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5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58화(358/392)
< 보헤미안 그로브 (3) >
“아바마마. 제가 잡은 물고기예요. 엄청 크죠?”
캠핑은 단순히 밖에서 잠을 자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야생에서 며칠 동안 지내며, 수렵이나 채집 같은 다양한 분야로 해당 활동 범위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와, 이것 좀 보세요. 여기에 고사리하고 미나리가 엄청 많이 자랐어요. 영숙 유모가 좋아하겠는데요?”
“이거, 이것도 먹을 수 있나요?”
“그럼.”
우리 한민족은 산에서 나는 다양한 것을 먹는다.
나무뿌리부터.
다양한 나물들과 열매들.
그리고 각종 버섯까지.
서양인들은 먹지 않는 각종 재료를 활용하여 음식을 만드는데.
아이들은 다양한 식물들을 바구니에 담으며 유모들에게 먹을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바빴다.
“그럼 이건요?”
“그건 버리세요. 왕자님.”
“이것도 못 먹는 거야?”
“예.”
“힝.”
유모들은 눈을 벌겋게 뜨며 식용식물과 아닌 것들을 빠르게 골라냈다.
아이들이 채집한 것 중에는 못 먹는 독풀들도 다수 섞여 있던 탓에, 절반 이상은 다시금 자연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이 황태제 전하.”
우리 아이들도 이런 경험을 처음 해서 그런지, 다들 환한 표정을 지으며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 풍경을 재미난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만 있는 야영장 근처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자넨 누구인가?”
경호원들의 삼엄한 호위 속에, 나는 내게 다가온 낯선 남자를 보며 대화를 청했다.
“프레드 애스테어라고 합니다.”
“애스테어?”
“예. 신인 배우이자 무용수로서, 미국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경력을 쌓고 있습니다.”
“아 그래?”
배우라고?
그러고 보니, 언뜻 보면 얼굴이 좀 생기긴 했다.
“흠. 신인 배우가······ 무슨 용건으로 나를 찾아왔는가?”
나는 팔짱을 끼며 살짝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요새 들어 할리우드 쪽으로 조금씩 거금을 투자하고 있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비밀리에 이루어진 일이다.
제아무리 보헤미안 클럽 소속 배우라 해도 이 정보까지 입수하진 못했을 터.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애스테어란 이름의 배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했다.
“혹시 내 가족들의 신상을 타블로이드지에 팔기 위해서 기웃거리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그렇다면?”
애스테어는 살짝 당황하며 뒤로 반 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할 말이 남아 있는지, 계속 나와 시선을 교환하려고 했다.
“혹시 쓸모없어서 버리실 음식이나 음료 등이 있으십니까?”
애스테어의 수상한 요구에 나는 더욱더 눈을 가늘게 뜨며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먹을거리를 달라?”
“······예.”
“저기 중앙캠프에서 식자재들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무료로 나누어 주던데.
굳이 이곳까지 와서 내게, 그것도 버릴 음식을 달라는 이유가 뭘까?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 황태제님.”
그때였다.
인근에 텐트를 쳤던 잭 마일로가 내게로 달려와선 오지랖을 부리기 시작했다.
“저자가 왜 황태제님께 먹을 것을 달라고 했는지, 제가 바로 설명하겠습니다.”
“말하게.”
“보헤미아 클럽에서는 매년 신입 회원들을 골려 주기 위해 신고식을 치릅니다.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온 술이나 음료, 음식들을 한데 모아 섞은 후, 신입에게 권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지요.”
신입들은 기존 회원에게서 개인적으로 가져온 음식이나 음료를 받아야 하는데, 애스테어라는 사내는 내게서 이를 받아 내려고 했다는 설명이었다.
“자신이 마실 폭탄주에 들어갈 재료를 구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예? 폭탄······주요?”
광산업을 하다가 캘리포니아 공천위원장으로 직업을 택갈이하게 된 잭 마일로.
그는 살짝 당황하며 내가 방금 내뱉은 단어를 곱씹었다.
