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5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56화(356/392)
< 보헤미아 그로브 (1) >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라지?”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나는 하던 말을 이어 갔다.
“민주당에선 벌써 오십하고도 네 번이나 투표가 행해졌다던데······ 공화당은 경선이 몇 번이나 열린 건가?”
나는 마치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공화당 수뇌부들에게 이를 물었다.
이에, 오른쪽에 앉아 있던 레너드 우드 측 연방 의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어제를 기준으로 우리 당은 총 스물한 번에 걸쳐 경선 투표가 행해졌습니다.”
“일정이 꽤 길어지고 있구먼.”
“예. 보통은 이리 오랫동안 후보 경선을 치르진 않지만······ 올해는 양당 모두 뚜렷한 후보가 없어서 그런지 전당대회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잭슨 의원의 주장대로 이번 경선은 유독 늘어지는군. 아! 그래서 그런지, 민주당 측 지도부 또한 어제 모인 것이로구먼. 자네들도 이 소식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
일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관련 회의 소식을 입수하지 못해서일 테다.
이는 극비리에 행해지고 있었으니까.
“공화당 후보 경선은 민주당보다 일주일 더 늦게 시작되어서 그런지, 아직 민주당보단 삼십여 차례나 적게 열렸지. 하지만 더 늘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후보는 저쪽보다 더 난립한 상황이니까.”
“그렇죠. 민주당은 세 명으로 추려지긴 했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서론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분산된다.
나는 재빨리 오늘 자리에 이들을 모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민주당의 발자취를 고대로 밟을 것 같아서, 내 그대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았네.”
어라?
반응이 시원치 않다.
“다들 눈매가 사납군. 민감한 선거철이라서 그런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매서운 눈빛들을 내게 마구 쏘아 대고 있군.”
“······.”
“······.”
나는 부정적인 표정을 짓는 몇몇 공화당원을 저격하며 말을 이었다.
“이해하네. 자네들 지금 이리 생각하고 있지 않나? 미국인도 아닌 내가, 무슨 자격으로 자네들을 이 자리에 불렀냐고. 속으로 투정을 부리고 있겠지.”
“······.”
“······.”
“하지만 나 또한 나대로 사정이 있다네. 이번 선거에서 내 돈을 받아먹지 않은 공화당 정치인이 몇이나 되는가?”
나는 현재 공화당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아니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후원자다.
더욱이 이번에만 반짝 기부했던 것이 아니고.
191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서 5백만 달러 이상씩 거금을 쏟아부으며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있었다.
‘대선이 있는 시기면 1천만 달러 이상을 퍼붓기도 했고.’
그렇기에 나는 각 파벌을 한데 불러모을 수 있었다.
내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화당 정치인이면 조금씩은 정치 자금을 후원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그대들에게 거액의 정치 자금을 왜 대주겠는가?”
“······.”
“그대들과 노닥거리기 위해서가 아니네. 그대들이 워싱턴에 잘 안착하여, 이 나라와 세계를 좀 더 바른길로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거액을 기부한 것이지.”
이번 선거에선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진다.
이강의 몸에 빙의한 후 치른 앞선 세 번의 대선은 모두 현 대선과 달리 공화당이 유리하거나 비등했다.
‘상황이 좋다면 후보 경선이 좀 더 치러지게 놔둘 수도 있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이를 언급하며, 공화당이 현재 느긋하게 후보 경선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루빨리 후보를 정하고 본선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네. 그런데 지금 자네들은 뭘 하고 있는가?”
“······.”
“······.”
“각자의 파벌 이익에만 신경을 쓰며, 본선 준비에는 손을 놓고 있지 않은가? 내 말이 틀렸나?”
나의 경고에 하이럼 존슨의 최측근이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반문했다.
“이 황태제께서 하신 말이 전적으로 옳으신 말씀이긴 하지만······.”
그는 뒷말을 살짝 끌며, 오늘 모인 공화당 지도부층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이 황태제께서도 지금껏 뒤에서 파벌 정치를 해 오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예. 현 부통령인 파디를 은근히 지지하며 이 황태제님의 파벌에게 파디를 찍으라고 압박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미리 준비했기에, 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 주장에 반박할 수 있었다.
“본인은 그런 적이 없네만.”
“예?”
“내가 어디 공식적으로 파디를 지지한다고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가?”
“······.”
“나 또한 자본가네. 공공연히 공공 인프라의 국영화를 외치고 다니는 파디의 공약이 영 달갑지는 않다는 말일세.”
