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3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35화(335/392)
< 정리 (1) – 지도첨부 – >
“소신 역시도 여기 있는 두 분과 같은 생각입니다. 경복궁은 대대로 조선의 법궁이었습니다.”
과거 이승만은 내게 센스 있는 조언을 해 주었다.
빙의하고 막 하와이에 들렀을 때.
유일한 동무이자 같은 유학생인 김규식이 내게 하와이에서 잠시 쉬고 가라고 권유하지 않았던가?
그때, 이승만은 나를 처음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단박에 거절하라고 권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한인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일국의 왕자가 이곳에서 여자를 끼고 논다면, 교민들이 나를 어떻게 좋게 보겠느냐고 충고한 거다.
“그래?”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후.
이승만은 그때와는 다른 조언을 내게 했다.
‘분명, 그때보다 정치력이 더 늘었을 터인데.’
그의 정치 감각이 퇴보한 것일까?
에이.
그건 아닐 거다.
예전에 간간이 보였던 미숙함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일 정도였으니.
‘그럼, 나를 멕이려는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나도 압도적인 존재가 되어서 이승만 또한 앞선 이준이나 이상설처럼 내 앞에서는 거수기가 된 것일까?
‘뭐, 둘 중 어떤 것인지는 차차 알아봐야겠지.’
사실 삼인방의 답변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대한합중국 그리고 대한제국에서의 나의 위상은 이 나라를 개국한 태조대왕은 물론이고,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성군이라 칭송받는 세종대왕과 비슷한 정도.
게다가 지금 내가 언급한 경복궁은 조만간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이 기거할 수도 있는 집이었다.
내가 살 곳을 수리한다는데.
그것도 여태까지 내 행적을 본다면, 공짜도 아니고 필시 내 돈 들여서 왕창 들여서 고칠 텐데.
누가 이를 반대하겠는가?
‘더욱이 이들은······.’
조만간 전 세계를 덮칠 대공황의 존재도 모르고 있다.
그랬기에, 어쩌면 방금 반응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리 생각하나?”
“······예, 그렇나이다.”
“알겠네.”
다시 한번 되물으며 나는 이승만의 답변에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였다.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이지 찰나의 순간.
이승만은 나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바로 알아차리곤, 조금 전과 180도 다른 주장을 입밖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범인들이 할 생각이고, 전하께선 다르실 것이란 걸 소신은 믿사옵니다.”
이승만이 열심히 눈알을 굴리며 무슨 질문을 붙여도 정답인 모범 답안을 빠르게 내놓았다.
이에 나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나는 다르다?”
“예. 전하께서는 전하의 안위보다도 백성들의 윤택한 삶을 더 추구하시지 않습니까?”
흠.
역시.
원 역사에서 운 좋게 대통령 자리를 꿰찬 것은 아닌 듯한 모양이네.
‘눈썰미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네.’
뭐, 이 시대 정치인의 최대 덕목은 형세 파악과 이기는 곳에 붙는 감각이니까.
원 역사에서도 커다란 흐름을 잘 읽어서 미국에 찰싹 달라붙었고.
끝끝내 한미 상호조약을 체결까지 하며 그나마 외교 분야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듣지 않았던가?
‘물론 틈틈이 내가 지원하는 보조금 같은 지원금을 살짝 빼돌리며 자신의 정치자금을 슬슬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시대 정치인 중 완전무결하게 깨끗한 놈은 별로 없긴 하니.
이건.
그를 통제할 목줄이라고 생각하며 살짝 눈감아 주고 이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흠흠.”
나는 헛기침을 한번 내뱉은 후, 삼인방을 번갈아 쳐다보며 나만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새 들어 우리네 역사를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다네.”
그 속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천천히 풀어서 설명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세상사는 본디 돌고 도는 법.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여러 사례 중 광해군의 치세를 언급하며, 나는 조금 비어 보이는 경복궁 모형도를 힐끗 쳐다보았다.
