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5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50화(350/392)
< 로열웨딩 (1) >
양력은 물론이고, 음력 기준으로도 새해가 되었다.
경신년(1920)을 맞이하며 몇 가지가 달라졌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나의 호칭이었다.
“이 황태제 전하와 그 가족 일행이 도착하셨습니다.”
새 내각은 일제 치하에서 결정되었던 모든 결정을 물리고자 했고, 내 형님인 이척 역시 이를 흔쾌히 승인했다.
그 결정에는 국본 책봉 문제 또한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를 극렬하게 반박할 황귀비나 영왕은 삼남에 있었고.
국민의 여론 또한 내 편이었기에, 나는 일사천리로 차기 후계자인 황태제가 될 수 있었다.
“대부님.”
그다음은 별것 없었다.
공화당 후보 경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지만,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아시아 쪽에서도 큰 문제가 터지진 않았기에, 나는 별 고민 없이 미국 동부로 이동한 후 대서양을 건너는 선택을 했다.
“전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유독 아름답구나.”
“······.”
타티아나의 결혼식 일주일 전, 결혼식에서 입을 웨딩드레스를 최종 점검하는 시간.
나는 타티아나의 대부 역할을 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그녀가 머무는 런던의 저택으로 향했다.
“하늘에 먼저 가 계신 네 아버지께서······ 이 모습을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구나.”
타티아나를 바라보며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
“······!”
나의 대답에 타티아나와 올가, 마리아, 아나스타샤도 눈물을 보였다.
다만, 알렉세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아무르 임시 정부의 수도인 하바롭스크에서 이곳 런던으로 배를 타고 오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좀 더 빠르게 이곳으로 올 수도 있었지만, 알렉세이는 로마노프 왕가의 19대 황제로서 아무르 러시아 임시 정부 내에서 중심을 잡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지지 세력이 안심할 테니까.
그렇기에 최대한 늦게까지 수도에 머무르다가, 이제야 제 누이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 것이었다.
“아이, 참.”
니콜라이의 네 자매가 나의 한마디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에 에델은 살짝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한번 힐끗 노려보았다.
그 후, 니키의 네 자녀에게 다가가며 그녀 또한 함께 슬픔을 나누었다.
이후 한참을 같이 흐느끼다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내게 속삭였다.
“여긴 제가 맡겨 두고, 전하께서는 그만 데이비드에게로 가 봐요.”
왕궁으로 향하지 않고 바로 이곳부터 방문했다.
에델은 이를 언급하며 내게 빨리 가 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안녕하십니까, 전하.”
“앗! 오셨습니까?”
버킹엄궁에 들른 후, 나는 먼저 조지 5세와 면담을 했다.
이후에 결혼 당사자인 에드워드 왕세자를 찾아가 손을 내밀었다.
“저희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먼 곳에서부터 이리 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에드워드는 정신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 손을 못 본 것인지.
나와 한참을 악수하지 않고 있다가 이내 살짝 아프게 내 손을 꽉 쥐곤 위아래로 흔들었다.
“부디 우리 타티아나를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아, 예. 알겠습니다.”
이런 건 처칠과 처음 인사를 나눌 때도 경험했다.
그렇기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럼 본인은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경험한 일.
현대에서도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몇 번 있기에,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감정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은근한 인종차별 행위에 기분이 살짝 나빠진 나는 일찍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날 환영하지 않은 자의 집에 오랫동안 머무를 이유가 없어서다.
‘개새끼라는 건 알았지만.’
정보국 요원들을 통해서 에드워드 왕세자에게 살짝 인종차별주의자 성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리 노골적일 줄은 몰랐다.
나는 에드워드 왕세자의 세부 정보를 머릿속에 업데이트하며 이자를 어떻게 조질지 고민해 보았다.
“이, 이 황태제 전하.”
“그대는······ 앨버트 왕자시구려.”
왕궁을 막 빠져나온 후, 이전에 사 둔 런던 별채로 향하려 했다.
그때였다.
에드워드 왕세자의 친동생이 급히 나를 찾아왔다.
