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6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69화(369/392)
< 네가 와라, 하와이 (1) >
1921년 6월.
대한합중국에선 한창 장마가 시작될 때.
“전하, 도착했나이다.”
나는 다시금 하와이섬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흠.”
싱그러운 바다 향이 벌써부터 날 반긴다.
고개를 돌려 섬 주변 풍경을 바라보니, 그림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활짝 웃으며 나를 환영해 주었다.
‘경치 한번 죽이네.’
나는 안주머니에 꽂아 두었던 선글라스를 꺼내서 바로 착용했다.
아직은 개발 중인 탓에 햇빛으로부터 눈을 완벽하게 보호하진 못했지만, 안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고.
무엇보다 패션용으로 쓰기에는 안성맞춤이었기에, 에델 사에서 막 출시한 선글라스를 콧등 위에 걸친 것이었다.
“자네들 혹시 기억나는가?”
나는 최현우와 우현식을 바라보며 지난날 추억을 회상하듯 말했다.
“내 십여 년 적에, 자네들과 함께 이 섬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나의 질문에.
두 측근은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듯,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어찌 기억하지 못하겠나이까?”
“그 당시에 전하께서 하와이에 막 도착한 교민들을 향해 명연설을 해 주시지 않았나이까?”
“맞습니다. 그때 교민들이 매우 감동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눈물을 보였습니다.”
“한동안 다들 눈이 퉁퉁 부어 있어서, 하와이에 먼저 와 있던 일본 이주민들은 무슨 큰일이 일어난 줄 알고 깜짝 놀라지 않았나이까?”
그렇다.
그때의 연설로, 나는 먼저 와 있던 미주 하와이 교민들의 마음도 얻었고.
이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다수 건너와선 내 농지에서 소작해 준 덕분에 큰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그때가 1905년이었으니, 벌써 16년이나 시간이 흐른 셈이로군요.”
“세월이 참 빠르지 않습니까? 어떨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기도 합니다.”
최연우와 우현식은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나 역시도 그때의 감동이 살짝 올라오는 듯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때마침 주변 상가에 배치된 거울 속 내 모습을 쳐다볼 수 있었다.
‘나 또한 늙어 가는군.’
하와이에 왔을 때.
그때의 모습과 지금이 모습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강의 몸에 빙의했을 때가 딱 28살이었고, 지금은 44살이다.
아무리 열심히 외모를 가꾸고 있다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기에 파릇파릇했던 이십 대의 모습과는 천지 차이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길래 거울만 빤히 보고 있으세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내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에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내게 속삭였다.
나는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에델에게 솔직히 말했다.
“예전의 좋았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잠시 거울을 보며 그때의 모습을 그리워했소.”
에델과 처음 만났을 때가 1907년이었던가?
아니면, 1909년이었던가?
아무튼 그때로부터도 벌써 십여 년이 훌쩍 흘렀기에, 나도 에델도 겉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이를 언급하며 살짝 우울한 표정을 짓자, 에델이 내 볼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지금도 충분히 잘생겼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
“더욱이 이젠 홑몸도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들 얼굴만 봐도 그런 슬픈 감정이 싹 달아날 텐데. 이리로 와서 우리 막내를 봐 봐요.”
생각해 보니.
남자들보단 여자들이 훨씬 더 외모에 민감하지 않던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잔뜩 잡은 셈이었기에, 나는 살짝 미안함을 느꼈고.
에델의 손을 잡으며 사과부터 했다.
“내 그대에게 쓸데없는 투정을 부렸구려.”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러곤 괜히 동쪽 바다를 바라보며 변명을 해 나갔다.
“어느 때보다도 대한에 가까이 있게 되어서······ 내 잠시, 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것 같소.”
“아······.”
내 에델은 내 변명에 잔뜩 공감해 주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긴, 여기서 닷새만 더 배를 타고 가면 전하의 모국이 보이겠네요.”
“그렇소.”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을 제외한 미주의 다른 도시나 유럽 곳곳을 여러 번 방문하긴 했지만.
여기 하와이만큼이나 대한합중국에 가까운 곳은 없었다.
그랬기에 에델은 내 변명을 진심으로 믿는 모습을 보이면서 같이 슬퍼해 줬다.
“물론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나도 아오. 하지만 내 삼남을 되찾을 때까지는 이곳 미국에서 투쟁을 계속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하지 않았소?”
“그렇죠. 사내로서 한번 내뱉은 말을 지켜야 한다고, 전하께서 누누이 말씀하셨으니까요. 그립지만 꾹 참고 다음을 기약해요.”
에델이 내게로 와선 포옹을 해 줬다.
