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3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34화(334/392)
< 원위치로 (3) >
“이왕 전하. 오랜만입니다.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사이토와의 재회는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 이루어졌다.
영국의 총리가 다른 세부 협상을 마무리한 후, 한일 간의 추가 협상을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숙소가 너저분하지요? 고국에 돌아갈 날이 머지않아서, 짐을 좀 정리하느라 엉망입니다.”
38도선을 기준으로 협상안을 내놓았을 때, 사이토가 건넨 문서를 박박 찢어서 그런지 사이토는 뒤끝을 보였다.
공식적인 협상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리 더러운 곳으로 나를 불러들인 것을 보면.
“그래도 접견실은 깨끗하니 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아! 커피 좀 드시겠습니까?”
“됐네. 오는 길에 점심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아직도 배가 부르네.”
혹시 모르잖아.
독이 들어 있을지 누가 알아?
그랬기에, 나는 사이토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며 자리에 편히 앉았다.
이에 사이토는 마시고 있던 커피를 내 자리 앞에 내려놓고는 영국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로이드 조지 총리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추가로 저희에게 요구할 것이 있으시다면서요?”
강대국 간의 군축 협상은 어제부로 끝이 났다.
1:0.66.
본래 역사에서는 미영 해군들 대비 60%로 전함 전력을 제한받았지만.
이번 역사에서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우리에게 넘겨야 해서 그런지 몰라도 6%의 이득을 일본이 보게 되었다.
‘그럼 뭐 해.’
가장 중요한.
영국이라는 파트너를 조약 발효 즉시 잃게 생겼는데.
원 역사에서는 기존 동맹 조약 만료일이 다가올 때까지 버텨 주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마도 이는 영국 정부가 일본의 활용 가치가 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많이 피곤해 보이는군.’
그래서일까?
사이토의 얼굴은 아주 푸석해 보였다.
하긴, 그럴 수밖에.
사이토 입장에서는 손에 쥔 모든 것을 고종의 파천 사건 하나로 전부 다 잃게 된 셈이니까.
얼굴에 피로가 가득할 수밖에 없겠지.
‘다 네 업보다.’
나는 쌤통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사이토를 무관심한 눈빛으로 한번 쓱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네. 몇 가지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야.”
“하하하, 욕심도 많으십니다.”
“······.”
“이번 회의를 통해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았습니까? 바로 전하이십니다.”
이에 그는 영혼 없이 웃기 시작했다.
나를 욕심꾸러기로 몰아가며.
“그런데도, 아직도 더 요구할 것이 남으셨습니까?”
나는 콧방귀를 뀌며 사이토와 시선을 교환했다.
“본래 내 것을 되찾은 것을 가지고 그리 말하다니. 더욱이 완전히 돌려받은 것도 아니고, 절반에 그치지 않았나?”
“······.”
“그런데도 자네는 내가 이번 회의에서 가장 이득을 많이 본 세력이라 주장하는군.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르니, 참으로 답답하군.”
삼남 이야기가 언급되자, 영혼 없이 미소 짓고 있던 사이토의 표정이 급히 어두워졌다.
“로이드 조지 총리께 들으셨다시피 이번 추가 협상에서 야마토(삼남)와 기타 38도선 이남 도서 지역 영유권은, 다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이 단어가 언급된다면, 바로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습니다.”
사이토는 추가 협상이 열린다는 사실 자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은 듯했다.
그러니 저리 협상을 파할 구실만을 찾는 것이겠지.
이리 지저분한 자리에 나를 부른 것도 내가 먼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게 하려고 머리를 쓴 것일 수도 있겠다.
‘웃기는 녀석이야.’
이런 잔머리는 통하지 않지.
나는 바로 서류 가방에 보관했던 제안서를 사이토에게 건넸다.
본론을 꺼내 들기 시작한 거다.
“추가 협상의 첫 번째 주제는 이것이네. 일본의 관료들은······.”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한다.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이옵니까? 이왕 전하?”
사이토는 굉장히 예민하게 굴었다.
나는 이에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몸만 떠나라는 것이네.”
“그러니까, 그게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나는 팔짱을 끼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개인적으로 들고 왔던 재산들은 터치하지 않겠네. 하지만 그동안 일본이 부설했던 인프라 시설들. 예를 들면 철도나 도로, 보, 저수지 같은 기반 시설들은 파괴하지 말고 그냥 두고 가라는 소리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이치를 지키지 않은 놈들이 태반이 넘는 것이 바로 이 세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딱 프랑스였지. 기니를 비롯하여 서아프리카 국가를 떠날 때 그들이 무슨 짓을 했던가?’
아프리카에서 철수할 때.
프랑스는 그들이 깔아 놓았던 해당 피식민지의 인프라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오십 년 뒤에 일이지만, 일본 놈들은 프랑스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기에.
이러한 안전장치를 달아 두는 것은 필수라고 말할 수 있겠다.
