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4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43화(343/392)
< 초대 총리 유길준 (1) >
“남은 기간 몸조심하고. 부디 아무 일 없이 돌아가게나.”
“그래.”
그리 말하며 헨드릭과 악수를 했다.
근 닷새 동안 우리 집에서 머물며 아이들과도 잘 지냈던 터라.
그는 떠나기 전,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나와 내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왕비 전하. 그동안 우리 율리우스를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왕자님들, 그리고 공주님들. 모두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건강해야 한다.”
“예. 대공 전하.”
“안녕히 가세요.”
헨드릭은 이별 인사를 건넬 때, 여섯 아이 중 유독 셋째인 지니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정말 관심이 있긴 한가 보다.
아마도 며느릿감으로 우리 셋째를 콕 집은 모양인데.
율리우스 또한 제 아버지의 선택에 동의하는지, 닷새 동안 지니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더니 떠날 때가 돼서야 아쉬워하며 아버지 옆에 섰다.
“너무 섭섭해하지 말아라.”
“······.”
“앞으로 한참을 볼 사이 아니더냐. 게다가 곧 재회하기도 할 텐데, 왜 그리 울상을 짓고 있느냐?”
이에 헨드릭은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제 아들을 달랬다.
허허.
이쪽은 아직 국혼에 대한 확답도 주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친다.
“아! 맞다.”
“왜? 뭘 놓고 가기라도 했나?”
헨드릭은 내게로 다가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제 두 번이나 확인해서 놓고 가는 물건은 없다네. 그보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지.”
“뭔데?”
“약속 하나만 해 주게.”
“약속?”
“그래. 타티아나의 결혼식 때, 여기 있는 왕자님들과 공주님들도 꼭 데리고 오기로.”
“······.”
“그리한다면, 내 헤이그에서 아주 성대한 환영 파티를 열어 주겠네.”
헨드릭이 우리 꼬맹이들의 유럽행을 자꾸 부추겼다.
그리고 헨드릭의 권유에 내 아이들의 눈 역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뭐가 또?”
나는 헨드릭을 바라보며 살짝 콧방귀를 뀌었다.
“결혼은 데이비드(에드워드 왕세자 애칭)가 하는데, 정작 신이 난 건 옆집에 사는 자네인 것 같아서 말이야.”
“에이. 말끝 흐리지 말고.”
헨드릭은 내 딸인 지니를 제 아내인 빌헬미나에게도 보여 주고 싶은 듯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살짝 애걸복걸하는 표정으로 내게 재차 부탁했다.
“진짜로, 공주님들 데리고 한번 유럽으로 오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여행을 올 수 있겠나?”
“······.”
“예전보단 나아졌다지만······ 여기 있는 왕자들은 몰라도, 자네 딸들은 결혼 후에 바깥출입이 쉽지 않을 것 아닌가.”
그렇겠지.
남자아이들은 홀로 세계 곳곳을 쏘다닐 수 있겠지만.
내 딸아이들은 경호원들을 달고도 쉬이 이동하지 못할 터.
더욱이 왕가나 유력 가문과 혼인한다면, 수많은 눈과 귀가 우리 공주님들에게 집중될 테니 더더욱 어렵겠지.
“어릴 때 아빠와 함께 많은 것들 보게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네.”
틀린 말은 아니기에 굳이 반박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에 헨드릭은 더욱더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설득했다.
“주변에서도 다들 내게 그런 충고를 해 준다네. 그러니 자네 또한 부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게나.”
거, 딸도 없는 대공 전하께서······.
뭔 놈의 딸자식 양육 충고는 그리 많이 듣고 다니는 거야.
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 뜨며 짜증을 부렸다.
“아, 얼른 가게. 다음 일정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약속부터 좀 해 주게.”
“가라니까.”
“아! 진짜!”
호소가 통하지 않자, 헨드릭도 버럭 짜증을 냈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선 격식을 차리지 않는 헨드릭의 성격상.
이대로 좀만 더 버티면, 바닥에 드러눕고 진상짓을 벌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 어려운 것을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엔 선물도 떡 하니 안겨 줬는데. 이런 약속 하나도 못 해 주나?”
“······.”
“나도 좀 섭섭해지려고 하네.”
정말 발라당 드러눕기라도 할 기세였다.
‘이 사람이······.’
방금 헨드릭이 언급해서일까?
