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4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44화(344/392)
< 초대 총리 유길준 (2) >
12월 초순.
뉴욕에 첫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
유길준이 이곳에 당도했다.
“전하.”
“조용히 본국으로 귀국하더니······ 총리가 되어서 다시 돌아왔구먼. 당선 축하하네.”
나는 양 팔을 활짝 펼치며 유길준을 환영했다.
이에 유길준은 눈물을 글썽이곤 내게 큰절을 올렸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전하께 먼저 언질을 드려야 했는데 말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왜 그런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아닐세. 내가 뭐라고 자네의 미래를 결정한단 말인가? 자네의 인생은 자네가 개척해야지. 더욱이 그대는 대한합중국 신민들이 선택한 합중국 연방의원이며, 의원들이 투표로 뽑은 초대 총리라네.”
“······.”
“자네만의 힘으로 올라간 자리이니, 내 앞에서 좀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도 되네. 이제는 어엿한 합중국의 총리로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니까.”
백성들을 위하겠다는 초심만 지킨다면야, 나는 언제까지고 유길준의 편에 설 것이라 약조했다.
쓱쓱-
쓱쓱-
유길준은 미국에 홀로 오지 않았다.
주변에 기자들이 가득했는데, 그들의 모습은 마치 조선 시대에 신하가 왕을 알현하면 옆에서 기록을 담당하던 사관을 보는 듯했다.
우리가 대화할 때마다 무언가를 열심히 수첩에 끄적였으니까.
“그래. 새 내각을 출범시킨 직후, 곧장 태평양을 건넌 것을 보면······ 상황이 아주 급하게 돌아가고 있나 본데.”
십여 분가량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잡담만 하다가, 은근한 서두와 함께 끝에선 목소리 톤을 살짝 높였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뜻이다.
“아아, 기자분들.”
“예. 총리 각하.”
유길준도 내 숨은 의도를 빠르게 눈치챘다.
그는 즉시 동석한 기자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전에 약속한 대로 전하와의 공식 회담 취재는 여기까지만 허용될 것입니다.”
“······!”
“미안하지만 이쯤에서 거처로 돌아가십시오. 모두 국익을 위해 그런 것이니,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유길준은 선언했다.
공식적인 회견은 여기까지라고.
이후부터는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되는, 조금은 껄끄러운 국정 운영 관련 대화가 오갈 것이기에 유길준은 단호한 어조로 기자들을 물렸다.
“전하.”
“듣고 있네.”
둘만 남은 힐 호텔 회의장에서 독대가 시작되자, 유길준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입을 열었다.
“미군이 시베리아에서 발을 빼려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길준의 추정에 동의했다.
“그 소식은 나도 들었네.”
“이 때문에 골이 아주 많이 아픕니다.”
유길준은 오만상을 다 써 가며 난감한 상황임을 최대한으로 표현했다.
나는 이에,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르 임시정부와 미국, 영국 사이에 끼어서 우리 합중국이 아주 죽을 맛이겠군.”
“예. 그렇나이다.”
나는 팔짱을 끼며 유길준에게 물었다.
“그래서, 관련 이야기를 미 대통령과 논하고자 이 넓디넓은 태평양을 건넌 것인가?”
혹 내 도움까지 원하나?
그렇다면 나는 해 줄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자네가 원하는 결론은, 아마도 도출해 내기 힘들 걸세.”
나는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미군의 철수는 뒤집을 수 없는 큰 흐름, 이 거대한 흐름은 어느 누가 와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언급하며 유길준을 압박했는데.
“예. 그럴 것입니다.”
“······.”
“미국 내 정치 상황이 휴즈 대통령에게 아주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지요?”
다행스럽게도 유길준은 현재 미국의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정보는 누가 자네에게 언질이라도 해 준 것인가?”
“아닙니다.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미국의 돌아가는 상황을 좀 확인해 보았나이다.”
아! 맞다.
유길준은 합성협회에서 2대 협회장으로 지냈었지?
