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5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52화(352/392)
< 거절할 수 없는 제안 (1) >
에드워드 왕세자와 타티아나 공주의 결혼식이 오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진행됐다.
세기의 결혼식인 만큼 다수의 고위 관료들이 런던에 방문한 상황.
유럽 각국은 물론이고, 워싱턴의 관료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는데.
“이 황태제님.”
“부통령님.”
미국 정부 대표로는 내가 원했던 파디 부통령이 참석했다.
‘전에 해 준 이야기가 휴즈에게까지 흘러간 모양이군.’
연초에 나는 허스트에게서 얻은 소원 카드 하나를 사용했다.
모두에게 다음 대선 후보로 내가 파디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며, 휴즈의 의중도 떠보기 위함이었는데.
휴즈는 아직 자신이 밀고 있던 차기 대선 후보가 없었는지.
아니면 이를 감추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일단은 내가 선택한 파디를 런던 특사 대표로 뽑았다.
“바쁜 와중에도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아닙니다. 전하께서도 잘 아시듯, 부통령이란 자리는 사실 한가합니다. 얼굴마담이나 해 주고, 대통령의 유고를 대비하여 자리나 지키고 있으면 되니까요.”
파디와 나는 결혼식이 치러지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주최자의 배려 덕분인지 그가 내 옆자리로 배정되었기에, 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파디와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런 제가 임기 말에, 이리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들어 보니 이번 협상 간 제가 런던에 방문할 수 있도록 이 황태제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던데······.”
파디는 자신이 런던 특사로 오게 된 것에 연신 놀랍단 기색을 내보이며 나를 바라보곤, 은근슬쩍 자신이 이 자리에 온 게 나의 입김 때문인지를 물었다.
“저보다 더 어리고 더 유망한 정치인들이 제법 있었을 텐데······ 왜 그러셨습니까?”
“왜 그랬냐니요?”
“······.”
“부통령님은 저와 함께 성장한 미국의 정치인이십니다.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셔야지요.”
나의 답변에 파디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는 제 분수를 압니다.”
“······.”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빈말이 아닙니다. 성격이 서글서글하지 못하여 적이 많고, 제가 예전부터 줄곧 밀던 인프라 국영화 정책 역시 자본가들이 기겁할 만한 안이지 않습니까?”
“······.”
“신념을 조금 꺾으면 되지 않냐고 충고해 주실 수도 있지만, 전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저는 타협을 잘하지 못합니다. 이게 걸림돌이 되어 제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니, 전하께서는 아까운 카드 한 장을 낭비하신 것입니다.”
안다.
그렇기에 내 앞에 있는 파디에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머릿속으론 지금도 그를 버리는 카드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어찌 공화당 후보까지는 될 수 있겠지만······.’
파디 자신이 말했듯, 그는 이 시대 미국 자본가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인프라 국영화 정책을 자신의 주요 정책으로 밀고 있었다.
그랬기에 사실상 권한이 없는 부통령 자리까지는 오를 수 있었지만, 대통령이 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표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자본가들은 이자가 대통령이 되도록 놔두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 황태제님께서 저를 믿고 이번 협상을 맡기셨으니 이것만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 국익만을 생각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나는 파디와 이야기를 끝내며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의 끝이 서서히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통령을 한 이후에도 다른 곳에서 일할 수야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조계 혹은 원래 하던 일 등 다른 분야에 한해서고.
정치 경력은 보통 여기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파디를 힐긋 쳐다보며 잠시 처음 만났던 때를 회상했고, 곧 결혼식에 집중했다.
* * *
영국.
프랑스.
러시아 아무르 정부.
대한합중국.
미국.
이탈리아.
일본.
이렇게 일곱 국가 대표가 모였다.
“이리 한자리에 모인 것도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표면적인 이유는 영국 왕세자의 국혼 때문이었지만.
이리 한자리에 모인 이상 실무적인 대화 주제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통지받았던 대로, 오늘 여기 모이신 대표님들과 긴히 이야기할 주제는······ 러시아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내전을 언제 종식하는가입니다.”
영국의 대표인 군수 장관 처칠을 시작으로, 각국의 특사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들었습니다. 러시아 정부와 영국은 빠른 휴전에 반대한다지요?”
“예.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합니다만, 다른 대표님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처칠은 특유의 사나운 눈빛으로 어디 한번 반문해 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파디 부통령이 손을 들고 발언권을 신청했다.
“우리 미국은 의견이 다릅니다.”
“그렇습니까?”
“예. 진즉 휴전 협약을 체결해야 했던 전쟁이었습니다. 그간의 아집으로 수많은 세금과 인력이 이곳에 투입되지 않았습니까?”
