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7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77화(377/392)
< Q&A (4) >
“전기자동차는 우리네 주변에서 쉬이 볼 수 있는, 내연기관으로 가는 자동차보다도 더 빨리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네. 흠. 가만있자.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오 년인가 십 년 전에 개발되었던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알고 있던 정보를 술술 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내연기관보다는 더 빨리 개발되었다고 알고 있네. 흠. 자네들. 이따가 한번 내 말을 검증해 보게. 살짝 아리송해서 교차 검증이 필요한 답변인 것 같네.”
검증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확신했기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갔다.
“아무튼.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일찍 개발되었지만, 여러 문제점 때문에 실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네. 배터리 문제부터 차량의 안정성, 더불어 전기를 충전하는 것까지. 손봐야 할 곳이 한둘이 아니라서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려 버린 거지.”
나는 손가락을 치며 연희대학교 학생이 질문하지 않은 이야기까지 답변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전기차가 이 세상에 나오리라 생각하네. 기술 개발이 꾸준히 행해져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내연기관이 독차지하고 있는 현 시장을 흔들 수 있을 테니까.”
“전하!”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듣던 한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자네.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가?”
“예. 조금 전 답변에 관해 조금 더 알고 싶나이다. 전하께서는 정녕 미래에는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리라 생각하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
“그럼. 세상일은 모르는 걸세. 여기 아까도 비슷한 질문들이 수두룩하지 않았나? 미국에서는 라디오라는 신기한 기물이 존재하네. 우리 합중국 신민은 어디서 이 소문을 입수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에 관해 질문하지 않았나?”
“······.”
“더하여 목소리뿐만 아니라 사람의 모습까지도 보여 주는 전자기기가 나올 수도 있냐고 내게 물었지 아마?”
대한합중국 신민들의 창의력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회상하며,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아! 또 다른 질문 역시 기억나는군. 출퇴근할 때 걷지 않고 날아서 이동할 수 있는지 물었던가?”
나는 기자들에게 상상력을 키우라고 말해 주며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겼다.
“지금은 힘들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네. 그저 안 된다고 단정 짓지 말게나.”
“소인들은 전부 허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맞습니다. 하나도 연상되지 않는 말들이었는데, 전하께서는 참으로 상상력이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맞사옵니다. 과학상식 또한 박식한 것 같아서 참으로 놀랍나이다.”
“예끼!”
나는 살짝 성을 내며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내 이래 봬도 자동차를 만드는 힐 모터스와 비행기를 제조하는 리&라이트 사의 최대 주주네.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이 회사에 거액을 투자했겠나?”
“아······.”
“그, 그러셨지요.”
나는 황족이지만 동시에 기업인이다.
많은 미국인은 이를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대한합중국의 신민들은.
특히나 기자들은 전자만을 생각할 뿐이지, 후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내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다음 질문지를 뽑아 들었다.
* * *
“원산에 사는 서른두 살의 청년, 박 서생의 사연입니다. 이를 보낸 청년은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털이 조금씩 빠지고 있답니다. 자꾸 빠져서 얼핏 보면 스님인 줄 아는 이도 있다던데······.”
목이 말라서 물을 먹고 있었다.
그 사이.
기자들이 질문지 하나를 뽑아서 나 대신 읽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입에서 먹고 있던 물이 뿜어질 뻔하여서 잠시 놀란 가슴을 쓸어 담았다.
“전하께서는 노서아 황제의 병을 치료해 주기 위해 제약회사를 차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인의 것은 노서아의 황제가 앓는 것처럼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 같아 도움을 청하고자 이리 사연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를 읽던 한 기자가 질문지를 내려놓으며 다음 질문을 내게 던졌다.
“전하.”
“듣고 있네.”
“혹, 전하께서는 탈모를 치료할 치료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아신다면 전하의 제약회사에서는 탈모와 관련된 신약을 언제쯤 시장에 출시하실 생각이십니까?”
단발령이 진즉 공포되었지만.
아직 많은 조선인이 상투를 틀고 있다.
그렇기에.
원 역사보다는 탈모에 관해 덜 신경 쓰리라 생각했는데.
근대인이나 현대인이나 다들 하는 고민은 똑같은 것 같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기자에게 답했다.
“치료법은 아직 모르네. 예방법 또한 아직은 딱히 개발되지 않았고.”
“아······.”
기자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저 기자도 꽤 어려 보이는데.
벌써 이마가 벗겨지기 시작했구나.
나는 잠깐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은 후에 다음 질문지를 뽑았다.