나 역시도 에델의 풍만한 몸매를 온몸으로 느끼며 한껏 끌어안았는데.
“흠흠-”
그때, 내 옆에서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던 큰아들이 헛기침을 했다.
나와 에델 둘이서 로맨스 영화를 찍고 있자, 이곳은 우리 집이 아닌 공개된 장소임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흠흠. 이만 가자꾸나.”
“그래요. 얘들아! 짐들은 다 챙겼니?”
주변을 인식한 나와 에델은 서둘러 아이들과 함께 차에 올라타며, 우리가 머물 숙소로 빠르게 이동했다.
* * *
“이곳은 미국의 다른 지방과 달리, 동양인이 상당히 많네요.”
우리가 도착한 곳은 호놀룰루가 위치한 오아후섬이었다.
비행편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현재는 섬 대부분이 사탕수수 농사에 의존하고 있는 곳.
첫째이자 올해로 11살이 된 현이가 오아후섬을 둘러보다가 내게 물었다.
“그렇단다. 사탕수수밭을 소유한 지주들이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일꾼들을 대거 모집해선 이곳에서 소작을 부리고 있으니까.”
“······.”
현이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지으며 일꾼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후에 내게 재차 말했다.
“참으로 고단해 보여요.”
“그럼.”
나 역시 현이가 바라보는 풍경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더운 곳에서 매일 16시간씩 농사를 지으며 생활한다고 생각해 봐라.”
“16시간이나요?”
“그래. 더욱이 이리 힘들게 농사를 짓고도 저들 손에는 한 달에 고작 30달러만이 쥐어지게 된단다.”
“헉!”
30달러는 오늘 현이가 먹은 식비 값보다도 적었다.
11살이나 되었기에, 이제는 제법 돌아가는 현실에 관해 알게 된 현이.
첫째는 어찌 그런 봉급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냐는 듯, 내게 무언의 눈빛으로 물었다.
“네가 생각해도 많이 적지?”
“······예.”
현이는 잠시 사탕수수 농부들을 지켜보다가 이내 내게 다시금 질문했다.
“혹시 이곳에 우리 한인들도 일하고 있나요?”
“왜? 만약에 있다면 교민들을 돕고 싶니?”
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최현우와 우현식.
두 측근을 바라보았는데.
“다행히도 전하께서 하와이에 거주하던 한인들을 대거 서부로 불러들이신 덕분에, 우리 한인들은 여기 하와이에서 더는 일하고 있지 않습니다.”
“혹여 협회에서 파악하지 못한 이들이 소수나마 존재할지도 모르니, 사람을 풀어서 한 번 더 확인해 보라고 일러두겠습니다.”
둘은 나 대신 현이의 질문에 관한 대답을 해 주었다.
“와······.”
현이는 두 측근의 대답을 듣고 잠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곤 내게 엄지를 척 하고 펼쳐 보였다.
“그 행동은 뭐니?”
“아버지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래?”
“예. 저들을 보자마자 돕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현이는 마치 미래에서 온 외계인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버지께서는 십여 년 전부터 이들을 도왔다는 말이잖아요. 서부에 있는 아버지의 땅을 싼값에 빌려주면서 말이에요.”
나는 첫째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꼭 안아 주었다.
그 후, 현이와 시선을 교환하며 한 가지를 당부했다.
“군왕에게 제일 필요한 자질은 백성을 긍휼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란다.”
“······.”
“너는 나의 장자로서, 별일이 없다면 우리 합중국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그러니 부디, 그 마음을 변치 않고 계속 간직하도록 노력하거라.”
“예.”
현이가 씩씩하게 내게 다짐한다.
기특한 녀석.
첫째의 탱탱한 볼을 한번 꼬집고 있던 그때.
“아빠.”
옆에서 에델과 함께 바깥 풍경을 보고 있던 둘째 선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여기 해변, 참으로 아름다운 것 같아요.”
“맞아, 맞아!”
다섯째였던 한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제 누나의 말에 동의한다.
“이 해변, 사 줘요!”
“어? 나도! 나도요!”
이재(理財)에 밝은 두 녀석들답다.
어찌 그 가치를 파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와이키키 해변은 하와이의 주요 핵심 관광지가 된다.
21세기.
아니지, 1950년대만 되어도 관광 명소가 되며 천정부지로 땅값이 오를 지역인데.
다들 이를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에게 이 주변 토지를 선물해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리 갖고 싶으냐?”
“예! 예!”
“진이하고 준이는? 너희 둘은 어떠냐?”
둘째와 넷째 또한 평소와는 다르게 열의를 보였다.
