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7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79화(379/392)
< 상수와 변수 (2) >
“어서 오십시오. 이 황태제님.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마지막으로 본 지, 한 일 년 정도 되었나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서부로 돌아가기 전.
현 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와 마지막으로 대담을 나누게 되었다.
“시끄러운 미국을 떠나, 한동안 유럽에 계셨다고요?”
“맞소이다.”
“역시 마음 편한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일이로군요. 이전보다 안색이 많이 밝아지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예.”
“이상하군요. 나야 늘 건강했는데 말입니다. 아! 그보다 우리 부통령님께서는 부재중이신 대통령님의 몫까지 일하느라, 고생을 좀 하신 모양입니다.”
나는 후버와 악수한 후, 다크써클이 광대까지 늘어진 후버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안색이 이전보다 별로십니다.”
“하하, 그래 보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하딩은 현재 백악관에 없다.
떨어진 인기를 어떻게든 끌어 올리려고, 합중국 전국 방방곡곡을 순방하며 지지자들을 일일이 대면하는 중이니까.
대선이 아직 일 년이나 남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재차 선정되는 것조차 살짝 버거웠기에, 진즉부터 유사 대선 유세 행위를 시작한 것이었다.
“뭐, 부통령에 취임한 이후부터 늘 그래 왔기에······ 이제는 꽤 익숙해졌습니다.”
후버는 워싱턴에 남아 하딩 몫까지 정무를 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작금의 불합리한 상황은, 임기 초반부터 쭉 이어져 왔을 테니까.’
하딩만큼 팽팽 노는 놈팡이 같은 대통령은 없을 테다.
내가 막판에 각 파벌 수장들을 불러 모으며 그를 추천하긴 했지만.
하딩은 사실 쓰레기였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제 친구들과 부어라 마셔라 하며 업무시간 중에서 술을 끼고 포커를 치던 미친놈이 바로 하딩이었으니까.
더욱이 겉으로는 애처가인 척 자신을 포장하며 여심을 공략했지만, 뒤에서는 정부까지 끼고돌던 놈이기도 했기에.
앞과 뒤가 다른 놈이다.
그래서 그놈의 얼굴만 떠올리면 속에서 신물이 올라온다.
나는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은 후, 후버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적어도 나는 다 안다는 무언의 제스처를 후버에게 날렸다.
이후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나저나 우리 둘이 만났다는 것을······ 곧 대통령 또한 알게 될 텐데 말입니다.”
나는 주변을 힐끗거린 후 후버와 시선을 교환했다.
“내, 부통령께서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취해서 거절하지 않았다면 이리 달려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흠······.”
“하하. 안 그래도 대통령님께서 요즘 들어 저를 부쩍 경계하시는데, 이번 만남으로 더더욱 그럴까 봐 걱정이라도 되십니까?”
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후버가 피식 웃었다.
그는 잠시 나와 말없이 시선을 교환하다가 안주머니에 보관된 한 서신을 내게 넘겼다.
“이게 뭡니까?”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후버가 건넨 서찰을 뜯지 않고 받기만 했다.
“워싱턴을 떠나기 전 대통령님께서 이 황태제님께, 이 서신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요?”
나의 일정은 여느 일반인과 다르게 석 달 전부터 기획된다.
워싱턴으로 돌아갈 것을 진즉 천명한 상황이었기에, 하딩 역시도 자신이 자리를 비운다면 내가 후버와 만나리라 예상한 듯 보였다.
‘측근이 조언해 준 것인가?’
아니면, 제 스스로 생각한 걸까?
뭐 어찌 되었든.
하딩은 어쩌면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후버에게 자신이 직접 쓴 친필 서신을 맡겼다.
아마도 후버를 살짝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어떻게 반응하나 지켜보는 것일 수도 있고.
“이게, 하딩의 전언이란 말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나는 서찰을 찬찬히 훑어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 후 봉인된 씰을 제거한 후, 그 안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흠.’
편지 안에는, 예상치 못한 제안들이 가득했다.
‘연방 정부의 예산을 서부 개발 사업에 전폭적으로 투입하겠다?’
하딩이 남긴 편지에는 나에게 이득이 되는 달콤한 제안들이 한가득 존재했다.
