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4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41화(341/392)
< 더치 보이 (1) >
“잘 다녀와요.”
네덜란드의 명목적 통치자였던 빌헬미나 여왕.
“알아서 잘하겠지만······ 노파심에 잔소리 좀 해도 되죠?”
그녀는 미국으로 떠나는 남편의 복장을 정리해 주며 몇 가지를 당부했다.
“언론사와의 인터뷰는 될 수 있으면 피했으면 해요. 지금 같은 시기에 자그마한 실수라도 하면······ 큰 폭풍으로 돌변해서 우리 왕실을 뒤흔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조심하라는 거예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잘 알죠?”
“그럼.”
십여 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함께했다.
헨드릭은 빌헬미나가 한번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재잘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내, 한눈팔지 않고.”
그녀가 할 말들을 선수 치며 지금의 자리를 빠르게 뜨려고 했다.
“우리 귀한 왕세자와 함께 무사히 미국에서 돌아오겠소이다.”
“······.”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우리 여왕님께서는 잠깐 휴가를 즐기시지요.”
“치, 휴가는 무슨······.”
홍삼 때문일까?
아니면, 이강의 조언 덕분일까?
빌헬미나와 헨드릭은 유럽 왕실에서 보기 드물게 시간이 지나도 돈독한 부부였다.
때문에 빌헬미나는 헨드릭이 그녀의 곁을 오랜 시간 비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모두 국익을 위해서였기에 이번만은 참기로 했다.
“잘 다녀와요.”
헨드릭은 빌헬미나와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바로 항구로 향하려 했다.
그곳에서 하루 정도 머무르며 빠트린 건 없을지 살핀 후, 새 총리와 함께 미국으로 가는 배에 올라타려 했던 것인데.
“대공 전하.”
“무슨 일인가?”
“독일 에센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그때였다.
시종 하나가 차에 올라타려는 헨드릭을 향해 급히 메모 하나를 건넸다.
“구스타프 크루프가 전하를 급히 알현하길 희망하였습니다.”
“그래?”
“예. 아주 잠시만이라도 시간을 내어달라고 했습니다.”
“알겠네.”
구스타프 크루프는 독일에서 알아주는 거부다.
헨드릭은 공식적으론 여왕의 부군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이강을 만난 뒤로 유럽에서 알아주는 투자자가 되었기에, 기업인으로서의 부업도 충실히 임하는 중이었다.
“오랜만일세.”
“오셨습니까, 대공 전하.”
그래서일까?
헨드릭은 바로 항구로 이동하지 않고, 근처 호텔로 향했다.
크루프를 만나기 위해서다.
“내, 옛 인연이 아니었으면 자네를 만나지도 않고 미국으로 떠났을 걸세.”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 미국행 준비로 바쁜 나를 왜 그리 급히 보자고 한 것인가?”
“그게······ 이걸 한번 확인해 주십시오.”
“흠.”
헨드릭은 크루프가 건넨 제안서를 한동안 말없이 읽었다.
그렇게 한참을 집중하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에센주에 있는 군수 공장 시설물들을 내게 전부 팔고 싶다는 것인가?”
“예.”
“어째서지?”
헨드릭의 물음에, 크루프는 크게 한숨을 쉬며 지난날의 안 좋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야, 더는 독일에서 군수 공장을 운영할 수 없으니까요.”
“······.”
“파리강화조약 탓에 독일 내에서 군수 공장을 운영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습니다. 이대로 둔다면 기존 시설들도 모두 녹슬 테고, 2~3년 내로 쓸모없는 고철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이 다시금 강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의 군대를 보유할 수 없도록 조약을 체결했고.
더 나아가 독일 국내에서 생산하는 무기의 양도 터무니없이 적게 설정하는 등, 여러 제약 조치를 파리강화조약에 담았다.
“허나 저 아까운 것들을 용광로에 전부 처넣는 것보단, 필요한 이에게 파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크루프의 말에, 헨드릭이 팔짱을 끼며 되물었다.
“프랑스나 영국인들도 이를 제법 관심 있게 볼 텐데.”
“그놈들에게 제안했다간 헐값도 못 받고 강탈당할 게 뻔합니다. 지금도 종종 에센에 들르며 야심을 보이는데, 매각 의사까지 밝힌다면······ 으. 생각하기도 싫군요.”
구스타프 크루프는 몸을 떨며 진저리를 쳤다.
“시간이 별로 없겠군.”
“시간이 없다니요?”
