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7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70화(370/392)
< 네가 와라, 하와이 (2) >
“하와이에 방문한 김에 하와이안 피자를 만들어서 먹었을 뿐인데······ 자네는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는 것인가?”
나는 살짝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패링턴에게 조용히 다그치듯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게 사과하긴커녕 되레 한껏 성을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 피자에 파인애플을 토핑한 것도 모자라서, 이름까지 명명하셨습니까? 다른 이름도 아니고 ‘하와이안’ 피자라니요?”
“······.”
“피자도 모자라서, 우리 하와이까지 모욕하시다니······ 그간 해 오신 일들 때문에 전하를 무척이나 존경하였지만,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뭐야?
하와이안 피자가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가?
살짝 어이가 없어서, 잠시 입을 꾹 다물며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이에 패링턴은 내 행동을 보고 더욱더 약이 올랐는지, 고개를 한두 번 좌우로 젓더니 이내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럼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남아서 이 괴식을 맛.있.게. 즐기십시오.”
패링턴은 씩씩대며 우리 가족이 머무는 호텔을 떠났다.
내 아이들은 패링턴이 소란을 피우든 말든, 패링턴이 괴식이라고 칭한 하와이안 피자를 열심히 먹었다.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하와이 유력 토호들은 그간 눈길도 주지 않던 피자에 슬그머니 손을 갖다 대더니, 이내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뭐야, 저리 호들갑을 떨기에 먹지도 못할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이거, 맛만 좋은데 말입니다.”
“맞습니다. 총독(준주 주지사)께서는 왜 저리 야단법석을 떠셨던 거지요? 이 훌륭한 음식을 두고 말입니다.”
하와이안 피자에 대해 좋은 평을 늘어놓는 하와이의 지방 토호들.
비단 한인 출신 자본가뿐만 아니라 원주민 출신 자본가들부터 중원 대륙 출신 중간 관리자들까지.
하와이 준주 책임자의 과한 행동을 힐난하며 그를 향해 각을 세웠다.
“이해해 주십시오. 이 황태제 전하.”
“맞습니다. 패링턴이 저리 행동하는 것은, 아마 그의 조상이 이탈리아계라서 그럴 것입니다.”
“예전부터 제 조상에 관해선 조금 과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사고를 친 모양입니다.”
주변에 있던 하와이 본토 출신 토호들은 자리를 뜬 패링턴에 관한 정보를 내게 넌지시 알려 주며 열심히 하와이안 피자를 먹었다.
“평시에는 괜찮은데, 포도주와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음식들만 나오면 저렇게 지랄을 떨곤 합니다.”
“에이. 하와이의 최고 관리자라고 너무 감싸는 것 아닙니까? 평소에는 괜찮다니요?”
“맞습니다. 빨간 깃발을 본 황소처럼, 평시에도 버럭버럭 성을 내면서······ 자기 내키는 대로 섬을 운영하는 자입니다.”
“아량이 넓으신 전하께서 부디 한 번만 참아 주십시오.”
나와 패링턴이 완전히 틀어졌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하와이섬의 유력자들은 패링턴의 흉을 보며 내게 그의 뒷담을 해 댔다.
‘역시, 이 시대 부자들은 하나같이 눈치가 빠르단 말이야.’
워싱턴에선 한창 하와이와 알래스카 지역의 본토 편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본래라면 50년대 이후에나 가능한 일.
하지만 일본의 대 태평양 위협이 한층 더 격해지면서, 이 두 지역의 승격 심사 또한 원 역사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정식 주가 되면 많은 것이 바뀐다.’
지금과는 달리, 주지사도 주민들 손으로 뽑을 수 있게 되고, 연방 상·하원 의원 역시 투표를 통해 선발할 수 있게 된다.
‘돈을 가진 자는 명예와 권력 또한 탐하게 된다.’
명예와 권력에 굶주린 자들이 바로 내 앞에 있는 자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하와이주의 편입은 하늘이 내린 기회일 터.
‘이를 쟁취하기 위해선······.’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미국의 정식 주가 된다면, 하와이 역시 본토처럼 민주주의 제도를 받아들여야 하니까.
‘당연하게 선거에 뛰어들어야 할 텐데······.’
선거에 필요한 것은 뭔가?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본토에 있는 더 큰 부자가 경쟁자를 후원하게 되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바닥의 섭리.
‘이 지역 토호들은 사탕수수밭에서 생산된 설탕을 외부로 수출하기 위해서 서부 3개 주를 뻔질나게 오가지.’
섬에만 머무는 인간들과 달리, 토호들은 현재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았고.
그렇기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제일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군사령관 출신인 패링턴과는 다르게, 이리 내 곁에 착 붙어서 알랑방귀를 뀌고 있는 것이겠지.
저기 뉴욕이 속한 동부는 몰라도, 서부 3개주를 비롯한 태평양 연안에서는 내가 가장 제일가는 부자이니까.
