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4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47화(347/392)
< 대한재건펀드 (3) >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타지에서 온 외부인들로 가득했다.
대한합중국에서 온 기업인들이 투자설명회는 물론, 대규모 취업박람회도 개최했기 때문이다.
“이야. 사람들 보소.”
여기에 BOA, 내셔널시티은행, JP모건, 케미컬투자은행, 힐 모터스, 리&라이트 항공, US 스틸 등이 가세하며 파이가 더욱 커졌다.
해당 기업들은 미국인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기도 해서, 현지인들도 이번 박람회에 대거 참석했는데.
이 때문에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제2의 만국박람회가 열린 것처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곳 역시도 전주(錢主)가 최고인가 보군.”
이번에 합성협회 신입 장학생으로 뽑힌 박진순 역시도 취업박람회가 열리는 중앙광장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는 은행 쪽에 선 줄을 바라보며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참으로 신기하군.”
“맞네. 양국이 이리 떨어져 있는데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다니.”
박진순 옆에는 박열, 이광수, 최남선, 홍명희, 김원봉, 박헌영 등 예비 신입 유학생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동안엔 안에만 있었지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단체로 바깥 구경을 하겠다고 이곳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박진순은 동기들을 바라보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한탄하기 시작했다.
“줄 서 있는 저놈들은, 저기 있는 은행가들이 노동자의 피땀 어린 고혈을 빨아먹는 자본가들이라는 걸 알고도 저리 서 있는 거겠지?”
“······.”
“······.”
“자본가들의 하수인들이 되고자, 제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려 한다니. 같은 지식인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군.”
박진순의 주장에 이광수를 비롯한 몇몇 예비 유학생들이 못마땅하단 표정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젊은 혈기로 사회비판 발언 정도는 할 수 있다지만, 박진순은 이런저런 불만을 시도 때도 없이 토로할 만큼 정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저놈 또 시작이다’ 하는 눈빛을 보낸 것이었다.
“카악, 퉤- 못 볼 걸 봤군.”
박진순이 동기들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못마땅했는지, 가래침을 뱉곤 자리를 옮기려 했다.
“이보게.”
그때였다.
한 동양인 남자가 박진순의 손을 붙잡으며 눈을 부릅떴다.
“자네 한인이지?”
“그, 그런데요?”
“쯧쯧. 부디 생각 좀 하고 행동하게.”
박진순은 네가 뭔데 충고 따위를 하는 거냔 표정이었다.
이에, 그에게 말을 걸었던 동양인 남자도 조금은 누그러진 말투로 박진순과 그 무리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자네들이 생각하기에 자네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유학생일 뿐이겠지만, 실은 민간 외교관이기도 하네. 한인들을 대표한단 거지.”
“······.”
“서양인들은 길가에서 가래침 뱉는 행위를 극도로 혐오하네. 그런데 자네들이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고 다니면, 여기 있는 현지인들이 우리 한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겠나?”
박진순 무리에게 충고하는 남자는 이석영의 장남인 이규준이었다.
양기탁의 언질에 제 숙부인 이호영은 숙소로 돌아갔다.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건 다른 숙부들이었으니.
이철영과 이회영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려다가 행사장에서 이들과 조우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충고에도 박진순이 언짢은 기색만 보이자, 살짝 화가 난 이규준은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로 목소리를 높이려 했다.
그때였다.
“내버려 두게. 저놈은 곧 고국으로 돌아갈 놈이니까.”
이규준의 옆에 서 있던 민필호가 박진순의 얼굴을 알아보곤 썩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버려 두라고?”
“그래. 저 박가 놈, 예비 유학생들 사이에선 유명하네. 기수 내에 제 패거리를 만든 후, 불만을 쏟아 내며 사회비판에만 성을 내고 있다고. 벌써 소문이 자자하지.”
교민 사회는 좁다.
그렇기에, 작은 실수만 해도 모두가 이를 알게 되었는데.
당연하게도 이번 신입 유학생들에 관한 소문 또한 이 작디작은 커뮤니티에서 돌고 도는 중이었다.
“나 같으면 학업이나 제 미래에 온 힘을 쏟기도 바쁠 텐데. 쯧쯧. 이 좋은 기회를 이리 낭비하려 하다니. 에잇, 그만 가세나.”
민필호는 계속 남아서 충고하려는 이규준의 상의를 잡아끌며, 더는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 시간에 박람회나 더 보자고 제안했다.
“뭐, 이해합니다.”
이에, 박진순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 다음 눈꼬리가 휘도록 피식 웃었다.
“지금 보니 알겠네요. 선배님이 저희 바로 위에 기수인 민필호 선배시죠? 그 옆에는 그 유명한 이규준 선배시고.”