“끝은 이리 안 좋게 끝났다지만 일본은 아국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으며 한 가지 명분을 울부짖지 않았던가? 자신들이 조선을 간접 통치하는 것은 모두 조선인들을 위해서라고, 누누이 강조했었지. 아닌가?”
내 말에 사이토가 침묵한다.
그동안 그들이 주야장천 주장해 왔던 논리를 사이토 앞에 들이밀었기에, 입을 꾹 다문 거다.
“······그랬죠.”
과거 자신의 발언을 부정할 수는 없기에, 사이토는 울며 겨자 먹는 표정을 지으며 인정했다.
이에 나는 우는 아이 달래듯 그에게 계속하여 말했다.
“외교권 행사 주체가 바뀌는 것일 뿐이네. 일본제국에서 우리 대한합중국으로.”
“······.”
“이외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그렇기에 그간 조선인들을 위해 설치했던 인프라 시설은 그냥 두게. 멀쩡히 돌아가는 것들을 훼손하지 말고 빠지란 말일세.”
“값은, 제대로 쳐 주실 것입니까?”
논리로 반박할 수 없으니 흥정을 제안한다.
이에 나는 눈을 껌뻑이며 사이토에게 통보했다.
“정당한 방식으로 시설을 설치하고 운용했다면······ 민간이 투자하고 소유한 시설은 그대로 둘 생각이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당한 방식으로 철도나 도로들을 누가 부설했겠나?
임금은 후려치고, 기존 지주가 가지고 있던 땅은 강제로 빼앗았을 테니.
이를 계산하여 일본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대한제국의 민간 인프라 지분을 상계한다면, 거의 손에 쥐는 것이 없을 터.
‘서구 자본이 낀 일부 시설이나, 지분을 유지할 수 있겠지.’
뭐, 그것도 대공황을 거치며 내가 대거 회수할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고.
“민간이 투자한 시설은 그래도 둔다는 것은, 공적인 주체가 이를 주도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말입니까?”
“그래.”
“어째서이지요?”
“내 생각으로는 일본 정부는 충분히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하네.”
나는 진짜로 그 이유를 모르냐는 표정을 지으며 사이토를 압박했다.
“그동안 고성장을 하면서도 물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아국의 도움 때문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곱게 물러나란 말입니까?”
“그래.”
사이토는 마치 힘 좀 쓰는 깡패를 만난 듯, 입 하나 뻥끗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첫째가 있으니 두 번째 조건도 있겠군요.”
그렇지.
앞선 이야기만 할 거라면 왜 첫 번째라고 했겠나?
“두 번째 조건은 무엇입니까?”
나는 아까 끼고 있던 팔짱을 유지하며 몸을 좀 더 뒤로 눕혔다.
그런 후, 사이토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선 당부와 비슷한 내용이라네. 조선은행에서 바로 손을 떼게.”
* * *
조선은행은 한국은행의 후신으로 조선반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조선 은행권을 발행하는 중앙은행이다.
“조선은행에서 바로 손을 떼라는 뜻은······.”
그런 조선은행에서 손을 바로 떼라는 뜻은 오늘을 기점으로 대한제국 경제에 더는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 최근에 이상한 소문을 하나 들어서 말이야. 통감부와 총독부가 조선은행에 외압을 불어넣고 있다던데.”
“······.”
“어디서 이번 협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몰라도, 대한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최근 남쪽으로 피난을 가려 한다는데 말이야.”
“······.”
“그들의 원활한 예금 인출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대규모 화폐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지?”
예금뿐만이 아니다.
양국의 정산되지 않은 금융 거래 잔금 처리를 위해서, 통감부와 총독부는 조선은행의 대규모 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게, 뭐 어떻다는 말입니까? 원활한 철수를 위해서 행한 조치 중 하나입니다.”
정말 몰라서 물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분별한 통화량 증가는 막대한 후유증을 발생시킨다네.”
“······.”
“자네들이야 북쪽에서 철수하면 그만이니까, 문제가 없다지만 남은 자들은 그렇지 못하지.”
한동안 일본인 투자자들이 대한제국에서 철수하며 일부 공장이 문을 닫을 거다.
화폐는 증가하는데 실물은 돌지 않는다.
그리되면 필연적으로 물가가 겁나게 뛸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더욱이 아국을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할 계획까지 세워 두고 있는 것으로 아네만.”
“······.”
“그럼 곤란하지. 내가 원하는 것은 멀쩡한 나라라네.”
초고도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다 쓰러져 가는 ‘대한’이 아니란 말이다.
나는 이 점을 강조하며 사이토를 노려보았다.
“이 일을 계기로 삼남에 엔화 사용을 권장할 생각인가 본데······.”
조선 은행권의 신뢰가 박살 나면, 반대급부로 엔화나 파운드화에 관한 신용이 높아진다.
이일을 계기로 삼남에서 엔화 사용을 권장할 모양인데 말이다.
“자네, 내 보복이 두렵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는 외교협상 자리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격한 표현까지 써 가며 사이토를 압박했다.
“지금 본인과 일본 정부를 겁박하는 것입니까?”
“이번 협상으로 그대의 본국 또한 시끄러울 텐데 말이야.”
