 동팔이가 식당에 나타났다.
“상황께서······ 그만 승하하셨다 합니다.”
“뭐?”
“형님께서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상황께서······.”
사람들은 동팔이의 입을 급히 막았다.
“그 이야기는 우리도 방금 들었다네. 그러니 중간 이야기는 잠시 생략하고······ 방금 했던 말이나 해 보게나.”
“그게. 지난밤, 상황께서 또다시 덕수궁을 탈출하려 하셨다 합니다. 이를 통감부 직원이 발견하고 다그치는 가운데 그만······ 통감부 직원이 상황 전하를 발로 냅다 차 버려서······.”
그만 고종이 뇌출혈로 죽었다는 것이 동팔이의 주장이다.
“상황이 독살당한 것 같다고?”
“예. 그렇다니까요.”
한 시간 뒤.
한양에서 올라온 또 다른 상인은 다른 말을 해 댔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한참을 듣고 있던 평양의 대상인 양 씨가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결론은 하나겠네.”
“뭡니까?”
“다들 한양으로 가세나.”
“예?”
“상황께서 무사하신지······ 이를 확인하고 돌아오면 되지 않겠나?”
“······그렇네요?”
양씨는 주변 상인들을 선동하며 그들에게 다음 말을 했다.
“뭐 하는가? 짐들 싸게나. 다들 한양으로 가서, 상황 폐하께서 무사한지 확인하고 오세나.”
* * *
고종의 서거 소식은 대한합중국과 대한제국 곳곳으로 빠르게 퍼졌다.
아직 공식 발표가 없어서 확인은 못 하고 있으나, 암암리에 퍼져서 일부는 이를 기정사실처럼 생각했다.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미국을 포함한 서구 열강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나와 인척인 록펠러가 우리 집에 급히 찾아왔다.
“부친께서 그리 허망하게 돌아가시다니 참으로 유감입니다.”
“······.”
“괴로우시겠습니다.”
록펠러의 귀에도 해당 정보가 흘러 들어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정확히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른다.
대한제국도 그렇지만, 여기 미국에서도 고종의 죽음은 다양한 형태로 호사가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괴롭지.”
“······.”
하지만 나는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남의 소식을 전하길 좋아하는 호사가들과는 달리, 록펠러는 고종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침울해하는 그의 표정만 보아도, 록펠러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부친과 나는, 사이가 그다지 좋진 않았네.”
바로 일본을 힐난하며 그들을 나와 록펠러의 영원한 적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으나.
일단은 고종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하고자 했다.
“내 부친은 다른 아버지와는 다르게, 나를 아들로 보지 않고 혹시 모를 미래의 경쟁자로 보았으니까. 1900년 이후, 내가 해외를 전전하며 한평생을 살았던 이유 또한 그 때문이지.”
미주알고주알.
이를 다 이야기하는 것은 쉽게 꺼내기 힘든 사연을 록펠러에게 들려 줌으로써 그와 더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함이었다.
이미 인척 관계이긴 하지만.
끈끈함이 더해질수록 강력한 우군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그분은 전하의 부친이 아니십니까?”
“그렇지.”
나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위로하려는 록펠러의 손을 꼭 잡았다.
“고국에 돌아간 후엔 한마디나마 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네.”
서양과 동양은 문화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편적인 사상까지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이왕 전하.”
“말하게.”
록펠러가 제법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장례식은 어떻게 치르실 생각이십니까?”
“마음 같아서는 내 한양으로 바로 달려가고 싶다만······ 돌아가는 사정상 아무래도 이곳에서 해야 할 것 같네.”
“니키처럼 말입니까?”
그래.
알렉세이가 니키의 시신 없이 뉴욕에서 장례를 치렀듯, 나 또한 그리할 예정이다.
“저와 제 가족이, 최대한 이번 일을 돕겠습니다.”
나는 제법 걱정하는 표정으로 록펠러를 바라보았다.
“자네나 자네 가족도 함께 다른 송사 때문에 바쁠 텐데. 미안하구먼.”
최근 록펠러는 여러 차례 법정을 드나들며 지루한 싸움을 하는 중이다.
그의 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사망하자, 노조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그를 고소한 것이다.
‘그러게, 내 진즉 노동 환경 좀 개선하라 일렀는데.’
어느 나라든.
가장 선두에 있는 자가 두들겨 맞는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삼X만 해도 그렇다.
다른 기업은 그냥 넘어갈 일도 삼X은 그렇지 않으니까.
“아닙니다. 전하와 저는 한 가족이지 않습니까?”
이번 소송 때문인지 록펠러와 그의 일가족은 나를 많이 도와주지는 못했다.
