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6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64화(364/392)
< 폰지 (3) >
도쿄에 있는 황궁.
그중 황태자가 기거하는 동궁으로 한 남자가 찾아왔다.
똑똑-
“들어오게.”
히로히토의 승낙이 떨어지자, 하라 다카시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후 하라는 고개를 푹 숙이며 히로히토에게 인사부터 건넸다.
“셋쇼노미야님. 밤새 강녕하셨습니까?”
히로히토는 영국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황태자였다.
하지만 부친인 다이쇼 덴노의 건강이 갑작스레 나빠지자 급히 귀국하였고, 다이쇼 덴노의 정무를 대신하는 섭정(셋쇼노미야)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나야 잘 있지. 벚꽃이 만개한 동경의 풍경처럼, 아주 좋다네.”
1921년 4월.
봄이 와서 그런지 도쿄는 분홍빛 벚꽃으로 가득했다.
히로히토는 황궁에 핀 창밖 너머 벚꽃들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고, 하라 다카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보다, 경은 어떤가? 새 총리가 된 지 아직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야.”
워싱턴 군축 협상을 개판으로 마무리했기에, 오쿠마 시게노부 역시 자연스레 총리 자리에서 낙마하게 되었다.
이후.
단명한 다른 총리가 두어 명 더 존재했고, 그들의 뒤를 이어 하라 다카시가 열도의 우두머리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히로히토는 전임 총리들의 전적이 떠올라서 그런지, 하라 다카시를 살짝 걱정하며 그를 위로했다.
“듣자 하니 관저의 불이 온종일 켜져 있다는 이야기가 돌던데. 많이 힘든가?”
“아, 아닙니다.”
하라 다카시는 히로히토가 입수한 자신의 근황은 과장된 소문이라며 자신을 낮추기에 바빴다.
“업무를 인계받느라 며칠 무리를 했는데, 이 소식이 와전되어 전하께 전해진 모양입니다.”
“쩝.”
하지만 히로히토는 하라 다카시의 말을 믿지 않았다.
황태자였다가 섭정이 된 자신도 이렇게 바쁜데, 정무를 총괄하고 있는 하라 다카시는 어떻겠나?
그는 혀를 두어 번 찬 후, 하라 다카시만 들리도록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 시간 중 일부를 그대에게 떼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지.”
“저, 전하. 어찌하여 전하의 귀한 시간을 소신에게 주신단 말입니까!”
이에 하라 다카시는 고개를 더더욱 숙였다.
하라 다카시는 원 역사에서도 가장 어려운 시기에, 오랫동안 총리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능력은 물론이고 정치력과 눈치까지도 모두 만렙에 다다른 천재였는데.
원 역사에서 히로히토의 결혼 문제에 휘말렸다가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총리 자리를 지키고도 남았을 정치인이란 평이 있었다.
그 평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하라 다카시는 지금도 자신을 최대한 낮추며 막 섭정이 된 히로히토에게 아주 제대로 눈도장을 찍고 있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네.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게나. 아! 바쁠 텐데 하루빨리 정기 보고를 시작하도록 하세나.”
“······예. 그럼 이번 주 주간 보고를 진행하겠습니다.”
일본은 입헌군주제를 지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덴노가 아무것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서쪽에 있는 영국보다는 군왕의 위세가 좀 더 강했는데.
덴노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정책은 쉬이 실행하기 어려웠다.
“군 관련 예산이 어마어마하군.”
히로히토는 첫날이기에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 감추고자 했다.
자신의 아버지인 다이쇼 덴노를 대신하여 오늘 최초로 정무 보고를 받는 자리인 탓에 더더욱 조심했다.
하지만 히로히토는 아직 20대 초반의 열혈 청년이다.
능수능란한 제 아비처럼, 자신의 의견을 쉬이 감추지 못했는데.
그래서일까?
히로히토는 하라 다카시가 건넨 보고서를 정독하다가 군 관련 예산에 관해서 짧게 소감을 표명했다.
“전함 건조는 그렇다 치더라도, 야마토 주 주둔지원금 또한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이게 원래 정상인가?”
하라 다카시는 다이쇼 데모크라시, 그러니까 이 시절 일본의 민주주의를 가장 꽃피운 총리였다.
