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6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63화(363/392)
< 폰지 (2) >
“폰지라······.”
잠시 눈을 꾹 감으며, 지난날의 기억을 회상했다.
‘런던에 있을 때, 타티아나의 결혼식에서도 폰지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긴 했는데.’
이 불쾌한 세기의 사기꾼 이름이, 또다시 내 귓속으로 울려 퍼졌다.
나는 다시금 눈을 뜨며 알렉세이와 시선을 교환했다.
“알렉세이.”
“예. 대부님.”
“답변하기 전에······ 이 질문을 왜 하였는지, 그것부터 먼저 물어보아도 되겠느냐?”
“그건······.”
나의 물음에, 알렉세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후 고개를 돌려서 저 멀리에 서 있던, 한 남자를 바라보았는데.
‘저자는!’
나는 알렉세이의 시선 끝에 있는 남자의 정체를 단번에 눈치챘다.
이전에 아무르 정부의 주요 내각 일원들을 조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렉세이가 소개도 하지 않았지만, 낯선 남자가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빅토르 페필랴예프가 알렉세이에게 폰지를 소개했나 보군.’
페필랴예프는 아무르 정부에서 몇 안 되는 실력파 관료로, 현재 아무르 정부의 살림은 그가 전부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총사령관인 콜차크는 평생을 군대에서만 지내 왔던 인물이니까.
알렉세이 역시 막 성년이 된 풋내기였기에, 경제에 ‘경’ 자도 몰랐다.
그랬기에, 현재 새로운 동러시아의 내정은 페필랴예프의 손끝에서 행해진다고 해도 무방했다.
“죄송합니다. 대부님.”
내가 특유의 ‘나는 다 알고 있다. 그러니 감추지 말고 세세히 다 말하라.’라는 표정을 짓고 있자.
알렉세이는 제 발이 저린지 냉큼 사과부터 내게 했다.
“죄송할 것이 뭐가 있다고. 막말로 폰지가 러시아의 새 재정담당관이 된다 하여도,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네만.”
러시아의 재정담당관 자리는 내가 물러난 이후로 쭉 공석이었다.
지금은 폰지가 유명해졌으니, 그를 후보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오히려 내가 이유 없이 반대하는 것이 더 이상한 행동이겠지. 러시아 내정에 간섭하는 꼴이니까.”
“······!”
그저 유추했을 뿐인데, 정말 내 말대로 하려고 했던 것인가?
정곡을 찔렸는지, 알렉세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대부님. 아직은 그저 후보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단정하지는 마십시오.”
“······.”
“인터뷰도 하고, 대부님께 조언도 받은 다음에야 결정할 생각이었습니다. 더욱이 그가 러시아의 새로운 재정관리인이 된다고 하여도, 황실 자금은 계속하여 대부님께서 맡아 주실 것이며······ 아무르 정부의 일부 예비비만을 그에게 임시로 맡겨 볼 생각이었습니다.”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알렉세이가 내 앞에서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나는 알렉세이의 어깨를 톡톡 치며 다 안다는 특유의 표정을 다시 한번 지어 보였다.
“알렉세이. 너는 이제 더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
“일국의 황제로서, 제 나라를 가장 우선시하는 행동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제법 진중한 이야기가 오가리라 예상했기에, 나는 이미 사람을 시켜 우리 주위에 누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호원들을 붙여 놓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현재 알렉세이와 나 사이에는 나의 예비 사돈이 될 빌헬미나의 부군인 헨드릭뿐.
나는 알렉세이를 위로하다가 헨드릭과 잠시 시선을 교환하게 되었는데.
헨드릭은 살짝 민망한지 고개를 재빨리 돌리곤 휘파람을 불며, 방금까지 나눈 대화를 못 들은 척했다.
이에 나는 다시금 알렉세이를 바라보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동러시아가 그간 대한합중국에 너무 의지하긴 했지. 총리도 이 때문에 걱정이 많았을 거고.”
“······.”
“페필랴예프가 왜 그런 조언을 네게 했는지 이해가 간다. 동러시아로서는 대한합중국과 조금 멀리 떨어져서, 냉정하게 제 이익을 챙길 때가 오긴 했다는 거겠지.”
알렉세이에게 있어서 나는 대부이자 재정관리인이다.
좋은 대부 역할은 여기까지.
알렉세이에게 반걸음 다가가며, 좋은 투자 자문가 역할을 해 주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 줬으면 싶구나. 폰지는 사기꾼이다. 그가 하는 투자 방식은 밑 빠진 독에 새 물을 담는 방식이지.”
“······!”
그게 무슨 소리냐는 눈빛을 하며 알렉세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이에 나는 알렉세이의 어깨를 살짝 토닥이며 다음 조언을 해 주었다.
“미국 내에서 폰지는 고수익을 내는 신진 투자가로도 유명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를 사기꾼으로 보고 있다. 그의 투자 방식에는 허점이 많으니까.”
“······.”
“짧게는 석 달, 길게는 1년만 기다려 본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거다. 그때까지 폰지가 멀쩡하게 돌아다닌다면, 그때는 네 뜻대로 일을 진행하여도 좋다.”
