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5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55화(355/392)
< 거절할 수 없는 제안 (4) >
나는 다시금 최현우를 바라보았고.
이어서 지금 치러지고 있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분석하여, 이에 관한 감상평을 내놓았다.
“여긴, 세 후보가 아주 치열하게 서로 물고 물려 있군.”
전전대 대선 후보인 ‘윌슨’과 전 대선 후보인 ‘콕스’.
그리고 20세기 초반.
민주당의 간판 스타였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까지.
이렇게 세 사람이 삼파전을 치르며, 비등비등하게 표를 삼등분하고 있었다.
“최 비서실장.”
“예. 전하.”
“여기 민주당 후보 경선 말일세.”
“예. 말씀하십시오.”
“오늘을 기준으로 투표는 몇 번이나 행해졌던가?”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최현우가 자신의 수첩을 꺼내어 잠시 살피더니, 이내 답을 내놓았다.
“오늘로 서른여섯 번째 대선 후보 경선 투표가 치러졌습니다.”
“서른여섯 번이나 경선이 행해졌다?”
“예. 그렇사옵니다.”
나는 혀를 차곤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런데도 아직 세 후보가 치열하게 동률을 이루고 있다고?”
“예. 그렇다고 합니다.”
나는 투표 결과를 유심히 살폈고, 이내 시선을 돌려 미리 조사해 둔 여론 조사 결과를 힐긋 쳐다보았다.
“흠.”
그렇게 여론 조사 결과를 다시금 확인하고서야, 나는 비로소 현 민주당의 경선 상황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구먼. 현재까지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니까.”
나야, 미래를 알고 있어서.
이 흐름을 바꿀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지만.
현 민주당 지도층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난다긴다하는 미국 대선 전문가들 대다수가 앵무새처럼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말만 한목소리로 예측하였기 때문이겠다.
“이번 후보 경선에서 이기면 대통령이 되는 것과 다름없으니, 저들로서도 필사적일 겁니다.”
그래.
윌슨도, 콕스도.
다들 대선에서 한 번씩은 미끄러져 본 위인들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언급했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이들보다도 더 간절한 남자였다.
앞선 두 사람은 한 번씩이라지만, 그는 마지막에서만 무려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인물이니까.
“동의하네. 나라도 이 상황이었다면 미련을 못 버렸을 테지. 오히려 서로에게 양보하라며 윽박이라도 질렀을 걸세.”
“예. 소신 또한 전하와 같은 생각이옵니다.”
이번에 물러나면 진짜로 정치 인생이 끝난다.
보통은 한 번 당선된 자당 후보가 다음번 선거에 또 나오며 연임에 도전한다.
즉, 이번 후보에서 밀리면 8년이 지난 후에나 다시금 도전할 수 있다는 소리.
‘그때는 상황이 또 이번과 달라져서, 민주당에 불리해지지.’
민주당에 질린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찾을 테니까.
미국에서 연속으로 같은 당이 집권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기에, 지금처럼 나이가 조금씩 있는 이들로서는 이번 도전이 마지막 도전이라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딜을 한다고 해 봤자, 부통령 자리를 제안하거나 내각 일부를 떼어주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처럼 각 파벌 수장들이 뒤에서 꼭두각시들을 부리는 것이 아닌.
실제 권력을 지닌 실권자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이 문제였다.
대통령 후보가 곧 각 파벌의 주장이었기에, 이리 협상도 없이 계속하여 투표만 행해지는 것이겠지.
그들로서는 양보해 봐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민주당 후보들은 죄다 지난 선거에도 나왔던 올드 맨(Old Man)들이로군요.”
최현우가 민주당 측 유력 대선 후보들을 거론하며 혀를 찼다.
“어느 세력이나 그렇지만······ 미국의 민주당은, 참으로 고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20여 년간 대권을 잡지 못했다면, 당내 권력 구조를 송두리째 조정해서라도 세대 교체를 하며 역전을 꾀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이 딱 시기적절한 시기인데.’
미국 내 유권자들이 공화당의 장기 집권에 살짝 질려 하는 모습을 보여서, 안타깝게도 민주당은 내부를 개혁할 동력을 잃었다.
나는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안타까워했다.
이후, 현 미국 정계의 상황을 최현우에게 언급했다.
“공화당은 계속 정권을 잡으면서 꼭대기에 있던 늙은이들이 물러나고, 드물지만 새싹들이 하나둘씩 자라기라도 했네. 하지만 민주당 측에선 이러한 강제적인 물갈이 이벤트도 없었지. 그렇기에 죄다 늙은이들만 모여 있는 것일세.”
“아!”
미국은 대선에서 떨어지더라도 의원 배지를 던지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낙선 후보들도 계속 정치 생활을 이어 갔는데.
나는 이를 거론하며 민주당의 미래를 예상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민주당 역시 달라질 걸세. 이대로 계속 간다 해도 결국 영원한 야당으로만 남을 테니까.”
사람은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깨닫는다.
남부 딕시들은 집토끼들이니.
노동자, 소수인종 같은 중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선거 전략을 민주당 지도부층들도 슬슬 알게 되겠지.
‘슬슬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민주당의 잠룡으로 떠오를 텐데.’
그자가 뜬다면 난 민주당을 팍팍 밀어줄 용의가 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가득했던 기존 민주당의 당색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80도 확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동안은 계속 후보 경선이 행해질 거라 본다네.”
“공화당 후보 경선이 시작될 때까지 말이죠.”
“그래.”
아직은 먼 미래였기에, 나는 루스벨트에 관한 생각을 잠시 접어 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슬슬 공화당 후보 경선이나 준비하도록 하세나. 할 일이 많네.”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지금부터 28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민주당에 이어서 공화당 또한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었다.