“흠.”
드디어 개인적인 질문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마냥 반갑지는 않았다.
방금 내가 뽑은 질문 뒤에는 숨은 노림수도 존재했으니까.
‘호기심을 빙자한, 고도의 자기 잇속 차리기 질문이로군.’
개성상사에서 술 유통을 담당하는, 나성환이라는 자가 보낸 질문.
평소 내가 무슨 술을 즐기냐는 아주 평범한 질문에,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머릿속으로 한참 계산해 보았다.
“좋아하는 술이라······.”
아무런 생각 없이 관련 질문 글을 읽었다면, 이게 뭐 자기 잇속 챙기기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질문하는 대상은 개성상사 직원이다.
‘합중국에서 가장 계산적인 족속들.’
선입견을 품으면 안 되지만, 개성 출신 기업인들은 이미 합중국 내에서 약아 빠지기로 소문이 났다.
그렇기에 나는 잠시 무슨 대답을 할까 고민하며 질문지를 만지작거렸다.
‘분명, 내가 뭘 좋아한다고 밝힌다면 마케팅에 써먹을 텐데.’
물론 아무 의도 없이, 순전히 내 개인 취향이 궁금해서 이를 물을 수도 있지만.
유능한 인물이라면.
더욱이 개성 출신 상인이라면, 혹여나 자신의 질문이 뽑혔을 때 미칠 파장 정도는 생각해 두었을 터.
“뭐, 가리지 않고 먹는다네. 소주도 좋고 탁주도 맛있다고 생각하네.”
일단은 모범 답안부터 내뱉었다.
그 후.
“범위를 조금 넓혀 외국 술까지 확장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조니워커를 꼽고 싶네.”
“조, 조니워커요?”
“그렇다네. 블렌딩된 스카치위스키로 향이 아주 좋지. 아! 최근 재럴딘 사에서 출시한 양주들 또한 기가 막힌다네. 루이스와 존 그리고 퍼시 모두 후회하지 않을 맛이지. 언제 한번 자네들도 시음해 보게나.”
내가 거론한 술은 무조건 합중국 내에서 흥하게 되어 있다.
대한에서 나의 인기는 21세기 S급 한류스타보다도 더한 상황이니까.
황태제께서 즐기시는 고급 술 이미지가 이 뒤에 따라붙을 것이 분명했기에.
기왕이면 내가 지분을 투자한 위스키 회사를 언급했다.
조니워커는 내가 20%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주류회사 재럴딘은 십여 년 전에 내가 미 서부에 세운 주류회사였다.
‘애초에 재럴딘이라는 회사명 자체가 내 아내인 에델의 미들네임을 따서 만든 것이니까.’
그 회사에서 출시한 루이스, 존, 퍼시만 해도 각각 에델의 오빠들 이름을 따서 만든 위스키와 럼, 코냑이었다.
어차피 주류회사 중 한 곳은 나 때문에 이득을 볼 상황이다.
이왕이면 그 후광 효과가 내가 투자한 쪽으로 오는 것이 옳았기에, 나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기자들에게도 관련 주류들을 선물하겠다고 제안했다.
“의주에 사는 50대 아낙의 사연입니다. 술만 먹으면 남편이 개가 되어 자신을 때린다고 합니다.”
조금 전 답했던 질문과 살짝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이를 막기 위해 나라에서 금주령을 내려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며 질문을 마무리하였나이다.”
질문을 가장한 청원.
이런 청원은 대한합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금주령이라······.’
그러고 보니 미국 민주당이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중간선거에서 치르는 중이던데.
하딩은 과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거부권을 행사할까?
잠시 딴생각을 하였다가 이내 현실로 돌아오며 질문에 답변해 주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곧 범죄네. 여태껏 우리네 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해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범죄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나의 답변에 기자들은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조만간 연방의원들이 금주법과 관련된 법안을 입법할 것이란 의미십니까?”
“글쎄.”
나는 살짝 부정적인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연방의원들의 소관이니 내가 뭐라고 조언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하네만.”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해 주실 수는 있지 않습니까?”
나는 잠시 고심하는 표정을 짓다가 금주법에 관한 내 생각을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가정 내 폭력을 혐오하네. 반려자는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지, 수틀리면 화풀이할 동네북이 아니니까. 본인이 유권자라면 연방의원들에게 이를 처벌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일세. 하지만······.”
“하지만?”
“금주법은 다르지. 술은 우리네 인간들의 삶과 함께해왔네. 단순히, 유통을 금지한다고 해서 진짜로 이것이 금해질까? 본인은 아니라고 보네.”
