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6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60화(360/392)
< 토지개혁 (2) >
초대 총리인 유길준이 한창 미 유학파 출신 내각 일원을 모아 놓고 토지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대한합중국 고위 군부 인사들은 한양 중심부에 있던 손탁호텔에 모여서 친목 회동을 하고 있었다.
“하하하. 다들 얼굴이 밝아 보이십니다.”
“그러게요. 예전에는 다들 피골이 상접했는데······ 이리 살들이 붙으니, 다들 절세 미남이 된 것 같소이다.”
“자자, 하고 싶은 말은 이리 앉아서 합시다.”
“동의하외다. 다들 오늘은 긴장 풀고 술이나 마음껏 마십시다.”
그곳에는 참모총장이 된 최진동을 비롯하여 홍범도, 김좌진, 서일, 최명록, 안무, 지청천 등 다수의 의용군 출신 군부 인사들이 총집결해 있었다.
“어!”
“우당 선생!”
그런 군인밭에 한 민간인이 천천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회영이었다.
“오셨소이까?”
“이쪽이외다. 이쪽에 앉으시지요.”
이회영이 손탁호텔 세미나실에 입장하자마자, 최진동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그를 두 손 들고 환영했다.
최진동은 한동안 그가 앉아 있던 상석을 이회영에게 양보했는데.
이 모임에 참석한 군인 대부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최진동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참모총장님. 그 자리는 참모총장님께서 앉으셔야 할 상석이 아닙니까? 총장님께서 버젓이 이 자리에 계시는데, 본인이 어찌 감히······.”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십니까? 우당 선생.”
“······.”
“선생만큼 조선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이 여기 어디에 있다고요? 선생께서는 충분히 이 자리에 앉으실 자격이 있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이회영은 미국에 있는 이강을 제외하면, 조선의용군을 물질적으로 가장 많이 도운 민간인이었다.
지금도 남만주 일대에선 이회영 일가의 이름이 튀어나오면, 유랑민 출신 시민 다수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추앙할 정도였으니.
그만큼 압록강 이북에서 활동했던 조선인들을 지극정성으로 도왔다는 의미였다.
“더욱이 지금 이 자리가 공적인 자리라면 선생의 주장이 옳을지 몰라도······ 이 자리는 지극히 사적인 자리입니다.”
“······.”
“그간 저희에게 지원해 주셨던 것을 조금씩이나마 갚아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희의 양보를 받아 주시지요.”
더불어 현 대한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인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인물 또한 이회영이었기에.
고위층은 물론이고 중간 실무직 군부 인사들에게까지, 이회영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가히 홍범도나 김좌진과 비견될 만큼 거대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최진동은 연신 상석을 이회영에게 양보하며, 주저하는 그의 옆자리에 먼저 냉큼 앉았다.
“참모총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이회영은 못 이기는 척 이내 상석에 앉았다.
그러자, 최진동은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회영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뭐, 저야 늘 그렇지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비가 오면 삭신이 쑤시지만······ 뭐 그 정도야, 여기 계신 다른 분들도 다들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최진동은 눈알을 잠시 굴리다가 이회영의 형님인 이석영의 안부 또한 물었다.
“아! 영석 선생께서는 어떠십니까?”
“다행스럽게도 둘째 형님의 건강 또한 많이 좋아지셨소이다. 아, 최 참모총장께서 얼마 전에 저희 형님 댁을 잠시 방문하려 하셨다면서요?”
“예.”
최진동은 갑자기 술맛이 떨어지는지 인상을 팍 썼다.
일본도 일본이지만.
요새 들어 북쪽에 거슬리는 세력이 하나 더 생겨났기 때문이다.
“발해왕국 국경 인근의 만주국 마적 떼들이 좀 소란을 피워서, 이를 본인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북으로 잠시 순시를 다녀왔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하긴. 요새 만주국 사정이 별로 좋지 못하다지요?”
“예. 그쪽도 열악한 재정 때문에 골머리를 겪고 있으니까요.”
대한합중국이 본격적으로 건국하며, 이강의 자금이 본국으로 쏠리고 있다.
이에 위안커원의 만주국은 재정난을 겪으며, 봉천 군벌 내에서 위안커원의 영향력 또한 살짝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봉천 인근, 요동평원 주변은 아직도 위안커원이 꽉 잡고 있었지만.
옛 러시아가 관리했던 북만주.
그러니까 눈강평원 인근은 그 지역 토호 세력들에게 조금씩 실권을 빼앗긴 것이다.
“아무튼······.”