아직 미국 교민사회에도 아는 인물이 많을 테니, 미국 정계의 돌아가는 상황쯤은 나를 통하지 않고도 쉬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현 집권당인 공화당이 의석 수를 많이 빼앗기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집권 6년 차에 치러진 휴즈의 중간 선거는 말 그대로 망했다.
물론 전시 중이라서.
더불어 상원은 본래 1/3만 의석 수가 갈려서, 이를 어찌어찌 잘 지키긴 했다지만.
하원은 근소한 차로 민주당 측에 다수당 자리를 넘겨준 상황.
다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상황이 지금보다도 더 불리해질 수 있었기에, 현재 공화당은 비상인 상황이었다.
“세계대전으로 큰돈을 벌긴 했으나······ 미국인들은 본디 고립주의를 선호합니다. 최근 종전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미국인들의 태생적인 성향 때문이라고 사료됩니다.”
“그래.”
미국과는 다르게.
아무르 임시정부는 시간을 좀 더 끌어서라도, 저기 발트해 인근에 있는 옛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밀고 들어가 자신들의 고토를 탈환하고 싶어 했다.
물론 그들의 독자적인 역량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
더욱이 그간 아낌없이 지원해 주던 미국과 영국도 슬슬 발을 떼려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돕는다고 쳐도 저 거대한 소비에트를 홀로 감당할 수는 없으니.
슬슬 암울한 현실을 받아들일 때가 다가오고 있는 참이었다.
“전하께서 러시아 제국의 새 황제에게 조언을 해 주시면, 일이 조금은 쉬이 풀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러시아 제국의 후신인 아무르 임시정부는 원 러시아 제국과 달리, 정치 체계를 전제군주정이 아닌 입헌군주제로 삼고 이를 실천하려 했다.
하지만 어딜 가나 그렇듯, 본 습성을 쉬이 바꿀 수는 없다.
더욱이 백군은 옛 러시아 귀족들과 군부 세력의 우두머리들이 모인 집단.
아무리 입헌군주제를 표방한다고 해도, 현 아무르 임시정부의 통수권자인 알렉세이의 입김은 상당했다.
그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강력한가는 나도 이미 잘 알고 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길준의 부탁을 수락했다.
“······알겠네. 내 조만간 영국에서 알렉세이를 만날 예정이니, 이를 잘 설명하겠네.”
안 그래도 내년에 열릴 결혼식에서 그 이야기를 하려 했다.
나는 이제 정말 성인이 됐을 알렉세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유길준과 시선을 교환했다.
“아! 유 총리.”
“예. 전하.”
“최 비서실장에게 듣기론, 다른 국내 현안도 나와 논의를 좀 하고 싶다 했다던데?”
“예.”
나는 팔짱을 끼며 유길준에게 물었다.
“그래. 내게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 아니지, 요즘 자네의 최우선 고민거리는 무엇인가?”
* * *
“몇 가지 내정 문제에 관해 조언을 받고 싶나이다.”
유길준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무거운 입을 뗐다.
이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먼저 생각해 두었던 추측 하나를 꺼내 보았다.
“작금의 시기에 내정 문제라면······ 아마도 치안과 행정 문제겠군.”
“······!”
유길준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군의 연해주 철군 문제는 이위종과 여러 다른 루트를 통해 내게 알렸다지만, 내정 문제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유길준은 ‘전하의 통찰력은 정말이지 대단하시군요.’ 하는 표정을 지으며 하려 했던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예. 그렇습니다. 북쪽의 다섯 왕국은 그럭저럭 안정되었다지만, 막 편입한 조선은 그렇지 못합니다.”
통합 초기라서 그럴 것이다.
더욱이 북쪽의 다섯 왕국은 그 땅에 거주하는 시민이 250만 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편입한 한반도 북쪽 지방은, 적게는 7백만에서 많게는 1천만의 백성이 거주한다.
‘게다가, 기존 인력들을 싹 갈아치우기도 했으니까.’
그러니 당연하게도 치안이 살짝 불안해지고, 행정 처리 능력 역시 부족해졌겠지.
3년 전.
대한합중국을 세우고 이때를 아주 단단히 준비했다지만.