호텔에서 이야기를 나눌 당시에 그가 주었던 선물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미국에 막 도착할 때 내게 방산 기업 시설을 안겨 줬구나.’
이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말이야.
하-
나는 한숨을 크게 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알겠네. 내 이번 결혼식에 우리 아이들을 꼭 데리고 가겠네.”
“오! 정말인가? 내 지금 자네가 한 약속은 우리 여왕님께 바로 보고할 걸세. 물리기 없네. 그럼 또 보세나!”
번복할 것이 두려운 것인지, 헨드릭은 확답을 듣자마자 짐을 들곤 휙 우리 집을 떠났다.
“크-”
피로가 밀려온다.
저런 골칫덩이가 내 예비 사돈이라니.
‘그것보다······.’
네덜란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았는데.
그때 네덜란드 왕실은 무사했던가?
막연했던 두 왕가의 국혼이 서서히 현실성 있게 다가오자,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더 늘어난 기분이어서 그랬다.
“내년 초에 예정된 유럽 방문 일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렇지.
원래대로라면 타티아나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바로 미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그곳에서 알렉세이를 만나 조언도 해야 하고.
영국의 총리와 적백내전 종전에 관한 토의도 해야 한다.
더불어 네덜란드도 방문하고, 예비 사돈 부부도 만나야 하고.
의외로 일정이 꽤 빡빡해질 것 같았다.
“계속 받아 주면 더 늘어날 터니, 적절한 선에서 끊게나.”
내년은 내게 아주아주 중요한 해다.
미 대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
유럽에서 느긋하게 엉덩이를 뭉갰다간, 자칫 크게 후회할 수도 있었다.
‘미국의 향후 대권을 누가 쥐냐에 따라, 대한합중국의 운명도 갈린다.’
여태껏 뭘 믿고 일본과 싸웠나?
‘미국은 내 편’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기반으로 배짱 장사를 이어 오지 않았나?
‘아직은 일러.’
현 민주당은 아직도 남부 딕시들이 득실거린다.
21세기처럼.
PC한 소수인종을 신경 써 주는 민주당이 아니라는 말.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는 미친놈들의 집단이라는 뜻이다.
그런 민주당이 자칫 대권을 잡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내가 후원하고 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무럭무럭 자랐다면 다행이지만.’
원 역사와는 다르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아직 정치 초짜에 불과했다.
윌슨이 대선에서 떨어지며 민주당 정권이 닻을 올리지 못해서다.
그래서 루스벨트라는 특별한 성을 가지고도 아직 네임드급 정치인으론 성장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대권 역시도 반드시 공화당이 접수해야만 했다.
“아, 그보다······ 아까 아침에 스쳐 지나가듯 들었는데 말이야. 대한합중국 초대 총리가 곧 뉴욕으로 온다던데, 확인된 사실인가?”
“예. 전하.”
아침에 간략하게 브리핑했던 사안을 상기하며 묻자, 최현우가 내게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최근, 시베리아에 주둔 중이던 미군이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렇지.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적백내전이 아직도 한창이라 동해 왕국과 아무르 임시정부 영토 사이에 그들이 주둔하고 있긴 한데.
최근 들어 이들이 다시금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관련 문제도 있고, 다른 여러 복잡한 현안도 많아서······ 초대 총리가 전하를 꼭 뵙고 이를 상의하고 싶어 하는 모양새입니다.”
만나 줄 수야 있지.
입헌군주제를 한반도에 정착시키기 위해서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기거 중이긴 하지만.
미국으로 오는 새 총리를 외면하는 건 자칫 본국에 있는 정치인들에게 다른 신호를 줄 수도 있었다.
‘내가 마치 새 총리를 비토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랬기에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내 스스로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난 굉장히 정치적인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합중국은 물론이고, 대한합중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 초대 총리는 누구인가?”
그러니 이번 기회에 새 초대 총리와 대담을 나누고, 그의 비전을 듣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단 그의 신상부터 알아야 했다.
“그자의 약력과 함께, 연방의회에서 치러진 총리 투표 결과 또한 정리해 줄 수 있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아!
내친김에 총선 결과도 내게 달라고 말했다.
어떤 이들로 연방의회가 구성되었고 내각의 일원은 누구인지 알아야, 총리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
‘누가 되었을까?’
이미 선거가 끝났으나, 나는 새 초대 총리가 누구인지 보고조차 받지 않았다.