“그 말은······.”
나는 반 박자 쉰 다음, 다음 말을 내뱉었다.
“나는 파디를 지지하지 않네.”
내 말에 다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심이십니까?”
“그렇네.”
계산에 빠른 정치인들이라서 그런가?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넋 놓고 있을 수도 있었으나, 다들 속으로 주판알을 굴리며 눈알을 대굴대굴 굴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전하께서는 이번에 출마한 대선 후보 중 어느 분을 지지하실 생각이십니까?”
“맞습니다. 이 자리에서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그들의 물음에 나는 한 인물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을 뗐다.
“하딩이네.”
“푸흡-”
예상치 못해서일까?
옆에서 찬물을 홀짝이던 헨리 은행장이 분수 쇼를 보였다.
“하, 하딩이라 말씀하셨습니까?”
“그렇네.”
“어째서 그 후보를 지지하시는 거죠?”
“그만한 인물은 없으니까.”
“······.”
“······.”
침묵하는 공화당 지도부층들을 향해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보다 본선 경쟁력이 출중한 이는 없네. 여기, 내가 나누어 준 여론 조사표를 보게나.”
회의 시작 전 건넸던 여론 조사 결과표.
지금까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결과표를 흔들자, 다들 그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여론 조사 결과만 보면, 다들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을 거네. 하지만 뒷장까지 한번 살펴보게나.”
나의 권유에 헨리가 작은 목소리로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여성 유권자 비율을 조정하면, 하딩이 근소하게나마 앞서가고 있군요. 어떤 민주당 후보가 나온다고 해도 말이죠.”
우리 집이 한참 동안 조용해졌다.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읽어야 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 기재된 결과가 놀라운 탓이 컸다.
“이 황태제님.”
“그래.”
“여론 조사라는 것은 본디 응답자에게 어떠한 질문을 던지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청나게 들쑥날쑥해집니다. 혹시 하딩 쪽과 손을 잡으시고 저희를 흔드시려는 것은 아니시겠죠?”
레너드 우드 측 측근들은 내가 건넨 여론 조사 결과지를 불신했다.
“그럴 리가.”
“······.”
“나는 하딩 측 인사와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네. 저기······ 저자의 표정을 보게나.”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딩 측 로비스트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에 레너드 측 대변인이 반박했다.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렇지. 더불어 자네 말대로 여론 조사라는 것은 본디 어떠한 질문을 던지냐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네.”
“······.”
“그럼 반대로 물어보겠네. 내가 어떠한 조건을 제시하여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나?”
주요 키워드들을 언급했다.
개중 여성.
라디오.
새로운 선거 유세 등을 가리키며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선거는 여성들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이네. 아! 그전에. 미국에 앞서서 우리 대한합중국 또한 총선을 치를 적이 있다네. 당연하게도 그때 총선에서 우리 여성 신민들 또한 투표권을 행사했었네.”
나는 일 년여 전에 치러진 대한합중국 총선을 예로 들며, 이번 대선의 특별함을 언급했다.
“민주주의를 하나도 몰랐던, 우리 대한 신민들의 첫 투표지. 어찌 보면 미합중국의 여성들과도 비슷한 상황이네.”
“······.”
“여러 선거 결과 가운데, 재미난 결과가 하나 존재했다네. 이자는 대한합중국의 연방 의원으로 여운형이라는 자네.”
여론 조사 결과표 뒤에 첨부된 또 하나의 자료를 언급하며 내가 관련 주장을 언급했다.
“얼굴이 잘생겨서 의원이 된 자이지. 정말로 토씨 하나 안 빠트리고, 의원에 어울리는 얼굴과 목소리를 지녔다고 하여서 이자가 국민의 대변인이 되었다네.”
“······.”
“여기 미국에서도 같은 결과가 또 한 번 일어날 수도 있다네. 자네들로서는 어이없겠지만······ 이번 대선은 좀 특별하니까.”
“전하.”
그때였다.
대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최현우가 급히 내게로 다가왔다.
“흠.”
그의 손에는 두 번 접혀 있는 쪽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마도 우현식이 건넨 쪽지일 터.
“방금 끝난 민주당 측 경선 결과이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나는 안에 있는 내용을 빠르게 속독했다.
쪽지 안에는 세 명의 후보 중 내가 가장 꺼리는 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에, 나는 살짝 끙끙대며 혼잣말을 했다.
“대선 후보로 콕스라······.”
나의 중얼거림에,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윌슨과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을 제치고, 결국 콕스가 저쪽 당 후보가 된 것입니까?”
