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5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59화(359/392)
< 토지개혁 (1) >
보헤미안 그로브 이후.
하딩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대선 기간 내내 콕스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 워런 G.하딩』
더하여 뉴욕의 3대장.
모건, 록펠러, 그리고 내가 막대한 선거 자금을 앞세우며 길거리를 하딩의 얼굴로 도배하자.
하딩과 콕스, 양 후보의 격차는 더더욱 벌어졌다.
“이야······.”
7월 초만 해도 오차 범위를 가까스로 넘기는 데 그쳤지만, 선거 말미에는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무려 15%나 벌어져 있었다.
이는 얼굴로 여심을 공략한다는 공화당의 선거 전략이 아주 제대로 먹힌 탓이었다.
4년 전.
휴즈가 콕스를 상대로 압승했던 대선만큼은 아니지만, 15%만 되어도 엄청난 차이.
어느 정도 하딩의 대세론을 형성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선거가 유리해져 안심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는 말이기도 했다.
“대통령님.”
“예. 이 황태제님.”
“이전에 하셨던 대로, 계속하여 여성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더불어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비밀 선거 또한 선관위를 통해 꾸준히 홍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쯤에서 살짝 긴장의 끈을 풀어 놓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지지층들이 집안의 표 단속을 하며 역전을 꿈꿀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앞서 나갈 때일수록 안심하기보단 확실하게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내 평소 지론.
그렇기에 나는 동원할 수 있는 합법적인 카드를 모두 사용하며, 하딩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왔다.
『콕스. 부인과 5여 년 넘게 쇼윈도 부부 생활 이어 와?』
『익명의 이웃, 증언하다. 별거 이유는 콕스의 바람기 때문이라고.』
물론.
불법적인 일도 걸리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은 했다.
이렇게 타블로이드지를 통해 경쟁자의 흠내기를 시도하며 상황이 내게 유리하게끔 돌아가도록 여론을 조종하기도 했으니까.
“이 황태제 전하.”
선거 기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거에만 모든 것을 쏟진 않았다.
본업인 투자자 역할도 계속 수행하고 있었는데.
힐 모터스 제4공장 준공식을 위해 시카고에 방문한 나에게로 한 인물이 찾아왔다.
“오! 미래의 부통령께서 오늘은 무슨 일 때문에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미래의 부통령이라니요. 아직 선거가 한창입니다.”
“에이. 그래도······ 이 정도 지지율 차이면, 지금 같은 사적인 자리에선 너스레를 떨어도 될 텐데.”
대선 기간일 때면, 사람들은 부통령을 가리켜 흔히 러닝메이트라고 지칭한다.
이는 부통령이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선거 유세를 다니기 때문인데.
이번에 하딩의 러닝메이트는 후버가 되었다.
“그보다 어쩐 일인가?”
“시카고 근처를 방문했다가 이 황태제 전하께서 이곳에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보다 이 황태제님.”
“듣고 있네.”
“하딩 후보님과의 독대 자리에서, 우연히 관련 정보를 듣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저를 부통령 자리로 강력하게 추천해 주셨다면서요?”
맞다.
나는 후버를 부통령으로 밀었다.
이유는 하나다.
공화당 정치인 중에선 후버가 나와 가장 친하니까.
‘한때 내 밑에서 일했었지.’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후버는 내가 외주로 준 만주 광물 탐사 용역을 수행했다.
아무튼.
이를 계기로 후버와 나는 개인적인 인연을 이어 올 수 있었는데.
후버는 나와 독대하며 조용히, 이에 관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일각에서는 제 정치 인생을 끝내려고 이 황태제께서 저를 부통령 자리에 앉혔다는 말이 있으나,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과거와는 달리 부통령 자리의 가치가 달라졌으니까.
노력만 한다면 경력 쌓기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파디만 해도 그렇지 않나?
만약 그가 정치 경력 초반부터 누누이 강조해 왔던 공공 인프라 국유화 공약 신념을 꺾었다면, 지금 하딩의 자리는 아마 파디가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후버 또한 이를 기억하며 과거에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 한 인물을 언급했다.
“이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지만, 최초로 3선에 성공한 시어도어의 얼굴을 떠올려 보십시오. 다들 정치 경력이 끝났다고 혀를 찼지만, 극적으로 회생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유연한 자세로, 워싱턴에 머물며 동료들을 하나씩 늘린다면.
언젠간 후버 후보께서도 지존의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더욱이 하딩은 건강······ 특히나 심장 이슈가 있으니까.’
역사가 나 때문에 많이 변했다지만.