“하긴, 한 잔만 마셔도 폭탄을 맞은 것처럼 안에 있는 온갖 내장이 꿈틀대긴 하겠네요. 흠. 폭탄주라는 용어······ 이거 입에 착착 달라붙는데요? 지도부에 정식으로 건의해 보겠습니다.”
아니.
그건 왜 또 고민해.
나는 잠시 이에 대해 말하려다가 애스테어의 간절한 눈빛을 느끼곤, 이내 잭에게 다시금 현 상황을 물었다.
“아무튼······ 저자가 내 캠프에 들른 건 다 신참례 같은 신고식 때문이란 거군.”
“예. 기존 회원 열 명에게서 개인적인 식자재들을 받아 내야 하는데······ 보통은 신입 회원 자신이 닮고 싶어 하는 이들이나 자신이 본받고 싶은 이들, 혹은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이를 선택하곤 합니다.”
잭의 설명을 다 듣고 난 후에야 비로소 현 상황이 이해됐다.
“내 자네를 쓸데없이 의심하였군. 미안하게 되었네.”
눈 녹듯 경계심이 확 풀어졌다.
“흠. 가만있자. 뭐가 좋으려나.”
나는 잠시 임시 창고 쪽으로 이동한 후, 애스테어에게 건넬 부식이 있을지 찾아보았다.
“아, 이것들을 가져가게나.”
“이건······.”
“초콜릿과 김치네. 박하가 첨가된 초콜릿으로 우리 둘째와 다섯째가 좋아하는데······ 둘 말고는 아무도 먹질 않아서 이리 많이 남아 있다네. 자, 가져가게.”
민트초콜릿이 충격적인지.
아니면, 발효가 아주 잘된 김치 향에 너무나 취한 것인지.
애스테어는 잠시 멈칫하며 5초간 얼음이 되었다가 내가 건넨 물품을 들고 제 캠프장으로 향했다.
“와, 이건······.”
잭은 ‘역시 황태제님께서도 신입들을 위한 신고식 물품을 준비하셨군요.’ 하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엄지를 척 들었다.
‘김치랑 민트초콜릿이 어때서?’
얼마나 맛있는데.
잭의 시선에, 나는 빠르게 반박하려 했지만.
“이 황태제님.”
“전하.”
그럴 수가 없었다.
애스테어를 시작으로, 이번 기수 신입 회원들이 계속해서 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끼야. 역시 이 황태제 전하십니다. 신입 회원들이 다들 한 번씩은 이 황태제 전하의 캠프에 들르는군요.”
“아, 그거 아십니까? 클럽 회원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이제는 회원 가입 심사를 좀 더 엄격하게 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신입 회원들의 신고식들 또한 점점 빡세질 것 같은데······ 전하께서는 참으로 타이밍 좋게 가입하신 것 같습니다.”
잭은 뭐가 좋은지, 내 옆에서 재잘거리며 입을 놀리기 바빴다.
“자네, 자네는 야영장으로 안 돌아가나?”
“아! 언제든 갈 수야 있지만, 이 황태제님께서는 이 행사에 처음 참여하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이 황태제님을 모시고 가려 했는데 말입니다.”
아, 그렇지.
생각해 보면 나는 저기 있는 신입들과 비슷한 처지였다.
물론 저들이 겪는 신고식은 당하지 않을 테지만, 이 지역 지리를 모르긴 마찬가지.
“고맙네. 그럼 슬슬 시간도 된 것 같은데, 본 행사장으로 가 볼까?”
“예. 그러시죠.”
* * *
나는 신고식을 안 치른 것을 티 내지 않으며, 잭과 함께 본행사가 행해지는 북쪽 외곽 숲 지대로 향했다.
‘고추밭이네.’
정회원은 오직 남자만 될 수 있었다.
보헤미안 클럽은 남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사교클럽이니까.
“웩-”
“우에엑-”
신고식도 뭐, 그리 거창하진 않았다.
사흘째 되는 밤에.
기존 회원 열 명에게서 받은 음식들을 섞은 폭탄주를 단번에 마신 후, 잔을 깨는 의식 정도였다.