우리 둘의 관계가 살짝 틀어지긴 했으나, 아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척을 진 상태는 아니었으니까.
비록 또 다른 후버인 에드거 후버를 연방수사국 국장에 임명하며 뒤에서는 나를 공격할 채찍을 준비 중이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든 것은 아니었다.
‘나는 미국 현직 대통령들도 쉬이 건드리지 못하는 거물이니까.’
나만큼 정치 자금을 많이 대는 인물은 없으니까.
내 파벌은 아니지만.
연방의회 의원 중에 내 기부금을 받지 않은 사람은 극소수에 그칠 정도였기에.
하딩은 꽤 신중하게 나를 간 보는 것 같았다.
‘빠져나올 수 없는 트집을 잡기 전까지는 나와 협업을 하며, 자신의 재집권 시도에 내가 이바지하도록 유도하려는 모양이로군.’
그러니까 이리 서부 개발 사업 같은 당근들을 내게 제시하며, 살짝은 미묘해진 우리 관계를 복원하려는 척 애쓰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리 추측했다.
“서부 개발이라······.”
주변에 보는 시선들이 한가득 존재했지만, 이미 우리가 나눈 대화가 실시간으로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하딩의 친필 서신을 후버에게 보여 주었다.
“기존 샌프란시스코나 새크라멘토가 아닌 제3, 제4의 도시를 대통령님께서 육성하실 모양입니다.”
후버는 잠시 편지를 속독한 후, 내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천사들의 도시(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가 유력한 제3, 제4의 후보지가 될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씰로 봉인되어 있었기에, 후버 역시 그 안의 내용을 상세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나의 파벌 중 하나로서, 평소 서부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였기에.
뛰어난 두뇌로 하딩의 계획을 빠르게 유추했다.
“아! 맞다. 지난번에 대통령님께서 주최하신 회의에 뒤늦게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때 영화 산업 육성에 관해서도 한 차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요?”
“예. 사실 LA는 영화 산업을 육성하기에 좋은 도시가 아닙니까?”
맞다.
전통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수자원이 필요하지만,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사시사철 날씨가 화창하고 선선했기에, 날씨와 상관없이 밖에서 촬영해야 했던 영화 산업이 발달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환경이었다.
“더불어 LA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몇 안 되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까?”
“그렇죠.”
후자의 이유로, LA는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었다.
지금도 툭하면 지진이 일어나는 샌프란시스코나 새크라멘토를 떠나, 이 지역 부유층들이 살기 좋은 LA로 터전을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방 정부의 예산을 이리 대통령의 의지 하나만으로 사용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더욱이 여소야대의 상황이 아닙니까?”
“아아!”
후버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한번 짝 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대통령님께서 최근 제게 몇 가지를 질문하셨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올림픽 대회였는데 말입니다.”
“아!”
어째서.
로키산맥 넘어, 그 먼 서부까지 꾸역꾸역 가나 했는데.
이 소식을 현장에서 발표하기 위함이었구나.
‘하긴. 원 역사에서도 1932년에 LA에서 올림픽이 열리긴 했다.’
미국은 전통적인 스포츠 강국이다.
제2회 파리 올림픽과 제4회 런던 올림픽을 제외하면, 종합 우승을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던 국가였는데.
미국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2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같은 대회를 치르지 않았다.
‘이를 활용할 생각이었구나.’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훌륭했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큰 국제대회 유치만큼 좋은 이벤트는 없으니까.
더욱이 원 역사대로 서부에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다면, 그 수혜는 LA와 캘리포니아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내게로 돌아간다.
올림픽을 핑계로 각종 고속도로와 수도, 전기 시설 등이 구축되고, 문화 시설까지 들어서기 시작하면.
내가 가진 토지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오를 테니까.
‘우리 대통령님께서도 드디어 이를 가시기 시작하셨군.’
본래 죽을 것 같으면 살려고 버둥거리는 것이 인간이다.
앞으로 4년 간 대통령을 더 해 먹으려면 뭐라도 할 터.
‘진짜로 죽기 직전에야, 정신을 차렸다는 것이 문제지만.’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하딩의 친서를 만지작거리며 한동안 말을 아꼈다.