당연하게도 그는 군부가 비대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관련 예산은 전 정부가 예산을 기획했다 말하곤 별로 좋지 않은 시선으로 이를 설명했다.
“이전 내각에서 대한합중국을 가상의 적국으로 상정해 놓은 탓에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
히로히토는 눈을 깜빡이며 하라 다카시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한합중국은 우리의 주적인가?”
“흠. 십 년 뒤면 몰라도,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라 다카시는 비교적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피력했다.
군축 관련 주장은 그가 총리가 되기 전부터 줄곧 해 왔던 주장.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숨길 이유가 없었기에, 일단은 히로히토의 의중을 살피며 제 의견을 피력했다.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았습니다. 그 큰일이 종결된 지 아직 오 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 황태제를 비롯한 서구 열강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겠습니까?”
히로히토의 얼굴 근육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이강의 이름이 언급된 탓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예. 더욱이 우리 일본 역시도 전후에 닥친 불황 탓에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이를 수습해야······.”
히로히토도 이를 잘 안다.
전후 불황으로 전 일본이 고통받고 있지 않던가?
“그래야, 잃어버린 북녘땅을 다시금 회수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백성들의 사정이고.
히로히토는 유럽에서 이강에게 한번 굴욕을 당했다.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한합중국을 무너트리는 것.
이것이 힘들다면, 이전에 빼앗겼던 조선 왕국의 남은 반쪽을 되찾는 것이 복수라고 생각했다.
“······.”
“······.”
아차차.
히로히토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군축을 주장하는 총리 앞에서, 북방 영토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다니.
“아! 방금 내가 했던 말은 잊게나. 실언을 좀 했네.”
“······.”
하라 다카시는 그러한 히로히토를 한동안 말없이 지켜보았다.
이에 히로히토는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라 다카시가 뱀 같은 작은 눈으로 자신을 살펴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치 독심술을 펼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건 야마토 주에서 올라온 정기 보고서인가?”
“예. 그렇나이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히로히토는 급히 자신의 책상 앞에 놓인 보고서 중 하나를 집어 들곤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흠. 야마토 지방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고?”
하라 다카시는 아까 히로히토가 언급했던 주장을 다시금 이야기하려다가 이내 포기했고, 히로히토가 묻는 말에만 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통상 야마토 지방에 사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본토와 비교해 매우 낮으니까요.”
“그래?”
“예. 그렇기에 우리 일본에 통합된 이후로, 야마토 주의 많은 청년이 열도로 건너와 광산 등지에서 일하곤 하였답니다.”
하라는 자신이 건넨 야마토 주 관련 문서를 한 장 뒤로 넘겨 보라고 권했다.
그 후, 뒤에 적혀 있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북쪽에서 토지개혁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소작농들을 중심으로······.”
“제 농지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단 말이지? 그치들은 죄다 대한합중국으로 향했겠군.”
히로히토가 하라의 말을 중간에서 자른 후, 이를 언급했다.
이에 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오늘 두 번째로 그대에게 질문하게 되는군.”
히로히토는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지은 후, 하라 다카시에게 물었다.
“내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러네. 그러니, 부디 내게 가르침을 주게나.”
“말씀만 하십시오. 성심껏 대답하겠나이다.”
“야마토 주의 인구 유출에 대해, 총리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하라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번에도 자신의 의견을 히로히토에게 솔직히 밝혔다.
“일반적인 본토 지역이었다면 그 속도가 너무나도 가팔라서 크게 우려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야마토 주의 주민들 다수는 그 지역에서 살아온 토착민입니다.”
“본토에 살던 우리 일본인과는 살짝 결이 다르단 뜻인가?”
“예.”
하라 다카시의 대답에, 히로히토가 제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역시 전하이십니다.”
하라 다카시는 히로히토를 치켜세우며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소신은 그리 생각합니다. 야마토 주를 내지화하기 위해서는 인구 이동이 필수입니다.”
“야마토 주에 사는 천만 인구를 모두 완벽한 일본인으로 교육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테니······ 그대는 인구 이주가 그 시간을 줄여 줄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예.”
“흥미롭군.”
히로히토는 오늘 보고 중 처음으로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잠시 자신의 턱을 만지다가 하라 다카시에게 의견을 물었다.
“다른 이들도 경의 생각과 같나?”
“아직 정계에는 이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나이다.”
