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3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37화(337/392)
< 반민특위 (1) >
가족 중 세 명이나 일본제국에 작위를 받았던 이근상과 그의 형제들.
“형님.”
“그래.”
그들은 가족들과 함께 서울역 중앙청사로 향하는 중이었다.
“모자로 얼굴 좀 가리십시오. 누가 알아볼까 두렵습니다.”
“······.”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그들은 대한제국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낮에도 얼굴을 가려야만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잘못하여 길가를 걷다가 엄한 사람들에게 칼이라도 맞을 수 있으니까.
“육시럴.”
이동하는 중, 신분을 속여야 하는 게 고달팠는지.
셋 중 가장 큰형이었던 이근호는 연신 욕을 내뱉으며 신세 한탄을 해 댔다.
“우리 신세가 참으로 처량하구먼.”
“······.”
“마치 동네 여자애 보쌈하여 이북으로 튀는 돌쇠 같지 않은가?”
“······.”
“그보다 아우님. 우리 재산은? 더하여 조상님들의 선산은 어찌하나? 아직 묘를 삼남으로 이장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아무리 서학이 들어오고, 삼남에서 대종교와 동학이 유행하고 있다지만.
이 시대.
조선인들의 다수는 유교를 숭상한다.
그들의 삶에 있어서 제사 또한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고.
“형님.”
“그래.”
“조상님들께서도 이해해 주실 것입니다.”
남쪽으로 피난을 가는 도중, 이근상이 이에 대해 계속 언급하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이근택이 그의 형에게 눈치를 주며 입을 다물라고 종용했다.
“아닌 말로, 제사 지낼 후손들이 없어지면, 그분들로서도 낭패가 아니겠습니까?”
무사안일하게 현 상황을 대하던 이근호와는 다르게, 눈썰미가 좋았던 이근택은 급했다.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는 마당에도 제사 타령이라니.
나 원.
이근택은 재차 그의 형을 위로하며 서둘러 한양을 떠나자고 촉구했다.
“옛말에 급한 소나기는 피해 가라고 했습니다. 초반에는 민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친일 청산’ 구호를 반짝 외칠 것입니다.”
“······.”
“일단 이때를 피한 후, 훗날을 기약합시다. 형님.”
이에 이근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아우님의 예상과 다르게 새 정부가 계속하여 친일 청산을 울부짖는다면? 그럼 그때는 어찌할 텐가?”
“······그럼 하는 수 없이 사람을 써야지요.”
“사람을?”
“예. 선산을 진짜로 우리가 있을 삼남으로 이장해야 할 테니까요.”
이에 이근택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주변에 함께하는 머슴들을 바라보았다.
“천금을 준다는데, 우리 요구를 어느 누가 무시하겠습니까? 요즘은 돈이면 다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
이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황금이 만능인 시대.
이것만큼은 동의하는지 이근호도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열차표 확인 좀 하겠습니다.”
“여기 있네.”
“내 것은 잠시만, 어디 있더라······.”
불행 중 다행일까?
세 형제와 그들의 가족은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하나도 다친 곳 없이 무사히 동래로 가는 열차에 올라탈 수 있게 되었다.
“휴. 형님.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이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한양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을 날만 기다릴 뻔했는데 말입니다.”
“······.”
“형님, 형님. 인상 좀 푸십시오.”
“······.”
“이 아우 말 들어서, 언제 손해를 본 적이 있었습니까?”
열차가 출발했지만, 이근호는 여전히 표정이 안 좋았다.
아직 처분을 다 끝내지 못한 재산과 조상님들의 선산이 그의 눈 앞을 가렸기 때문이다.
“형님!”
“······.”
열차는 한강을 건너서 현대에 안양 인근인 서릿재고개까지 이동한 상황.
그때까지도 이근호는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이근택과 이근상이 열심히 부르는데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쨍그랑-
그때였다.
창밖에서 엄한 돌덩이 하나가 객실로 튀어 들어왔다.
“헉-”
하필 재수 없게도.
외부에서 날아온 돌멩이는 첫째 형인 이근호의 머리로 바로 꽂혔다.
“컥!”
“형님!”
“형님!”
돌팔매를 아주 제대로 당해서일까?
이근호는 많은 피에, 새하얀 뇌수까지 흘리며 굉장히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의사! 의사!”
“사람이 죽어 가고 있소이다! 혹시 이 열차가 의원이 있습니까?”
