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6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61화(361/392)
< 토지개혁 (3) >
의원들의 연속된 질문에.
“······.”
“······.”
유길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차분히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총리! 총리께선 아직 제 질문에 답변하지 않으셨습니다.”
“맞소이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총리의 의견을 알려 주십시오.”
유길준이 신중하게 행동하려는 듯 말을 멈추자, 토지개혁 반대파 의원들은 그가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를 더욱더 몰아붙였다.
“······답변에 앞서, 미리 준비한 자료부터 배포하도록 하겠소이다.”
유길준은 주먹을 꽉 쥔 후, 본회의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비서들을 호출했다.
“자자, 모두 들어오시게.”
유길준의 비서들이 무언가를 의원들에게 건넨다.
유길준이 들여온 자료는 토지개혁 반대파 의원들도 한 번씩은 봤던, 매우 익숙한 자료였다.
“총리!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헌법책이라니요? 지금 우리 앞에서 법 강의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토지개혁 반대파 의원들은 자신들을 농락하는 것이냐며, 헌법책을 나누어 주는 유길준을 향해서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렇소이다.”
“······뭐, 뭐요?”
“친애하는 의원님들의 질문을 답변하기에 앞서, 우리네 헌법 구절 하나부터 조심스럽게 읽어야 하니까요.”
의원들에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길준은 헌법책을 펼치더니 그중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아! 여기 있군요. 대한합중국 헌법 제3조 2항. 합중국의 농지는 해당 땅에 농사를 짓는 농민만이 소유할 수 있다.”
유길준은 농지에 관련된 헌법 조항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간단히 정리하면, 농지는 ‘경자유전’의 원칙 아래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뜻이었다.
“······.”
“······.”
“합중국의 대다수 법은 관습법을 따르지만, 농지법만은 그렇지 않소이다. 이는 기존 왕토 사상을 폐습으로 규정하여 철폐하고자 새로운 헌법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
“······!”
법을 좀 아는 일부 의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유길준이 이다음에 무슨 말을 하나 경계하기 시작했다.
“본 조항은 훈춘 대회의 때 한번 언급되었고, 제헌의회 초반에도 거론되었던 원칙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유길준은 연방의원들 한 명 한 명과 시선을 교환하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 나갔다.
“비록 오 년 전의 일이지만, 본인은 이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대한합중국의 군주가 누구냐는 주제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시끄러웠던 조항이었으니까요.”
기존 조선의 왕토 사상을 계승하냐 마느냐를 두고 벌인 치열한 논쟁.
이를 회상하며 유길준이 동료 의원을 바라보았다.
“여기 계신 의원 중 상당수 의원은 훈춘 대회의 때 참석했던 건국준비위원들이십니다. 혹 본인의 주장에 한 치의 거짓이라도 들어 있소이까?”
유길준의 질문에 건국준비위원회 출신 의원들이 반응했다.
각 지역의 토호들이 섞여 있는 토지개혁 반대파들과는 다르게.
건준 출신 의원들은 다들 어느 정도 시민들에게 알려진, 이름값이 있는 의원들이었다.
상당수가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본회의장의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방관하고 있던 의원들이었는데.
중후한 그들이 유길준의 질문에 조금씩 반응하자, 유길준은 그들을 향해 비장의 무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 헌법책 안에는 이번에 전하께 받은 친서 또한 첨부되어 있습니다. 사본이지만 내용은 같으니, 동료 의원님들께서는 한번 살펴보십시오.”
이강의 이름이 언급되자, 중립파 의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건준 출신 중립파 의원들을 누구보다도 이강을 따르는 골수 이강파 의원들이었기에 그러한 행동을 보인 것이다.
반대파 의원들은 살짝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는지, 착 가라앉는 목소리로 유길준의 마지막 말에 관해 질문했다.
“전하의 친서라면······.”
“설마 본인이 전하께, 이 개혁에 관해 단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 모두가 유길준이 나누어 준 자료를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유길준은 이 광경을 잠시 지켜보다가 자신이 배포한 관련 문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훈춘 대회의 때, 경자유전의 원칙이 거론되었던 것을 보고한 이도 본인이었으며······ 나아가 지난해, 미국에 방문하며 토지개혁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한 이도 바로 본인이었소이다.”
“······!”