이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록펠러가 돌아가려다가 말고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아······ 이왕 전하.”
“응? 더 할 말이 남아 있는가?”
“제 소유의 언론사들에도, 이 소식을 보도하라고 이르겠습니다. 최대한 강한 어조로 일본을 비판하라고 일러 두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겠네.”
록펠러가 떠나고, 나는 한동안 그가 머물렀던 자리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와 이야기하던 도중 말했던 고종에 관한 기억이 잠시 내 뇌리를 다시금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전하.”
그때였다.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최현우가 내 집무실에 들어와선 쪽지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뭔가?”
“록펠러 이사장과 대화하실 때, 전화가 한 통 걸려 왔습니다.”
메모 한쪽 구석에 적혀 있는 한 사내의 이름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최현우에게 물었다.
“사이토? 사이토 특사가 내게 전화를 했단 말인가?”
“예.”
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상 이야기했던 대화를 간략하게 요약했다.
“일본 정부 측을 대표하여 전하께 대담을 요청하였는데 말입니다. 어찌할까요? 특사의 요청을 그냥 무시할까요?”
“아닐세.”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뭐라고 지껄이는지 들어 보고 판단해도 나쁘지 않을 것일세. 내일 아침에 이쪽으로 오라 하게.”
* * *
“그래. 날 보자고 했다고?”
“예.”
나는 반갑지 않은 이를 팍팍 내며, 내 집무실에 방문한 사이토를 노려보았다.
“어째서지? 지난번에도 말했듯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합중국에서 온 삼인방이 주도하고 있네만.”
“······.”
“나는 그 옛날 뒷방 늙은이처럼 협의가 완료된 소식이나 통보받고 있다네. 좋은 소식이 들리면 손뼉 치고,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혀를 차며 앉아만 있단 말일세.”
팔짱까지 끼며 한껏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런 나와 대화를 한다고 해서, 자네가 뭘 얻을 수 있겠는가? 이럴 시간에, 차라리 저기 힐 호텔로 가 보게나. 그곳에 우리 대표단이 머무르고 있지 않던가?”
한참을 침묵한 사이토.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음 말을 내뱉었다.
“이왕 전하께서는 대한합중국의 연합 군주십니다.”
그의 다음 말은 충격적이었다.
여태껏, 일본 정부와 사이토는 대한합중국의 존재를 부정해 왔다.
그런 사이토가 지금 나를 두고 대한합중국의 연합 군주라고 칭하고 있다.
그 말은 즉.
이자가 서서히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합중국은 영국처럼 입헌군주제를 표방하고 있으나······ 예나 지금이나 그렇죠. 개국 군주와 세습군주의 영향력은 차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개국 군주와 세습군주의 차이점까지 설명하며.
‘너 사실은 너희 나라에서 영향력 최고잖아. 그러니 권한이 있는 너랑 이야기하고 싶어.’라고 사이토가 내게 돌려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희 쪽 제안입니다.”
“······.”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지난번 안보다 훨씬 더 진보된 제안이니까요.”
사이토가 내게 새로운 제안서를 건넸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를 바로 확인할 것이겠지만, 나는 프로 협상가.
나는 사이토가 건넨 제안서를 집무실 한편에 자리한 책상에 그대로 올려놓곤 다시금 팔짱을 꼈다.
“순서가 틀려먹었군.”
“······순서라면.”
“내게 사과부터 해야지.”
“······.”
“내 뒷방 늙은이처럼 뉴욕 별채에 기거하고 있지만, 귀는 열려 있다네. 일각에서는 내 부친의 죽음을 두고 일본 정부가 관련되어 있다는 풍문이 있던데.”
고종의 죽음이 일본 정부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백받고자 했다.
집무실 한편에 녹음기도 설치해 두었기에, 사이토가 그대로 토설한다면 나는 최고의 증거를 내 손에 쥐게 된다.
“그럴 리가요. 이번 사건은 저희와 무관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이토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악까지 쓰며 계속 오리발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와 무관하다?”
“예. 하지만 개인적으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신 상왕께서는 전하의 친부가 되시지 않습니까?”
“······.”
“더욱이 상왕께서는 꼬여 버린 실타래를 풀고, 아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실 분이셨습니다.”
“······.”
“이리되었기에, 최종 증언을 해 주시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저희 측은 상왕 전하를 해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왕께서도 이점만큼은 저희 측 주장을 믿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리 나오나 본데.
‘제안서에는 뭘 적어 놨나?’
나는 사이토가 건넨 제안서로 눈길을 돌렸다.
< 원위치로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