개개인의 유전적인 지병 이슈는 좀 다를 거다.
그렇기에 나는 캘빈 쿨리지보다는 후버를 부통령 자리에 추천하며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했다.
‘더욱이 후버는 유능하다.’
대공황 같은 전례 없는 재앙이 다가오지 않는 한, 적어도 평시에는 꽤 출중한 지도력을 보여 주기에.
미국이나 세계 경제를 위해서라도 후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었으면 했다.
‘슬슬 대선의 윤곽이 보이는데······ 이를 대한합중국에 전해 볼까?’
안심하긴 이르다지만,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태에선 하딩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에.
미리 관련 정보를 한양에 있는 관료들에게 알려 주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하루라도 빠르게 대응하여 국익을 챙길 수만 있다면, 지금껏 해 왔던 나의 노력도 더욱더 빛이 날 테니까.
나는 관련 정보를 편지에 담은 후, 정보국 요원을 통해 김규식에게로 전달했다.
* * *
이강이 보낸 편지는 다행히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았고, 김규식에게 잘 전달되었다.
“총리 각하. 김 외무장관께서 막 도착하셨습니다.”
“들라 하게나.”
“예.”
김규식은 이강에게 받은 편지 내용을 확인한 후 고이 보관했다.
이후, 안에 있는 내용을 다른 이와 공유하기 위해 움직였는데.
그 첫 대상이 바로 대한합중국의 초대 총리, 유길준이었다.
“이쪽에 앉게.”
“······.”
김규식은 총리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각하.”
“말하게.”
“오늘 이 자리는 각하와 저, 단둘이서만 독대하는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김규식은 주변을 둘러보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손님이 몇 분 더 계셨군요.”
“그렇다네. 자자, 아는 얼굴들이지 않은가. 인사들 나누게나.”
김규식은 유길준의 권유에, 잠시 뜸을 들였다가 이내 오른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긴. 그제 본회의장에서도 한번 봤으면서.”
총리 집무실에는 헤이그에서 이강과 함께 특사 생활을 했던 이상설과 이준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옆에는 박용만이 다리를 꼬고 앉아 김규식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둘은 친구라서 그런지, 공식적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격의 없는 언행이 오갔다.
“우성(박용만), 자네는 내 인사를 앉아서 받는 건가?”
“다리가 영 불편해서 말이야.”
“거, 허벅지에 포탄 쪼가리 좀 스쳤다고, 온갖 유세란 유세는 다 부리는구먼.”
김규식은 박용만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지팡이 하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에 박용만이 발끈했다.
“아니꼬우면 우사(김규식) 자네도 전장에서 활약하게. 내 보훈처장으로서 직접 자네의 이름을 참전유공자로 등록해 주겠네.”
이에 김규식이 혀를 차며 눈을 가늘게 떴다.
“누가 들으면 내 한양 아랫목에서 등이나 지지며 수다나 떤 줄 알겠군. 자네나 나나, 사실은 오십보백보인데 말이야.”
“······.”
“나 역시 파리에 머무는 동안 언제 독일군의 포탄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해하며 2년을 버텼네. 설마 이를 잊은 건 아니겠지?”
격의 없는 대화를 넘어, 살짝 분위기가 과열되자.
유길준이 중재에 나섰다.
“둘이 친우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는군.”
“······.”
“······.”
“회포를 다 풀었으면 이제 이야기를 좀 나누세나.”
유길준은 김규식을 바라보며, 뭐 할 말이 없냐고 물었다.
김규식은 살짝 망설였지만, 총리 집무실에 있는 이들이 모두 대한합중국의 고관이고 이강의 최측근들이었기에.
이강으로부터 전해 받은 미국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황태제 전하께서 제게 서신 하나를 보내셨습니다. 앞에 첨부된 서신은 차기 미 정권의 내각 인사 목록들이며······.”
김규식은 안주머니에서 서신을 꺼낸 후, 이를 총리에게 건넸다.
이후 안에 적힌 내용을 짧게 요약했고, 유길준은 서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뒷장은 다음 정권의 대외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흠.”
유길준은 편지 안에 내용을 속독한 후, 이에 대한 평을 관료들 앞에서 말했다.
“미국은 다시금 고립의 길로 향하나 보군.”
“예. 전하께서 이를 막아 주셨으면 좋겠지만······.”
김규식은 이강의 평소 행동거지를 생각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자칫 역풍이 불 수도 있기에, 이를 그저 지켜보시기로 마음먹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셨겠지.”
유길준도 동의했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떠날 때.
더하여 미국에 정착하던 초창기에.