“······!”
“그때 전하께서는 대한합중국에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이리 친필로 본인의 개혁안을 지지해 주셨소이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
“······!”
유길준은 비릿한 표정을 한번 지으며.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혀 나갔다.
“더욱이 본인의 개혁안은 대한합중국의 헌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도 이 점에 극히 공감해 주셨습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헌법이 못마땅하다 해도 한번 정해진 이상 따라야 한다고요. 국민이 헌법 개정을 용인하기 전에는 말입니다.”
헌법은 절대적이다.
헌법 위에는 어느 것도 없다.
합중국의 최고 지존인 ‘황제’ 또한 헌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친필 서신에는 평소 이강이 생각하고 있던 몇몇 구절이 적혀 있었는데, 이에 반대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나가기 시작했다.
“대한합중국 황실의 국본이신 황태제 전하께서도 국법의 지엄함을 강조하시는데······.”
유길준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동료 의원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일국의 의원들께서도 이에 동의해 주시겠지요? 황태제 전하와 다르게, 연방의원들은 법을 입법하는 전문가들이 아닙니까? 그만큼 헌법의 절대성에 관해선 여기 계신 분들이 더 잘 아실 텐데 말입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토지개혁 반대파들은 살짝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농지에 적용되던 ‘경자유전’의 법칙은 사문화되어 있던 조항이 아니었던가?
구시대 폐습이었던 왕토 사상을 견제하는 구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반대파 의원들은 유길준에게 이리 한 방 먹을 줄 몰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넋이 나갔는지 다들 조용해졌다.
“총리!”
“말씀하십시오.”
그때였다.
토지개혁과 관련해 유길준과 미리 접촉했던 이상설이 손을 들고 총리에게 물었다.
“전하의 친필 서신 뒤에는 영어와 이상한 숫자들이 가득 적혀 있기도 하던데······ 이것들은 뭡니까?”
유길준은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 이상설의 질문하자마자 그에 대한 답변을 바로 내놓았다.
“아! 뒤에 첨부된 문서들은 전하의, 미국의 땅문서 거래 명세 사본이외다.”
“땅문서 거래 명세요?”
“예. 전하께서 대한합중국의 헌법이 발효된 직후, 우리 교민들을 대상으로 가지고 계셨던 캘리포니아 땅을 대거 매각하셨소이다. 미국에 방문했을 때, 본인이 이를 요구하여 전하께선 이를 찾아 제게 건네주셨습니다만······.”
유길준의 답변에 상당수가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모르셨습니까?”
“······.”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본인이야 합성협회 2대 협회장을 지내며 미국 쪽 사정에 밝다지만······ 동료 의원분들께서는 쉬이 알아내기 힘든 사실이니까요.”
유길준은 이상설이 언급한 이강의 토지 거래 상세 명세를 흔들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전하께서 소유하고 계셨던 땅들은 우리네 헌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전하께서는 미 서부에 거주하는 교민들 또한 대한합중국의 백성이라고 생각하셔, 미리 이러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셨다고 알려 주셨습니다. 정말이지 대단하신 분이지 않습니까?”
땅값이 십 년 전과 비교해 열 배나 올랐지만.
시세 차익으로 인해 이강 역시도 상당수의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이야기 따위는 유길준도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작금의 토지개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으니까.
“본인이 건넨 자료를 읽어 본 분들이라면 다 알고 계시겠지만, 전하께서는 평년 소작의 3할을 오 년 동안 토지구매비로 내면, 그 땅의 권리를 교민에게 넘기셨습니다. 본인 또한 이를 참조하여 토지개혁을 시행할 것이외다.”
유길준은 국경을 접하고 있지는 않지만, 근거리에 있는 이웃 국가 하나를 언급하며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북쪽에 있는 소비에트처럼 무식하게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원칙으로 이를 추진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들 이 점에는 동의하시지 않습니까?”
유길준이 언급한 토지개혁은 기본적으로 유상몰수 유상분배를 원칙으로 한다.
소비에트는 이보다 강렬한 빨간 맛이었는데, 대지주 출신 의원들이 이 사례가 언급되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더욱이 본인의 토지개혁안은 사회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안입니다.”
“하긴 그렇지요.”
일부는 유길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총리를 지지하는 이준과 박용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길준의 주장에 추임새를 넣었다.