“폐주 광해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이끈 전시 명군일세.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후대의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칭하던가?”
나는 재미교포 2세다.
그래서일까?
21세기 대한민국 사람들이 조선 시대 임금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 광화문에 세종대왕 동상이 서 있는 것을 보면, 현대에도 세종은 성군으로 칭송받았을 거다.’
나는 이강의 몸에 빙의한 후, 뒤늦게 조선 역사를 공부했다.
역대 왕 중 명군도 존재하지만, 암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개중에 4명이 가장 거슬렸다.
‘폐주 광해 앞뒤에는 선조와 인조라는 희대의 쓰레기들이 자리하지.’
그래서일까?
광해 또한 재위 중에 삽질을 많이 했지만 살짝 묻히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명과 청, 둘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외줄 타기를 한 것까지는 좋으나, 그의 치세에서 좋게 평가할 점은 딱 이 사례 하나뿐.
‘내가 봤을 때 광해는 이 둘만큼이나 암군이다.’
세자 시절은 몰라도, 적어도 그가 군주로 재위한 후 국정을 이끌 동안은 정말이지 최악의 행보를 보였다.
그러니 연산군과 함께 옥좌에서 쫓겨난 유이한 임금이 되었겠지.
“그대들은 정녕 폐주 광해가 폐모살제 때문에 폐위되었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내 앞에 있는 삼인방도 우리네 역사를 잘 아는 조선인들이다.
내 질문의 숨은 의의를 단박에 파악했기에.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광해가 옥좌에서 쫓겨난 건 어머니를 폐하고 동생을 죽였다는 ‘구호’ 하나 때문이 아니라고 답했다.
“폐주는 대궐 재건에 열을 올린 나머지, 민생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초반에 세종대왕만큼이나 좋았던 민심이 순식간에 지하로 처박히게 되었나이다.”
그래.
그렇다.
광해는 심시티에 너무 열을 올린 나머지, 민생을 외면했다.
‘돈이나 주고 부려 먹었으면 몰라.’
물론 지금과 17세기 궁궐 공사는 크게 다를 것이다.
그때는 공짜로 사람을 부려 먹었다지만, 지금은 돈을 주고 사람을 써야 한다.
‘오히려 내 돈을 일반 백성들에게 뿌려서, 그들의 소득을 높여 주는 일이긴 할 테다.’
마치 루스벨트의 뉴딜처럼 말이지.
하지만 이 시대는 선동이 쉬이 먹히는 시대다.
지금이야 세계대전 특수로, 그 이후에는 전후 복구 사업으로 전체적인 산업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만.
짧게는 오 년, 길게는 십 년 뒤.
대공황이라는 대재앙이 전 세계를 덮칠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가난은 나라님도 쉬이 구제 못 한다’라는 표어가 있듯, 적어도 이삼 년 정도는 지옥 같은 생활을 해야 할 터.
그때, 누군가가.
예를 들면 붉은 사상을 마음속에 품은 자가 나서서.
‘이 모든 것은 임금의 궁궐 재건 공사 때문이다.’
‘우리는 입에 풀칠도 못 하고 있는데 임금은 저 넓은 새 궁궐에서 호의호식하고 있지 않냐!’
라고 대중을 흔든다면, 그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겠는가?
‘에이,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모두 우리 의왕 전하 덕분인데?’
라고 다수가 나를 두둔할 수 있겠으나, 인간은 쉽게 과거를 까먹는 동물이다.
오늘의 배고픔은 과거의 은혜를 깔끔하게 잊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
자칫.
일본에 돌려받은 나라를 빨갱이들에게 고스란히 헌납할 수도 있기에, 나는 경계심을 한껏 끌어올리며 삼인방에게 내 의지를 밝혔다.
“그래. 민생은 제쳐 두고, 대궐 중건에 힘을 쏟았으니 그리된 것이겠지. 작금의 내 상황은 어찌 보면 광해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네.”