“프랑스나 영국 놈들이 자네 공장 시설들을 정말로 마음에 들어 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탈할 테니 말일세.”
예를 들면.
독일이 배상금을 제때 못 갚는다면, 현물로 뜯어 간다는 구실을 들며.
크루프의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옮길 수도 있었다.
헨드릭의 예상에 크루프의 안색이 급히 어두워졌다.
“그래서, 얼마까지 생각하고 있나?”
“에센 제1공장 시설을 20만 파운드 정도에 팔고 싶습니다.”
헨드릭은 피식 웃으며 크루프를 바라보았다.
“자네도 영락없는 장사치로군. 상황이 이런데도 제값에 팔고자 하다니.”
“······.”
“마르크화로 환산하면 얼마쯤 되지?”
이에 크루프는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헨드릭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하지만, 마르크화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
“부디 아량을 베풀어, 파운드나 굴덴(네덜란드 화폐) 혹은 달러로 결제해 주십시오.”
“흠.”
이해는 간다.
세계대전 패전 이후, 마르크화는 하루가 멀도록 폭락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실시간으로 평가절하되고 있으니까.
그것보단 금이나 다른 화폐를 들고 있는 것이 나았기에.
독일에서 내로라하는 크루프 역시 파운드화나 네덜란드의 통화를 언급한 것이었다.
“그전에, 한 가지 질문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다른 이들도 많은데, 이런 제안을 굳이 왜 내게 먼저 제안하는 것인가?”
“대공께서는 폐허가 된 유럽 대륙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쥐고 계신 분 중 하나니까요.”
크루프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솔직하게 밝혔다.
“사실 다른 인수 후보자들과도 접촉을 몇 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래?”
“예. 저 멀리 있는 중국에서도 관심 있게 보는 이들이 몇몇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크루프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했던 거래가 흐지부지 파투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운이 안 좋은 것인지, 아니면 사기꾼들만 가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중에 계약이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째서?”
“관련 책임자가 유럽으로 오는 길에 도박으로 계약금을 전부 날려 버렸다고 합니다.”
“도박으로?”
중국은 알면 알수록 참으로 어메이징한 나라였다.
헨드릭은 그리 혼자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예. 시간을 더 달라기에, 일단 매몰차게 거절은 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마땅한 매수자가 보이지 않아서 이곳까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크루프는 헨드릭이 꿈쩍도 하지 않자, 정으로 호소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대공께서는 한때 같은 독일인이셨습니다.”
“그래서 아량을 베풀어 달라는 겐가?”
“······예.”
헨드릭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네. 내 20만 파운드로 에센 제1공장 시설들을 전부 다 사들이도록 하지.”
“예. 예? 에, 에센 제1공장 시설들을 전부 구매하신다고요?”
크루프는 믿기지 않는지 헨드릭에게 재차 물었다.
“그래. 내가 전부 다 사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관련 소유권을 내게 넘기게.”
“감사합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네.”
“조건이라면······?”
“그곳에서 일하던 관련 숙련자들도 함께 넘기는 조건일세.”
이에 크루프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 네덜란드에는 솜씨 좋은 기술 인력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굳이 우리 독일의 숙련공들이 많이 필요하진 않으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헨드릭은 동의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자네로부터 사들인 후에, 이 공장 시설을 다른 이에게 넘길 생각이라네.”
“아······ 그렇다면 이들이 필요할 수도 있겠군요.”
헨드릭은 제안서를 툭툭 치며 크루프에게 재차 물었다.
“어때? 나와 거래하겠는가?”
* * *
헨드릭과 친구가 된 지 어언 12년이나 지났다.
처음 만났을 때는 거래처 파트너를 만나는 것 같아서 살짝 불편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가장 친한 친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 집으로 바로 오지. 굳이 호텔에서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뭔가?”
이는 우리 둘이 신분도, 나이도.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자네 집에 방문하기 전에······ 몇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랬지.”
“흠.”
나는 헨드릭이 건네준 문서를 한번 읽어 본 후 그에게 물었다.
“크루프라면, 독일의 방산 기업이 아니던가?”
“그래.”
“구스타프 크루프가 자네에게 매각 제안을 했다고?”
“그렇다니까?”
헨드릭이 나를 힐끔 바라본 후, 씩 웃었다.
“왜? 못마땅한가?”
“그럼. 못마땅하지.”
“어째서?”
“안 그래도 나 역시 이 공장 시설에 관심이 있었거든.”
괘씸하게도 나를 스킵하고 헨드릭에게 생산 시설을 팔아먹다니.