“······.”
“아무나 우리 형님 좀 살려 주시오. 내 천금을 주어서라도 보답하겠소이다.”
두 동생은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러 대며 열차 안을 뛰어다녔다.
“형님! 정신 차리시오.”
“형님!”
하지만 하늘은 이근호의 죽음을 원했다.
조선에서 일제에 작위를 받은 인물 중 하나로 남작 위를 영위했던 이근호.
그는 그렇게.
손을 쓸 새도 없이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말이다.
* * *
“자네 그 소식 들었는가?”
“무슨 소식?”
누가 손이라도 쓴 것인지.
이근호의 사망 소식은 아주 빠르게 한양과 대한제국 전역을 강타했다.
“글쎄. 한양에서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이씨 삼형제 말일세.”
“아, 그 쓰레기들.”
“그래. 귀비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우리들의 고혈을 빨아먹었던, 그 모기 같은 놈들 말이야. 개중에 첫째가 그제 낮에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도망치다가 그만 돌에 맞아 머리가 깨졌다는구먼.”
“머리가 깨졌다면?”
“킥- 뒈졌단 말일세.”
오른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며 시장에 있던 한 사내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예전에, 이토의 대갈빡을 깨트렸던 의사(義士)가 또다시 그랬다던데. 이름이 뭐였더라?”
전해 들었던 소문이, 잠깐 기억이 안 나는지 얼굴에 수염이 가득한 상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 누구인지 기억나네. 원태우 선생이 아니던가?”
그때였다.
옆에 있던 사내가 이근호를 돌팔매질로 죽인 사내의 정체를 언급했다.
“아! 그래. 원 선생께서 다시 한번 그 일을 해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원태우 의사가?”
“그래.”
원태우는 대한제국에서 꽤 유명한, 네임드급 독립운동가였다.
“와, 달리는 열차에서, 돌팔매로 사람을 저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양반,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 일을 성공시키다니. 참으로 대단하군.”
“두 번? 이근호의 머리를 깨 버린 것이 두 번째라고 치면? 첫 번째는 누구 머리를 깨부쉈던가?”
“그야 왜놈이지. 이토 전 통감의 머리를 박살 내지 않았던가?”
“아!”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 시도는 한 번이 아니었다.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그를 죽이려고 하기 전에도, 몇 번 암살 모의가 행해졌는데.
원태우는 실제로 이토를 죽일 뻔했던 인물이었기에,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이를 기억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그 양반, 지형 활용을 잘하는 모양일세.”
“지형?”
“그래. 두 번 다 서릿재고개에서 거사를 실천하신 모양이야.”
“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상인들이 다들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서릿재고개를 지나려면 그 아무리 최신의 기차라도 서행을 해야 할 테니까. 그곳이 길도 구불구불하고 언덕길이라 고저 차도 심하다며?”
“그래. 가파른 고개를 넘으려면 속도를 필히 줄여야 하는 곳이네. 아무리 신식 열차라도 서행하지 않고서는 못 버티는 곳이 바로 서릿재고개이지.”
달리는 열차 승객을 저격하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거리도 가깝고.
열차가 속도를 줄이는 곳이라면 가능하긴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참으로 대단하네. 총도 아니고 돌팔매로, 대갈빼기를 두 번이나 깨다니!”
“그래. 나 또한 그리 생각하네.”
“그보다 원 선생께서는 어찌 되셨다던가?”
이야기를 듣던 상인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원태우의 건강을 걱정했다.
“거, 지난날에 모진 고문 때문에 몸도 성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맞아, 맞아.”
다행히도 처음 소식을 전한 상인은, 원태우의 신변 역시도 잘 아는지 표정을 방긋 피며 원태우의 현 상황을 상인들과 공유했다.
“헌병보조원들에 의해서 서대문에 있는 옥사로 다시금 끌려가셨다는 소문이 있던데 말이야.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조용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일세.”
사람이 죽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구치소에 끌려간 후 고문도 받고, 기나긴 옥 생활도 해야 한다.
“하긴, 일본인이 죽은 것도 아니고······.”
“곧 모든 권력이 일본에서 대한합중국으로 이양되긴 하지.”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권력이 통째로 교체되며 새 정부가 들어서는 상황.
죽은 자는 친일에 가장 앞장섰던 자로, 가까운 미래에는 척결대상 제1순위에 오를 자였다.
“그치들도 제 살길을 찾아야지.”