최진동은 술이 당기는지, 좀 더 독한 증류주로 주종을 바꾸곤 이를 빠르게 제 입에 털어 넣었다.
“가는 길에 의주에 들를 일이 있어서 그때 영석 선생을 한번 뵈려 했는데······ 안타깝게도 영석 선생께서 편찮으신 탓에, 자필 서신만 전하고 왔습니다.”
“아, 예.”
“다음에 꼭 한번 뵙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이후 최진동은 최근 군부 내에서 있었던 문제들을 이회영에게 하소연했다.
그럭저럭 군대 꼴을 갖추고 있는 육군과 공군에 비해 형편없는 전력을 보유 중인 해군을 거론하며.
해군 관련 국방 예산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에 관해 상의한 거다.
“우당 선생.”
“예.”
“올해 초에 이어 이번 초가을에도, 한동안 미국에 가 계셨다던데.”
최진동의 옆에서 이회영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홍범도.
그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인지 이회영의 근황을 물었다.
“혹시 말입니다······.”
홍범도의 계속되는 질문 세례에, 이번 자리에 참석한 군부 인사들이 숨을 죽이며 둘을 바라보았다.
명목상 군부 내 일인자는 최진동이지만, 실제 가장 큰 실권을 쥐고 있던 이는 홍범도였으니까.
옛 독일제국과 비교하자면.
최진동은 힌덴부르크에 가깝고, 홍범도는 루덴도르프와 비슷했는데.
그랬기에 다들 홍범도가 이회영에게 무슨 질문을 하는지 궁금해하며 집중했다.
“이번 방미 일정에서, 황태제 전하와 독대를 나누셨다는 말이 돌던데 말입니다.”
홍범도의 질문에.
꾸벅-
이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다수의 군부 인사들은 좀 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습니까?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면, 혹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현 대한합중국 군인들은 다수가 의용군 출신이다.
의용군이 만주와 연해주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헐떡일 때, 먹을거리를 비롯하여 각종 의복과 생필품 그리고 의약품을 이강이 제공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회영과 그들의 형제 또한 상당량의 군수품을 지원하긴 했지만, 이강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사람은 자신을 잘 대해 준 자를 기억한다.
의용군 출신 대한합중국 군부 인사들은 사람마다 다르긴 해도 다들 한 번씩은 이강의 도움을 받았기에, 아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강이 그들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했나 주의를 기울이며 이회영을 쳐다보았다.
“흠. 조금 무거운 이야기지만, 이 자리에서 짧게나마 터놓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겠다 걱정하셨습니다.”
“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고요?”
“예.”
옆에서 조용히 술이나 홀짝이고 있던 김좌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회영을 바라보았다.
이에 홍범도가 벌떡 일어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설마, 일본이 또 무슨 개수작을 꾸미고 있답니까?”
“에이. 연초에 전하의 콧대를 꺾겠다고 그 새파란 꼬맹이가 달려들었다가, 그리 개망신을 당하지 않았소이까? 설마 또 그 미련한 짓을 두 번이나 하겠습니까?”
김좌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홍범도의 주장에 반박했다.
연초에 있던 히로히토와의 작은 갈등을 언급한 것인데, 이에 홍범도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으며 계속 일본을 경계했다.
“그러니 더욱더 이를 갈고 있지 않겠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으니 어떻게든 보복을 하려고 할 터.”
“맞습니다. 그놈들은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지요.”
일본 육사에 있다가 탈영하여 의용군으로 합류했던 지청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홍범도의 말에 동의했다.
이에 서일 또한 눈을 가늘게 뜨며 만약의 상황을 유추했다.
“그게 아니라면, 만주나 산동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려.”
온갖 추측이 오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태껏 이강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정보력을 보여 주며 대한합중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강이 혼란을 이야기했다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기에 그렇다고 생각하며, 군부 고위 인사들은 하나같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셋 다 아닙니다. 이 나라에는 외우(外憂)도 존재하지만 내환(內患)도 수두룩하니까요.”
괴소문이 나돌기 전에.
이회영은 이강이 경고했던 바를 군부 인사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자 입을 열었다.
“곧 내부에서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 개혁이 단행될 것입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이회영은 초대 총리인 유길준과 독대를 했다.
이때 유길준은 이회영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알리며, 앞으로 있을 이벤트를 이회영에게 공유해 주었다.
“토지개혁이라······.”
“허.”
군부 출신 인사들은 독립을 위해 맨손으로 만주나 연해주로 향했기에, 재산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높은 자리에 오르고, 그들의 자식들이 고위 인사나 거부들과 혼사를 맺기 시작하며 조금씩 부유해지고 있는 상황.