“아쉽게 되었군.”
내가 살짝 미련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자, 헨드릭이 조심스럽게 크루프 가문을 변호했다.
“그들 사정도 좀 이해해 주게.”
“이해?”
“그래. 사실 상황만 보면, 그들도 그리 행동할 만하지 않던가? 독일 놈들은 자네를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네.”
배신자라니?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항변하기 시작했다.
“그들 곁에서 끝까지 도와주었는데······ 뭐가 어째?”
내 표정을 본 헨드릭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곤, 그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나를 타이르며 방금 말했던 주장에 관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야 이를 잘 알지. 미국의 함선만은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카이저와 머저리 같은 융커들에게 그리 간청하지 않았던가? 자네가 사람을 보내서 말이야.”
“······.”
“하지만 인간은 본래 자신의 잘못은 쉽게 망각하고, 남의 잘못은 끝까지 기억한다네. 제 잘못은 망각한 채, 결국 맨 마지막에 독일의 손을 놓아 버린 것만 기억하게 되지.”
그래.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자기 합리화를 잘하니까.
“마지막으로 협상국 진영에 합류한 나라가 대한합중국과 미국이었으니······ 이 두 세력에게 가장 불만이 많지 않겠나?”
쯧쯧.
머저리 같은 놈들.
제 실수는 생각지도 않고, 남 탓만 하고 있구나.
나는 살짝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헨드릭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간 중립을 지켰던 자네에게 크루프가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인가?”
“그래. 가까운 프랑스나 영국도 후보군이었겠지만, 자네도 잘 알다시피 그들은 현재 강도처럼 두 눈을 시뻘겋게 뜬 채로 독일에 뭐 먹을 건 없을지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지 않나.”
그렇겠지.
독일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이를 가는 놈들인데.
양 국가는 어떻게든 세계대전으로 입은 손해를 만회하고 싶을 거다.
특히나 전쟁으로 자국 영토가 1/3쯤 황폐해진 프랑스는 더더욱 그렇겠지.
“그래서, 그 때문에 자네를 찾아온 것이라고?”
“그래.”
하긴.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은 국가 중 이웃 국가는 네덜란드와 스위스뿐이니까.
크루프가 주로 활동하는 에센 지방은 네덜란드와 가까운 서독일 지역이기에, 헨드릭이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겠지.
“아, 혹시 자네······.”
“응?”
내가 입을 열자, 헨드릭이 살짝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에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 시설물들, 얼마 주고 샀나?”
“흠······.”
말을 아끼는 헨드릭.
나는 그를 바라보며 살짝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제값 주고 구매한 것은 아니겠지?”
“야 이 사람이. 본인은 세계에서 장사를 제일 잘한다는 이왕의 유럽 파트너 아닌가. 자네는 내가 항상 고개만 끄덕이는 예스맨(호구)일 거라 보는 겐가?”
하지만, 사들인 가격을 듣자마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새끼······.’
호구 맞네.
좀 더 가격을 후려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가격에 에센 제1군수 공장 생산 시설을 전부 사들였다고?
“흠흠. 올해 말까지 에센주 공장에 있는 생산 장치들을 다 떼올 예정이네.”
“······.”
“아! 이 시설을 다시금 재조립하고, 몇 년간 운영할 기술 인력 또한 덤으로 딸려 들어온다네. 그게 내가 체결한 계약일세.”
응?
어쩐지.
비싸게 샀다 싶더니, 그런 옵션이 달려 있었구나.
‘근데 네덜란드에는 이런 옵션이 필요 없을 듯한데.’
설마.
대한합중국에 팔아먹으려는 것인가?
“그래서······ 이걸 나보고 사란 말인가?”
헨드릭은 크루프 생산 시설 거래 과정을 이야기하며, 아시아에 이를 원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도 알려 주었다.
‘대충 이야기를 종합하니, 산동으로 도망간 장쭤린 세력인 것 같은데.’
마적으로 태어나서 순전히 제 실력만으로 봉천을 삼킬 뻔했던 자다.
일본은 그런 그를 제남 근처에 자리 잡게 한 후, 키워 줄 생각인가 보다.
‘꿍쳐 둔 것이 많았나 보네. 망해서 도망갔는데도 불구하고, 크루프의 군수 시설에 관심을 둘 정도면.’
아무튼.
장쭤린 이야기는 각설하고.
헨드릭은 내가 이 시설을 인수하길 원하는 듯했다.
유럽과 미국은 세계대전으로 인해 군수 공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아시아는 아직이다.