“······.”
“······.”
“자! 출발!”
그래.
역시 여기서 끝날 리가 없지.
막 가입한 어린 예술가들로 보이는 신입들이 실오라기 하나 없이 나체로 호숫가를 왕복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 자신을 제외한 다른 남자 몸에는 별 관심이 없기에, 이를 잠시 무심하게 지켜보다가 다시금 주변을 힐끗거렸다.
‘다들 철이 안 들었는지, 좋다고 난리군.’
하지만 예상외로.
신입들의 신고식은 이게 다였다.
‘뭐야. 왜 이 정도야?’
보헤미안 클럽은 빡빡하기로 유명한 사교클럽인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싱거운 신고식이 행해지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 맞다!’
보헤미안 클럽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20년대 이후다.
이 클럽 소속에서 연속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결정되고 난 이후부터였는데.
아직은 클럽의 세가 막 팽창하는 시기였다.
‘아까 잭이, 기존 클럽의 가입 과정이 까다로워진다고 말하지 않았나?’
현대에 알려졌던 빡센 신고식들은 죄다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초반에 정립된 것 같다.
오늘은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살짝 안도하며, 다음 본회의가 열리는 장소로 계속 이동했다.
“이 황태제 전하. 이쪽이옵니다.”
신입 회원들의 신고식이 대충 끝나고, 신입과 정회원 간에 대면식이 호수 인근에서 치러졌다.
이후 그 자리에서 빠르게 총회가 행해졌는데.
진행자로 보이는 백인이 호숫가에서 기존 회원들을 이끄는 가운데.
나 또한 미리 설치된 테이블로 향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그로브 행사는 우리 클럽의 정회원들이 거의 다 참석한, 유례없는 행사입니다.”
가면을 쓴 진행자가 잠시 나를 주시한다.
저자의 익숙한 행동과 목소리로 유추해 보면, 이번 연도 사회자는 허스트인 것 같았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우리 클럽의 성장은 곧 회원님들의 이익에도 직결되니까요.”
방금 했던 말은 내게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았다.
그동안 개인 사유로 주요 행사를 모조리 불참했기 때문이다.
“슬슬, 시작해 볼까요?”
날이 더 어두워지자, 클럽에서 고용한 고용인들이 어둑어둑한 호숫가에서 촛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럼 레이크사이드 토크(Lakeside Talk)를 개회하겠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허스트는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만인에게 알렸다.
1920년.
본회의가 시작된 거다.
* * *
“회의에 앞서, 아주 기쁜 소식부터 알리고 싶습니다. 이번 해 치러질 대선 관련 소식인데······ 공화당 후보인 하딩이 7월을 기점으로 오차 범위 밖에서 콕스를 리드하고 있답니다.”
“우오!”
곳곳에서 환호 소리가 들렸다.
이는 이곳에 있는 참석자 중 대다수가 공화당원이기 때문이었다.
“여기 계신 분 중 누구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죠. 솔직히 하딩 후보가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이 암울하지 않았습니까?”
허스트의 주장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동의하지 않아서다.
“아, 제가 실수를 저질렀군요.”
허스트가 내 튀는 행동을 알아차린 건지, 그는 내 쪽을 가리키며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를 했다.
“딱 한 분. 여기 계신 딱 한 분께서는 이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계셨지요.”
사회자가 급히 내 이름을 불렀다.
“이 황태제님.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실 수 있으십니까?”
모두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
나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이 황태제님. 참석한 우리 클럽 회원들에게 한 말씀만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다들 황태제님의 혜안을 듣고 싶어 합니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미리 준비해 둔 발언을 입 밖으로 꺼냈다.
“작금의 상황이 펼쳐진 것은, 각 파벌 수장들의 양보 덕분이네. 별 파열음 없이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빠르게 종결되며, 본선 준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된 것 또한 현 사태의 주요 성공 요인이니까.”
나는 앞으로의 미래를 낙관하며, 대선 막바지까지 돌발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이대로 계속 하딩의 우세가 이어지리라 예측했다.
