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6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62화(36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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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공산당은 대한 자유당이나 한국민주당처럼 원내에 진입한 정당은 아니다.
하지만 중앙 당사 건물은 여타 원내 정당들처럼, 임대료가 비싼 종로 한복판에 있었다.
“대표님. 보십시오.”
“지난달 여론 조사 결과표입니다.”
여러 이유가 존재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신감 때문이다.
최근 조선왕국을 중심으로 공산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 않던가?
모두들 내년에 두 번째 총선이 치러지면 원내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섭 단체 지위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였기에.
그들은 무리하면서까지 종로에 터를 잡았다.
“대표님! 대표님!”
오늘도 화기애애한 고려 공산당.
건물 자체는 살짝 허름하긴 했지만, 당 내부 분위기는 참 좋았는데.
그런 중앙 당사 건물 안으로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갔다.
“한 동지, 무슨 일인가? 무슨 큰일이 터졌기에 그리 호들갑을 떠는 건가?”
“헉헉-”
고려 공산당사로 뛰어든 인물은 한형권이었다.
한형권은 소비에트의 공산당 이론을 한국식으로 다시 정립하는 정치이론가였는데.
그는 숨을 헐떡이다가 이내 오른손에 쥐고 있던 신문 하나를 김립에게 건넸다.
“요 앞에, 개똥이에게서 사 온 호외이옵니다. 제, 제1면! 가장 윗면에 기재되어 있는 기사를 한번 읽어 보십시오.”
김립은 한형권이 왜 저리 호들갑을 떠나 싶어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번 쓱 쳐다본 후, 그에게서 신문을 건네받았다.
“흠?”
5분 전까지만 해도, 치솟는 지지율로 한창 해맑았던 김립.
그랬던 그의 이마에 깊은 고랑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왜 그러십니까, 대표님? 모스크바에 계신 레닌 동지께서 불의의 사고라도 당했답니까?”
고려 공산당 청년부 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이태준이 살짝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김립의 표정을 살폈다.
이에 김립은 아무런 대꾸 없이 한형권에게서 건네받았던 호외를 같은 당 주요 간부들에게로 건넸다.
“······.”
“······.”
다들 신문 기사를 읽자마자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김립에게 질문을 했던 이태준에게까지 그 기회가 왔는데.
“에에? 토지개혁이라뇨?”
이태준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문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신기루 같은 정책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기름치 같은 유 총리가 차일피일 미루며 다음 정권에게 떠밀 것으로 예상했는데 말입니다.”
장건상과 김철훈 등.
고려 공산당 내에서도 볼셰비키 학문에 깊게 빠졌던 이들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우려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조금 전에 읽었던 기사 내용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내년 초 유상몰수 유상분배 식으로 전격 시행된다는 기사, 진짜일까요?”
“대표님.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정녕 이에 대해 아시는 것이 하나도 없으십니까?”
김립은 거듭되는 질문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진짜로 아는 것이 없어서다.
“······.”
“······.”
다른 주제라면 진즉 답했을 거다.
공산당원은 조선왕국 곳곳에 퍼져 있고, 그들이 물어오는 정·재계 소식은 김립이 가장 먼저 입수하니까.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한 동지. 같이 갑시다.”
김립이 묵묵부답으로 대응하자, 장건상과 김철훈 등 행동파 대원들이 당사 건물 밖으로 나갔다.
“대표님.”
“그래, 장 동지.”
반나절 동안 보이지 않던 그들.
저녁때쯤 되어서 하나둘 이곳으로 다시금 되돌아오기 시작했는데.
“알아는 보았는가?”
“예.”
벌레를 물어온 어미 제비처럼.
그들은 조금씩이나마 관련된 정보를 고려 공산당 중앙 당사 건물로 들고 왔다.
“유 총리가 아주 치밀하게 준비했나 봅니다.”
“재무부에서 근무하는 조봉암이라는 청년을 필두로, 머리가 빠릿빠릿한 직원들을 한곳에 모아서······ 비밀리에 토지개혁안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조봉암?”
한 남자의 이름이 거론되자, 김립은 그자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회상했다.
하지만 영 기억이 나지 않는지 김립이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이에 옆자리에 있던 허헌이, 재빠르게 관련 이력을 언급하며 조봉암이 누구인지를 설명했다.
“작년에 공직 말단으로 들어온 신입 공무원입니다. 예전에 주산질을 잘하던 청년이라며 대표님께 소개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자!”