지난 십 년간.
나는 미국 정치계는 물론이고 행정부, 사법부에 엄청난 로비 자금을 뿌렸다.
이에 폰지 관련 정보 또한 빠르게 입수할 수 있었는데.
나의 정보원에 따르면, 일부 주에서는 폰지의 투자 방식을 두고 의심의 눈총을 보내고 있다 한다.
빠르면 한 달 내.
늦어도 반년 내에는 폰지의 투자 방식에 관한 수사가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는 소문이 돌기에.
나는 확신에 찬 눈빛을 하며 알렉세이에게 주의를 주었다.
“폐하.”
한참 폰지에 관해 조언해 주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던 페필랴예프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들여보내게.”
경호원들을 풀어서, 다른 이가 우리 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서게 했다.
하지만 슬슬 알렉세이에게 해 줄 조언이 바닥나고 있었기에, 나는 페필랴예프의 접근을 허락했다.
“저희 폐하와 무슨 이야기를 그리 나누고 계셨습니까?”
페필랴예프는 또 무슨 가스라이팅을 했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이에 팔짱을 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르 정부 또한 토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서, 그에 관한 조언을 해 주고 있었네.”
“······.”
“아무래도 우리 쪽이 먼저 시행하긴 했으니까. 내 대자께서 그에 관한 조언이 필요한가 보이더군.”
동러시아 또한 토지 개혁을 시행하려고 꿈틀대고 있다.
휴전 후.
소비에트가 토지 개혁을 펼치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경제, 정치 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니까.
기존 러시아제국을 계승하는 아무르 정부로서는 그대로 가만히 있다간 내부에서 무너질 수도 있기에, 특별 조처를 발표한 것이었는데.
우리 대한합중국의 토지 개혁 방식이 그나마 온건해 보였기에, 이를 따라 하려고 한 것 같았다.
“아! 기억납니다. 3년 전쯤 연해 왕국을 시작으로 토지 개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페필랴예프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토지 개혁 법안 말고, 3년 전에 행해진 작은 행정 조치를 언급했다.
남만주와 간도, 연해 왕국에서 행해졌던 일련의 토지 개혁은 외국인들의 땅을 몰수하여 소작농들에게 나누어 주는 정책이었는데.
이때.
많은 러시아 출신 지주들이 피해를 보았다.
러시아제국에서 독립한 연해주가 대한합중국에 가입했다지만.
그 땅의 주인 중 상당수는 기존 러시아 귀족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섭섭한가 보군. 하긴, 연해 왕국의 토지 개혁은 일부 러시아 대지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법안이었지. 하지만 지난해 다시금 이를 보상하며 관련된 잡음은 어찌어찌 봉합한 것으로 기억하네만.”
“하지만 보상받은 이는 소수였습니다.”
그렇긴 하다.
전부 보상해 주지는 않았으니까.
‘세계대전으로 사망한 이들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지.’
러시아의 귀족들은 상당수가 군인들이었고, 대다수는 세계대전과 적백내전으로 사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해 왕국은 유족들에게까지는 보상하지 않았다.
그나마 보상받은 이들 또한 대한합중국에 귀화한 이들이었기에, 아무르 러시아에는 도움 될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 때문에 페필랴예프가 나를 계속하여 흘겨보았다.
“아! 유대인 자치주 문제는 자네 임기 안에 처리해 주게나. 영국과 미국 쪽 자본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일이 필수적이니까.”
“······알겠습니다.”
불만이 많겠지만 페필랴예프는 참는 모습을 보였다.
이 세계는 힘의 논리가 전부인 세상이니까.
더욱이 유대인 자치주 문제는 아무르 정부가 겪고 있는 자금난을 해결할 유일한 방책.
나의 당부에.
페필랴예프가 알렉세이와 함께 인사하곤 내 곁을 떠났다.
헨드릭은 옆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다가 이내 한마디를 했다.
“거참 흉흉한 눈매로구먼. 총리가 되어서, 자네와 대자 사이를 갈라 놓으려고만 하다니······ 쯧쯧.”
나는 그럴 수도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페필랴예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니까. 페필랴예프로서는 못마땅하겠지.”
나는 이에 관해 헨드릭에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대한은 작은 나라였으니까. 옛날에는 상종도 안 하던 동방의 소국에, 러시아제국의 귀족이 계속 굽신거려야 하는 것이 꽤 내키지 않을 걸세. 그런데 기존 연해주까지 우리가 꿀꺽하지 않았나?”
“그래도······ 지금 동러시아는 대한합중국이 없다면 홀로 생존할 수도 없지 않나. 쯧쯧. 체면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왜 저러는지 영 이해가 안 되는군.”
왕족으로서.
누구보다도 체면을 차리면서.
페필랴예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니.
헨드릭도 참.
내 편이 다 되었구나.
“저들은 체면이 전부일세.”
“에이, 그래도.”
헨드릭은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가 그만하겠다는 손짓을 한 후.
나를 바라보았다.
“아! 내년에도 유럽에 온다며? 작년과 올해는 영국이었지만, 다음은 유고슬라비아라고 했던가?”