늘 그렇듯 세상일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그렇기에 대한합중국 초대 총리가 된 유길준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하루빨리 내치를 안정시키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전하.”
“듣고 있네.”
“최 비서실장으로부터 반민특위의 재판 결과를 보고받아 보셨습니까?”
나는 조금 뜸을 들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은 알고 있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한양에 남아 있던 친일파 수괴들. 예를 들면 종친이나 외척, 그밖에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작위를 받은 자들은 대충 정리가 된 듯하더군.”
“예. 그렇습니다.”
유길준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푸념하듯 현 상황을 열거했다.
“몇몇 약삭빠른, 예를 들면 이완용의 아들인 이항구 같은 놈들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외교권을 이양받는 사이에 전 재산을 정리하고 삼남으로 도망쳤지만, 다행히도 합중국 땅에 남아 있던 친일 내각의 잔재들은 모두 처리한 상황입니다.”
그러곤, 현재 진행 중인 반민특위 세부 현황을 상세히 보고하며 열변을 토했다.
“그 이후에는 언론인들과 교육계 주요 인사들을 심판하였고, 지금은 중간 계층들······ 그러니까 치안과 행정 쪽 부역자들을 재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반민특위가 고발한 이들만 해도 무려 1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와! 진짜 많다!’ 하고 감탄할 수도 있겠지만.
나치에 협력했다가 처벌된 프랑스 부역자들의 수가 4년 동안 5만 명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이는 아직 재판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상당수 친일 매국노들이 삼남으로 도망을 갔기 때문이었다.
‘죄가 많은 이들은 진즉 처형당했고.’
중간급 관리자들은 현재 무산광산 같은 곳에서 종신 강제 노역을 선고받았다.
앞선 이들에 비해 죄가 가벼운 이들에겐, 재판부도 일정 기간만 복역하란 명령을 내린 상황이고.
휴-
유길준이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
마지막으로 보고했던 내용 때문인 것 같다.
때문에 유길준이 뒤에 어떤 말을 이어 갈지 역시, 머릿속으론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전하.”
“듣고 있네.”
“만약 전하께서 대한합중국의 총리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상당 기간 치안과 행정상 공백이 있더라도 친일파를 하나도 남김없이 처분해야 할지.
아니면 일부 죄가 가볍고 능력이 있는 자는 어느 정도 탕감해 줘야 할지.
유길준은 그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듯했다.
“흠. 어려운 문제로군.”
이게 뭐 어렵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친일한 놈들은 다 때려죽여야 한다는 게 현 대한합중국 시민들의 다수 여론.
이를 그저 따르면 되지 않냐고 묻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시민들의 입장이고.
행정부의 수장으로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겠구먼.”
“예. 그렇습니다.”
이에, 지난 3년 동안 많은 것을 준비했다.
어떻게 하면 대한합중국이 대한제국을 빠르게 안정시킬지를.
“치안 쪽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습니다.”
“그렇겠지.”
저 멀리 유럽으로 떠났던 파병 군인은 물론이고.
간도와 연해주, 남만주 치안을 관리했던 의용군들 일부를 합중국 경찰로 특별 채용했다.
기존 인력보다는 못하지만, 머릿수로 밀어붙이며 반민특위 심판으로 생긴 갑작스러운 공백을 메우는 중이었다.
‘기존엔 5천여 명이었지만 3·1운동 이후 1만여 명으로 증원된 순사들과 헌병보조원들의 공백을 이들이 채우고 있다.’
더불어 합중국 시민들의 협조 덕분에 어찌어찌 치안 쪽은 잘 틀어막고 있다.
하지만 다른 쪽.
그러니까 일반 행정 쪽은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았다.
“흠.”
미국이나 만주, 중국, 일본, 한반도에서 공부했던 고급 인력에.
기존 대한제국 출신 관료들.
그러니까, 일제의 협력에 반대하여 은거했던 이들을 대거 충원했다.
하지만 기존 인력의 공백을 완전히 틀어막을 순 없었다.
인수인계도 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니, 새롭게 충원된 이들 역시 해당 업무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답답하겠지.’