허헌의 조언에 김립은 비로소 조봉암의 얼굴을 기억했다.
허헌은 그런 김립의 반응을 살피며 조봉암의 이력을 계속 설명해 나갔다.
“예. 일전에 우리 당에 영입하려다가 실패한 인재였는데······ 유 총리가 그자를 그리 중용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신경을 써서 영입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김립은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허헌의 조언대로.
만약 그때 조봉암을 고려 공산당에 합류시켰다면, 진즉 이 정보를 파악했을 텐데.
쩝-
‘빌어먹을, 막판에 엎어졌지.’
미국에 있는 황태제를 언급하며, 그 역시도 공산당원이라고 홍보하다가 이내 거짓이 발각되어서 크게 틀어져 버렸다.
김립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조봉암에 관한 정보를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다.
“아무튼, 기사에 적혀 있던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란 말인가?”
“예.”
힐긋.
장건상과 김철훈이 시선을 교환하며 무언가 더 정보가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김립과 시선을 교환한 후 입을 뗐다.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긴 한데······.”
“뭔가?”
“이,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개혁이 더 빠르게 시행될 것이라 합니다.”
“뭐? 언제, 어떻게? 구체적으로 말해 보게.”
“친일 매국노 새끼들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압류한 토지는 내달 초를 시작으로 신청서를 받는다고 합니다.”
“더하여 황실 산하의 모든 땅 또한 내달 중순으로 시작으로 기존 소작농을 우선하여, 희망자를 받는다고도 하고요.”
김립의 눈이 커졌다.
다른 이야기는 다 예상할 수 있어도.
황실이.
자신들의 피 같은 재산을 진짜로 포기시키리라곤 예상하지 못해서다.
“황실도······ 이에, 찬성했다고?”
“예.”
믿기지 않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제국 황실은 어떤 이들이었나?
제 딸을 팔아먹으면서까지 제 재산을 늘리려 했던 고종이 수장으로 있던 집단이다.
“황태제께서도 정녕 유 총리의 의견에 찬성하셨단 말인가?”
“······예.”
허수아비인 순종은 아무 생각이 없다고 치더라도.
미국에 있는 돈벌레 이강은 제 아비를 닮아서, 가진 재산을 한 푼도 남에게 안 넘길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어찌.
“유 총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 아직 확인하진 못했지만, 미국에 계신 황태제께서는 진즉 자신 소유의 옥토를 교민들에게 매각했다고 합니다.”
“······.”
토지개혁안을 찬성한 것도 모자라서, 진즉부터 자신의 농지를 교포들에게 나누어 줬다니.
김립은 머리가 살짝 띵해 옴을 느꼈다.
앞으로 펼쳐질 가까운 미래가, 그의 머릿속에 살짝 그려졌기 때문이다.
“······!”
“······!”
옛말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다는 속담이 있다.
김립은 미국에서 막 돌아온 박진순을 노려보듯 쳐다보았다.
그러곤 그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자넨 미국까지 갔다 왔는데도 이것 하나 알아내지 못했는가?”
“죄, 죄송합니다.”
이에 박진순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그가 맡은 역할은 같은 유학 동기들을 포섭한 후 귀국하는 것이었다.
박진순은 합성협회 장학생 일부를 성공리에 포섭하고 막 귀국한 상황인데.
이런 그를 김립이 나무라니, 살짝 반발감이 드는지 속으로 이를 바득 갈았다.
“대표님.”
“어찌합니까?”
고려 공산당 당원들.
그중에서도 볼셰비키 사상을 믿는 핵심 당원들이 위기감을 느끼며 김립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간······ 빈농들을 대상으로 우리 당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유 총리가 계획한 대로 토지개혁이 성공한다면, 저들은 모두 제 소유의 땅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가 내세우던 공약들도 단번에 물거품이 되지 않겠습니까?”
장건상과 김철순은 북쪽의 사정을 예로 들며,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고려 공산당을 향해 웃어 주진 않으리라 예상했다.
“맞습니다. 남만주와 간도, 연해 왕국의 우리 당원 가입 현황을 보십시오. 남쪽 지방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상황입니다.”
남만주왕국과 간도, 연해 왕국은 이번 토지개혁에 앞서 이미 한번 토지가 정리되었다.
1921년과 같은 방식은 아니고.
중국인이나 러시아인 등 외국인들이 소유했던 농지들을 현지 한인들에게 나누어 준 것.