민필호와 이규준은 이거 봐라, 하는 표정으로 박진순을 노려보았다.
이에 박진순은 더욱 대담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민 선배는 여흥 민씨 일족 출신으로 아랫목에서 배때기 따듯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세상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보이겠지요. 옆에 계신 이 선배도 비슷할 테고요. 그러니 제가 하는 말도 전부 고깝게 들리는 것 아닙니까?”
이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팔짱을 꼈다.
“자네는 여기저기 시비 거는 것이 취미인가 보군.”
“어렵게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만.”
박진순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민필호가 버럭 성을 냈다.
“자꾸 불만만 내뱉고 다닐 거면 자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노동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왜 욕하면서도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겐가?”
그 말에, 박진순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두 사람을 살살 약 올렸다.
“제 마음이지요. 제가 뭘 하든 뭔 상관입니까?”
박진순은 미국에서 노동법을 공부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뭐? 법? 네가?”
이에, 민필호는 가소롭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던 이규준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만 가세나. 여기 계속 있으면 화병이 나서 제 명에 못 살 것 같으이.”
이규준은 민필호의 재촉에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끝끝내 마음에 걸렸는지, 자리를 뜨면서도 박진순을 향해 마지막 조언을 했다.
“어이. 예비 신입생.”
“······.”
“여기 미국에서 개소리하는 것은 자유지만, 불만만 내뱉으며 공부를 등한시하면 졸업도 못 하고 쫓겨날 걸세.”
“······제 미래는 제가 알아서 개척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쯧쯧. 선배로서 하는 마지막 충고네. 부디 신입생이면 신입생답게 지금을 즐기게나.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놀지도 못할 테니까.”
그 말과 함께 이규준도 몸을 돌렸다.
그런 이규준을 향해, 민필호가 박진순의 험담을 했다.
“이번 기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은혜도 모르는 금수들이 대거 기어들어 온 것 같군.”
“그러게. 저기 있는 은행 중 다수는 의왕 전하의 소유거나 의왕 전하와 관련이 있는 회사인데 말이야.”
“자기들이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 은혜도 모르는 금수 같은 놈들이지. 쯧쯧.”
“······!”
이들이 흘린 말을 들은 것일까?
같은 신입 유학생들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도 누구 돈으로 여기 미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저 말이 진실인가?”
“케미컬투자은행이 의왕 전하와 관련된 기업이라고?”
“설마? 전하의 기업은 자동차나 비행기를 만드는 방산 기업만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강과 관련된 소문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상당수 유학생은 어느 정보가 진실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니겠지?”
“그래. 전하께선 미국 양놈들에게 공산주의자라고 손가락질까지 받았던 위인이신데.”
“맞아. 본국의 주 5.5일제 정착을 위해, 가장 선두에서 노력하고 계신 분이 바로 전하시네.”
“그러니까 말이야. 저 선배는 어떤 근거로 의왕 전하와 노동자들을 착취하던 양놈들을 연관시킨 거지?”
합중국에는 이강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상당수는 거짓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강이 공산주의자란 소문이었다.
“저거 또 헛소리하네.”
“그러게. 언제까지 자기들의 거짓이 먹히리라 생각하는 건지. 나 원.”
박진순과 조금 떨어져 있던 이광수.
그는 혀를 차며 자신의 무리에게 충고했다.
“봤지? 박진순 저놈은 조심해야 하네. 이상한 허언으로 사람들을 꼬드기고 다니니까.”
“그러게. 내 동기들에게도 단단히 일렀는데, 저놈 말재주가 어찌나 좋던지 내 이야기도 믿지를 않더라고.”
“일단은 가세나. 잘못하면 또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까.”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된다.
공산주의는 계급론을 철저히 부정한다.
이강은 왕족.
그는 단 한 번도 왕위를 내려놓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공산주의 사상과는 정반대에 있는 상황.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은 선동의 달인이었다.
지난 타이태닉 청문회 때 발간된 신문 기사를 인용하여, 일부 공산주의자들은 이강이 자신과 비슷한 사상을 지녔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이강이 공산주의자라는 선전까지 했다.
문제는 이 주장이 은근히 먹힌다는 것이었다.
1919년 창설된 고려공산당.
그곳의 당수인 김립의 지휘 아래, 해당 사상은 아주 조금씩 대한합중국에도 퍼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일부 순진한 학생들은 이강이 정말 공산주의자인 거로 알고 있다.
이번에 유학을 온 일부 학생들처럼 말이다.
‘이를 바로 알려야겠어.’
소비에트 혁명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공산주의 사상이 번지고 있지만, 유독 이번 유학 기수 중에는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았다.
