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8화(38/392)
< 호랑이 등에 날개 달기 (2) >
조선 속담에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라는 말이 있다던데.
지금 내 앞에 놓인 상황을 딱 맞게 빗대는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이 왕자님. 오빌 라이트라 합니다.”
“그쪽은?”
“아, 여기는 제 형인 윌버 라이트입니다. 형님, 형님께서도 한마디 하시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왕자님.”
아니, 라이트 형제가 왜 날 찾아와.
갑자기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유명인을 이렇게 직접 만나니, 나 또한 기쁘네.”
“저, 저희를 아십니까?”
암, 당연히 잘 알지.
당신들이 누구인데······.
그 유명한 라이트 형제잖아.
“혹시 저희가 이곳에 왜 방문했는지도 알고 계십니까?”
“그 비행기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이겠군.”
“예. 그렇습니다.”
두 형제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사실 저희 또한 이 왕자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를?”
“예. 이 왕자님은 굉장히 진취적이신 분이 아닙니까?”
내가?
소문이 그렇게 퍼지고 있다고?
“적어도 세간에는 그리 알려져 있습니다. 왕자님께선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시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감명받았습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대단한 도전이었습니다.”
“도전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 성공입니다. 왕자님께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셨으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하하. 자네들만 하겠나? 그 누가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 생각했던가?”
“그리 좋게 봐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두 형제 중 형이었던 윌버는 살짝 긴장이 풀렸는지, 초반보다 얼굴색이 한결 좋아졌다.
그에 반해 동생 오빌은 아직 얼굴이 굳어 있었다.
“요즘에는 갓 태동한 회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신다 들었는데 말입니다. 저희 회사도 한번 투자해 보심이 어떠하십니까?”
“와, 왕자님, 이것들을 한번 읽어 보시지요.”
오빌이 제 가방을 뒤적였다.
그러곤 이내 서류 다발을 내게 건넸다.
『라이트 형제, 하늘을 날다.』
종이 더미 안에는 그들의 비행 성공을 다룬 기사들도 정리되어 있었다.
간략하게 그들이 만든 비행기에 관한 정보도 요약되어 있고.
“여기 기사에 적혀 있는 기종은 플라이어1이로군. 그런데 말이야. 내게 건넨 서류에 있는 것은 플라이어3이라 적혀 있군.”
나는 서류를 아주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잘못 기재된 단어 하나가 소송까지 비화하는 사건을 꽤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윌버가 활짝 웃으며 내 질문에 답을 했다.
“그동안 저희도 가만히 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성능을 더더욱 개선했지요.”
“맞습니다. 비행 시간을 무려 두 배나 늘려 30분간 창공을 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제법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 가지 우려를 표했다.
“새로운 모델의 안정성은 얼마나 되는가? 자칫 잘못하면,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텐데.”
비행기에서 추락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산다고 해도 이 시대 열악한 의료환경을 고려하면 반신불수가 된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이를 고려하여 비행기 기체 구조를 좀 더 안전하게 바꾸어 보았습니다.”
나는 팔짱을 끼며 소파에 등을 댔다.
살짝 거만한 자세였다.
하지만 현재 칼을 쥔 사람은 나였기에, 문제 될 건 없었다.
‘이들을 만나 기쁘긴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라이트 형제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원래 이 세계 구조가 그렇치 않던가?
절실한 사람이 ‘을’이고 덜 절실한 이가 ‘갑’이다.
친구 사이 우정도.
연인 간의 사랑도.
투자자와 발명가의 협상도.
전부.
“내 한 가지 그대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이 왕자님.”
지금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듯, 나는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들을 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이 만들었다는 플라이어3 비행기 말이야.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그런 것을 만든 건가?”
“······.”
“······.”
라이트 형제는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했다.
단지 하늘을 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비행기를 만든 후, 여러 대중에게 다 말하고 다녔을 터.
‘비행기가 만들어진 지 오 년은 더 된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데도 그들은 투자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워싱턴에 자리하고 있는 스미스소니언 협회가 모종의 사건 때문에 사사건건 라이트 형제를 방해하고 있다지만.
‘그렇게 좋은 물건이라면 불티나게 팔려야지. 내가 투자할 기회가 없을 정도로 말이야.’
윌버가 급히 사용처를 대기 시작했다.
“저, 저희는 일단 이 모델을 군에 납품하려고 합니다.”
“계약은 되어 있는가?”
