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38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381화(381/392)
< 미끼 (1) >
하딩의 서거 소식을 접하자마자, 나는 바로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지금쯤 한창 혼란스러울, 워싱턴 D.C.에 한번 들르기 위해서였다.
“이 황태제님. 신임 비서실장인 데이비드라고 합니다.”
“그래요. 반갑소.”
“이쪽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통령 각하께서 곧 이 황태제님을 부르실 것입니다.”
데이비드의 말대로 나는 곧 대통령 집무실로 향할 수 있었다.
나는 데이비드의 안내를 받으며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저, 이 황태제 전하.”
“응? 무슨 일이오?”
비서실장은 이동하는 내내 한 가지를 강조했다.
이번 만남은 대통령의 첫 번째 ‘독대’라고.
재차, 삼차 어필하며 이번 만남의 가치를 여러 차례 올려치기 한 거다.
‘후버가 이를 언급하라고 명령한 모양이네.’
비서실장이 저리 열변을 토할 정도라면 말이지.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축하드립니다. 대통령 각하.”
“감사합니다.”
손에 적당히 힘을 주고, 악수 마지막에는 ‘대통령 각하’라는 단어에 힘을 실었다.
그 때문일까?
후버는 그런 나의 언행에 감동했는지, 눈물을 살짝 글썽였다.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 황태제님 덕분입니다.”
후버의 감사 인사에 애써 부정하지는 않았다.
내가 없어도 후버는 분명, 이 자리에 언젠가는 올랐겠지만.
나로 인해 그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한잔하시겠습니까?”
“좋지요.”
후버는 내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 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아직 업무 시간이긴 했지만, 곧 있으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기도 했고.
취임 후 지금까지 매우 급하게 달려왔기 때문에, 피로를 달래고자 술잔을 한 잔 기울인 것이었다.
“아!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은 절대로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됩니다.”
후버가 손으로 지퍼 잠그는 제스처를 내게 보였다.
전임 대통령인 하딩이 금주법을 통과시켰기에 저런 당부를 내게 한 것이다.
“대통령께서도 함구하셔야 할 것입니다. 우리 집사람도 본인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썩 좋아하진 않으니까요.”
“아, 예예. 이 황태제님의 당부, 꼭 지키겠습니다.”
우리 둘은 그렇게 백악관 집무실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살짝 고개를 들어서 후버의 표정을 살폈는데.
평소 모습과 비교해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져나간 얼굴이라서, 나는 피식 웃으며 후버에게 물었다.
“······아직도 얼떨떨하십니까?”
“뭐, 그렇죠.”
듣자 하니 후버는 한참 잠을 자다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다.
하딩이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하자, 백악관에 있던 대통령실 직원들이 부통령 관저로 바로 달려와서 대통령직 승계 작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제 침실로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성경에 손부터 올려놓으라고 권유했습니다. 저는 잠결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치들이 하라는 대로 따랐죠.”
후버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날의 기억을 주억거렸다.
그 후 후버는 살짝 인상을 쓰며, 나와 시선을 교환했다.
“생각보다 즐거워 보이지 않는군요.”
“예.”
후버는 내 말에 깊이 동의하며, 그동안 앓아 왔던 고민거리를 내 앞에서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걱정거리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니까요. 일단은······ 선거가 코앞에 있지 않습니까?”
후버는 야망이 아예 없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편에 속했다.
‘무릇, 워싱턴에 입성한 정치인들이라면······.’
누구나 같은 꿈을 꾼다.
후버 역시도 여느 정치인들처럼, 대통령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였는데.
후버는 이를 달성하자, 모든 미국 대통령들의 그다음 목표인 ‘재선’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년 대선까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니, 서둘러 움직이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겠죠. 1년 만에 백악관 자리를 내어 줄 수는 없으니까요.”
후버가 계속하여 술을 따랐다.
살짝 곁눈질하여 그가 따르고 있는 양주의 브랜드를 확인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재작년에 내가 인수한 미국의 주류회사였다.
‘제대로 보은을 해 주겠다는 것이로군.’
정치인의 행동은 사소한 하나하나도 다 목적이 있다.