“혀, 형님께서 겨, 결혼식 때문에 너, 너무 바쁘셔서, 전하께 사, 살짝 결례를 보인 것 같습니다.”
“······.”
“제, 제가 대신 사과드릴 테니, 마음을 조, 좀 푸십시오.”
아까 에드워드와 만날 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더니.
그 광경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앨버트 왕자가 내게 따로 찾아와선 사과의 말을 전했다.
“혀, 형님께서 낯을 좀 가리십니다. 부, 불순한 의도는 없으셨을 테니, 오해는 하, 하지 마십시오.”
바로 앞에서 ‘아닌데? 네 형 인종차별주의자인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리하는 것은 향후 영국 왕실과 척을 지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더욱이 앨버트 왕자는 나에게 살짝 호감을 보이는 것 같기도 했기에, 나는 활짝 웃으며 앨버트 왕자의 사과를 받았다.
“알겠습니다. 내 왕자님의 얼굴을 보아서라도, 이번 일을 마음에 두지 않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앞에 있는 말더듬이 둘째 왕자가 원 역사에서는 조지 6세가 되는구나.
최장수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 되는 자가 바로 조지 6세였던 것 같은데.
‘에드워드 왕세자가 타티아나랑 결혼하게 되었다.’
나 때문에 운명이 한 번 바뀐 상황에서, 조지 6세는 원 역사처럼 제 형 다음으로 왕이 될 것인가?
아니면, 왕자로만 머무를 것인가?
잠시 이를 생각하며 멍을 때리게 되었는데.
“이, 이 황태제 전하?”
“아, 예.”
“호, 혹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여, 여쭤도 되겠습니까?”
아무런 말 없이 몇 초간 서 있자, 앨버트 왕자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급히 앨버트 왕자 뒤에 있던 현 영국 군왕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뒤에 걸린 그림을 보니, 잠시 옛 친우가 생각나서······ 본인도 모르게 그만 대화 도중에 실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아!”
앨버트 왕자는 제 뒤에 있던 자신의 부친 초상화를 바라보며 뭔가 내 핑계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제 아버지와 전하의 오랜 친우이신 니, 니콜라이 황제께서는 정말이지 쌍둥이처럼 비슷하였으니까요.”
앨버트 왕자는 자신이 겪었던 비화를 소개해 주며, 내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저, 저 또한 어렸을 때 두 분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어, 어느 분이 제 아버지인지 헷갈리곤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그······ 정도로 두 분의 외형은 비, 비슷하셨으니까요.”
나는 피식 웃으며 앨버트 왕자와 시선을 교환했다.
“이는 아마도 돌아가신 여왕님 덕분일 것입니다.”
“그, 그렇겠지요. 제 증조모께서는 유, 유럽의 할머니라고 불리셨던 분이셨으니까요. 큰 틀에서 본다면 사, 사실······ 러시아 황실과 저희 영국 왕실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유럽 왕실들이 본래 다 그렇다.
혼인으로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있어서 어느 한쪽만을 툭 떼놓고 볼 수는 없었다.”
“그, 그때는 좋았는데. 아, 안타깝게도 지금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겨,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앨버트 왕자는 살짝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현 상황을 한탄했다.
세계대전으로 미국과 일본은 부유해졌지만, 유럽 대륙은 황폐해진 것을 꼬집은 것이었다.
“어? 자네!”
그때였다.
버킹엄 궁전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이 황태제 좀 빌려 가도 괜찮겠습니까?”
“아, 예.”
네덜란드 여왕의 부군 헨드릭이, 영국에 도착해 있던 거다.
그는 내가 런던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달려온 듯했는데.
옆에 있는 앨버트 왕자에게 양해를 구한 후, 나를 왕궁에서 끌고 나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네, 진짜로 혼자 온 것은 아니겠지?”
헨드릭은 내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며, 내 자식들은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자네의 귀여운 딸내미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에델과 함께 있네. 나는 영국 왕실 일원들을 만나느라 잠시 떨어져 있었고.”
“아! 다행이로구먼.”
“쯧쯧.”