사이토의 물음을 무시하며 나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후에 그의 가슴팍을 내 오른손 검지로 콕콕 마사지해 주며 그에게 가까운 미래 상황을 알려 줬다.
“가뜩이나 민심이 출렁거리는 이때, 일본의 서민들 역시도 고물가로 고통받게 된다면 볼 만해지겠군.”
“······.”
“내 두 손에는 쌀과 석유가 있다네.”
미 서부에서 대량으로 동아시아 쌀이 생산되고 있다.
처음에 이것을 일본에 수출할 때만 해도, 일부 교민들은 왜 일본에 좋은 일을 해 주냐고 의구심을 가졌지만.
이 모든 것은 식량을 무기화하기 위함이었다.
‘버틸 수 있겠어?’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기에, 완전한 금수 조치는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성장해 왔다.
가격을 한순간에 급격히 올리며,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단기간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이다.
“······.”
“······.”
현 일본 집권 내각은 이번 군축 협상 결과로 국내 여론이 좋지 못하다.
거기에 물가 상승까지 더해진다면?
당연하게도 조기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어진다.
“거기에 내 지지자들의 장난질이 더해진다면······.”
예를 들면.
위조 화폐 유통 같은?
“······.”
“아주 재미난 상황이 삼남 그리고 일본에서 연출될지도 모르네.”
사이토는 제 밥그릇 챙기는데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상황.
나는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시 언급하면 협상 자리를 이만 파하겠다는 ‘삼남’까지 다시금 언급하며 그를 강하게 겁박했다.
‘공은 이제 사이토에게로 넘어갔다.’
내 제안을 받아들여서 자리를 보존하던가?
아님, 서로 경제가 휘청거리는 멸망전을 시작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
이제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별로 어렵지 않은 추가조건이로군요. 우리 일본인들의 무사 귀국을 전하께서 보장해 주신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요구하신 추가조건은 빠르게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정치인이라면 이래야지.
제 몸보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나는 그만 사이토에게 감명을 받아 버렸다.
“‘일본인’에 한해라서라면······ 내 약조하지.”
조건을 확실히 해 주자, 사이토는 나의 숨은 뜻을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곳에 추가 협상 내용을 적는 것이 어떻습니까?”
“해당 조건을 위반할 시 받게 될 페널티 또한 자세하게 풀어서 적도록 하지.”
“······예.”
그렇게.
사이토와의 추가 협상은 끝이 났다.
오랜 시간 동안 행해졌던 워싱턴 군축 회의가 정말로 마무리된 거다.
* * *
“많이 부족하지만, 수고들 했네. 다들 잔을 들게나.”
협상이 끝난 후, 나는 우리 측 대표단들을 뉴욕에 있는 별채로 초대했다.
“전하. 화장실에 들렀다가 전하의 집무실 옆에 있는 방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저녁 만찬이 한창일 때.
이승만이 내게로 다가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소문으로만 전해 듣던 대한제국의 도시모형들을 보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다른 모형들도 존재합니까?”
이승만이 구경한 미니어처는 수많은 도시 중 해삼위 모형도를 재현해 놓은 것이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친절히 답해 줬다.
“한양이나 평양 같은, 대한제국의 도시 모형도 또한 존재하네.”
“와!”
“모두 1907년, 을사늑약이 체결되기 이전을 기준으로 제작되었다네. 같이 한번 구경해 보겠나?”
“예.”
예전에.
친일파들을 암살할 때, 애국단 단원들이 이곳에 들러서 탈출 루트를 구상했었다.
나는 이런 숨은 일화까지는 발설하지 않았지만, 도시 모형도를 이번에 워싱턴에 온 대표들에게 공개하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십 년 전 모습이라서 그런가? 현재와는 그 모습이 살짝 다를 수도 있다네.”
“확실히 그렇네요.”
이승만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한곳을 가리켰다.
“여기 경복궁과 창덕궁만 해도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받아쳤다.
“그렇지. 듣자 하니 일제가 수많은 대궐 건물들을 허물었다고 하더군.”
“예. 2년 전에 창덕궁에서 발생했던, 큰 화재 때문에 대조전을 비롯한 수많은 내전이 불타지 않았습니까?”
그때 소실된 건물을 재건한다는 핑계로 일본제국은 법궁(경복궁) 외곽건물을 대거 철거했다.
그때 확보한 자재로 창덕궁을 복원하였다지만, 정궁인 경복궁은 탈모를 앓듯 여러 곳이 비어 있다.
다행인 것은 일제의 본격적인 경복궁 해체가 일어나기 전에 다시금 주권을 되찾았다는 거다.
“다시금 한양을 되찾았으니 이 역시도 원상복구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옆에 서 있던 이준이 껴든다.
이에 이상설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이에 나는 이승만에게도 물었다.
“자네 생각도 그러한가?”
어째 이승만을 처음 하와이에서 봤을 때, 그때의 상황이 고대로 재현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답변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나는 그의 의중을 재차 물었다.
< 원위치로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