또 다른 소문이 돌고 있다.
일제에 협력했던 조선인 출신 헌병보조원들과 순사들의 처우에 대한 말이 돈 거다.
“그러기 위해서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원 선생을 가만히 모시고 있다고?”
“그래. 일부는 친일파들이 밖으로 나가게 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그들을 감옥으로 수감하기도 한다더군.”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이들은 앞선 친일파 거두들과 같이 제거 대상이 될 테지만, 아닌 자들은 죄의 경중을 따져서 정상참작을 해 줄 수도 있다고 한다.
이에 누구보다 약삭빨랐던 일부 순사들과 헌병보조원들은 줄을 갈아타는 중이었다.
“더욱이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초호화 변호인단이 벌써 원 선생을 찾아뵌 모양일세.”
“그 때문에 순사들이 오히려 눈치를 본다?”
“그래.”
해당 소식은 한양뿐만 아니고.
강원도나 함경도 등 외간 벽지에도 빠르게 퍼졌다.
“허허, 그 소식이 참말인가?”
“그래.”
“흠. 우리 동네 인근에는 어느 매국노가 살고 있더라······.”
“그 죽은 민씨 일가의 친지 녀석이 하나 살고 있지 않던가?”
여흥 민씨 가문이 언급되자 산에서 금수들을 사냥하고 다니던 이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민 영감이 있었군. 그런데, 요새 그치 소식이 뜸하던데. 그 양반도 남쪽으로 내려갔는가?”
“글쎄. 그런 소문은 들은 적이 없는데? 뭐 별일 있겠어? 별일이 생겼으면 호랑이가 그 자식을 물어 가 버린 것일 수도 있고.”
이씨와 함께 호랑이를 사냥하고 다녔던 김석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별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산군이?”
“그래.”
하긴······.
이 시대에는 그럴 수도 있지.
툭하면 사람이 실종되지 않던가?
한양은 몰라도 동북 면이나 강원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재수 없으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세상.
“그럴 수도 있겠네.”
“정 궁금하면 한번 확인해 보러 가도 좋고.”
하지만 여흥 민씨의 방계 손은 그리된 것 같지는 않다.
이 세상에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놈들이 존재하니까.
“이참에 들러나 볼까나?”
사냥꾼들은 한동안 한양에서 들려온 소문을 듣다가 이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최근 봇짐에 돈을 한 무더기 들고 다니는 고마운 사냥감들이 나타났다는 말에.
한몫 단단히 챙기러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여흥 민씨 일가가 있는 시내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 * *
7월 1일.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공식적으로 대한합중국에 이양되었다.
“조선왕국의 대한합중국 가입을 만장일치로 가결합니다.”
새롭게 구성된 한양 정부는 일단 국호부터 개정했다.
기존 대한제국에서 옛 국호인 조선으로 돌아간 것.
이유는 단순하다.
대한합중국의 가입국은 모두 왕국이었다.
뒤늦게 합류한 구성원이 제국의 정부 형태로 편입되면 기존 대한합중국이 흡수합병되는 느낌이 나기에.
다른 다섯 왕국과 같게 정부 체계를 변경한 후 공식적으로 합중국에 편입시켰다.
“조선의 군주를 연합왕국의 수장으로 삼는 수정헌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탕탕탕-”
이후 빠르게 기존 헌법이 수정되었다.
이를 합중국 전역에 반포했는데.
신속히 관보를 읽은 국민은 다들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씩 해 댔다.
“희야······ 나라님은 그대로라서 하나도 안 변한 것 같았는데 말이야.”
최고 통수권자는 이강의 형님인 순종이다.
그대로라는 말.
“내일 반민특위가 열린다던데?”
하지만 진짜 실권자는 새롭게 차기 후계자로 추대된 이강이다.
대한제국, 아니 이제 다시금 조선왕국의 신민이 된 이들은 새롭게 반포된 새 법령에 관해 이야기하며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로 무언가.
거대한 무언가가 행해질 것 같아서다.
* * *
“법정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정숙하여 주시오! 존경하는 판사님들이 들어오십니다. 일동 모두 기립하십시오.”
법정에 있는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흠흠.”
이에 새 정부에서 임명된 판사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글을 읽기 시작했다.
“서기 1919년 7월 17일. 반민족행위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 번호 1번의 심리를 바로 개회하겠습니다. 검사 측, 발언하십시오.”
< 반민특위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