헨드릭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자, 나는 그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혀를 찼다.
* * *
세기의 결혼식이 코앞이다.
교통이 발달했던 현대라면 하루 전에 왔다가 식이 끝난 후에 바로 돌아갔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런던이 여행자들로 가득하네.’
더욱이 이번 결혼은 현 세계 최강인 영국 왕실의 국혼이다.
결혼식에 늦게 참석했다간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에, 각국의 외교 사절단은 안전하게 일주일 정도 먼저 런던에 짐을 풀어 둔 상태였다.
“어서 오십시오. 이 황태제 전하.”
이번에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은 왕족들과 고위 정부 관료들이다.
이들에게 시간은 금.
조금 빨리 왔다고 해서 이를 그냥 허송세월할 수는 없었다.
나 또한 이렇게 각종 파티에 참석하며 친목을 다졌는데.
“어머. 따님이 이 황태제비 전하를 쏙 빼닮았네요.”
“그러게. 정말이지 다행인 것 같네요.”
일부 호사가들은 내 딸아이의 생김새를 보며 이리 칭찬하기도 했다.
‘언뜻 들으면 칭찬 같은데.’
표정을 그렇지가 않다는 말이지.
은근 내가 동양인이라는 것을 돌려 까는 것 같은데.
역시 혐성국 귀족들답게 앞과 뒤가 다르다.
“이 황태제 전하.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5년여 전부터, 이곳 런던에서 이 황태제 전하의 명성이 자자했다는 것을 이 황태제 전하께서도 아십니까?”
물론 유럽에 사는 왕족들과 귀족들이 전부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일전에 이 황태제 전하의 포트폴리오가 유출된 적이 있는데, 이때 상당수가 전하의 투자법을 따라 했었습니다.”
“맞습니다. 덕분에 저도 주머니가 두둑해졌는데 말입니다.”
무례한 이들도 있지만.
나에게 잘 보이려는 이들도 존재했다.
나는 그런 이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어떤 이들과 친하게 지내야 하고, 어떤 이들을 멀리해야 할지를 계산해 나갔다.
“그래도 요즘은 살짝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았나요?”
“맞아요. 폰지라는 작자가 세운 새 투자신탁이 요새 그렇게 투자 수익률이 높다던데.”
“이 황태제 전하의 케미컬투자은행도 대단하긴 하지만, 그건 전부 옛날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요즘 들어 대박이 나면서 그리 터진 거잖아요.”
파티장을 몇 번 돌아본 결과.
런던의 금융가들은 나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한데.
어디서 툭 튀어나온 황인종 왕족이 지금 세계에서 제일가는 투자자가 되었기 때문이겠지.
더욱이 나의 활동지는 런던이 아니고 뉴욕이다.
이것 또한 못마땅할 테니 저리 툭툭 작게 속삭이며 내 속을 살짝 긁어 대는 것 아닐까?
“그에 반해, 폰지의 새 펀드는 이제 막 시작했는데도 수익률이 높아서 세간에서 평이 좋아요. 안 그래요?”
“아, 맞네. 그 사람이 세운 투자 회사가 요즘 그리 수익률이 높다던데.”
“어머, 나도 소개해 줄 수 있어요?”
여기서도 중간중간 폰지 이야기가 들린다.
곧 침몰할 배인지도 모르고.
그 표를 끊고자 하는 영국인들.
나는 그런 영국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
아 물론.
이에 관해 조언은 단 한 마디도 안했다.
나를 적대시하는 세력에게 호의를 베풀만큼, 나는 대인배가 아니니까.
“그나저나 저기 러시아는 어떻게 되려나요?”
“내전이 빨리 끝나야 파괴된 바쿠 유전 시설도 복구를 시작할 텐데.”
영국의 석유 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은 현재 러시아의 바쿠 유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전대 로스차일드 가주가 스탠다드오일을 잡겠다고 이곳에 투자한 후, 국영기업과 합병되며 이리된 것인데.
이곳에 BP의 주주들이 꽤 많은지 이에 관한 이야기 또한 많았다.