“조건부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무슨 조건?”
“비행이 성공하면 미군 측에 이를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흠. 이상하군.”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두 형제에게 물었다.
“그럼 여기 기사들은 무엇이지? 하나같이 자네들의 비행 성공 소식을 보도하고 있지 않나? 이 기사들, 조작된 것인가?”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
“······.”
“아아, 미군이 계약을 불이행하고 있단 뜻인가?”
“예. 그렇습니다.”
나는 팔짱을 끼며 혀를 차기 시작했다.
“그럼, 공장을 만들어도 이 비행기를 팔 경로가 현재는 없다는 소리군.”
“아, 아닙니다. 사실 저희는 꽤 많은 투자 제안을 타국에서 받고 있습니다.”
“형님 말대로입니다. 가깝게는 프랑스가 있으며 오스만 제국이나 일본 역시도 이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에 말에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해외에 공장을 세운다는 전제 아래 아닌가?”
“마, 맞습니다.”
“그리된다면 중요 기술이 유출될 것일세. 그건 자네들도 잘 알고 있을 터.”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 일을 추진한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것입니다.”
“글쎄. 믿을 만한 사람이 오히려 뒤통수를 치는 법이네. 사업이라는 것은 항상 그런 식이니까.”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예상대로, 라이트 형제는 발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지만.
나머지는 꽝이었다.
‘셀링포인트를 못 잡고 있군.’
영업력의 부재.
마케팅 전략 전무.
언론 홍보 능력 부족.
거기에 나중에는 뒤통수까지 맞는다.
보안 능력도 영 꽝이라는 말.
총체적 난국이다.
‘제품이 좋으면 뭐 해. 본래 상품은 제품이 다가 아니다. 마케팅 같은 언플 또한 중요하다.’
일이 살짝 틀어지는 것 같자, 라이트 형제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그들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발명 능력만큼은 최고니까, 제품 개발에 전념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머지는 전문경영인을 초빙하든지, 내가 맡든지 하고.’
이들이 나와 손을 잡게 된다면 원 역사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언플이다.
언플.
라이트 형제의 이 부족한 점을 내가 커버해 준다면, 곧 생길 후속 업체에 좀 더 파이를 덜 빼앗기겠지.
“일단 시범 비행부터 보도록 하지. 발명한 물건에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 직접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언제쯤 플라이어3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가?”
* * *
두 형제를 다시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임시비행장을 급히 만들어야 했으며.
동시에, 라이트 형제 역시 분해된 플라이어3을 재조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 이쪽이네. 날 따라오게.”
나는 안창호와 박용만에게 교육기관을 세우라고 명했다.
김종림에게는 농기계를 개량할 인원을 뽑으라고 지시했고.
여기 모인 인원은 세 사람이 선별한 학도들이었다.
창의성 교육에 딱 적합한 자리라 생각했기에 나는 이들을 전부 비행장으로 초대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지.’
그래야 상상력이 풍부해지지 않겠나?
“왕자님, 이자들은 누굽니까?”
낯선 이들의 등장에 오빌이 살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쏘아 댔다.
이에 나는 그들의 정체를 소개했다.
“내 사람들이네. 오늘 시연을 함께 보려고 내 이자들을 초대했네.”
내 일행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라이트 형제에게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왜? 문제라도 되는가?”
형인 윌버가 반걸음 앞으로 나왔다.
“아닙니다. 제 동생이 비행기를 탈 때만 되면 좀 예민해져서, 왕자님께 살짝 까칠하게 물어본 것 같습니다.”
윌버가 급히 상황을 수습한 후, 동생을 다독였다.
오빌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기체를 뜯어 보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시연을 보는 것인데.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굴렀습니다.”
“아닐세.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슬슬 비행할 시간이 되었군요.”
오빌이 뚜벅뚜벅 플라이어3 근처로 이동한다.
이후 그는 시동을 걸었다.
덜덜- 덜덜-
육중한 배기음이 사방으로 퍼져 갔다.
“자, 앞으로 30분간 제 동생은 하늘을 날게 될 것입니다.”
윌버의 설명을 들은 나는 내 일행들에게로 다가갔다.
“잘 지켜보게나. 곧 시작한다고 하네.”
윌버가 비행장 건너편으로 이동해 출발을 알리는 깃발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에 오빌이 플라이어3을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와! 세상에.”
긴 활주로를 열심히 달리다, 플라이어3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에 학생들의 입이 하마만큼 커졌다.