“현재 원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관련 단체가 몇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이 안이 행해진다면 그들의 목소리가 쏙 들어가겠군요.”
“예. 그렇소이다.”
유길준 또한 노골적으로 그들을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극단주의자들의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소이다. 최근 대한합중국 국민 중에선 적게는 1할, 많게는 2할이 그들을 지지한다는 여론 조사가 있소이다.”
“총리께서는 급진적인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소작농들 모두가 땅 주인이 되면, 그들의 주장에 반감을 보일 것이니까요?”
“예. 그렇소이다. 본래 가진 것이 없을수록 이에 집착하니까요.”
공산주의 사상은 국가가 모든 토지를 가지고 있다.
한 줌의 땅을 손에 쥐었다가 다시 이를 빼앗으려 하면,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유길준은 한결 풀어진 표정을 지으며 토지개혁 반대파들을 바라보았다.
“압니다. 대지주들이 무엇을 우려하고 무엇을 걱정하는지를요.”
“······.”
“······.”
“본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소이다. 그래서 이번 법안으로 피해를 볼, 일부 대지주에게 이를 보상할 안을 강구하고 있소이다.”
유길준은 손가락을 하나 펼치며.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을 토지 몰수의 보상안으로 거론했다.
이후 두 번째 손가락을 펴며 다음을 언급했다.
“경제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 우리네 사회에서 철은 산업의 핵심 동력이외다. 우리 대한합중국 정부는 친일파들의 몰수 자산을 활용하여 겸이포와 청진에 제철소를 짓고 있지 않습니까?”
의원들이 동의했다.
일부 자본가들이 이강의 자금을 등에 업고 사업을 키우고 있다지만.
제철소나 조선소 같은,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거대 기간 산업에는 손도 못 대고 있었다.
합중국 친일파 몰수 자산으로 필수 기반 시설을 세우려고 했다.
연방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일단 이를 운영하고, 향후 기회가 된다면 이를 민간에 나누어 양도하는 형식으로 하여 해당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였는데.
유길준은 이를 언급하며 새로 세워질 철강 기업을 국민 기업화할 것을 천명했다.
“이 주식들은······ 이번 토지개혁안에서 피해를 본 지주들에게 국채와 함께 해당 주식을 나누어 줄 생각이외다.”
유길준은 고개를 돌려서 반대파 동료 의원들을 쳐다보았다.
물론 아직도 인상을 펴고 있지는 못했지만, 일부는 유길준의 보상안에 살짝 관심이 있는지 얼굴이 한 시간 전보다 밝아져 보이긴 했다.
“총리 각하의 주장을 잘 들었소이다.”
“예.”
“하지만 문제가 한 가지 있소이다.”
“뭡니까?”
하지만 일부는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못했는지, 유길준의 토지개혁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서구 열강의 주요 자본가들이 이에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그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건넨 자료 중 두 번째 문서를 확인해 주십시오.”
유길준은 이에 관한 질문도 미리 준비했는지, 맨 끝에 있는 자료를 흔들며 그에 관한 답을 했다.
“뒤에 있는 자료는 외국인들의 대한합중국 농지 소유 현황이외다. 의외로 서양 열강 자본가들의 농지 소유량은 그리 많지 않소이다.”
유길준의 말대로다.
이는 지난 세계대전을 거치며 다수의 자본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다시금 회수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부 잔량이 존재하긴 하지만, 다수는 태평양 건너 미국 자본가들 소유입니다. 이는 황태제 전하께서 친히 해결하실 수 있다 장담하셨으니······ 국제적인 분쟁까지는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길준은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당수 토지를 소유한 거부들은 중원이나 일본에서 건너온 이들이었으니까.
현재 일본은 표면상 화해만 했지, 가상 적국이고.
중국은 사분오열되어 있기에, 이런 토지개혁이 시행된다고 해도 반발할 수 없었다.
유길준은 이를 거론하며 재차 토지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압니다. 토지는 그간 부의 원천이었습니다. 이것을 쉬이 포기하시기란 힘드시겠지요.”
“······.”
“하지만 국법은 지엄한 법입니다. 언제까지 지도층들이 헌법을 위반하도록 내버려 둬서야 되겠습니까?”
< 토지개혁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