아집이라는 단어에서 처칠의 한쪽 눈썹이 꿈틀댔다.
이에 파디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처칠에게 제안했다.
“지금이라도 소비에트의 휴전 제의를 수락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반대합니다. 저 빨갱이 놈들은 언제 어떻게 약속을 깨고 진군할지 모를 놈들입니다. 더욱이 그들은 아무르 정부를 존속시킨다고 약속하였지만, 우리 영국이 도와주는 캅카스합중국은 자신들에게 온전히 넘기라며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바쿠 유전에 많은 자금이 묶여 있었다.
국영화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다수의 바쿠 유전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에트가 밀고 있는 공산주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국내외 자본을 가리지 않았기에, 소비에트가 해당 지역을 점유하게 된다면 BP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될 터.
그리되면 영국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게 분명했다.
“이는 수백, 수천만의 해당 지역 시민을 버리는 행위와도 같은데. 미국은 이 뒷감당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돈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없어 보인다.
그랬기에, 영국 정부는 해당 지역민들의 자유를 들먹이며 조기 휴전을 강하게 반대했다.
“전에도 밝혔듯, 해당 지역의 자유는 해당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쟁취해야 할 산물입니다.”
“······.”
“이 정도까지 도와줬으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이에 파디는 언제부터 너희 영국이 식민지의 지역민들을 그리 챙겼냐는 표정을 지으며, 처칠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파디는 여차하면 단독으로 소련과 강화할 수도 있다는 끝장 전술까지도 언급하며 회의에 참석한 모두를 긴장시켰다.
“워워.”
“다들 진정하십시오.”
이탈리아 대표와 프랑스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선 분위기가 가라앉게끔 유도했다.
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대한합중국의 대표 김규식 특사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주시했다.
“또다시 몸을 잔뜩 웅크리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해자 삼아 겁쟁이처럼 고립주의 노선을 선택하실 생각입니까? 지난날 귀국의 선조들이 해 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에 처칠은 파디를 살짝 도발하며,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홀로 지낼 것이 아니라 국제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들이 원한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파디는 완고했다.
미국은 왕이 없는 민주주의 국가.
유권자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기에 권력 역시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는 원론을 내세우며, 여론이 그리 돌아간다면 언제든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고 제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대책 없는 무능력자보다는 겁쟁이가 낫지 않겠습니까?”
“······!”
“최근 런던에 소문이 떠돌고 있다지요? 장관께서 지난날 갈리폴리 상륙 작전 때처럼 크림반도에 영국군을······.”
파디는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언급하며, 영국군이 적백내전을 조기에 종결하지 않고 확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려 했다.
쾅-
그때였다.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소이까?”
처칠이 벌떡 일어났다.
파디의 발언 중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단어 하나가 들어 있던 탓이다.
처칠은 ‘갈리폴리’란 단어나 나오자 벌떡 일어나선 부들부들 떨며, 파디에게 다시 한번 말해 보라고 압박했다.
‘조졌네.’
이에 이강의 유일한 친우이자 초대 내각에서 외무 장관을 하고 있던 김규식은 눈을 꾹 감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았다.
* * *
“흠.”
로이드-조지 총리를 비롯하여 맨스필드 비밀정보국 국장, 로스차일드 남작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 점심에 있었던 회의 때문이었다.
“장관께서 경솔하셨소이다.”
“······.”
세 명의 참석자는 지금 의자에 앉아서 부들부들 떠는 처칠을 앞에 두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를 힐난하고 있었다.
“회의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다니요.”
“맞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회의는 러시아 내전을 언제쯤 종결할지에 대해 토의하는 아주 중요한 회의였지 않습니까?”
“개인적인 감정은 최대한 자제하셨어야지요.”
“······.”
셋 중 가장 어린 월터 로스차일드가 처칠을 힐끗 바라보며, 협상장 안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동석자의 말에 따르면, 미국의 부통령은 별말을 하지도 않았다던데 말입니다.”
“별말도 하지 않았다니! 파디라는 얼뜨기가 조금 전 내 과거사를 언급하며 날 모욕했는데······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은 내가 참았어야 한다고 조언하시는 겁니까?”
처칠의 반박에 로이드 조지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어야지요.”
“······.”
“최대한 본심을 숨기고, 영국에 이득이 되도록 협상하셔야 했던 것이 장관님의 역할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월터 로스차일드는 총리의 말에 동의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남작!”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했다.
“남작이 그리 말하니 섭섭하오.”
처칠은 괜히 가장 만만한 로스차일드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차일드 남작은 지금 우리 영국이 적백내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소만?”
전대 남작이었으면 꼼짝도 못 했을 것을.
월터는 제 아버지의 빈자리를 새삼 느끼며 처칠에게 물었다.