이에 이회영의 입에서 토지개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 파장이 조선을 얼마나 뒤흔들지 대충 예상이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혼란할 때를 노려 불온한 세력이 준동을 꾀할 수도 있으니, 군은 동요 없이 제자리를 지켰으면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회영은 이강에게 전달받은 바를 군부 인사들과 공유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사적으로 유길준 정권을 군대가 먼저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요사스러운 주둥이에 휩쓸려 엉덩이를 들썩거리지 말고 부디 자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
“······.”
무거운 이야기가 오갔기에, 의용군 출신 간부들은 입을 꾹 다물며 고개만 위아래로 끄덕였다.
“더불어 전하께서는 군대 내 파벌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계십니다. 따로 상세히 이를 언급하지 않아도, 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누구보다도 이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분들이시니까요.”
군 내에 사적인 조직을 만들지 말라는 이강의 경고 또한 이회영이 전했다.
이에 몇몇은 살짝 뜨끔했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회영은 그 짧은 찰나에 몇몇의 얼굴을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못 나누었던 이야기는 마저 하시고 부디 안전하게 귀가하십시오.”
* * *
“총리.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강의 우려대로.
토지개혁은 대한합중국 정계를 거대하게 흔들었다.
“토지개혁이라니요? 허······ 소작료 3.1제 법안이 실행된 것도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소작료 3.1법은 지주가 소작농에게서 수취하는 소작료를 전체 생산량의 1/3로 제한하는 법이었다.
전체 생산량 기준이 평년이 아닌 흉년 작황이었기에, 평년으로 따지면 전체 생산량의 1/10만을 수취하게끔 제한한 법이었는데.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유길준은 동료 의원들을 한참 설득해야 했었다.
“이거, 지주들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맞소이다. 이 법안으로, 수입이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절반이나 줄었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토지를 몰수한다니요! 가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연방의원 다수는 의용군 출신이거나 조선에서 계몽 운동에 앞장선 자들이었다.
하지만 의원 중 상당수는 그 지역의 토호이기도 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한합중국 또한 선거에는 많은 자금이 소요되었으니까.
더불어 기존에 재산이 많았던 자들은 권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를 일반 서민들보다도 좀 더 빠르게 캐치해 냈기에 적극적으로 연방의원 선거에 나선 것인데.
약 40%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대지주 출신이었기에, 유길준의 토지개혁안에 크게 반발했다.
“설마, 총리직을 좀 더 더하시려고······ 과거처럼 왕토 사상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맞소이다. 내 보기에는 총리께서 황실에 충성하기 위해 과한 행동을 하시는 것 같은데, 황태제 전하께서는 오히려 이를 부담스러워하실 것이외다.”
쿵쿵-
한 남자가 지팡이를 짚은 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연단으로 향했다.
그는 궁내부 보훈처에서 보훈처장을 맡고 있던 박용만이었는데.
한창 토지개혁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기 시작했다.
“법안에 왕토 사상이 어디에 적혀 있습니까? 입은 삐뚤어져 있어도 말은 똑바로 하셔야지요!”
“맞소이다. 더하여 김 의원! 가만히 계신 황태제 전하는 왜 언급하신 것입니까? 당장 사과하십시오!”
한성재판소 검사보 출신 이준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며, 총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와 황태제 전하께서는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왕토 사상을 거론하신 적이 없소이다. 더욱이 오래된 폐습들은 지난날 광무개혁으로 대거 폐지되지 않았소이까? 황실은 그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를 복원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소이다.”
토지개혁이라는 아젠다 하나에 모든 이슈가 묻혀 버렸다.
유길준은 이를 지켜보며 이강과 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복기했다.
『힘든 싸움이 될 걸세.』
『기득권층의 모든 부는 땅에서 나오니까.』
『대지주들은 끈질기게 반발할 걸세. 나였어도 그랬을 테니까.』
유길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왜 이강이 총리 자리에서 내려갈 거면, 토지개혁 하나만 완벽히 끝낸 후에 내려가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아서였다.
“내 왕토 사상을 언급하며 황태제 전하를 거론한 것은 사과하겠소이다. 하지만 총리. 당장 총리께서 주창하신 토지개혁을 실행한다면······ 가장 많은 토지를 몰수당하게 되는 분은 바로 황태제 전하십니다.”
“맞소이다. 총리가 제출한 법안이 진짜로 집행된다면, 황태제 전하의 토지 또한 백성들에게 거저 나누어지게 될 텐데. 총리께서는 정녕 이를 알고도 밀어붙일 생각이십니까?”
< 토지개혁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