일개 시의원들도 그런데, 미국의 대통령이 아무런 생각 없이 우리 회사의 술을 마실까?
나는 후버를 더욱더 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저리 본인을 어필하고 있는데, 이를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
“여론은 나쁘지 않습니다.”
나는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 보고받았던 후버의 지지도를 언급하며 앞으로 후버가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충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 정권의 비리가 계속해서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면, 대통령님께서도 영향을 받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겠습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오른손 검지만을 폈다.
“남은 방법은 하나죠. 먼저······ 터트리는 것입니다.”
후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살짝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물었다.
“같은 공화당 출신이긴 하지만······ 하딩 정권과의 차별성을 두라는 뜻입니까?”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이어 갈 것은 계속하여 이어 가되, 하딩이 앓고 있던 고질적인 부패는 임기 초반에 털어 버리라는 뜻입니다.”
“이어 갈 정책이라면······.”
후버는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하딩이 이 주 전에 발표했던 정책을 내 앞에서 언급했다.
“서거 전에 발표한 서부 대개발 정책 등이 있겠군요.”
“예. 올림픽을 유치하고, 로스앤젤레스에 영화 산업을 육성하며, 콜로라도 중류에 댐을 세운다는 계획은 참으로 훌륭한 개발 계획이었죠.”
후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죠. 단, 벌레들이 꼬이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맞습니다. 비리 혐의 때문에 하딩의 제안은 여론에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딩의 최측근이 이를 통해 또 다른 비리를 만들어 낼까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후버는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일단 내무장관부터 잘라야 하겠군요. 아니지. 자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자를 구속해야겠습니다.”
여태껏.
미국 역사상 현직 장관을 구속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후버는 대중들에게 전임 정권과 다르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강력한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한마디만 해도 이리 제 뜻을 찰떡같이 전부 다 알아주시니······ 참으로 기쁩니다.”
“하딩이 지난 선거 때 여러 차례 주창하지 않았습니까? 비정상의 정상화!”
“맞죠. 선거 구호만 놓고 보면, 이만한 구호는 없었죠. 크! 이제야 그 선거 구호가 빛을 보겠군요.”
“아! 이 황태제님.”
오랜만에 즐거워 보이는 후버.
그런 그가 다시금 표정을 찡그리며 내게 물었다.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야기해 보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더 뷰로(the Bureau; FBI 약칭)에서 이 황태제님을 수사하려고 T.F.팀까지 만들었던 것을요.”
“연방수사국이요?”
“예. 아무런 혐의도 없는데도, 이 황태제님의 뒤를 캐려 했다는 소문이 한때 워싱턴 정가에 돌기도 하였는데 말입니다.”
“······.”
“풍문이긴 하지만, 신빙성 있는 출처에서 나온 소문이기에······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알아봐 볼까요?”
“아닙니다.”
후버는 내게 호의를 베풀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를 거절했다.
“저는 무고하기에, 스스로 떳떳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통령님께서 굳이 나서실 필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후버가 방금 한 제안은 그가 대통령으로서 처음 내게 제안한 호의였다.
하지만 난 이를 거절했다.
그의 첫 호의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이를 낭비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단호하게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 황태제님께서도 계획이 따로 있으신 것 같으니, 일단은 지켜보기만 하겠습니다.”
그렇지.
내겐 계획이 있다.
‘내 반대파들이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되었는데.’
나는 그동안 준비해 둔, 낚싯바늘에 걸어 둔 미끼들을 생각하며.
9월이 오기 전에 내 반대파들이 어서 빨리 이를 물었으면 좋겠다고 고대했다.
* * *
“흠. 하딩과 이강의 사이를, 제법 많이 벌려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군요.”
석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트리니티의 정기 회의.
본래라면 제법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모임이 진행되었어야 하겠지만.
이번 정기 회의 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였다.
“최악의 결과가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그러게요. 이강과 록펠러 파벌의 핵심 인물인 후버가 대통령 자리에 오를 줄이야!”
“아하- 망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자의 임기가 고작 1년 반밖에 안 남았다는 것뿐이외다.”
GM의 대표 듀랜트가 거친 한숨을 내쉬며 제 옆에 앉아 있는 에디슨을 바라보았다.