“세상에······ 사람이 하늘을 날다니.”
“저, 전하. 이게 꿈입니까, 현실입니까?”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부터.
이제 막 앳된 모습을 탈피한 청년들.
그리고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는 장년의 교민들까지.
전부 이 모습을 지켜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나야 현대인으로서 숱하게 비행기가 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이들은 처음 보고 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그대들을 이곳에 왜 불렀는지 좀 알겠는가?”
나는 뒷짐을 진 채로 정신이 쏙 빠진 이들에게 말했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네. 사람이 하늘이 나는 시대가 도래했으니까. 그러니, 더욱더 정진하여 상상만 했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게.”
학생들의 어깨를 일일이 쳐 주며 격려하다가, 나는 이내 김종림의 곁으로 이동했다.
“잘 지냈는가? 지난달에 사들였던 농기계들은 좀 쓸 만한가?”
김종림이 잠시 넋이 빠진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다가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재빨리 내 질문에 답했다.
“농업 효율이 극히 높아졌습니다. 트랙터 하나가 사람 백 명보다 일을 더 빨리 끝내더군요.”
나는 피식 웃으며 오빌이 타고 있는 비행기를 가리켰다.
“자네는 내가 왜 이 자리에 굳이 자네까지 불렀다 생각하나?”
“저를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신 것은, 아마도 전하께서 저 비행체를 이용해 또 다른 농업혁명을 꿈꾸고 계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맞네. 나는 만족을 모르니까. 지난번에 산 기계만으로는 부족하네.”
씩 웃으며 김종림을 다시 보았다.
“어찌 생각하는가? 저 비행기, 쓸 만해 보이는가? 쓸 만해 보인다면, 저 비행체로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나는 사람을 불렀다.
“누구 내게 물 한 잔만 가져다주게나.”
잔을 건네받은 후, 나는 천천히 바닥에 물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늘 위에서 액체나 고체들을 방사하면, 사방으로 퍼지게 되지.”
“음······ 아!”
김종림이 나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무언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볍씨를 지상에 흩뿌릴 수 있겠군요. 농약이나 비료 또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셋 중 둘은 맞다.
‘비료는 너무 무거워서 비행기로뿌리는 게 쉽진 않겠지.’
하지만 굳이 그 자리에서 정정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칠 테고, 김종림은 스스로 이를 알아낼 테니까.
“그래.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자네를 기다릴 걸세.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양을 고르게 뿌리기가 쉽지 않을 테니.”
“그렇지요. 여러 조건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져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기상도 좋아야 할 것이고, 비행술도 익혀야겠지요. 또한, 저 비행기 성능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30분이면 너무 짧습니다.”
“맞네.”
나는 재빨리 옆에서 귀동냥하고 있던 박용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박용만과 만난 후, 인사 빼고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이제 자네 차례네. 내가 자네를 왜 이 자리에 불렀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20야드 정도 떨어져 있는 윌버를 내가 가리키며, 박용만에게 은근슬쩍 비행기의 사용처를 알려줬다.
“저기, 윌버가 말하길 이 비행체를 군에 납품하려 시도 중이라더군.”
“미군에 말입니까?”
“그래.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미군이 이 비행기를 무기로 쓰겠지.”
박용만에게로 한 걸음 다가갔다.
“아직은 기술이 미약하나,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곳에서 하와이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네. 저 비행기를 타고 말이야.”
“하와이요?”
“어쩌면 저어-기, 일본까지 갈 수도 있을 테고.”
‘일본’이라는 말에 김종림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렸다.
“무관학교를 세우고 싶다 했지?”
“예. 그렇습니다.”
“당장은 안 되네. 날 지켜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 섣불리 움직일 수 없네.”
이 말에 박용만이 살짝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비행학교는 이야기가 좀 다를 것일세. 비행기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면, 누구도 이를 두고 딴지를 걸 수 없을 테니까.”
박용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내게 물었다.
“제게 비행학교도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사실 자네도 알다시피 민간용과 군수용은 한 끗 차이네.”
화약만 해도 그랬다.
광산 발파용이랑 폭탄이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내 숨은 뜻을 이해했는지, 박용만이 활짝 웃으며 제 가슴을 손으로 퉁퉁 쳐 댔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 저 박용만입니다.”
“그래.”
나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빌이 탄 플라이어3이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호랑이 등에 날개 달기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