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7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75화(375/392)
< Q&A (2) >
피식-
나는 헨드릭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곤 고용인이 가져다준 샴페인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무슨 바람이 들었기에, 본인에게 그런 무서운 질문을 하는 것인가? 왜? 자네 측근 중 하나가 가지고 있던 주식들을 모조리 처분하라며 펌프질이라도 하던가?”
“아니. 그, 그런 건 아니고······.”
헨드릭은 꼬리가 말린 대형견처럼 끙끙 대며 뒷말을 삼켰다.
이에 나는 팔짱을 끼며 그를 압박하듯 다시 물었다.
“아니라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질문을 한 것인가?”
“······.”
“속 시원히 말해 보게나. 우리는 친구 사이가 아니던가?”
한참을 침묵하던 헨드릭.
그 또한 나처럼 들고 있던 샴페인을 단번에 비웠다.
그러곤 조심스레,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부끄럽지만, 내 요새 공부를 좀 하고 있다네.”
“공부? 무슨 공부?”
“······.”
“혹, 경제 쪽을 파고 있단 뜻인가?”
“······그, 그렇다네.”
으하하-
나는 배꼽을 잡고 깔깔 웃었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고 공부하는 헨드릭이라니.
여러 콘텐츠를 섭렵하고 빙의까지 한 나였지만, 그 광경만은 도저히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았다.
“놀기 좋아하는 자네가? 그것도 이 늦은 나이에 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고?”
“그, 그래.”
“와! 대단하군.”
엄지를 척 하고 보이며 헨드릭을 한껏 놀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뿐.
나는 다시금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로 헨드릭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자네가 이리 행동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텐데. 그래. 무슨 계기로 안 하던 짓을 하게 된 것인가?”
“그게······.”
헨드릭은 율리우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요즘 들어 도서관에 출입하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경제 분야 쪽을 파고들고 있다는 건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더욱이 최근에······ 우리 네덜란드 왕실의 자산 또한 늘어나지 않았던가?”
그렇지.
나와 일찌감치 동업하며 헨드릭의 개인 자산은 부쩍 늘어났다.
십여 년 전부터는 네덜란드 왕실 내 여유 자금까지 내게 맡기며 ‘로열 더치’의 자산 역시도 급격히 증가하는 중이었다.
“자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으니 별걱정은 없다만, 분기별로 내게 보내 주던 경제 관련 리포트 내용을······ 조금은 해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내 늦은 나이에 펜을 들게 되었다네.”
그렇지.
좋은 자산관리사에게 자신의 자산을 맡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름지기 세계적인 부자라면, 어느 정도 경제 지식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재산은 본디 자신이 지켜야 하니까.
아무리 좋은 자산관리사를 두고 있어도, 먼저 언급했던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은 선택이네. 유럽이, 더 나아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자네 지갑도 쉬이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손뼉을 한번 짝 치며, 헨드릭의 결정을 응원했다.
진정한 친구로서 그의 내적인 성장이 정말로 기뻤기 때문이다.
“아, 맞다! 그래.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가세나. 자네는 무슨 생각으로 내게 질문을 한 것인가?”
10분 전에 헨드릭이 꺼냈던 대화로 다시금 주제를 바꿨다.
이에, 헨드릭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음 말을 내게 던졌다.
“헤이그에서 활동하는 경제학 교수들을 통해 거시경제를 좀 배웠다네. 우리 네덜란드만 해도, 보통은 십 년에 한 번꼴로 불황이 닥치더군. 큰 불황인 공황 같은 경우는 삼십 년에 한 번꼴로 오는 것 같고.”
제대로 배웠네.
경기는 파동과도 같은 그래프를 보인다.
위아래로 출렁거리면서 보통은 우상향하는데, 나는 이를 상기하며 헨드릭의 말을 계속 경청했다.
“내, 세계적인 공황이 언제 발생하였나 살펴보았는데 말이야. 오십 년 전 발생했던 대불황이 끝이더군.”
그렇다.
1873년 세계 곳곳에 강림했던 대불황은 무려 20년 동안 이 지구를 떠돌면서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났기에, 이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은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였다.
헨드릭은 내게 이를 거론하며 만약을 대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를 물었다.