이강과 한참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던 에디슨 역시 별로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현 상황을 분석하다가 이내 연방의원들이 앉아 있는 탁자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화당 측은 어떻습니까? 다음번 후보 경선 때 후버를 꺾을 만한 인물이 있습니까?”
“글쎄요.”
이제는 몰락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파벌의 알렉스 상원의원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부정적인 답변을 입에서 쏟아 내기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는 다르게 당내에서 워낙 유능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어서, 이번 후보 경선에선 우리 뜻대로 쉬이 되진 않을 겁니다.”
“저런.”
“더욱이 이강이 전폭적으로 그자를 지지하고 있기에······ 다른 후보가 후버를 넘기란 쉽지 않죠.”
알렉스 의원의 절친이자 이강과 그다지 연이 없던 벤저민 상원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동의합니다. 심지어 부통령 자리 또한 이 황태제의 인물이 꿰찰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잡종이, 부통령 자리에 거론되고 있단 말입니까?”
잡종으로 비하되고 있는 인물은 ‘찰스 커티스’였다.
캔자스주 상원의원으로, 직위만 본다면 아무에게나 쉬이 무시당할 만한 남자는 아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의 혈통이 섞여 있어서 그런지, 그가 없는 자리에서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커티스를 ‘잡종’이라고 부르며 그를 종종 깎아내렸다.
“그렇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리는 동양인이고 그의 자식들 역시 혼혈이니······.”
“이제는 대놓고 자신의 마지막 약점을 덮으려고 시도하는군요.”
“예.”
에디슨의 예상에 듀랜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민주당뿐이겠습니다.”
“그렇죠. 민주당 측은, 공화당과 비교하면 상황이 그나마 나으니까요.”
트리니티 회원 중 민주당 측 의원 하나가 주먹을 꽉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이쪽도 리의 돈을 받아먹는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긴 합니다만, 리의 사람들로 꽉 찬 공화당과 비교하면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 정도죠.”
“맞습니다. 루스벨트가 이번에 대통령 선거에 나오고 싶어 하나, 아직은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 힘들 것입니다.”
“더욱이 리는 공화당 쪽에 확실한 카드를 쥐고 있습니다. 이 황태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그로서는 악재 중 악재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더욱더 차갑게 내려앉아 갔다.
이강의 돈이 얼마나 많은지, 워싱턴 정계에 그가 뿌린 정치 자금이 어마어마했으니까.
다들 이에 관해 기겁하며 이강을 어떻게 깎아내릴까에만 열중했다.
“하지만 안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
“좋은 소식이라면?”
“리의 다음 투자 행보를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그것도 아주 상세히 말입니다.”
그때였다.
구석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리버모어가 에디슨의 주장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공매도를 시도하려고, 사전 작업을 치고 있단 말입니까?”
“최근에 일본 역시 불황을 극복하며 주식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공매도를 친다고요?”
에디슨은 확신에 찬 표정을 하며 그 증거들을 회원들에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에 트리니티 회원들이 이강의 거침없는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허······.”
“제정신이 아닌 작자입니다.”
“일본도 열강인 것을 망각한 모양이군요. 이리 쉽게 그들이 당하겠소이까?”
“뭐 어찌 되었든······.”
에디슨은 팔짱을 끼며 비릿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의 다음 행보를 알아냈다는 것이 중요치 않겠습니까?”
“그렇죠.”
공매도는 위험한 투자 전략이다.
특히나 사전에 포지션이 노출되면 다른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해 역으로 당하는 ‘숏스퀴즈’를 일으킬 수도 있다.
“여태껏 날아오르기만 했으니 이젠 한 번쯤 땅으로 떨어질 때도 되었지요.”
트리니티 회원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강의 가까운 미래를 그들 나름대로 상상해 보았다.
“그의 힘은 금력에서 나오니······.”
“돈주머니를 우리가 빼앗는다면, 그를 시기하던 다른 하이에나들이 앞다투어서 이강을 뜯어먹을 것입니다.”
회원들의 머릿속에 기분 좋은 미래들이 그려졌다.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늘 받은 정보를 어떻게 하면 현실로 구현할지 다들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 미끼 (1) > 끝