이 때문에 유길준은 기준선을 조금 내려서, 부역자 중 행정 인력 일부를 구제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이 시대엔 귀한 고급 인력들을 무산 탄광 같은 곳에 보내어 강제노동형을 시키지 말고.
적은 돈을 주고 행정 공백을 메우도록 죄를 탕감한다면, 좀 더 빠르게 대한합중국이 정상화될 테니까.
“그래서, 어디까지 용서할 생각인가?”
“······그게.”
유길준은 내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침묵을 선택했다.
방금 내가 한 질문이 이번 방미행의 핵심일 테니까.
내가 친일파 척결에 얼마나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지를 파악하려고, 넓디넓은 태평양을 건넜을 터.
“흠. 나는 이리 생각하네.”
기준점이 필요하다면, 내 의견을 속 시원하게 말해 주면 되는 법.
“우리가 일제로부터 바로 해방되었다면, 어느 정도 이를 참작할 여지가 있을 수 있네.”
정말로.
일제에 부역하지 않고, 순수하게 그들 밑에서 시민들의 위한 행정 일만 했다면.
정상참작의 여지도 있긴 하다.
“하지만 명심하게. 이번에 합류한 조선 왕국은 아직 그 절반이 일본 놈들의 수중에 있다네.”
“······.”
“아직 일제의 압제 아래 고통받는 삼남의 국민들이 자네의 결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걸세.”
만약 이번에 너그럽게 친일 행위를 봐주었다간 다음에도 그리 봐줄 줄 알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우리 조력자들을 은근슬쩍 밀고할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러한 경향은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질 테고.
“내 자네에게 초대 총리 자리를 추천하지 않은 것은······.”
나는 살짝 한숨을 쉬며, 측은한 시선으로 유길준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 자리가 독배이기에 그랬던 걸세.”
“······!”
“욕을 얻어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지. 우리가 아무리 준비를 잘하였다고 해도, 어디 하루아침에 행정과 치안 공백 없이 그 거대한 조선을 인수할 수 있겠나?”
초대 총리는 필연적으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그래서 미래를 보는 눈이 있는 정당의 당수들.
혹은 오랫동안 정치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 무소속 출신인 유길준을 총리로 추대했겠지.
‘물론 표면적으로는 내 비위를 맞춘다며 그를 선택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고.
실질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운이 나쁘면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네.”
그런 자리가 바로 초대 대한합중국 총리 자리다.
한마디로 욕받이 자리라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과 타협한다면······.”
후대의 사람들이 유길준을 어떻게 평가할까?
나는 이를 슬그머니 언급하며 유길준을 압박했다.
“······전하의 뜻은 잘 알겠나이다. 초, 초대 총리로서 대한합중국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그래.
그래야지.
당장은 힘든 길이라지만, 그렇다고 손대지 말아야 할 금단의 비기에 침을 흘려서야 쓰나?
“고맙네.”
“······아닙니다.”
나는 유길준을 쓱 바라보며 답했다.
“그대가 이리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세. 자네가 추진하는 대업이······ 이젠 코앞까지 다가오지 않았던가?”
내가 말한 대업은, 바로 토지 개혁이다.
지난 3년간.
기존 다섯 왕국에서도 진행되었던 사업이지만.
그곳들에서 했던 사업과 조선에서 이번에 하려고 하는 토지 개혁은 난이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자네는 잘 해낼 것일세. 내 다른 것은 안 바라네.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고, 토지 개혁 하나만 성공하고 내려오게나.”
조선 시대 김육이 대동법 하나에 목숨을 건 것처럼, 유길준이 토지 개혁 하나에 목숨을 걸고 자신의 임기 동안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으면 좋겠다.
이 점에 관해선 합성협회 협회장을 역임하는 동안에도 나와 자주 이야기했던 터라, 유길준은 주먹을 꽉 쥐며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약조하지. 자네가 이것에 목숨을 걸면 나 또한 그대를 적극적으로 비호하겠네.”
유길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겠다는 말이었다.
어떠한 폭풍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는 거목처럼.
< 초대 총리 유길준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