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6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67화(367/392)
< 히로히토가 쏘아 올린 공 (2) >
“폰지에게 내탕금을 맡겼던 것 말고도, 히로히토가 또 다른 일을 꾸몄단 말씀이십니까?”
나의 갑작스러운 깜짝 질문에 이위종이 인상을 팍 구기며 물었다.
“그래.”
“흠.”
이위종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 질문에 관한 답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혹시 올해 초부터 시작된 자선당 건물 이양을 늦추려고 용을 썼나이까?”
“아닐세.”
“그렇다면 전하께서 건네셨던 냅킨 계약서엔 없던, 오쿠라 소유의 우리 문화재 반환이 늦어지고 있나이까?”
“그것도 아니네.”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앞선 두 가지는 다행스럽게도 잘 이행되고 있고, 남은 절차 또한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 다 아니라면······ 소인은 이에 관해 들은 바가 전혀 없나이다.”
이위종은 대한합중국 정보국을 통솔하는 정보국장이다.
그러곤 안중근과 김구,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두 분께서는 어떠십니까?”
이위종은 두 사람을 살짝 의심하는 것 같았다.
혹시 제 밑에 있던 두 부국장 중 하나가 상관인 자신을 건너뛰고 내게 바로 사건을 보고한 것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며 살짝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본인 또한 이에 관해서는 하나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소인 역시 여기 계신 분들과 비슷합니다.”
이에 안중근과 김구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도 히로히토의 간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항변했다.
나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더 감정이 상하기 전에, 세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직은 우리 정보국의 첩보망에 포착되지는 않은 일인가 보이. 그대들도 모르는 것을 보면.”
“혹, 전하의 가까운 미국 지인으로부터 전달받으신 정보입니까?”
그렇다.
이는 정보국을 통해 입수한 정보가 아니었다.
최근에 아주 우연히 내가 아는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알아낸 정보였는데.
나는 이위종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이 궁금해할 말을 꺼내기 전에,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자자,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게나.”
자문자답하기 전에.
나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들을 샌프란시스코 본가 깊숙이 자리한 비밀의 방으로 안내했다.
말로만 두리뭉실하게 전하는 것보단 보는 것이 좀 더 와닿을 것이기에, 대화 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이곳은······.”
나는 피식 웃으며 세 정보국 수장들을 향해 말했다.
“전에도 몇 번 와 보았던 장소이지 않은가?”
* * *
내가 안내한 비밀의 방에는 미니어처들이 가득했다.
예전에.
김구를 포함한 정보국 요원들이 이완용이나 이토 등을 암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을 때 사용하곤 했던 장소였다.
“아!”
“기억납니다.”
김구와 안중근은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지 어리둥절했던 표정을 활짝 펴며 비밀의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곳은 원래 본가가 아닌 별채에 있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하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이제는 안으로 들여놓았다네.”
어째서냐고?
그야 대한합중국 주요 도시들의 현재 모습은 물론이고, 미래의 도시 모형도 또한 곳곳에 형상화시켜 놓았으니까.
‘이를 바탕으로 대도시 주변에 땅을 매입하고, 일부를 국가에 귀속시켰지.’
한마디로 합중국의 미래 도시 개발 계획이 우리 집 본가 안쪽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셈이었는데.
세 수장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처음 보는 미니어처 건물들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몇 번을 보아도 감동적입니다.”
“그때도 한번 말씀드렸지만, 이곳은 우리 합중국을 아주 작게 축소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
더욱이 미니어처 모형들 또한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이전엔 한양이나 평양, 의주 같은 도시를 축소한 모형들뿐이었지만.
이제는 한반도나 만주 지형을 3D로 구현해 놓은 것 같은 모형도 존재했으니까.
물론 위성이 개발되지 않았기에, 백 프로 그대로 옮겨 두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질학자들을 많이 파견하여 이를 상세히 옮겼기에, 꽤 쓸 만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나는 합중국 지형도로도 쓸 수 있는 모형으로 다가가며, 개중 한 곳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압록강이네. 여기 압록강 중류에 조그마한 모형이 하나 있지 않은가?”
“예. 미국에서 간간이 보던 댐처럼 보입니다.”
김구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네. 조만간 건설될 수풍댐이네. 자네들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거야.”
1910년대 후반.
합중국을 세웠을 때부터 나는 한반도 안에 설치할 최우선 인프라 시설이 뭘까에 관해 고민했다.
‘철도나 제철소, 조선, 화학 분야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오랜 기간 고민한 끝에, 가장 시급한 인프라 시설은 바로 전력 인프라라고 결론을 내렸다.
‘전기가 생산되지 않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예나 지금이나 화력 발전소를 건립하는 것이 제일 싸게 먹히지만.
한반도에는 석유나 천연가스가 존재하지 않고, 석탄 탄광 역시 아직 본격적으로 채굴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존재치 않았기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력발전소 시설을 제일 우선순위로 삼아 지으려 했고.
압록강 연안은 합중국을 세웠을 때부터 관련 지형을 조사할 수 있는 우리 영토였기에, 나는 진즉부터 수풍댐 건설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것을 왜 자네들에게 보여 주나 싶겠지. 히로히토의 간계와 이 미니어처에 무슨 상관이 있냐면서 말이야.”
나는 압록강 중류에 자리한 수풍댐 미니어처를 콕 집어 든 후, 이를 그들 앞에서 흔들어 댔다.
“히로히토는 말이야······.”
나는 한쪽 입꼬리를 피식 올리며 한반도 남쪽 지형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댐을 지으려고 했네. 바로 여기에.”