영국이나 미국인이 이곳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면 국제 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으나 연해주의 경우에는 일부 러시아 귀족들이, 남만주와 간도의 경우에는 옛 청의 지주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정부가 박살 난 상황에서 땅을 빼앗긴다고 하여 어디 가서 호소할 수도 없는 신분이었기에, 별 반발 없이 작게나마 토지개혁을 할 수 있었는데.
이 때문에 이 지역은 자영농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공산당의 세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날 연방의회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며, 그 옛날 백정 출신들의 우리 당 가입 비율 또한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 초, 유길준 내각은 ‘민족’이나 옛 ‘신분’을 거론하며 차별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고려 공산당이 백정 출신 인부들을 공산당에 가입시키기 위해 이들을 들쑤셔, 백정들 사이에서 형평운동(衡平運動)이 크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맞소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 백정 출신 당원들의 우리 당 가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백정 출신들은 대게 도축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근대로 들어서며 육류 소비가 많아지며, 도축업자들은 돈을 꽤 많이 버는 계층이 되었는데.
자본가가 되어 가는 백정들에게.
평등 이념 하나를 제외하면 공산당의 논리는 그다지 매력이 있는 논리가 아니었으니.
기존 정당이 백정들을 품으려고 하자마자, 공산당의 품을 떠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진짜로 토지개혁안이 통과된다면, 우리 당의 존립 기반이 크게 흔들릴 것이외다.”
당 주요 간부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계층과 부의 차이.
공산당은 이 갈등을 조금씩 씹어먹고 자라는데.
그 양분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진 말게나. 대지주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김립은 대지주들을 믿으며 일단은 지켜보자고 동지들을 다독였다.
“우리 함께 머리를 모으며 대책을 세우세나.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살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 * *
『평양에서 당선된 초대 연방의원 김성필.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
『원산을 지역구로 둔 박영한 의원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연방 기소국에 기소.』
『토지개혁을 줄곧 반대하던 두 의원의 체포로, 유 총리의 개혁 탄력을 받나?』
『황태제 전하. 미국에서 현 상황에 대한 소신 밝혀.』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보다 위에 있는 법은 없어.』
『황실이라도 법을 지켜야 한다. 합중국의 지도층들도 이를 준수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황태제 전하.』
“······.”
“······.”
반대파가 숙청되었다.
더욱이 미국에서 조용히 살던 이강이 제 의견을 밝히며 여론은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닐세. 자네가 박 동지처럼 더 큰 무대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어찌하여 내가 자네 발목을 잡을 수 있겠는가? 어서 가 보게.”
고려 공산당은 말 그대로 위기다.
하루가 다르게 당을 떠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었으니까.
“대표님.”
같은 고향 출신 후배이자 혁명 동지인 허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김립을 바라보았다.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대표님께서도 포기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허헌의 물음에 김립이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나는 아직, 한 번의 기회는 있다고 보네.”
“그렇습니까?”
“그럼. 우리 대한은 반도에 터전을 잡았기에 예부터 대륙과 해양, 양쪽 모두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었네. 내 대륙 쪽으로 가서, 당원의 살길을 마련해 보겠네.”
김립의 답변에 허헌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상해로······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중원이 붉게 바뀐다면, 우리 대한 역시도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걸세.”
* * *
니키의 셋째 딸이었던 마리아.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나는 다시금 런던으로 향했다.
“또 보는군.”
아주 당연하게도.
그곳에는 빌헬미나의 부군인 헨드릭이 먼저와 있었다.
“시간이 꽤 많이 흘렀는데도, 자네 딸과 내 아들의 관계는 변치 않아 보이네.”
“그러한 것 같군.”
율리우스 왕자와 내 둘째 딸의 재회 장면을 지켜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곧 우리 아이들 또한 내 곁을 떠날 것 같아서다.
“대부님.”
“오, 알렉세이. 고새 키가 더 큰 것 같구나.”
“예.”
마리아의 동생인 알렉세이 또한 재회할 수 있었다.
나는 알렉세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내년에 아나스타샤가 결혼하게 된다면, 이젠 네 차례가 될 것이다. 아! 혹시 마음에 드는 이는 있느냐?”
“있는데······ 조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려 합니다.”
“알겠다.”
수줍어하는 알렉세이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금 다른 귀빈에게 인사하고자 움직이려 했다.
“아, 대부님.”
“응?”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였다.
알렉세이가 날 불러세웠다.
“혹시 말입니다. 대부님께서는 폰지라는 사내를 아십니까?”
< 폰지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