“그렇다면, 이에 관한 계획을 정리하여 내게도 알려 주게나. 다른 이들이 알기 전에 내게 건네준다면 참으로 기쁠 것일세.”
“예. 전하.”
히로히토의 첫 정기 보고는 그렇게, 별 탈 없이 끝났다.
“아! 셋쇼노미야님.”
“뭔가?”
하라 다카시는 동궁을 떠나려다가 무언가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는지 다시금 되돌아선 후, 히로히토에게 다음 말을 꺼냈다.
“한 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청?”
“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야마토 주를 한번 방문해 주십시오.”
피식-
히로히토는 초반에 실수한 실언을 다시 언급할 줄 알고 잔뜩 쫀 상태였다.
그런 히로히토에게 하라 다카시의 삼남 방문 부탁은 별것 아닌 요청이었다.
“알겠네. 경호만 완벽하다면야, 그 정도 부탁쯤은 내 들어줄 수 있네.”
“감사합니다.”
“이만 가 보게.”
하라 다카시가 동궁을 떠났다.
이에.
히로히토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황태자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들을 동궁으로 초빙했다.
* * *
“스승님들.”
스기우라 주고, 시라토리 구라키치, 시미즈 도루 등.
히로히토를 가르쳤던 여러 학자가 동궁에 방문했다.
“제가 유럽을 순방하며 느꼈던 점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
“바로 정보의 중요성이었습니다.”
히로히토는 이강과의 내기 일화를 그들 앞에 풀어 설명하며 살짝 분한 표정을 지었다.
“왜곡된 정보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 한번 못 해 봤고, 결국 이 황태제 그놈에게 굴욕을 당했습니다.”
“······.”
히로히토는 이강과의 냅킨 계약서 일화를 언급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에 본인은 서구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을 중용할까 하는데······ 스승님들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여러 스승 중.
스기우라 주고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되돌아왔다.
스기우라는 영국 유학파 출신이었기에, 히로히토의 주장은 곧 그를 앞으로 더 가까이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훌륭하십니다. 비록 이번은 이 황태제에게 완패했지만, 작금의 실패를 발판삼아 셋쇼노미야님께서 성장하신다면······.”
스기우라는 히로히토의 반응을 살피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다음에는 충분히 이를 갚고도 남으실 것입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평생을 온실 속에서 살아왔던 히로히토다.
그의 첫 패배 상대는 이강.
그 기억이 잊히지 않을 것이기에, 자중하라는 조언 대신 히로히토를 응원하며 그의 비위를 맞춘 것이었다.
“셋쇼노미야님.”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서방 세계를 순방하시는 동안 또 무엇을 깨달으셨습니까?”
스기우라의 질문에 히로히토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 말을 내뱉었다.
“돈.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아무리 황태자라곤 하지만.
방금 발언은 살짝 천박했다.
이에 히로히토 또한 이를 느꼈는지, 조금 전 자신이 왜 그런 발언을 하였는지에 대해 보충했다.
“서방은 황금 만능주의더군요. 다들, 이 황태제에 굽신되는 것을 보고 있으니······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이강의 이름이 또다시 언급되었다.
물론 실명이 언급된 것은 아니라서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자를 자꾸 언급하니, 일부는 살짝 불편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일본 역시도 세계대전을 통하여 떠오르는 부국이 되고 있습니다.”
히로히토는 유럽에 다녀온 후, 간간이 이강을 향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이에, 그의 스승들은 그런 히로히토를 달래며 그가 이강을 어서 잊게끔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
“더욱이 이 황태제와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 초라합니다. 우리 황실의 재산은 대한합중국 황실의 재산과 비교하면 1/10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히로히토는 그의 스승들의 의도대로 이강를 향한 적개심을 쉬이 내려놓지 못했다.
이강은 히로히토에게 있어서 워너비이자, 복수해야 하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셋쇼노미야님. 혹시 폰지라는 사내를 아십니까?”
“폰지?”
“예. 최근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투자자로, 지난주에 동경에 사무소를 하나 차렸다는데 말입니다.”
그런 히로히토의 귀에 폰지라는 사내의 이름이 전달되었다.
그의 스승으로부터 흘러나온 말이었기에, 히로히토는 허투루 듣지 않고 눈을 반짝이며 폰지라는 사내를 기억해 보았다.
< 폰지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