“······.”
“······.”
“······.”
나나 광해나.
왜놈을 물리치긴 했잖아.
물론.
그 뒤는 다를 테지만.
대충 내가 그렇다고 주장하니, 삼인방 역시 꿀 먹은 벙어리처럼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기에 본인은 향후 이십 년간······ 아니지, 이 나라가 절대적으로 부강해지기 전까지는 대궐 중건에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을 걸세.”
“······!”
“······!”
“······!”
쉽지 않은 결정이다.
본디 사람은 권력을 쥐게 되면, 제 권위부터 높이려고 한다.
왕이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하는 행위는 주로 그들이 사는 궁궐을 축조하는 것인데.
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니, 삼인방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전하. 전하께서는 그리하신다 치더라도, 본국에 계신 폐하께서는 동의하실까요?”
아, 맞다.
내 형님이 남았네.
이번에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회수하며 대한제국 황실 일원들 역시도 한양에 남게 된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삼남이나 일본으로 갈 수도 있다만.
적어도 일본을 경계하는 내 형님이나 형수는 그리 행동할 것 같지 않았다.
“본국에 계신 형님께서도 이 동생의 뜻을 이해하실 것일세. 형님께서도 이 못난 아우만큼이나 백성들을 사랑하시는 분이니까.”
형님을 흔드는 자가 있다면야.
익문사.
아니지, 정보국 요원들을 이용해 제거하면 될 테고.
“전하.”
“말하게.”
“제헌의회 회기가 지나기 전에······ 한 가지를 확정하고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준과 이상설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한합중국의 통수권자를 헌법상에 명확하게 기록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 그 일이 남아 있었네.
내 생부인 고종이 승하했지만, 아직 내 형님이 남아 있다.
대한제국이 대한합중국에 포함되면 6개의 왕국이 연합하는 형태를 띨 것.
대한제국을 제외한 연해, 동해, 남만주, 발해, 간도는 나를 왕으로 모시고 있으나.
새롭게 대한제국이 추가되었기에, 개중에 누구를 연합 군주 혹은 황제로 삼을 건지 정해야 한다.
“흠. 이렇게 하세.”
나는 이제는 공화국이 되어 버린 독일을 언급하며 여러 왕국의 군주 중 프로이센의 왕이 독일제국의 공식 통수권자가 된 것처럼.
대한합중국 역시 조선, 그러니까 현 대한제국의 황제가 연합왕국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하. 그리된다면, 후계 순위가 좀 꼬이지 않겠나이까?”
“······맞습니다. 현 황태자 전하는 전하의 동생이신······.”
삼인방이 눈알을 떼굴떼굴 굴린다.
그간 허수아비 황제 노릇을 해 왔던 순종은 내가 어찌어찌 통제할 수 있겠다만, 현 대한제국의 황태자는 내 동생인 영왕이다.
만약 순종이 급사하고 영왕이 다음 보위에 오르게 된다면?
그래서 엄귀비가 태후 자리라도 차지해 수렴청정을 시도하며 그간의 개혁을 되돌리려 한다면?
어찌 대응하겠냐고 내게 무언의 물음을 던졌다.
“내 동생 은이 황태자가 된 것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이네.”
“아!”
대한합중국은 공식적으로 을사늑약 이후의 한양 정부와 일본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직 딱 하나.
외교권을 다시 대한합중국에 넘긴다는 이번 워싱턴 한일 조약만을 인정한다.
나는 이를 언급하며 영왕 이은이 과연 황태자로 적합하게 선정되었는지를 따졌다.
“하긴······ 그렇나이다.”
“현 황태자 전하는 전하의 형님이신 분이시지요.”
“새롭게 황제가 되시는 분께서는 후사가 없으시니, 서둘러 국본의 자리를 선정해야겠습니다.”
“새로 제정한 왕실법에 따르면, 다음 후계자는 당연하게도 전하가 되실 것이옵니다.”