“물론 세계대전 종전 여파로 경기가 평시보다 살짝 침체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불황이라고 언급하기도 뭐하고. 더욱이 1년도 안 되어서 금방 바로 회복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요새는 분위가 반전되어서 주식시장이 말도 못 하게 불타고 있기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헨드릭의 주장을 정리했다.
“그래. 자네 말은 불황이 닥쳐야 할 시기에 경기 침체가 일어나지 않았고, 주식시장이 다시금 뜨겁게 과열되며 급격하게 오르고 있기에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단 거지?”
“······그렇다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는 말이 있다.
소가 뒷걸음을 치다가 쥐를 잡기도 하고.
경제 쪽에 무지한 헨드릭이었지만, 최근 거시경제학을 배우며.
‘다음 불황은 언제쯤 생길까?’ 하는 의문을 머릿속에 품게 된 것 같았다.
나는 헨드릭을 보며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헨드릭도 자신감을 얻었는지, 계속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던가? 네덜란드는 17세기에 튤립 파동을 겪었네.”
그렇네.
튤립 버블은 21세기 IT 버블과 함께 경제학을 배운 이라면 한 번쯤은 공부했을 주제였다.
‘소수의 식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 경제에는 그리 큰 타격을 입히지 않았으나······.’
네덜란드 시민들은 역대급 자산시장 거품 붕괴를 경험해야만 했다.
실물 경계에 큰 타격은 없었지만 당연하게도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는데.
해당 왕국의 수장이었던 빌헬미나와 헨드릭으로서는 걱정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기에, 살짝 이르긴 해도 내게 관련 질문을 하여 대비하고자 함인 듯했다.
“혹여나 그런 일이 또다시 벌어질까 우려되나 보군.”
“그렇네.”
“흠. 가만있자.”
나는 이에 팔짱을 끼며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
실은 진짜로 고민이 되어서 침묵했다.
어디까지 말해 줘야 하나 싶었으니까.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아! 일단은 자네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말해야겠군. 뭐, 자네의 우려는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사항이네.”
“······!”
헨드릭이 눈이 커졌다.
그는 살짝 놀란 얼굴을 하며 내게로 더 다가왔다.
“그래? 언제, 아니, 어떻게 대공황이 발생하게 되는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헨드릭을 바라보았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
“······.”
헨드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쉬이 유추할 수 있었기에.
나는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왜 그리 무책임한 소리를 함부로 내뱉냐고? 그야, 불황을 예측하는 것은 오직 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니까.”
“······.”
“더욱이 일개 한 나라만 생각하지 않고 전 세계로 범위를 확장한다면, 이를 예측하는 건 더 어려워진다네. 진짜로 이를 예측하고자 한다면 수천, 수만의 데이터가 필요할 테야.”
“그, 그런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원론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네. 그래서 나도 이런 이야기밖에 해 줄 수 없네. 공황은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지.”
“······.”
헨드릭은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다음 말을 했다.
“하지만 내 한 가지는 확실히 경고할 수 있다네.”
“경고?”
“그래.”
그리고 잠시 입을 다물자.
헨드릭은 애가 탔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대답을 재촉했다.
“뭔데? 뭐길래 그리 뜸을 들이는가?”
헨드릭은 왜 말해 주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런 헨드릭을 향해 나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건 유출돼서는 안 되는 기밀이거든.”
“······.”
내 말에, 헨드릭은 섭섭함을 느꼈는지 뚱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이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음 말을 늘어놓았다.
“내 자네를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자네의 주둥이는 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말이지.”
“······.”
헨드릭도 궁중 생활을 오랫동안 해 보았기에 잘 알 것이다.
소문은 남에게 이야기를 꺼낸 순간부터 퍼지기 시작한다.
아무리 믿을 만한 측근이라 해도, 완벽하게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
이에 헨드릭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더는 이를 묻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럼 말하지 말게나.”
“어째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은, 내 아랫도리를 간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니까.”
그렇지.
헨드릭은 굉장히 사교적인 사람이다.
자기 관리에 엄격한 빌헬미나 여왕과는 달리 술도 무지막지하게 좋아하고.
‘감정적이기도 해서, 살살 꼬드기면 기밀도 술술 까발릴 촉새지.’
진짜로 숨겨야 하는 정보였다면, 난 헨드릭에게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 신경을 건드리는 무리가 생겨났다.