그 사이에 헨드릭이 뉴욕에 방문해서 그런 것도 있고.
최대한 국내 정치에 신경을 덜 쓰고자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었는데.
이번엔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해야 하기에, 누구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최현우에게 이를 알려 달라고 주문했다.
* * *
“유길준?”
초대 총리는 내게도 꽤 익숙한 얼굴이었다.
“전 합성협회 협회장인 유길준이가 초대 총리로 당선되었단 말인가? 임시의장직을 역임했던 이범윤을 제치고?”
“예. 그렇나이다.”
허허, 연방의원 놈들 봐라?
이강바라기라는 걸 대놓고 사방팔방에 소문내고 있구먼.
아이고.
아주 똥구멍이 헐겠다.
‘유길준은 내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야.’
유길준은 1905년.
내가 미국 땅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합류했던 초기 구성원이다.
더욱이 내가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바로 그 직위를 물려받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인물을 초대 총리로 추대했다는 건······.’
잘 부탁드립니다.
입헌군주제 초반부터 부디 우리 내각을 흔들지 마십시오.
하며 애원하는 것과도 같았다.
‘합중국에서의 내 인기가 가히 절정이니까. 그럴 만도 해.’
나는 유길준의 약력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에 관한 정보를 최현우에게 물었다.
“유 전 협회장은 이전에 본인의 건강 문제로 협회장 자리를 관두지 않았나?”
이에 최현우가 눈을 떼굴떼굴 굴리며 내 물음에 답했다.
“본디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지 않습니까?”
“······.”
“귀국 전까지는 정치에 욕심이 없어 보였으나 본국에 도착한 후, 주변에서 유 전 협회장에게 바람을 넣은 것 같습니다.”
뭐.
감투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총리 자리도 총리 자리지만.
무려 ‘초대’ 총리 자리다.
옆에서 열심히 펌프질을 넣었다면 충분히 번복할 만하지.
“그래서 유 전 협회장이 총선에 출마했고, 결국 초대 총리 자리에까지 올랐다?”
“예.”
뭐, 유길준과 작은 앙금은 존재했지만.
이건 십여 년 전 일본을 떠날 때 진즉 풀었기에, 그가 총리가 되는 것에도 크게 불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건강이 그리 좋지 못한지라, 너무 오랫동안 총리 자리를 해 먹지는 못하겠군.’
더욱이 미국에서 망나니짓을 했던, 아들 문제도 있으니까.
이번 2년 회기가 끝난 후에는 연임 없이 총리 자리에서 바로 내려올 수도 있겠네.
“알겠네.”
대한합중국에 갔다가 돌아온 이위종을 바라보며, 나는 그가 들고 온 두꺼운 서류 뭉치를 흔들었다.
“그나저나 이게 이번에 당선된 국의원들의 목록이라고?”
“예.”
늘 그랬듯, 맨 앞 페이지에는 특이사항들이 적혀 있었는데.
나는 이를 속독하며 감탄했다.
“예상했던 이들이 모두 의회를 채웠군.”
헤이그에서 함께 특사로 활동했던 이준, 이상설은 물론이고.
반민특위에서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던, 이회영의 동생 이시영 또한 연방의회 의원이 되었다.
미국에 건너갔을 때, 나보다 먼저 교포사회에서 활동했던 박용만이나 안창호 등도 의원 명단 목록에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만주, 간도, 연해주 등 국경 인근에서 무장 독립 운동을 했던 최재형, 이범윤, 홍범도 등 군부 인사들 또한 대거 정치계에 입성했다.
‘이승만도 의원이 되었군.’
이 시기 한반도에서의 이승만은, 학력 끈이 길기론 손에 꼽을 몇 안 되는 박사니까.
더욱이 그는 파리강화회의는 물론이고, 워싱턴 회의에서도 활약했다.
보아하니 그때 함께했던 외무부 인물 일부를 자신의 동료로 만든 후, 함께 의회에 발을 들인 것으로 보였다.
아직은 젊고 세력도 작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원 역사에서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거물이 될 것 같다.
‘일부 지방 호족들 또한 의원직 명단에 이름을 올라와 있긴 했네.’
독립 의용군 출신 혹은 미국 유학파 출신이 득세하고 있지만.
선거는 그 지역민의 일꾼을 뽑는 것이니까.