“처칠 장관. 그 답이 도대체 뭡니까?”
“남작의 부친인 전대 로스차일드 남작께서 거하게 똥을 싸 놓았기에 그런 것이 아니오? 석유 산업에서 이 왕자. 아니지, 이제는 이 황태제가 된 이강과 록펠러를 이겨 보겠다고 거금을 들여서 바쿠 유전을 인수하지 않았소이까? 이 때문에 우리 대영제국군이 러시아 내전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었는데······ 지금 뭐라고 하셨소? 내가 참아야 했다?”
처칠은 로스차일드가 자신을 비난하리라는 걸 예상했던 듯했다.
그만큼, 마치 미리 준비해 놓은 것 같은 모범 답변이 그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아무리 화가 나셨지만, 진실은 제대로 말씀하셔야지요.”
“뭐라?”
이에 월터는 팔짱을 끼며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제 부친께서 바쿠 유전 지분을 러시아 정부와 노벨 형제에게 인수하긴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리 가문의 석유 기업을 반강제적으로 AP(앵글로 페르시아 오일)과 합병시킨 것은, 이후에 합병법인을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로 바꾼 후 국영화한 것은 모두 장관의 주도 아래 일어난 일이지 않습니까? 아닙니까?”
“······.”
“마치······ 영국에서 건조되어 오스만제국으로 인도해야 했던 군함들을 몰수했던 것과도 같은데 말입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세상에서 제일 얄미운 자는 팩트로 상대를 두들겨 패는 자다.
아직은 어린 월터에게 덤터기를 씌우려다가 역으로 당하자 처칠의 얼굴이 벌게지기 시작했다.
“네놈이 감히!”
“처칠 장관.”
분위기가 다시금 흉흉해지자 로이드 조지가 나섰다.
“진정하게.”
“······.”
“잠시 바람이나 쐬고 오게나.”
총리는 처칠을 잠시 밖으로 내보낸 후, 남작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자네도 그래. 장관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면서 왜 자꾸 도발하는가?”
“도발이라뇨? 저는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월터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시비는 처칠이 먼저 걸었다고 총리에게 하소연했다.
“장관이 자꾸 어깃장을 놓으면서 적백내전을 질질 끌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네는 이 내전을 얼른 끝내야 한다고 보는가?”
“예. 이대로는 질질 끌어 봤자 승산이 없다고 봅니다.”
월터의 단호한 답변에 로이드조지 총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끙.”
“총리 각하. 이럴 때는, 하는 수 없이 그동안 투입했던 비용을 매몰 처리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BP에 투자한 우리 영국의 많은 자본가는 물론이고, 자네 가문 역시도 꽤 큰 손해를 입을 텐데.”
“어쩔 수 없지요.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른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큰 비용을 치르며 손실금을 털어 내야 할 것입니다.”
기업인들은 손익계산에 빠르다.
지금 총리의 앞에 있는 자는 영국을 움직이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가주.
그 역시도 이번에 많이 물린 상태였지만 정말 손절매하는 게 답이었는지, 월터는 이미 마음을 접은 듯했다.
“알겠네. 내 직접 미국의 부통령과 만나서 이번 회담을 결판 짓겠네.”
월터의 강경한 태도 때문일까?
로이드 조지 총리도 적백내전에서 빠르게 철수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월터는 네 사람이 모였던 호텔에서 나온 후 자신의 집사를 찾았다.
“일은 잘 끝나셨습니까?”
“······사람 피에 굶주린 불독이 으르렁대며 저항하긴 했으나, 내 부친 아래에서 그러한 개들을 다루는 법을 배워 왔네. 이 정도야 케이크 두고 제자리에서 돌기 수준이 아니겠나?”
월터는 차에 올라탄 후, 집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남작님”
“응? 왜? 할 말이라도 있는가?”
“그게······.”
집사는 월터가 없는 사이, 한 사람이 왔다 갔다고 말해 주었다.
“이 황태제가 날 만나자면서 사람을 보냈다고?”
“예.”
내일쯤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 했는데.
그렇게 나온다면, 좀 더 일찍 보는 것이 더 이득일지도 모른다.
‘서신 속 내용을 확인할 때가 되었군.’
다우닝가에서 회의가 시작되기 전.
월터는 이강에게서 꽤 흥미로운 제안이 적힌 서신 하나를 넘겨받았다.
‘동방에 이스라엘을 건국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적혀 있었는데······.’
제 아비와 달리 월터는 어릴 적부터 이스라엘 독립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때문에 그는 이강이 무슨 생각으로 그러한 제안을 했는지를 예상해 보며, 이강이 머무는 런던 저택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 거절할 수 없는 제안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