‘트리니티라고 했나······.’
나의 몰락을 바라는 반대파가 미국 내에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하딩을 압박하여 에드거 후버를 연방수사국 국장으로 올리고자 작당 모의를 했고.
실제로 성공하여서 후버가 연방수사국 국장 자리까지 꿰차게 되었다.
‘슬슬 그놈들의 힘도 빼야 해.’
이를 위해 내 앞에 있는 친구 녀석을 좀 이용할 생각이다.
“아닐세. 자네가 이야기를 퍼트려 봤자 얼마나 퍼트리겠나?”
“그, 그래?”
말이 이용이지, 지금 내가 제시할 전략은 같이 윈윈 하는 전술이다.
그랬기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헨드릭에게도 기밀을 알려 주었다.
“조만간 가까운 미래에······ 열강 중 하나가 다시금 공황에 빠져들 걸세. 해당국의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하고 경제 또한 흔들리겠지.”
“열강 중 하나라······.”
헨드릭은 나의 대답에 잠시 눈알을 굴리며 해당 후보국이 어디일지 유추하기 시작했다.
“혹 영국인가?”
“아닐세.”
“그럼 미국?”
“그곳도 아니네.”
“그럼 어디인가? 거참, 궁금하게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속 시원히 좀 알려 주게나.”
헨드릭의 재촉에 나는 살짝 못 이기는 표정을 지으며 정답을 알려 줬다.
“우리의 이웃.”
“이웃?”
그래.
우리들의 이웃은 조만간 크게 경제가 흔들릴 것이다.
나는 그 정체를 헨드릭에게 알렸다.
* * *
“일본?”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헨드릭이 재차 물었다.
“확실한가? 최근 일본은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며 경기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던데.”
“그렇지. 자네 말대로네. 하지만, 곧 두 번째 공황이 찾아올 걸세.”
전후에 앓았던 불황보다 더 깊고 고통스러운 공황.
나의 비릿한 미소에, 헨드릭은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곁에서 떨어졌다.
“자네, 무섭구만. 이상하게 일본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그런 표정을 짓는단 말이야.”
그러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자네는 그리 확신하는가?”
“글쎄.”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줄였다.
“그건 영업 비밀이네. 다 알려 주는 건 재미없지.”
“에이. 그래도.”
나는 재차 확신만 하며 그 이유까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빙의자로서, 1923년에 간토에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차마 밝힐 수는 없었으니까.
“일본은 우리 합중국의 주적이자 경쟁자네. 그치들이 주저앉아 있어야 우리 대한의 경제가 날아다닐 수 있다는 뜻이네.”
그 대신.
현재 한일 관계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토록 일본의 몰락을 바라는지, 사돈이 될 헨드릭에게 설명한 거다.
“흠. 마치 영국과 프랑스를 보는 것 같군.”
“비슷하네.”
“아무튼 자네가 그리 자신만만한 것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 시간을 들여서 온갖 함정들을 만들어 둔 모양인 듯하니.”
“그럼. 누구 머리에서 나온 전략인데······.”
헨드릭은 방금 내게서 들은 말을 제 측근에게 유출할 거다.
그의 측근은 또 다른 지인에게로 전달할 테고.
결국 일본 고위 관계자나 트리니티 회원들에게까지 이 소식이 전해지겠지.
‘그럼 내가 대규모 공매도를 기획하고 있다 생각할 거다.’
공매도 전략 같은 투기 전략을 짤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뭘까?
당연하게도 포지션을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투기 세력이 반대편에 서서 ‘숏스퀴즈’ 전략 같은 카운터 전략을 구사한다면, 크게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로스차일드 가문이 어째서 미국에서 철수했던가?’
반독점법 통과 이후, 스탠다드-오일 사에 대규모 공매도를 걸어서 그렇지 않던가?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법이 통과된 이후로 주가가 크게 올라서 손실을 보게 된 탓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기업 분할로 인한 수익성 증가라는 펀더멘탈적인 요소도 존재했지만, 록펠러 가문과 내가 숏스퀴즈 전략을 구사하여 로스차일드 가문이 더 큰 손해를 입게 되었기도 했다.
‘나의 몰락을 바라는 자들이라면······.’
이 떡밥을 놓치지 않을 터.