형님을 제치고 여섯 개 왕국의, 나아가 정식 연합 군주 자리를 당장이라도 꿰찰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행동하기 싫었다.
‘아직은 일러.’
내가 순종을 대한합중국의 초대 군주로 세우려는 이유는 하나다.
현재 나는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전에야, 임시 연합 군주 혹은 임시 섭정을 자처하며 이곳에 머물렀고.
고종의 대한합중국행을 우려하여, 급히 계획을 바꾸며 귀국하려고 했지만.
고종이 급사하는 바람에 다시금 계획을 수정하려 한 것이다.
‘이후에 내가 이곳에 계속 있으려면 연합 군주 타이틀은 내게 거추장스러운 호칭이 될 것이다.’
한 나라의 공식적인 통수권자가 타국에 계속 머무는 것은 비정상적이니까.
대외적으로 삼남의 진정한 독립을 쟁취할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고 주창하며 버티고 있으나.
한 나라의 공식적인 통수권자가 되면 이 논리 또한 힘을 잃는다.
그렇기에 나는 형님의 존재를 이용할 생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다음 후계자까지 넘길 생각은 전혀 없고.
‘나랑 사이가 나쁜 엄귀비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내가 왜 스스로 무덤까지 파 가며 내 동생에게 양보한단 말인가?’
대공황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없었다면 진즉 본국으로 돌아갔을 거다.
하지만 대공황은 수습이 쉬이 불가할 정도의 대재앙이다.
이 일이 터지면, 나의 인기 역시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그간 기획했던 개혁을 이어 가기 위해서라도, 나는 위기 상황이 닥치면 구원자처럼 본국으로 돌아가서 그들을 어루만져 줄 생각이었다.
‘이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지. 이대로 계속 가자.’
적어도 대공황이 전 세계에 찾아올 때까지는 이곳 미국에 머무를 생각이다.
가난한 조국을 위해, 종잣돈을 열심히 모으며.
* * *
“헉헉.”
워싱턴에서 행해졌던 한일 양국의 협상 소식.
그 소식이 한양에도 전해졌다.
“호, 혹시 그 소식 들었습니까?”
“무슨 소식?”
“우리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의왕 전하에게로 넘어갔다 합니다.”
이에 그동안 일본 세력에게 기생했던 친일 매국 세력들의 얼굴은 새하얘졌다.
“여기 좀 보십시오. 세부 협상안이랍니다.”
대한제국에 머무는 일본 자국민의 안위는 이번 연도까지 보장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인에게 해당하는 사항이고.
그 외 일본에 협조했던 세력들에 관한 안전 조항은 전혀 없었다.
“제길.”
이근상은 박병준이 이강의 몸에 막 빙의되었을 때, 귀비의 명을 받고 일본으로 향했던 인물이다.
그 역시도 이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조만간, 대한합중국의 관료들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서 이곳 한양에 똬리를 틀 것이 분명했기에.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귀비가 사는 창덕궁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워싱턴 군축회의 결과 추가 설명.
대한합중국이 이번 한일 협상으로 돌려받은 것은 공식적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입니다.
전화에도 언급했듯, 사이토는 38도선 이남 도서(島嶼) 지역 반환에 관해서는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 했는데.
이에 해당하는 장소는 삼남이 병합되었을 때 혹은 그 이전에 일본에 빼앗긴 섬들로, 주로 37도~37.5도 선에 몰려 있습니다.
ex 1) 러일전쟁(1905) 때 일본에 강제 편입된 독도
ex 2) 1914년 강원도에서 경상도로 소속이 이동된 후, 삼남이 일본에 병합될 때 넘어간 울릉도
ex 3) 삼남 지역이 일본에 넘어갈 때, 도매금으로 함께 넘어가 버린 경기도 지역의 크고 작은 도서들.
-덕적군도, 영흥도, 제부도 등
< 정리 (1) – 지도첨부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