‘감투를 쓰려면 내 도움이 필수일 테니까.’
생전 처음 먹어 보는 하와이안 피자를 미칠 듯이 극찬하는 것을 봐라.
아무리 맛있다지만, 지금의 극찬은 너무도 과했다.
“아! 전하. 혹시 한 가지 질문을 전하께 올려도 되겠습니까?”
하와이 토호들의 권력욕에 관해 한창 관찰하고 있던 찰나.
원주민 출신인 칼라리우라는 사내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말해 보게. 무엇이 그리 궁금한가?”
“혹시 상용기 개발 사업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나이까?”
상용기는 상업용 비행기를 뜻하는 단어다.
나는 살짝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칼라리우라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 질문을 내게 한 것이지?”
“그게······.”
칼라리우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올봄에 있던 한 사건을 언급했다.
“최근에 황 소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하와이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선, 서태평양을 횡단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언급한 황 소령이란 사내는 한인들이라면 다들 익히 알고 있던 청년이다.
내 추천을 받아서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했던 황기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니까.
‘멕시코 내전에서 패튼과 함께 퍼싱의 부대에서 활약하고, 비행학교의 학장으로 부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하라는 학생관리는 안 하고 비행기를 몰다가 드디어 사고를 냈다.
미 서부 본토에서 하와이섬까지.
그 길고 위험한 비행에 성공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한 줄 추가한 것이었다.
“군용기 다음은 상용기지 않겠습니까? 몇 차례 더 안정적으로 태평양을 횡단한다면 새 항로가 생기는 셈인데······ 그리되면 하와이의 교통편도 개선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칼라리우라의 예상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더욱이 비행기 제조 업체 중에 제일은 리&라이트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세계 제일의 항공기 제조 회사가 바로 우리 리&라이트지.
“소문에, 리&라이트에서 최근 전투기 말고도 상용기를 개발하고 있다던데. 리&라이트의 소유주이신 전하께 이를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나이다.”
여기서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일이 커진다.
하와이 땅을 아직 다 매집하지 못했으니, 당장 하와이의 숨은 가치가 조금씩 드러나면 낭패였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일단 답변을 유보했다.
“내 돌아가서 이에 관해 한번 알아보겠네. 일단 해 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네.”
“예.”
나는 식사 자리에서 나오며 한숨을 쉬었다.
“흠. 섬이라서 무시했는데, 하와이에도 인재가 있구먼.”
“그렇죠. 어딜 가나 빼어난 인물은 존재하니까요.”
“그래. 대지 매입을 좀 더 서두르도록 하게. 조만간 저 친구가 우리 의도를 제 친구들에게 까발릴 수도 있으니까.”
나의 명령에 최현우와 우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총통 각하. 이리 오랫동안 봉천을 비워도 괜찮겠습니까?”
하와이로 향하는 뱃길.
위안커원은 생애 처음으로 이 배편에 올라타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는데.
그의 측근인 이충성이 그런 위안커원을 향해 불안감을 드러내며 몸을 떨었다.
“혹시 모를 변란을 대비하고자 대한의 군대가 봉천에 주둔 중이지 않은가?”
“그래도······.”
불안감을 계속 드러내는 이충성.
그럴 만도 한 게.
만주국은 위안커원을 주축으로 한 봉천 군벌이 세웠으나, 최근 치안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러시아에서 분리된 북쪽 만주 지방.
눈강 평야 인근이 만주국에 반환되며, 해당 지방 마적들과 토호들이 계속 위안커원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위안커원과 힘겨루기를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지 않으면, 이 황태제는 쉬이 내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거야. 그간 우리가 얼마나 무수히 많이 요청했었나?”
위안커원은 이번 방미행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를 계속하여 물리쳤다는 것은 도중에 누군가가 우리의 요청을 인위적으로 가로챘거나······ 이 황태제가 거절했기 때문일 걸세. 전자라면 내가 이번에 직접 감으로써 해결할 수 있고.”
후자라도 위안커원이 하와이에 방문함으로써, 만주국이 얼마나 급한지를 이강에게 어필할 수 있기에.
위안커원은 이번 하와이행이 좋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고 있네, 자네의 마음은. 이리 행동했는데도 거절당할까 봐 조바심을 내는 것이 아닌가?”
“······.”
“하지만······ 이번만은 걱정하지 말게나. 쉬이 거절할 수 없을 걸세. 내 이 황태제가 수락하지 않고서는 못 버틸 제안을 들고 왔으니까.”
위안커원은 한숨을 내쉬며 갑판 위에 펼쳐진 광활한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한숨을 쉬며 자신의 운명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만주국의 총통이 된 순간부터, 본인은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태일세. 여기서 떨어지면, 천 길 낭떠러지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이충성 또한 한숨을 내쉬며 동의했다.
“저 또한 총통 각하께 모든 것을 걸었으니······ 같은 신세입니다.”