내가 댐 미니어처를 삼남의 한 지역에 사뿐히 놓자, 세 사람의 눈동자가 커졌다.
* * *
“이, 이곳은 충주가 아닙니까?”
“그래. 맞네. 댐이 설치될 장소는 바로 충주였네.”
나는 삼남 지역에 향한 시선을 유지하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아직은 관련 정보가 적어서 100%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사흘 전, 미국과 유럽에 있는 댐 기술자들을 삼남으로 불러들이려고 견적서를 달라 요청했다고 하네.”
부통령인 후버의 회사와 관련된 회사라서 이 정보가 내게까지 빠르게 전달되었다.
나는 이를 언급하며 히로히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한번 추측해 보라고, 세 정보국 고위 관료들에게 답을 요구하듯 빤히 바라보았다.
“그자가 왜 충주에 댐을 설치하려고 할까요? 혹, 삼남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부족해서입니까?”
“그게 아니라면 삼남의 쌀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 치수 정비 사업을 벌일 요량인가 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보았을 때, 히로히토는 좀 더 나쁜 의도로 이를 설치하려고 이를 계획한 것 같다.
다른 일본 고위 관료들처럼, 삼남을 뜯어먹으려고만 할 인물이니까.
‘머릿속으로 삼남의 산업 발전을 위해서 충주댐을 건설하려 계획해 두었을 리는 없지.’
나는 히로히토의 얼굴을 회상하며 한 가지를 추정했다.
“하지만 히로히토는 종종 나를 언급하며, 런던에서 당한 수모를 복수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네.”
“그렇죠. 그 일화는 우리 정보국 요원들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여, 내 생각에는. 히로히토가 나와 우리 신민들을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이 일을 추진했다고 보네.”
“댐 건설을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히로히토가 세우려 했던 충주댐에 관한 정보를 이들에게 공유했다.
“댐은 본디 비가 많이 오면 저수지에 물을 가두고, 가뭄이 오면 수문을 여는 형식으로 치수를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네. 그 과정에서 전력이 생산되는 것은 덤이고.”
나는 댐의 유익한 점부터 먼저 언급한 후, 그 이면에 관해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거대한 재앙을 일으킬 수도 있다네.”
홍수가 났을 때, 상류에 설치되어 있던 댐이 수문을 활짝 개방한다면 하류는 어찌 될까?
“······!”
“······!”
“······!”
홍수 말고 가뭄 때도 문제다.
우리를 아주 제대로 괴롭힐 수 있을 테니까.
‘상류를 완전히 틀어막고. 남한강 수자원을 그들만 사용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낭패이지 않겠나?
남한강 수계는 팔당에서 모여 서해로 빠져나가는데 말이다.
“충주에 댐이 건설된다면, 당장 삼남에는 많은 이득을 주겠지만······ 반대로 우리는 크나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일세.”
21세기에도 많이 언급되지 않던가?
수자원을 두고 이웃 나라들끼리 으르렁댄다고.
저기 아프리카에 있는 나일강부터.
인도와 티베트의 갈등.
가까운 동남아시아의 메콩강에서 일어난 파열음까지.
상류부터 하류까지.
모든 지류가 전부 자신의 영토에 걸쳐 있지 않은 이상은, 언제든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수자원 싸움이었다.
“혹여 이 때문에 전하께서는 폰지의 구속을 막지 않으신 것입니까? 그리되면 히로히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테니까요. 보아하니 충주댐 건설비 일부를 내탕금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위종의 말에 동의했다.
“그 때문이라고 보기도 뭐하지만,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네.”
초장에 박살을 내놓아야 한동안 꿈도 못 꿀 테니까.
물론 시간이 흐른다면 또다시 비슷한 계획을 세우며 나를 어떻게 곤란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할 테지만.
“그러니, 그대들은 이에 관해 계속 관찰해야 할 것이네.”
히로히토가 원계획을 다시 실행하려고 움직인다면, 반강제로 일본에 불황을 일으켜서라도 나는 이를 막고자 할 것이다.
“혹 유 총리에게도 알릴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정보국 요원들 말고도 나나 다른 합중국의 행정관료들 또한 따로 준비를 미리미리 해 두어야 하니까.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만, 내 형님이신 금상께선 내게 계속 편지를 보내고 있다네.”
“그렇지요. 매달 편지를 주고받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는 안주머니 한쪽에서 지난달에 받은 순종의 친필 편지를 꺼내며 눈앞의 고위 간부들에게 흔들었다.
“이 안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는가?”
다들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리 정보국 요원이라지만.
황실의 최고 어른들이 주고받는 편지에 손을 데려는 간 큰 이는 없었으니까.
“대부분은 본토에 있는 황실 가족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에 대한 안부일세.”
하지만 내용 중 일부에는 대중들에게 공개하면 안 되는 심오한 이야기도 더러 존재했다.
“황상께서는 선황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지난 2년 동안, 내게 한 가지를 줄곧 요청하고 계신다네. 덕수궁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돌아가신 아바마마의 용안이 떠오른다고 매달 같은 고통을 호소하고 계시는 거지.”
여태까지 비밀로 해 온 사항을 여기에 모인 주요 정보국 간부들에게 공개했다.
이에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순종의 안타까운 사연이 마음에 걸려서가 아니다.
하필 이 시점에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그들에게 공개했나 머리를 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하.”
“말하게.”
이위종이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혹여, 전하께서는······ 천도까지 생각하고 계신 것입니까?”
< 히로히토가 쏘아 올린 공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