정보국 요원으로서 이번 유학생 무리와 함께 활동하던 김병한은 이를 뼈저리게 느끼며, 해당 사항을 본국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작은 불씨가 거대한 들판을 전부 태울 수도 있기에, 그는 내일이라도 당장 이 소식을 본사에 보고할 생각이었다.
* * *
“모두 반갑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후.
나는 본가에 짐을 풀자마자 곧장 합성협회 본사 건물로 이동했다.
“전하.”
합성협회 본사 건물에서 일장 연설이 끝난 후, 나는 본국에서 건너온 기업인들을 한데 모아 그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본래도 전하께서 연설하실 때면 항상 그 열기가 뜨거웠으나, 오늘은 유독 청중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다들 감동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는 아마도, 그동안 혜택을 받았던 졸업생들이 대회의장에 가득 참석했기 때문일 거다.
더불어 이제 곧 그 혜택을 받을 예비 신입생들 역시 한자리에 모여서 그런 것일 테고.
‘하지만 섬찟하기도 했어.’
내 말에 열렬히 반응하는 자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를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자도 존재했다.
이전까지는 못 보던 광경이었는데, 이 때문에 나는 연설이 끝난 후 이위종에게 가서 한 가지를 급히 조사하라고 명했다.
『이 국장.』
『예. 전하.』
『저자와 저자, 그리고 맨 앞 오른쪽에서 세 번째 줄에 서 있는 자의 이름 또한 알아내게.』
조심스럽게 행동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광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이와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본 이들의 정체를 조사하라고 명한 기억을 회상하며, 나는 기업인들과 계속 대화를 이어 갔다.
“뭐, 청중의 반응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법이네.”
애써 초연한 척하며, 나는 이제 이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기업인들의 표정이 더욱더 밝아진다.
다들 내 답변에 감동한 눈치다.
“그나저나······ 내가 서부로 온다는 소식이 사전에 유출되었는지, 다들 두 손 가득 투자 계획서를 들고 찾아왔구먼.”
“······.”
“······.”
뭐, 예상은 했다.
비밀리에 나만 서부로 향한 것도 아니고.
새 총리 역시 샌프란시스코로 함께 이동하지 않았던가?
“이리들 줘 보게나. 그대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내 한번 읽어 보겠네.”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 입만을 바라보던 기업인들에게 손을 내밀며, 그들이 들고 있던 서류뭉치들을 건네라고 요청했다.
“최, 최 대표님.”
“최 대표님께서 먼저 하시지요.”
연장자 우대일 수도 있고.
대한제국 외교권 회수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은 순서로 행동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한데 모인 기업인들은 연해주에서 활동했던 최재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사업계획서를 먼저 건네라고 양보했다.
“지난번에는 자네 회사가 연해 왕국과 동해 왕국 인근 목재 벌채권을 가장 많이 따냈었지? 내 기억이 맞나?”
나는 작년 일을 떠올리며 최재형에게 질문을 던졌다.
“예. 그렇사옵니다.”
그가 건넨 보고서를 한번 쓱 읽은 후, 소감을 짧게 요약해 말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사세를 크게 확장할 생각이로군. 제지와 가구 산업 쪽에도 발을 들일 생각인가 본데.”
“······.”
“흠. 이에 관한 평가는, 내 다른 이들의 계획서를 본 이후에 말하겠네. 자, 다음.”
다음은 민강 차례였다.
원래대로라면 이호영이 나와야 했지만, 그는 내게 따로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말하며 다른 기업가들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이석영이나 이회영은 언제든 나와 따로 만날 수 있어서 다른 이들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동화 그룹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구먼.”
민강은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는 유형이었다.
그는 눈알을 떼굴떼굴 굴리며 내게 포부를 밝혔다.
“예. 저희도 최 대표님네 회사처럼, 기존에 저희 그룹이 진출했던 의약품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식음료 분야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그래?”
민강이 손가락을 튕기며 내게 물었다.
“전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돌아온 이들이 제일 아쉬워하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쉬워하는 것이라? 그래, 무엇인가?”
“그곳에서 마시던 달콤한 탄산음료가 자꾸 떠오른다고 합니다.”
아! 그렇겠네.
콜라란 본디 한 번도 안 마실 수는 있지만.
단 한 번만 마실 수는 없으니까.
“이것이 돈이 좀 될 것 같아서 음료 공장을 하나 세워 보려 하는 게로군.”
“예. 전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긴.
당연히 돈이 되겠지.
‘합중국 시민들이 이를 쉬이 구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득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겠고.’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것만큼 좋은 마케팅 방법은 없을 테니까.