* * *
똑딱똑딱-
시간은 흘러갔다.
“······.”
“······.”
한 사람의 죽음을 간절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서운 일이기도 했지만.
대업을 위해서는 이번 사건이 반드시 터져야 했기에, 나는 살짝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며 하딩이 중서부 유세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를 주목했다.
‘더위가 한창이네.’
그렇게 7월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8월이 되었다.
하딩은 캐나다를 방문한 후 미국이 러시아 제국에게 사들인 알래스카까지 들리면서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이삭줍기까지 하고 있었다.
“하딩이······ 독감에 걸렸다고?”
“예.”
8월 말쯤 되었을 때, 내게 속보가 전해졌다.
이에 나는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미국 역사에 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하딩이 정확히 어떻게 죽었는지는 몰랐는데 말이다.
‘병사하는 원인이 여름 독감이었구나.’
여름 독감은 개도 안 걸린다던데.
나는 눈을 질끔 감으며 부디 그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도했다.
‘응?’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이틀이 흘렀다.
그리고 일주일이란 시간이 더 흘렀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하딩의 부고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전하.”
“그래. 무슨 속보라도 들고 왔는가?”
“하딩이 곧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하딩이 병에 걸렸다는 정보를 입수한 지도 벌써 일주일.
나는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최현우에게 하딩의 상태를 물었다.
“하딩의 안색은 좀 어떻다고 하던가? 고뿔에 걸려서, 기존에 계획되었던 일정들을 꽤 많이 건너뛰었다던데.”
“다행히도 하늘이 도우신 모양인지, 앓고 있던 병을 훌훌 털어 내고 쾌차하셨다 합니다.”
“······.”
최현우는 내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알려 왔다.
나 때문에 역사가 좀 달라진 탓인지, 하딩은 다시금 멀쩡해졌다고 한다.
“전하,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닐세. 잠깐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랬다네.”
이제라도 합중국에 있는 김구를 불러야 하나.
아니다.
하딩은 부패한 정치인이지만 죽을 만큼 잘못을 한 인물은 아니다.
‘내 목적이 아무리 대한의 발전이라고 하더라도, 무고한 이를 직접적으로 죽일 수는 없어.’
나는 속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최현우에게 명했다.
“아! 최 비서실장은 앞으로 있을 하딩과 만남을 준비하게나.”
“예. 알겠나이다.”
정신 차리자.
혹시 몰라서 제2, 제3의 계획 또한 세우지 않았던가?
나는 새하얘진 나의 머리를 다잡으며 다시금 주먹을 꽉 쥐었다.
하딩이 죽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다음 나의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
나는 잠시 멈췄던 머리를 다시금 굴리기 시작했다.
* * *
“이제야 만나게 되는군요.”
하딩이 내 앞에 있다.
전국 순회를 하며 살이 좀 많이 빠진 모양이었지만.
최현우의 보고대로 그는 굉장히 건강해 보였다.
“이 황태제 전하. 유럽은 좀 어떠셨소이까?”
“뭐. 좋았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하딩과 스몰토크를 이어 갔다.
“이번 결혼식으로 본인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숙제가 대부분은 내려진 것 같았으니까요.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나는 눈을 작게 뜨며 하딩에게 속삭였다.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제안은 잘 읽어 보았습니다. LA 개발이라니······ 참으로 매력적인 제안이었습니다.”
하딩은 비릿한 표정을 짓고는, ‘네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일을 완수하려면, 제가 다시 한번 대통령 자리에 올라서 앞으로 4년간 백악관에 더 머물러야 합니다.”
“······.”
“부디, 그때도 이 황태제님께서 제 곁에 머물러 주셨으면 합니다만.”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딩 역시 이를 예상했기에 나를 닦달하지 않고 유세 장소로 다시금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딩! 하딩!”
하딩의 지지자들이 그를 반긴다.
하딩은 서부에 있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 순간을 즐겼다.
“부패한 정치인은 하늘의 심판을 받아라!”
지지자들 사이로.
한 남자가 유세장에 뛰어들며, 하딩 쪽으로 총을 겨누었다.
탕!
그리고 단발의 총성이 유세장을 흔들었다.
< 상수와 변수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