위안커원은 피식 웃으며 저 멀리에 보이는 하와이섬을 바라보았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이충성에게 다음 말을 했다.
“그래. 그러니 이번 협상을 잘 끝내서 금의환향이나 하세나.”
* * *
“반갑소이다. 본인은 대한합중국의 황태제 이강이라고 하오.”
“아, 안녕하십니까? 마, 만주국의 총통 위안커원입니다.”
위안커원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강이라는 사내와 가볍게 악수를 했다.
“외국의 지도자와 이리 조선어로 대화를 하게 되다니 놀랍구려.”
만주국은 만주어를 대한합중국은 조선어를 사용한다.
제3국에서 회담하기에, 세계 공용어인 영어나 프랑스어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위안커원은 이번 회담에서 조선어를 사용하는 중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조선인이기도 했고, 어렸을 적 한양에서 거주하며 조선어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에, 영어 대신 조선어를 사용한 것이다.
“건너 건너 다른 이들을 통해, 위안 총통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인물이 훤칠하여 중원 대륙에선 4대 미남 중 하나라고 손꼽힌다던데······.”
잔뜩 긴장한 위안커원과는 달리, 이강은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화에 임했다.
“이리 직접 보니, 소문이 허언은 아니었던 듯하오.”
“저, 전하께서도 마, 마찬가지십니다.”
“그렇소?”
위안커원은 자꾸만 말을 더듬으며 실수를 하고 있었다.
‘젠장.’
어째서일까?
이강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위안커원은 주먹을 꽉 쥐며 정신을 차리고자 노력했다.
“예. 다, 다른 동양인들과는 다르게, 서양인들과 비견될 정도로 키가 크고 덩치가 있으시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리 좋게 봐 주다니. 내 위안 총통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올려야 할 것 같구려.”
“빈말이 아닙니다. 신분과 인종을 떠나서, 서양인들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로 위엄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쿵덕쿵덕-
위안커원의 심장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뛴다.
그래도 이강이 차를 권하며 편하게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계속 배려하자, 위안커원도 조금씩 말 더듬는 실수를 줄이며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하하하. 서로 칭찬한 것은 이만하도록 하고. 먼 길 오셨으니, 일분일초라도 낭비하지 않도록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할까 하는데 말이오.”
이강은 위안커원이 조금 진정한 듯하자, 빠르게 오늘 이곳에 온 이유부터 물었다.
“좋습니다. 그럼 본인의 요구사항부터 먼저 알려 드릴까요?”
“그럼 나야 좋지요.”
“군 운영 자금이 필요합니다.”
“운영 자금? 얼마나 필요하오?”
꿀꺽-
위안커원은 침을 한번 삼킨 다음,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냅다 내질렀다.
“사, 삼천만 달러 정도입니다.”
“······.”
“······.”
조금 과한 것일까?
위안커원의 요구에 이강은 묵묵부답으로 응대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박하 티를 홀짝였다.
“흠. 생각보다 큰 금액이라는 것은, 위안 총통께서도 잘 아시리라 생각하오.”
이강은 살짝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위안커원 역시 이강의 시선을 따라 그 역시 고개를 돌렸는데.
그의 시야 끝에는 이강의 가족들 사진이 걸려 있었다.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먹여 살릴 자식들이 무려 여섯이나 되오.”
“······.”
“내 핏줄만도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오. 혹시 합중국에 속한 왕국이 몇 개나 존재하는지 아시오? 무려 여섯 왕국이오.”
아이도 여섯인데, 왕국도 여섯이라니.
착착 달라붙은 라임에, 위안커원은 자신도 모르고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여섯 왕국에 속한 신민들 수만 해도 천오백만이오. 일부는 제 앞길을 잘 찾아가고 있지만, 다수가 보릿고개만 되면 배를 쫄쫄 굶고 있으니. 눈만 감으면 그들 생각에 잠들 수가 없다오. 더욱이 미국과 일본,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전후 불황에 시달리고 있으니 내 더더욱 앞날만 생각하면 걱정이 되오.”
말이 길어진다.
이런 반응이 나오면 보통은 부정적인 멘트가 뒤에 툭 하고 달라붙어 있다.
“하지만 전하.”
“······.”
이에 위안커원은 이강이 거절하기 전에 그의 말을 자르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전하께서는 세계적인 거부가 아니십니까? 조금 무리일지는 몰라도, 조금만 이웃 신생국의 처지를 생각해 주신다면 가능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이강이 또다시 변명하며 거절 멘트를 읊으려고 하자.
“오늘 이 자리에 빈손으로 오진 않았습니다.”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면?”
찰나의 순간.
이강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위안커원 역시 이를 느꼈기에, 그는 자신감을 담아서 다음 제안을 이강에게 했다.
“본디 돈을 빌릴 때는 담보를 설정하지 않습니까? 우리 만주국 또한 담보를 몇 개 설정할까 하는데······ 이것부터 들어 보시겠습니까?”
< 네가 와라, 하와이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