“지난 2개월 동안 모두가 앞만 보며 하딩의 대선에만 신경 쓴 것으로 알고 있네. 그 때문에 아주 중요한 것을 잠시 뒤로 미루었다고 생각하네만.”
“그게 무엇입니까? 이 황태제님.”
회원들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남은 것이 뭐가 있겠나? 내각과 연방정부의 인사들을 선정해야 하지 않는가?”
“······!”
“······!”
“하딩 후보는 현재 본 선거에 집중하고 있네. 초창기 하딩과 함께 선거 캠페인을 함께해 온 이들도 후보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느라 바쁘고.”
원 역사에서는 하딩 측 로비스트가 활약하여 하딩의 지분이 지금보다 더 많았겠지만.
현 상황에선 오로지 나의 리더십 덕분에 각 파벌이 파열음을 내지 않았고, 내 중재안을 수용했다.
아주 당연하게도 하딩의 지분 역시 원 역사보다 줄어들었는데.
이에 하딩 후보는 내게 직접 연락을 하여 주요 인사들을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딩 후보 측에서 연락이 왔네. 국무부와 노동부, 체신부, 그리고 농무부를 제외한 나머지 내각과 주요 정부 인사를 각 파벌의 수장들의 합의 아래 추천받고 싶다더구먼.”
웅성웅성.
대선은 대통령을 누구로 삼을지 정하는 행사였지만.
내각과 연방정부 인사가 통째로 갈리기도 하는 물갈이 시즌이기도 했다.
“황태제님께서는 추천하실 분이 있으십니까?”
이 자리에 모인.
특히나 이번 행사에 처음 참석한 이들 상당수가 각자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떨어질 콩고물이 있는지를 기웃거리는 참새들일 터.
나는 그들에게 먹을거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글쎄. 요새 아국의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떠오르는 정계의 신성이 누구인지 영······ 모르겠네.”
“······.”
“아무래도 나보단, 이곳에서 하루라도 정치 밥을 더 먹은 자네들이 이 일을 더 잘 끝내리라 생각하는데······.”
나는 이것들은 통째로 그들에게 던져 주었다.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맬컴 의원을 상무부 장관으로 추천합니다.”
“맬컴이요? 그자는 현 부인과의 이혼 이슈가 한참 있지 않습니까?”
“그게 뭐 어때서요? 이혼이 뭐 흠입니까? 일만 잘하면 되지.”
“어허······ 신께서 노할 말씀을 어찌 그리 함부로 말하는 것입니까?”
“맞소이다. 더욱이 이 황태제님이 있는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다니······ 그런 부적격한 자를 추천하지 말고 자중하십시오.”
봐라.
내 의도처럼, 자기들끼리 남은 치즈 조각들을 먹겠다고 싸우지 않는가?
“노동부에는 하딩의 측근이 꽂히겠군요.”
나와 함께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록펠러 주니어.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국무부와 체신부와 농무부에는 누구를 후보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국무부에는 휴즈가 추천하는 인물이 들어갈 걸세.”
나는 이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했다.
“비정상의 정상을 외치고 있긴 하지만, 국제연맹 가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힘들 겁니다. 우리 국민이 강하게 반감을 보이지 않습니까?”
암.
그렇지.
현 미국인들은 유럽이 어떻게 되든.
아시아가 난장판이 되든.
별로 상관하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지레 포기하는 것과 노력해보는 것은 차이가 있지 않겠나?”
“아!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지난 파리강화회의에서의 성과를 마냥 무시하진 않겠다는 뜻이로군요.”
맞다.
적어도 이를 이행하려고 노력했다는 움직임은 보여야지.
협정에 합의한 다른 당사국들 또한 그리 행동하지 않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던 말을 계속 이어 갔다.
“체신부는 라이트 형제 중 한 사람에게 제안해 볼 생각이네.”
“그건, 항공 우편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입니까?”
록펠러는 내 의도를 빠르게 알아차리고는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새로운 산업이 꽃을 피우려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긴 해야겠죠.”