가장 가까이서 이강을 지켜보았다.
유길준 또한 이강의 성향을 잘 알고 있기에 고개만 끄덕이다가, 이내 편지를 다시 김규식에게 건네며 관련 대책을 주문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대미 전략을 다시 짜게나.”
“예.”
유길준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박용만을 바라본 것인데, 아까 김규식에게 바라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업무 보고를 하라고 재촉했다.
“그래 자네는, 요새 일은 좀 할 만한가?”
“뭐, 그렇지요. 다른 부서들과는 다르게 우리 보훈처는 궁내부 소속이지 않습니까?”
궁내부는 연방 정부 내각 안에 속하는 부서지만, 타 조직과는 달리 모든 예산이 황실 내탕금에서 흘러나온다.
대한합중국이란 나라보단 대한합중국 황실의 사금고가 더 빵빵한 상황이기에.
궁내부 소속 부서들은 다른 부서들과는 달리 예산 걱정 없이 업무를 집행할 수 있었는데.
유길준과 김규식 그리고 이상설과 이준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살짝 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박용만을 째려보았다.
“그렇겠네요. 우리 외무부나 저기 법무부처럼 자금이 모자라서 일을 뒤로 미루는 예는 없겠습니다그려.”
김규식이 또다시 투정하며 박용만에게 시비를 걸 것 같은 발언을 하자, 유길준이 재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아! 최근에 전하께서 우성 자네에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하셨다지?”
박용만은 김규식의 선공에 대응하려다가 이내 유길준이 던진 질문부터 답했다.
“예. 각하. 혹시 어니스트 베텔이라는 기자를 아십니까?”
“알지. 지난날 경천사 석탑 유출 과정에서 활약한 영국인이 아니던가?”
박용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는 고인이 된 베텔의 얼굴을 떠올렸다.
“예. 전하께서 영국에 있는 베텔의 유가족들에게, 명예 작위와 함께 서훈과 포상금을 내리라 명하셨습니다.”
“오, 그래?”
유길준 역시 십여 년 전 작고한 베텔의 옛 모습을 회상하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하긴. 조선의 독립을 조금이라도 도운 자라면, 마땅히 그 공을 치하하는 것이 도리네. 피부색이나 국적, 성별 따위를 신경 쓰지 않고 말이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전하께서 잘 지적해 주신 것 같네.”
이후 박용만은 계속하여 보훈처의 최근 활동을 유길준에게 보고했다.
참전군인 중 다치거나 죽은 군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했으며.
연해주나 만주에서 일본군과 싸웠다가 죽은 독립유공자들의 신원을 조사하고, 그 유골을 찾아내어 현충원에 모시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나저나 이러한 보고는 따로 저희를 부르시거나, 바로 아래에 있는 이들을 통해 얻으셔도 될 텐데 말입니다.”
그간 가만히 있던 이상설이 고개를 갸웃하며 유길준을 바라보았다.
이에 다른 이들 또한 유길준에게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진짜 이유가 뭐냐고 묻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저희를 이 자리에 부르신 연유는 무엇입니까?”
유길준은 잠시 한숨을 쉰 후 뜸을 들였다.
그는 집무실 한편에 걸려 있던 달력을 바라보며 주억거렸다.
“벌써 총리 자리에 오른 지도 1년이란 시간이 흘렀네. 다들 알다시피 앞으로 1년 뒤에는 또다시 총선이 열리게 되지 않던가?”
“그렇죠.”
대한합중국은 막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지만, 의원들에게 있어서 투표는 곧 자신의 정치 목숨줄을 심판받는 자리였기에.
다음 선거가 언제인지 모르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번에도 총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내 그전에 한 가지를 마무리하려고 하네. 다만, 안타깝게도 무소속인지라······ 내 편을 확고히 들어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자네들을 이 자리에 불렀네만.”
유길준의 한탄에 이준이 살짝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무슨 험한 일을 하려고, 조건 없는 지지를 바라시는 것입니까?”
“설마······.”
유길준이 먼저 답하기도 전에.
김규식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언가를 유추했다.
이에 박용만 또한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팔짱을 끼며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맞네. 자네들이 생각하는 그 법안일세.”
“······.”
“······.”
“때가 되지 않았나? 내 대에서 미루면, 이에 관해선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문제를 안고 가야 할 걸세.”
유길준은 주먹을 꽉 쥐며 전의를 불태웠다.
“내 다음번 국정 회의 때 토지개혁안을 발표할 것이네. 그때 자네들이 내 움직임에 힘을 좀 실어 주게나.”
< 토지개혁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