중국만 해도 수십여 개의 군벌들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으니까.
각 지역민의 생계보다도 제 세력의 확장과 군대의 무장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현재 중국 군벌들의 행태다.
통일될 때까지.
적어도 한동안은 계속하여 무기 수요가 끊이질 않을 것이기에.
헨드릭의 제안대로, 대한합중국에선 군수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좋을 듯했다.
“아니. 나는 이것을 자네에게 팔려는 것이 아니라네.”
“그럼?”
“내, 이것들을 자네에게 선물로 주겠네.”
“선물?”
웬 놈의 선물?
“그간 내게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던가?”
“······.”
“내가 이리 고개를 빳빳이 들며 큰 소리를 내고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자네 덕분인데 말이야. 나는 그간 자네에게 뭘 준 것이 없더군. 안타깝게도.”
역시 헨드릭은 인성이 바른 놈이다.
보통 성공하면 자신의 역량이 뛰어나서라고 으스대기 마련인데.
이리 도와준 사람의 은혜를 거론하는 것을 보면.
나는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헨드릭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걸 내게 주겠다?”
“그래. 남만주국 안동인가 하는 곳에다가 이걸 설치하게나. 그 도시에는 칭다오에서 건너온 독일계 이주민들도 꽤 많이 거주한다지 않은가? 안동이라면 에센주에서 건너올 고급 기술자들이 바로 장착하기에도 좋은 곳인 것 같네. 말이 좀 통할 테니, 향수병 또한 덜 앓겠지.”
오! 안동을 알아?
“꽤 많은 공부를 했나 보이. 우리 합중국에 속해 있는 왕국의 이름과 그 도시의 특징도 꿰고 있을 정도면 말이야.”
“흠흠.”
헨드릭이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곧 사돈지간이 될 사이인데, 이 정도는 공부해 두어야지.”
그 말.
또 나오는구나.
“그때 그 약속. 진짜로 지키려고?”
“그럼.”
십여 년 전 약속을 아직도 언급하다니.
기억력 하나는 기가 막히네. 참.
“아이들이 마음에 안 들어 한다면 어쩌려고? 자네도 자네 자식이 불행하게 사는 건 원치 않을 텐데.”
헨드릭은 어깨를 으쓱하며 제 나름의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이번 미국행 일정에, 내 아들놈을 데려왔네. 자네 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것 같아 일부러 데려왔단 말일세.”
그 말과 함께 헨드릭이 손을 들어 그의 시중을 찾자, 집사로 보이는 이가 다른 방으로 급히 향했다.
아마도 함께 온 왕세자를 이곳으로 데리고 올 모양인 듯했다.
“자네도 자네 딸들을 집구석에만 고이 모셔 놓지 말고, 밖으로 좀 데리고 다니게.”
헨드릭은 방문만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주절주절 충고하기 시작했다.
“자네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이라는 건 나도 잘 아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려 줘야지. 너무 품 안에만 싸고돌면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네.”
“······.”
“내년 초에 영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자네만 참석하지 말고, 자네 가족들도 좀 데리고 와서 유럽 구경이라도 시켜 주게나. 예전에 유럽을 방문했을 때는 너무 어리지 않았었나?”
내년 초봄에 타티아나와 영국 왕세자의 결혼식이 열린다.
이미 올해 초에 약혼식을 열고, 타티아나는 이미 영국에 도착했지만.
완전히 식을 올린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대부로서 영국에 한 번은 방문해야 했다.
“알겠네. 그만 좀 잔소리하게.”
똑똑-
그때였다.
방금 집사가 나갔던 방문이 다시금 열렸다.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아이고.
네가 율리우스로구나.
헨드릭과 똑같이 생긴 남자아이 하나가 방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인사하거라. 이쪽은 저 멀리 극동아시아에 있는 대한합중국 중 다섯 왕국의 군주이시다.”
“이왕 전하.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네덜란드의 왕세자인 율리우스입니다.”
1909년에 태어났다던데.
뭔 놈의 키가 이리도 큰 것이지?
“어때?”
예나 지금이나 네덜란드인들은 발육이 남다른 것인가?
어린애인데도 어린애답지가 않다.
“무럭무럭 잘 자란 것 같지 않나?”
헨드릭은 그런 자신의 외아들을 바라보며 팔불출처럼 웃었다.
“자네 딸들은 어찌 자랐을지 자못 궁금하구먼. 아! 자네 둘째와 셋째가, 올해로 몇 살이라고 했지?”
< 더치 보이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