“농무부 쪽은 그대 부친이 추천하는 자로 사람을 뽑을까 하네만.”
당장은 하딩 측 추천 인사가 집권 1기 초대 농무부 장관이 될 테다.
하지만 지금 하딩이 밀고 있는 자는 구린내가 많이 나는 자.
초반 허니문 기간이 지난 후에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때리면, 반년도 못 채우고 낙마할 것이 뻔히 보였기에.
나는 그다음 수까지 생각하며 관련 자리를 록펠러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 예정자의 약점이라도 알아내셨나 봅니다.”
역시.
록펠러 주니어는 제 아비를 닮아서 그런지 눈치가 빨랐다.
“그래.”
“이 황태제님.”
그때였다.
나이가 좀 있는 남자가 내 건너편에 있던 남성과 자리를 바꾼 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대는······.”
“에드몽 로스차일드입니다. 월터와는 조금 먼 친척으로, 현재는 파리 로스차일드 일가를 이끌고 있습니다.”
* * *
“그대 또한 이 클럽의 정회원이었는가?”
나는 ‘이 클럽에 로스차일드 일원이 가입했던가?’ 하는 살짝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며 에드몽을 바라보았다.
“예. 사실 가입 연수만 따지면, 제가 이 황태제님보다는 먼저입니다.”
“······.”
“놀라셨지요? 저 또한 놀랐습니다. 이 황태제님께서 이 클럽에서 활동하시는 줄은 몰랐으니까요.”
하긴.
세상 어디에나 유대인들은 존재한다.
더욱이 보헤미안 클럽은 초창기에 각종 미술품을 공유하고 예술을 즐기기 위해 창설된 클럽이다.
문화재 수집에 유독 관심이 많은 민족이 바로 유대인들.
그중 로스차일드 일가는 유별났는데 그들이 이 클럽에 가입했다는 것은, 어쩌면 이미 예정된 운명 같다고 치부할 수 있었다.
“어딜 가나 인간은 참 똑같은 것 같습니다.”
에드몽 로스차일드는 한창 내각 인선 문제로 소란스러운 레이크사이드 토크 현장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무슨 뜻인가?”
“프랑스나 미국이나······ 높은 곳에 올라가면 권력을 탐하기에 바쁘니까요.”
에드몽의 답변에 내가 살짝 피식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자넨, 저들과는 다르게 권력을 탐하지 않고 있나?”
“그럴 리가요. 제 평생의 소원을 위해서, 그날을 위해서라도 될 수 있으면 많은 권력을 제 손에 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드몽 또한 포도주가 가득한 잔을 들며 내게로 다가와선 살짝 잔을 부딪쳤다.
“그렇기에 저 역시 꽤 긴 시간을 들여 이곳 미 서부에 오지 않았습니까? 이 황태제님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죠.”
“······.”
“아! 전에 하셨던 약속은 월터를 통해 잘 들었습니다. 이에, 제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아십니까?”
에드몽은 들고 있던 잔을 비운 후, 자문자답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 있는 유대인들은 잘 구워삶아서 대한합중국에 투자하도록 권했습니다.”
“······.”
“별말씀이 없으시군요. 저는 살짝 칭찬해 주실 줄 알았는데요.”
살짝 소심한 표정을 짓던 에드몽.
하지만 곧 고개를 돌려서 한창 소란스러운 주빈석을 바라보았다.
자기들끼리 합의가 되었는지, 시끄러웠던 테이블이 조금씩 조용해지고 있었는데.
이에 에드몽은 나를 다시 한번 쓱 바라보곤 한 가지를 부탁했다.
“칭찬은 나중에 듣겠습니다. 아무튼 저희가 먼저 황태제님의 제안에 호응했으니, 황태제님께서도 그에 대한 답신을 주셔야 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말게. 안 그래도 내 조만간 또 만나게 되네. 그때 확실하게 그에 대한 답변을 받겠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년 초, 마리아 님의 결혼식이 끝날 때. 이 일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겠습니다.”
< 보헤미안 그로브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