지방에서 힘깨나 쓰는 유지들도 의원 배지를 여럿 단 것 같다.
물론 이들 대다수도 계몽운동이나 외교론 등 음지와 양지에서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인물들.
‘매국하면 3대가 망하고, 애국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에 앞장섰던 놈들이 다 해 먹는 것 아니냐며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지만.
그게 뭐 어때서?
목숨 걸고 나라를 구하겠다며 발버둥 쳤는데, 이 정도 호의호식은 당연히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의원이 된 후, 나중에 변절하여 탐관오리가 된다면 야멸차게 쳐 내야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으니 이 정도쯤은 살짝 방관해도 되겠지.
“으응?”
“전하. 왜 그러십니까?”
명단을 읽다가 개중 특이한 사항이 적혀 있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그자의 정보를 읽는 데 집중했다.
“내가 잠시······ 보고서를 잘못 읽었나 해서 그렇네.”
“구체적으로, 어느 인물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여기 ‘몽양’이라는 자 말일세. 당선 이유가 잘생긴 얼굴 때문이라고 적혀 있는데······.”
여운형이라는 자.
얼마나 잘생겼기에, 얼굴 하나만으로 의원이 되었단 말인가?
“이거, 제대로 조사한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나의 의구심 넘치는 눈빛에, 이위종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내게 확신을 주었다.
“정보국 요원들이 전하께 이 자료를 보고드리기 위해 몇 날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이며 밤을 새웠습니다.”
“······.”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전하를 기만하겠나이까? 이 보고서는 믿으셔도 되옵니다.”
“흠. 알겠네. 자네가 그리 장담할 정도라면, 진짜란 소리겠지.”
나는 뒷말을 끌며 다음 장을 넘겼다.
그 뒤에는 안 좋은 이야기들만 쭉 적혀 있었는데, 선거 비리를 보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 같았다.
“전국적으로 처음 치르는 총선인 만큼, 부정한 방법으로 뽑힌 이들이 제법 됩니다.”
“······.”
“아, 하지만 소신이 알기로 여 몽양은 그렇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래그래. 알겠네.”
한 달 동안 확인된 증거만 해도 전체 의원석 중 2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실제는 이보다도 더 많을 터.
이제 막 도입한 민주주의 선거를 신민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고.
시민 정신이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새 총리가 미국에 방문한다면 이를 언급해야 할 것 같았다.
“정, 마음에 쓰이신다면······ 정보국 요원들에게 다시 한번 조사하라고 명할까요?”
“아닐세. 놔두게.”
이위종은 여운형의 당선 사례가 자못 마음에 걸렸는지, 내게 재차 물었다.
이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놔두라고 명령했다.
“내 옆에서 어슬렁거렸다고 의원이 되고, 돈이 많다고 의원이 되고, 학력이 길다고 의원이 되는 세상이네. 의원답게 생겨서 뽑아 줄 수도 있겠지. 대한합중국 신민들이 처음으로 치르는 선거이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그래.
원 역사에서.
그러니까 1920년 선거에서의 하딩 또한 대통령이 되지 않았던가?
그의 비전이.
그의 정치 경력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
그가 단지 대통령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하딩을 뽑았는데.
백 년의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미국 또한 이러한데, 첫 시작인 대한합중국은 오죽하겠나?
“제 선택의 소중함을 천천히 경험할 때가 올 걸세. 다들 배워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나.”
본래 쇠는 두들겨야 단단해지는 법이고, 사람은 후회해야 나쁜 결정을 하지 않는다.
물론 학습을 통해 잘잘못을 배우지 못하는 금수 같은 인간들도 가끔 존재하나.
시민들 대부분은 이를 통해 성장하기에, 나도 일단 지켜볼 생각이었다.
“유 총리라······.”
나는 곧 만날 유길준을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번 역사에서는, 이십 년을 더 기다려서라도······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었군.’
유길준은 1902년.
쿠데타를 통해 기존 정권을 바꾸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빙의 전 이 몸을 입헌군주로 세우려다가 실패했고.
그 탓에 이강은 고종에게 찍혀서 미국이나 일본 등 타지를 떠돌아야 했다.
‘지켜보겠네.’
유길준의 정치란 어떤 것인지.
그가 지향했던 바는 무엇인지.
한번 옆에서 살펴보고자 마음먹었다.
< 초대 총리 유길준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