그렇다.
마리아의 결혼 상대가 루이 마운트배튼이었다면.
아나스타샤의 남편감은 세르비아의 왕세자 알렉산드르니까.
“위에 넷을 전부 보내면, 그 다음은 알렉세이 차례겠군.”
“그렇지.”
“듣자 하니, 여기 있는 청년은 자네 이복 누이에게 관심이 있는 듯 보이던데.”
에이 설마.
그 소문을 나도 듣긴 했다만.
“전하.”
잠시 둘 사이에 관해 생각하려 할 때였다.
한 남자가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우리가 있는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 인기 한번 좋구먼. 그러니까 저자가 폰지란 말이지?”
* * *
“총리.”
“예. 황태제 전하.”
“오랜만일세.”
“그러게요. 한 1년 만인가요?”
폰지가 근처에 있었다.
계속 그가 신경이 쓰이는 가운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근처에 있던 영국 총리 로이드-조지와 대담을 나누었다.
“아일랜드 문제로 골을 썩이고 있다던데. 마이클 콜린스인가 뭔가 하는 놈 때문에 요즘 잠을 못 이룬다고?”
“하- 말도 마십시오.”
나의 질문에 로이드 조지 총리가 한숨을 푹 쉬며 답변했다.
“마이클, 그놈의 새끼 때문에······ 아이고, 제가 말이 헛나왔습니다. 콜린스 그자 때문에 요새 제 머리에 흰머리가 늘고 있습니다.”
“저런. 바쿠 유전을 상실하여, 이를 어찌 상각 처리할지 고민하는 중에 이 일이 터졌으니. 더욱더 힘들겠군.”
“예. 그래도 다행인 건, 저기 있는 폰지 대표 덕분에 한숨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로이드-조지는 저 멀리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폰지를 보며 살짝 웃었다.
“저자 덕분에 자네가 한숨을 돌리고 있다고?”
“예. 자칫 바쿠 유전 때문에 시끄러울 수도 있는 런던 여론을 저자가 간신히 지탱해 주고 있으니까요.”
“······.”
“황태제 전하만큼은 아니지만, 유능함을 보이며 우리 국민의 재산을 많이 늘려 주고 있습니다.”
그래.
아직까진 그렇겠지.
저놈이 폭탄인지도 모르고, 런던의 부자들이 불나방처럼 저리 달려들고 있으니까.
“조심하십시오.”
그때였다.
로이드 조지가 뜬금없이 내게 경고했다.
“조심하라?”
“예.”
“어째서지? 뭘 조심하란 말인가?”
로이드-조지는 폰지를 바라보다가 이내 나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폰지 저자를 조심하란 뜻입니다. 십 년 전, 황태제님께서 모건을 제치고 투자의 신성으로 떠올랐듯, 저자 역시도 황태제님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으니까요.”
“······.”
“국내에서는 로스차일드 남작의 자리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워낙 수익률이 높아서 소액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큰손들도 슬슬 폰지에게 돈을 맡기고 있다 합니다.”
“그렇군.”
경고를 할 수도 있겠으나.
그간 혐성질을 해 온 영국에게 크게 한 방 먹일 기회.
나는 총리의 경고를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저자를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네. 자네의 조언, 내 마음속에 깊이 새기도록 노력하지.”
* * *
호텔에 돌아온 후, 나는 이위종에게 명령하여 그동안 수집해온 폰지 관련 자료를 전부 달라고 요구했다.
“여기, 이 목록에 적혀 있는 자들이 전부 폰지에게 투자한 교민들이란 말이지?”
“예.”
목록을 보다가 익숙한 이름이 하나 보여 소리 내 읽었다.
“필립 제이슨, 서재필 또한 이자에게 투자했다고?”
“그렇다고 합니다.”
“허허.”
잊힌 이름.
이제는 견제 대상조차 아닌 인물의 이름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살짝 안타까움을 느끼며 받았던 목록을 이위종에게 다시금 건넸다.
“알겠네. 교민들에겐 계속 투자 철수를 권하게.”
“예.”
“그리고 교민사회엔 준비해 둔 루머들을 조용히 퍼트리게나.”
폰지와 일본.
폰지와 인종차별주의자가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을 교민사회에 퍼트릴 생각이다.
‘교민들은 두 부류를 제일 싫어하지.’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모두가 이해하니 패스.
하루에 재수 없으면 칭챙총 소리를 열 번 이상 들을 수도 있기에, 미국 교민으로서 인종차별주의자를 싫어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다.
나는 이를 엮어서 교민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폰지를 멀리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연 3할의 고수익을 장담하며 이리 큰돈을 모금하다니······.”
언제 망한다고 해도 이상치 않단 말이지.
“아! 정보국장, 이 정보국장을 불러오게!”
나는 급히 이위종을 다시 찾았다.
이미 로비로 내려간 모양이라, 나는 최현우를 불러 그를 다시금 내 숙소로 불러들이라고 명했다.
“혹시 말이야.”
“예.”
나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이위종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폰지를 일본과 어떻게든 엮을 수는 없겠나?”
< 폰지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