나였더라도 대한합중국에 식음료 공장을 세울 거다.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김에, 그곳에 들어가는 설탕 또한 합중국에서 만들려고 하는군.”
“예. 그렇사옵니다.”
나는 민강이 건넨 보고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궁금한 점을 물었다.
“원재료인 사탕수수는 어디서 사 오려고 하나?”
“물류비를 생각한다면, 대만이나 유구 혹은 남중국에서 사 오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그렇지. 하지만 앞선 두 곳은 모두 일본제국의 아래에 놓여 있네.”
민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예. 그렇기에 이 두 곳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 남중국 또한 정세가 불안하여 수급이 언제 막힐지 모르니······.”
탈락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남은 곳은, 두 곳뿐이로군.
“하와이나 필리핀, 네덜란드령 동인도 회사 쪽에서 원재료를 사 올 생각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공교롭게도 남은 지역들은 전부 내가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역이고.
이 때문에 사업계획서도 빠르게 제출한 듯싶었다.
최재형도 그렇지만, 민강 역시도 내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자네는 제분 산업 쪽에 관심이 있구먼?”
“예.”
제당 산업과 함께 제분 산업은 3백 산업 중 하나다.
한반도 북쪽.
특히나 남만주, 연해주 같은 곳에서는 우리 밀 또한 제법 많이 생산되고 있기에.
이것들을 한데 모아 밀가루로 만든다면 분명 돈이 될 거다.
“자네는 유통이고.”
“예. 그중 해운 쪽에 특히 관심이 있습니다.”
최봉준이란 자 또한 기억난다.
최재형과 함께 동업하다가 서로 갈라섰다고 하던데.
“나머지는 본업인 무역 쪽에 좀 더 집중할 생각이군.”
안희제와 허만정을 비롯한 기업인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한참 동안 흐뭇한 표정을 짓다가 곧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안타깝게도 조선과 철강 쪽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이가 없구먼. 사실 이 두 산업이 알짜배기인데 말이야.”
“······.”
“······.”
이곳에 모인 기업가들은 아쉽다는 눈빛을 보내며 마른 입술에 침을 묻혔다.
“뭐, 말하지 않아도 대충은 이해하네. 두 산업은 워낙 돈 먹는 하마니까. 그래서 쉬이 접근할 수 없었겠지.”
두 산업은 대한재건펀드의 투자 아래 육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핵심 산업이 대한합중국에 뿌리내리지 않는 이상, 제조업 분야가 성장할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만 제외하면 만족하네. 다들 자신의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사세를 확장하고자 했으니까. 다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말끝을 올리며, 이들에게 충고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다들 뭔가 쫓기는 것처럼 사업들을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불안하긴 하군.”
“······.”
“······.”
“나 또한 다섯 나라의 왕이기 이전에 한 기업의 경영자네. 그렇기에 잘 알지. 자네들이 지금을 투자의 적기라 생각한다는 걸 말일세.”
그동안 일본제국은 한인 기업가들의 발목을 잡으려고 여러 규제를 신설했다.
지금 그것이 전부 해제된 상황에서, 내 앞에 있는 이들은 남들보다 앞서 사세를 키우려고 했다.
그래야 다른 경쟁자들을 찍어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최대한 아끼며, 시장 장악력으로 독점시장을 형성해야 이윤 또한 크게 남지 않겠나?
“근 오 년간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가 호황이었네. 아, 전쟁이 발발한 유럽을 제외하고 하는 말일세.”
“······.”
“하지만 자네들도 알다시피, 최근 반년 동안은 대한합중국을 제외하면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네.”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
우리 대한합중국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지금이야 개업 덕을 보며 반짝 경기 특수를 누리고 있다지만.’
삐끗하면 미국, 일본과 함께 불황기로 접어들 수도 있다.
나는 이를 경고하며 기업인들에게 신중히 투자하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가 다시금 불황기에 접어든다면, 우리 역시 주린 배를 더욱더 졸라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일세.”
“······.”
“아, 대충 내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잘 알 테니, 고까운 소리는 여기까지만 하겠네.”
나는 투자계획서를 각자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방금 검토했던 사항을 바탕으로 다시금 사업계획서를 짜 오게. 아, 내 밑에 있는 실무진들은 나처럼 친절하지 않을 테니 단단히 준비해야 할 걸세.”
나는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십 년간의 투자 계획을 밝히라고 조언했다.
곧 다가올 대공황을 생각하며 충고한 것이었다.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려는 자는 반드시 쓰러질 테니, 이리 예방 주사를 놓은 것인데.
기업인들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충고를 수용하는 척했다.
‘진짜로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그런 척한 것인지는 시간이 알려 주겠군.’
< 대한재건펀드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