“오히려 음지로 파고들어서, 더더욱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입니까?”
“그래.”
나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범죄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네. 조선 역사에서도, 나아가 전조 때에도 비슷한 시행령을 내렸지만, 별 효과가 없지 않았나? 본인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고 예상하네.”
오랜만에 말을 많이 했더니 목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나는 살짝 힘에 겨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 질문지를 뽑으라고 지시했다.
“충주에 살다가 수원 화성으로 이주한 서른 살의 백모 씨의 질문입니다. 전하께서는 언제쯤 고국으로 돌아오시냐고 묻는군요.”
“이와 관련된 질문이 꽤 많나 보이.”
앞서 딱히 언급하지 않아서 그렇지, 열 개 중 다섯 개가 이와 관련된 질문지였다.
“흠. 내 전에도 한 번 밝혔지만······.”
나는 살짝 지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합중국이 본인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면, 그 즉시 고국으로 돌아갈 걸세. 그전까지는 미국과 유럽을 돌아다니며 삼남의 해방을 외교적인 루트로 진행하고 싶네.”
이미 내 의견을 많이 표명한 질문이다.
그렇기에 이와 관련된 질문은 이번 답변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일부는 끝까지 이 질문에 집착하며 추가 질문을 내게 던졌다.
“전하.”
“말하게.”
“전하께서는 일본에 넘어간 삼남을 다시금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아직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물론일세. 우리의 국력이 강해지고, 반대로 일본의 경제가 정체된다면야······ 전쟁 없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를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나는 씩 웃으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기다려 보게. 조만간 좋은 소식이 그대들의 앞으로 찾아갈 것이네.”
* * *
궁내부와 함께 처음으로 마련해 보았던 Q&A 시간.
‘거의 끝나가는군.’
다른 왕실에서 이런 행사를 벌였는지는 따로 조사하지 않아서 모르겠다만.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를 잘 치러 냈다고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중이다.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국민과 나의 심리적 거리감이 살짝은 줄어들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내 하나만 더 답변하고 이번 행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네.”
나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상자에서 쪽지 하나를 끄집어낸 후 궁내부 차관에게 이를 건넸다.
이에 윤홍섭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뽑은 쪽지와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기 시작했다.
“뭔데? 무슨 질문을 뽑았길래, 그리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가?”
“그게······ 첫 번째 질문과 비슷한 쪽지가 뽑힌 것 같아서 그렇사옵니다.”
또 행운의 편지야?
나는 살짝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윤홍섭이 들고 있는 편지를 건네받았다.
그 후 안에 적힌 내용을 빠르게 속독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안에는 첫 번째로 보았던, 행운의 편지와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합중국에 사는 익명의 사내에게서 받은 질문일세. 아무개는 내게 혹시 미래를 알고 있냐고 물었네.”
“예?”
“그 무슨······.”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기자들.
하지만 이내 다들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이고. 전하께서 보여 주신 업적이 너무나도 입지전적 하셔서, 우리 합중국의 신민이 이러한 질문을 한 것 같나이다.”
“그런가?”
박장대소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나는 옅은 미소만 보이며 대수롭지 않은 듯 다음 말을 내뱉었다.
“아무튼 이자는 나를 선지자나 예언가로 생각하고 있나 보군.”
“그렇겠지요. 사실 적잖은 신민들이 전하를 그리 추종하고 있나이다.”
안다.
합중국 내, 나와 관련된 종교만 해도 몇 개나 되는가?
나는 장난기 섞인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었다.
“흠. 마지막으로 답변을 해야 할 차례인가? 그래. 합중국에 사는 아무개에게 전하고 싶군. 미안하지만 나는 선지자나 예언가가 아니네. 하지만 자네가 반쯤은 맞춘 것 같네. 나는 평범한 인물이 아닐세. 백여 년이나 지난 미래에서 왔다네.”
마지막은 질문도 그리고 답변도 황당하기에 그지없었다.
더불어 웃으면서 대답해서일까?
기자들은 내가 농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를 수첩에 적지는 않고 같이 낄낄 웃어 댔다.
“전하께서 백여 년 후 미래에서 오셨다면, 진즉 삼남을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시켰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예.”
“전하. 참으로 농담도 잘하십니다.”
나는 자리에서 바로 일어서며 기자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럼. 할 말은 다 한 것 같고. 이번 행사를 슬슬 종료해 보도록 하겠네.”
< Q&A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