“흠.”
그동안 나는 대선·총선 후보 선출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내 사람들이 얼마나 살아남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내 사람들은 거의 다 살아남았다.’
조선 주재 미국공사 출신으로 지난번 상원에 입성한 ‘헨리 밴 덤’도 살아남았고.
하원에서 내 스피커 역할을 해 주었던 ‘윌리엄 린치’ 또한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에드워드 베넷’이나 ‘릴리안 헌터’ 등 대한합중국에 우호적인 인물들 역시 기존 거물들을 제치고 후보가 되었다.
“978표 중 겨우 89표라······.”
문제는 대통령 후보 경선이었다.
2년 전 치러진 중간선거와 달리, 1920년에 치러지는 선거는 백악관의 자리 또한 결정했다.
그랬기에 대선 후보 경선 또한 이루어졌는데, 내가 밀고 있던 파디가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초반 경선에서 고전하는 중이었다.
‘역시나······.’
때문에 머릿속으론 이미 살짝 버린 패처럼 취급하고 있었다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확실한 내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이번 기회를 통해 알 수 있으니까.
“1차 투표라지만 이거, 휴즈보다도 못한 성적을 보이는군.”
내가 짧게 탄식하자, 최현우가 나를 토닥여 주듯 1차 투표 결과를 분석했다.
“전하께선 파디 후보를 지지하고 계시지만······ 전하의 인척인 록펠러 이사장께서 파디 후보에 관한 지지를 계속하여 미루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다.
록펠러와 나는 한 가족임과 동시에 정치적인 동지다.
하지만 때론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파디는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 살짝 이단아 냄새를 풍기는 자다.
절대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서 아주 드물게, 사회주의 향기를 살살 풍기는 정치인이니까.
‘현재 그의 정책들은, 버니 샌더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우파에 가깝지만.’
현시대.
미국인들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환경 보호’나 ‘공공 인프라의 국유화’ 같은 이슈는 빨갱이들이나 주장할 수 있는 정책.
루스벨트의 매운맛을 한번 본 미국의 독점 자본가들이 경악할 만한 공약이기도 하여서.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들은 파디를 시원찮아했다.
‘고집을 좀 꺾었다면, 어찌어찌 나를 봐서라도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을 테지만······.’
문제는 이 양반이 한 고집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록펠러 또한 파디의 지지를 미루고 있었고, 그를 따르는 의원들 또한 파디와 살짝 거리를 두고 있었다.
록펠러는 대표적인 미국의 기업가로서 공공 인프라의 국영화를 주장하는 파디와 상극이었기에.
내가 푸쉬를 한다고 해도 아픈 몸을 핑계 삼아 계속 모르쇠로 일관한 거다.
“이것이 상당한 영향을 주지 않았나, 소신은 그리 생각합니다.”
동의한다.
비단, 내 파벌도 지금 전부가 파디를 지지하고 있진 않았다.
‘소신 투표하고 있는 이들이 꽤 많아.’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는 예상하던 바니까.
오히려 절대적으로 나를 지지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기에.
나는 명단을 추리며 이들을 끝까지 도와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 *
“전하.”
첫 투표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투표 결과입니다.”
살짝 낮잠을 자다가 깨어난 나는 눈을 비비며 최현우에게 물었다.
“이번이 몇 번째 투표인가?”
최현우는 내 질물을 예상했는지, 그 답을 바로 말했다.
“열세 번째입니다.”
“열세 번째?”
나는 살짝 지친다는 표정을 지으며, 최현우가 건넨 선거 결과표를 보았다.
[13차 투표 결과]레너드 우드 171표.
프랭크 오렌 로덴 204표.
조지 파디 116표.
하이럼 존슨 123표.
이번 후보 경선에서는 선거인단 수가 978명이나 된다.
그 말은.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490표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소리다.
‘아직은 고만고만하네.’
민주당 후보들과 비슷하게 공화당 후보들 역시도 8년 전에 한 번씩 보았던 인물들이 상당수였다.
물론 매킨리, 루스벨트, 휴즈를 거치며.
인위적으로 몇 번 물갈이가 되긴 하였지만, 이 당도 본래 고인물들이 제법 많이 존재했던 집단이니까.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민주당은 후보 전원이 죄다 고인물이라는 것이지.’
그와는 다르게 공화당은 하이럼 존슨 같은 신성이 일부 표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번에도 오래 걸리겠군.”
과반에 근접하는 압도적인 파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은 즉.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민주당 측이 후보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이 같은 눈치 게임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래.
다들 고만고만한 상황.
더욱이 공화당은 현재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본선 경쟁력을 언급하려면.
최후에는 자신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선거인단에게 호소하려면.
상대가 먼저 정해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
“전하. 열다섯 번째 투표 결과이옵니다.”
“전하. 스무 번째 결과이옵니다.”
그렇게.
양당의 후보 경선은 계속되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공화당은 공화당대로 사정이 있어서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고, 계속 경선만 치러졌다.
이에 모두가 지칠 때쯤에.
“최 비서실장.”
“예. 전하.”
나는 최현우에게 한 가지를 일렀다.
“공화당의 파벌 수장들에게 사람을 보내게나.”
“······!”
“내 그들과 할 말이 있다고 전하게.”
이리 강하게 말하면, 똥을 싸다가도 달려오겠지.
“이왕 전하.”
“저희에게 긴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나의 예상대로, 공화당에서 난다긴다하는 각 파벌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는 그들의 앞에 여론 조사 결과지를 하나씩 돌리며 입을 열었다.
< 거절할 수 없는 제안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