“황태제 전하. 소칼의 루마니아 쪽은 어찌 되어 가고 있습니까?”
“다행히도 원상으로 복구한 후, 유전 안에 매장되어 있던 원유들을 시추하고 있다네.”
“보, 복구하는 데는 보통 얼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까?”
바쿠 유전 또한 적백내전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나에게 관련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통상 5개월 정도면, 제반 시설의 8할 정도가 복구되어 석유를 시추할 수 있게 되네. 완전히 복구하려면 3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뭐, 생산량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까. 대충 5개월로 잡으면 될 걸세.”
나는 관련 질문을 던지는 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석유 전문가들도 아닌 그대들이 왜 이것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지? 혹시 관련 기업, 그러니까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에 투자라도 한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아······ 그렇구먼.”
그나저나.
미국이 곧 적백내전에서 철수한다.
아무르 임시 정부는 지켜 줄 생각이지만, 캅카스 합중국은 얄짤없이 버릴 생각을 하던데.
한마디로 바쿠 유전은 소비에트 세력의 손에 곧 들어가게 된다는 말이다.
“잘 알겠네.”
영국 귀족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금 헨드릭에게로 돌아왔다.
“자네 눈빛이 참으로 이상하구먼. 뭐 좋은 소식이라도 들은 건가?”
내가 방실방실 웃고 있자, 헨드릭이 나를 떠보았다.
“별것 아닐세.”
“에이, 아닌데?”
“아, 그럴 때가 있지 않던가? 그냥 기분이 좋아질 때.”
“자네, 오늘따라 술을 많이 먹은 것 같군.”
“그런가?”
그때였다.
헨드릭이 급히 내게 몸을 붙이며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자네 혹시······ 이곳에 오며 악행이라도 저질렀나?”
“응? 악행? 그건 왜? 내가 뭐 실수라도 했는가?”
헨드릭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그럼 왜?”
“옛말에 악행을 행하면, 악행이 그자를 따라온다는 말이 있어서.”
헨드릭은 작게 속삭이며 네 시 방향을 바라보라고 가리켰다.
* * *
“저기, 저기를 좀 보게나.”
“흠?”
“저자는······ 일본제국의 황태자가 아닌가?”
멀리 있는 파티장 입구에 막 들어왔기에, 얼굴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막 들어오는 자는 동양인이었다.
“자네로서는, 달갑지 않은 최악의 상대를 만나게 된 셈이 아닌가?”
그래서 헨드릭이 내게 ‘악행을 행하면, 악행은 그 사람을 따라온다.’라는 속담을 건넸구나.
일본과 나의 관계를 잘 아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헨드릭에게 물었다.
“그래서 조금 전 자네가 내뱉었던 그 속담을 내게 언급한 것인가?”
“그래. 자네로서는 달갑지 않을 테니까.”
흠흠.
나는 헛기침을 한번 한 후,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헨드릭을 바라보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격언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조선에서는 이를 두고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네.”
헨드릭은 잠시 내가 한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할 수 없는 자리에서 원수를 만나게 된다? 오! 자네 말대로 이번 사례는 대한의 속담이 입에 좀 더 달라붙는 것 같구먼. 나중에 이를 기억했다가 써먹어야겠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좋은 속담인 것 같군.”
헨드릭은 힐긋힐긋 파티장 입구 방향을 보며 실시간으로 오두방정을 떨어 댔다.
“저놈은 아직 우리를 못 본 것 같은데? 어? 아이고.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저놈도 자네를 발견한 모양일세.”
그렇겠지.
백인들만 바글바글한 이곳에서, 나 같은 동양인은 금방 눈에 띄니까.
나 역시도 히로히토가 이곳에 발을 내딛자마자 바로 알아차리지 않았던가?
그만큼 나와 그는 이번 결혼식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손님이었다.
“이 황태제님. 그리고 헨드릭 대공 전하.”
“······.”
“······.”
“저는 히로히토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나는 처음으로 일본 왕실의 사람과 조우하게 되었다.
히로히토가 내민 손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로열웨딩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