“그래. 그렇다는군.”
나는 슬쩍 이곳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한번 쓱 훑었다.
다들 당황하는 기색이다.
내가 건넨 여론 조사 결과 중 7할 이상이 콕스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황태제께서는 콕스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셨습니까?”
“그렇네. 그러니 자네들을 이 자리에 부른 것이 아니겠나?”
“예? 그 무슨.”
“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콕스와 나의 옛 일화가 생각나서겠지.
“그렇군요.”
“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본 후, 다시금 이 자리에 참석하여도 되겠습니까?”
“그러도록 하게나.”
* * *
이강의 워싱턴 저택을 빠져나오는 공화당 수뇌부들.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글쎄······.”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들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각자의 주장을 간략히 늘어놓으며 상대의 의중을 떠보기에 바빴다.
“저 능구렁이가 지금 다른 후보들 말고 하딩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제안하고 있지 않은가? 분명 하딩과 사전에 접촉했을 것일세.”
“하긴, 저리 파디를 헌신짝 버리듯이 내친 것을 보면 사전에 무슨 거래가 있었겠지.”
레너드 우드의 측근들은 음모론을 설파하기에 바빴지만.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무슨 이유로 그리 장담하나?”
소수의견이라서 그런지 바로 기각되었다.
더욱이 모건의 하수인인 헨리 은행장이 조용히 한 가지 사실을 밝히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내 요새 사람을 풀어 이 황태제의 집 주변을 살피라고 명령했다네.”
“······.”
“······.”
“파디는 근래 두어 번 이 황태제의 워싱턴 저택에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하딩과 그들의 측근들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
불법적인 일이지만, 법으로 완전히 금한 것도 아니고.
경선이 치러지면 돈 많은 모두가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헨리는 거리낌 없이 관련 사실을 공화당 지도부들과 공유하며, 하딩과 이강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렇다는 것은······.”
“아까 이 황태제도 살짝 언급하지 않았던가? 콕스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고.”
“······.”
“콕스와 이 황태제의 악연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네. 그러니 저 능구렁이도 다급했겠지. 제 목줄을 옥죄어 오는 딕시들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었을 테니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태닉 청문회 때.
콕스가 이강에게 공산당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려다가 실패한 일화는 모두가 알고 있던 비화였으니까.
“그래서 하딩을 제3의 후보로 내세웠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 바닥에 데뷔했을 때부터 옆에 끼고 살았던 파디를 내치겠는가?”
이강과 파디는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부터 인연을 맺어 온 오랜 파트너 관계였다.
그랬던 이강이 오늘 선언했다.
파디와 그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이리 대놓고 선언했다는 것은, 이강의 파벌이 더는 파디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바보 같은 놈.’
헨리는 파디의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분명 선거 기간 동안 파디는 이강의 집을 몇 번이나 방문했다.
이강은 파디에게 뉴욕 자본가들이 꺼리는 공공 인프라 국유화 공약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을 거다.
하지만 고집이 셌던 파디가 이를 계속하여 거절했을 터.
이를 떠올리며 헨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파디가 대나무처럼 제 고집을 꺾지 않았더라면 이강이 파디를 아직도 끼고 돌았을 것이니까.
“사실, 하딩은 우리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입니다.”
“그렇죠. 하딩은 휴즈보다도 더 허수아비인 대통령 후보입니다.”
하딩은 최약체 후보다.
8년 전.
법조계에서 맺은 인연들을 기반 삼아 당내 비주류 세력의 구심점이 되었던 휴즈보다도 세력이 단출하지 않던가?
“그자가 대통령에 오른다면······ 적어도 집권 1기 내각을 구성할 때는 우리의 뜻대로 인사가 행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랬기에, 공화당 내 주요 파벌 수장들은 이강의 제안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단지 그 자리에서 단박에 수용하지 않은 것은 시간을 끌며 간을 보다가 관련 지분을 더 챙기기 위해서였다.
“아, 맞다. 이 황태제가 이번에 보헤미안 그로브에 참여한다고 하던데······.”
각 파벌의 수장은 자신들에게 떨어질 것이 뭐가 있나 살피는 중이다.
그때, 허스트가 나서서 이강이 한 사교클럽 행사에 참석한다고 귀띔했다.
“혹시 회원이시라면, 혹은 주변에 이 클럽 회원이 있다면······ 이 행사에 참여시키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때 많은 이야기가 오갈 것 같은데 말입니다.”
< 보헤미아 그로브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