대지진은 1923년 12월에 일어날 것이기에, 조금씩 정보를 흘리며 떡밥을 푼다면.
수많은 적이 이 그물 안에 걸릴 것이 분명했다.
나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가까운 미래를 한번 상상해 보았다.
“리.”
“응?”
“혹, 나 또한 끼워 줄 수 있는가?”
한창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헨드릭이 나를 현실로 소환했다.
그는 내 옆구리를 치며 살살 꼬드기기 시작했다.
“아직은 모르지만, 높은 확률로 우리 둘은 사돈이 될 거네. 내 아주 떠들썩하게 국혼을 치르려 하는데······.”
뭐야.
그래서 결론이, 같이 한탕 당겨 보자는 거였어?
나는 피식 웃으며 헨드릭을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돈이 좀 필요한데 말이야. 어때? 자네에게도 도움이 될 텐데. 자본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던가?”
뭐, 나야.
나쁘지는 않지.
헨드릭의 돈도 돈이지만, 그를 통한다면 내 적들에게 내가 계획했던 정보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흘릴 수 있을 테니까.
“고려는 해 보겠네.”
“고려는 무슨.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바로 승낙해야지!”
투덕투덕-
그렇게 나는 헨드릭과 한참 동안 입씨름을 했다.
“그보다······ 이번에는 언제쯤 미국으로 돌아갈 텐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여기에 있으려고 하는데.”
“연말? 바로 안 가고?”
“그래.”
11월은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있거든.
일찍 돌아갔다가는 도와달라고 칭얼댈 테고.
그 이후에는 대패했다고 또 하소연을 한참 해 댈 거다.
징징이들에게 둘러싸일 바에는 한가롭게 유럽을 순방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내는 것이 나아 보였다.
‘1923년 하반기부터는 조금 바빠질 테니까.’
이리 한가로울 때,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좀 쌓아 두어야 하지 않겠나?
“그럼. 한동안 헤이그에 머물며 우리 가족과 함께 지내게나.”
“오! 그럼 나야 좋지.”
그렇게.
나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 * *
헤이그에서 석 달 정도 머무르며 헨드릭과 여러 사업 이야기를 했다.
아주 당연하게도 해당 정보는 발설하는 족족, 내가 원하는 이들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모두 오랜만일세.”
해당 사항들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는 다른 업무 또한 함께 보고 있었다.
일국의 황태제로서, 그에 맞는 업무도 봐야 했으니까.
“베오그라드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기에 살짝 걱정했는데 말이야. 오늘 헤이그에서 자네들의 얼굴을 보니, 모두 기우였던 것 같군.”
지금 내 앞에는 우리 대한합중국 출신 기자들로 가득했다.
아나스타샤의 국혼을 취재하러 온 이들이 다수였다.
나는 그들에게 체류비를 조금 더 지원해 주면서 유럽 각국의 현재 상황을 관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다들 표정들이 첫 만남 때보다는 한결 좋아진 것 같으이. 그래. 유럽 대륙을 탐사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는가?”
곧 귀국할 기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내 질문에 화답했다.
“예. 전하.”
“전하의 배려 덕분에 이 세상이 얼마나 크고 복잡한 곳인지 알게 되었나이다.”
모레면 돌아갈 이들.
기자들이 내가 기거하는 숙소로 찾아온 까닭은, 한 가지 계획했던 일은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전하. 그럼, 시작하겠나이다.”
“그래.”
“오늘 저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연말·연초를 기념하여 전하께 신민들의 궁금증을 전달한 후 이를 취재하기 위함입니다. 부디, 신민들의 궁금증에 솔직하게 답변해 주시지요.”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이는 이석희라는 대한매일신보 기자였다.
그의 손짓에 여러 고용인이 커다란 상자들을 들고 왔다.
합중국에서 온 편지들로, 그 안에는 내게 궁금해하는 각종 질문이 산더미처럼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편지들 가운데서 몇 개를 뽑아 내가 읽으면 된다는 건가?”
“예.”
나는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기거하는 중이다.
합중국에 사는 신민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나와 현 내각의 궁내부는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이번 일을 기획했다.
“흠. 대망의 첫 질문은 뭐려나?”
나는 손을 싹싹 비빈 후에 커대란 상자들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곧 편지지 하나를 꺼낸 뒤에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본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었으며······.”
< Q&A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