“이 땅을 사들이면 주변에 야자나무 또한 내 것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그럼 좋아요.”
“준이는?”
“누나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이곳에서 물놀이하면서 놀고 싶어요.”
쓱-
고개를 들어 에델과도 시선을 교환했는데.
에델 역시도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애들 소원 좀 들어주라고, 내게 무언의 눈빛으로 압박을 넣고 있는 듯했다.
“우 재정담당관.”
“예. 전하.”
“이 근방을 소유하고 있는 땅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게나.”
“아, 예.”
“내 급히 이곳을 좀 사고 싶다고 슬쩍 중개인들에게 돈도 찔러 주며, 이 해변을 팔 때 도와달라고 요청하게.”
“예.”
* * *
“아이고. 이 황태제님. 감사드립니다.”
와이키키 해변의 주인이었던 잭 니콜슨이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었다.
“고맙긴. 내가 더 고맙네.”
잭 니콜슨의 얼굴은 더없이 환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시가의 세 배나 되는 프리미엄을 얹어 주며, 그가 소유하고 있던 와이키키 해변 전역을 방금 내가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리하게.”
배시시 웃으며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떠난 잭 니콜슨.
그는 아마 집으로 돌아가서 한참 배꼽을 잡으며, 간만에 크게 웃을 거다.
호구를 잡았다고 생각할 테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이 해변 부근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니까.’
내가 산 땅들은 바다랑 너무 가까워서 염분기가 너무 높은 땅이었다.
이 시대.
하와이에서는 사탕수수 농사가 수입의 전부였기에, 내가 사들인 바닷가 인근 땅들은 굉장히 저렴한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이었다.
“우 재정담당관.”
“예. 전하.”
“사람들을 남겨서 하와이 해변들을 조금씩 인수하게나.”
“예.”
나는 제2의 세크라멘토 분지를 이곳에서 발견한 셈이었다.
하와이 해변가는 21세기 뉴욕 만큼이나 땅값이 비싼 지역.
지금 이 땅들을 사들이는 것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조개를 거저 줍는 것과도 같았다.
물론.
갑자기 단번에 주변 해변들을 사들인다면 눈치 빠른 현지인들이 모든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일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법인 회사를 차린 후에 천천히 이 주변 땅을 사들이며, 현지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나하나 땅들을 매집할 생각이었다.
“이 황태제님. 어서 오십시오. 제 이름은 윌리스 R 패링턴이라고 합니다.”
하와이에서 머문지 사흘 정도가 지났을 때.
“아! 이곳 하와이 준주의 책임자인가 보군.”
“예.”
이곳의 책임자가 내게 찾아왔다.
“이쪽, 이쪽에 앉으시지요.”
“안녕하십니까. 이 황태제님.”
“다들 날 보러 이곳까지 온 것인가?”
“예. 그렇나이다.”
패링턴은 홀로 오지 않았다.
하와이의 유력 인사들과 함께 내가 머물던 숙소에 방문했는데.
패링턴은 현지에서 힘 좀 쓰는 지역 유지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나를 띄워 주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딱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황태제님께서는 우리 하와이를 미국의 정식 주로 승격시키려 노력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 귀인이 이곳에 들르신다는데, 모두 나와서 환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화론이 미국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황화론자들 대다수가 일본을 언급하며 그들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는데.
나는 물밑에서 이를 지원하고 있었기에, 패링턴이 이를 언급하며 내 공을 높이사는 것 같았다.
“뭐, 자네가 그리 말하니······ 부인하지는 않겠네.”
서부 3개 주는 물론이고.
하와이에도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정식 주가 된다면 연방의회 의원 수 역시 늘어나는데.
하와이는 동양인들과 폴리네시아인들 다수가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한인 출신 하와이 이민자들을 연방의원으로 당선시킬 수도 있기에.
나는 조금 무리하면서까지 하와이가 원 역사보다 좀 더 빠르게 정식 주가 될 수 있도록 로비를 하고 있었고.
패링턴은 이에 감명받았는지, 연신 내 눈치를 보며 아부를 떨고 있었다.
“아! 마침 점심을 먹을 때라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나와 함께하겠나?”
“예.”
패링턴이 자리에 앉자, 내가 고용한 주방장이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 황태제 전하.”
“응?”
“피자에 파인애플이라뇨?”
패링턴은 기겁하며 막 음식을 내온 주방장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이건 피자에 대한 모독입니다. 당장 이를 만든 주방장을 해고하십시오.”
왜 이래?
우리 집에서는 종종 파인애플이 올라간 피자를 먹었는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슨 말을 햐나는 표정을 지었다.
< 네가 와라, 하와이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